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독서교육을 활성화하기 위해서는 도서관 시설을 대폭 확충하고, 독서교육은 교과로 채택해 국어·역사·윤리 등과 통합돼 가르쳐야 한다는 조사결과가 나왔다. 이와 함께 독서교육은 교과서를 대체해 개방된 작품목록으로 읽기교육을 강화해야 하며, 독서능력은 대입 관련 시험뿐만 아니라 사회진출을 위한 각종 시험에서도 평가돼야 한다는 것이다.
이같은 의견은 교육부 산하 `독서교육 발전 자문위원회'가 독서교육에 관한 보고서 작성을 위해 지난해 말 교육계 인사 및 학생, 언론인 300명을 대상으로 실시한 `독서교육 활성화를 위한 기초연구 설문조사' 결과 밝혀졌다. 이 조사결과 조사 대상자의 96.6%가 현재의 초·중등학교의 독서교육에 대해 만족스럽지 못하다고 생각하고 있으며 그 원인으로는 `과도한 입시 경쟁과 입시 위주의 교육'(44.6%)을 들었다.
이들은 독서교육을 활성화하기 위해 △단위학교와 지역 도서관 시설 대폭 확충(17.88%) △초·중등교육 평가제도 개선(15.7%) △정규교과에서 독서지도(14.1%) 등을 들어 독서교육을 위해서는 도서관 시설 확충과 독서와 평가를 연계하는 것이 시급한 것으로 드러났다.
또 독서교육의 논란거리인 도서 선정기준 마련에서는 조사대상자의 90.3%가 `필요하다'고 응답해 강제보다는 권장 수준의 기준제시가 바람직하다고 답했다.
또 현행 독서교육 체제와 운용방식에 대해 98.3%가 압도적으로 `적절하지 못하다'고 응답했으며, 그 원인으로는 △내용 요약식의 교과 구성과 교과서 채택(35.8%) △교과 운영의 경직성(21.6%)을 지적했다. 이에 따라 독서교육을 교과과정화 하는 것이 필요하다는 견해가 84%나 됐으며 이 경우 △국어(초등 21%, 중등 46.6%) △역사(초등 6.8% 중등 6.8%) △도덕(중등 9.1%)과 연계해 가르치는 것이 적합한 것으로 지적됐다.
이밖에 `개방된 작품목록으로 교과서를 대체해 읽기 교육을 강화할 필요'에 대해 64.2%가 긍정적으로 대답하는 등 현행 교과서 체제의 변경에 대해 94.3%가 동의했다.
이 조사를 주관한 김남두 서울대 철학과 교수는
“독서교육이 제대로 되려면 학교도서관 등 독서환경의 구비뿐만 아니라 독서교육의
교과과정화가 시급하다”며 이 조사를 토대로
△ 독서교육을 위한 도서선정의 기준 제시
△ 독서교육의 교과과정화 및 국어교과
등과의 통합교육화를 독서교육에 대한 보고서의 내용으로 제출했다고 밝혔다.
* 학교폭력 대책에 1억불 배정
빌 클린턴 미국 대통령이 학교 폭력을 줄이기 위해 연방정부 자금 1억600만달러를
전국의 54개 교육청에 배정했다고 미국 언론들이 12일 보도했다.
클린턴 대통령은 학교폭력 대책 시행을 위한 자금 배정을 발표하면서
지난 2년동안 교내 총기 사건이 늘어남에 따라 청소년 폭력 문제를 중점적으로
다룰 필요성이 절실해졌다고 지적했다.
연방 정부의 자금 지원은 교육부, 법무부 및 보건부가 문제 청소년들을 찾아내고
폭력을 줄일 수 있는 방안을 개발하기 위해 공동으로 시행하는 `안전한 학교,
'건강한 학교' 운동의 일환으로 이뤄지는 것이다.
지난해 3월 학생 두 명이 교사 1명과 학생 4명을 사살하고 10명을 부상시키는 사고를 낸 웨스트사이트중학교가 있는 아칸소주 존스보로 교육청은 연방정부 자금을지원받아 문제 가정에 대한 방문 상담을 실시할 예정이다.
또 15살 난 학생이 자신의 트렌치 코트에서 라이플을 꺼내 학생 두 명을 죽이고
22명을 부상시켰던 오레곤주 스프링필드는 학교와 사법당국간의 공조체제
강화에 자금을 할당할 계획이다.-연합/9/13/99 -
* 한국의 무너지는 교단 - 고개 숙인 '선생님'
경기도 안산시 ꑁ초등학교에 재직하는 김 아무개 교사. 교직 생활 9년째를 맞는 그는, 동료 교사인 아내와 함께 낙도의 한 초등학교 분교에서 4년간 ‘유배 생활’을 한 뒤에, 도 교육청에 파견 나가 2년간 과학 행사와 교사 대상 컴퓨터 연수 교육을 담당하다가 최근에야 다시 교단에 서게 된, 젊고 의욕 넘치는 30대 중반 교사다.
천성이 워낙 일을 좋아하고 부지런한 데다가, 오랜만에 교단에 복귀했으니 모처럼 다시 겪는 현장 생활에 신바람을 낼 법하다. 하지만 김교사가 요즘 맞닥뜨린 상황은 전혀 딴판이다. 김교사는 ‘학교 안팎에서 주는 스트레스에 매일 아침 출근하기가 겁이 난다’고 서슴없이 말한다. 한마디로 김교사의 투지는 거의 제로 상태이고, 의욕은 땅에 떨어졌다.
김교사를 ‘교단의 겁쟁이’로 몰아붙인 가장 큰 요인은 최근 들어 수업 부담과는 관계없이 폭주하는 행정 업무량이다. 6학년 담임을 맡고 있는 김교사의 정식 퇴근 시간은 오후 5시. 수업은 보통 오후 3시30분이면 끝나지만 김교사에게는 퇴근 시간이 따로 없다. 교육부는 물론 도 교육청이 올려 보내라고 독촉하는 각종 계획서·평가서가 남아 있기 때문이다. 김교사는 “교육부가 ‘교육 비전 2002’를 발표한 뒤부터 상층부에서 올리라는 계획서·평가서가 부쩍 늘어났다. 한정된 시간에 처리해야 할 잡무가 워낙 많아 선생님들이 아예 수업을 진행하지 못할 정도다”라고 하소연한다.
- 정년 단축·연금 축소 방침 이후 교직 이탈 속출
서울 걁고등학교 유 아무개 교감. 요즘 학교와 선생님들 분위기가 어떠냐는 질문에, 고개를 절레절레 흔들며 화부터 낸다. “도움을 주지는 못할망정 그냥 내버려만 두어도 괜찮을 것을, 물정을 모를 뿐만 아니라 알려고도 하지 않은 사람들이 괜시리 나서서 손 대는 바람에 분위기만 크게 망가지고 있다.”
단적인 예가 오락가락했던 보충 수업과 자율학습 정책. 이 학교는 오래 전부터 교사협의회를 통해 보충 수업과 자율학습을 폐지하기로 자체 결정하고 학교를 운영해 왔다. 이상한 일이 벌어진 때는 YS 정부가 들어선 이후. ‘교육은 수익자 중심으로 이루어져야 한다’는 정권의 소신이 학부모들의 이해와 요구에 맞아떨어지면서‘입시 위주 교육의 표본’이라고 그토록 손가락질 받아왔던 방과후 보충 수업이 느닷없이 부활했다.
방과후 보충 수업은 그 뒤 정권이 바뀌면서 다시 한번 폐지되는 운명을 맞았다. 이유는 이같은 수업 방식이 DJ 정부의 교육 목표인 ‘창의성·개성 살리기 교육’에 위배된다는 것이다.
유교감은 이에 대해 “교육은 일선 현장의 경험과 소신과 자율성이 중요하다. 위에서 목표를 정해놓고 획일적으로 이를 강요하는 방식이 되풀이되는 데 대해 선생님들은 열패감을 넘어서서 심한 수치심과 분노를 느끼고 있다”라고 말한다.
선생님들의 잔칫날인 ‘스승의 날’(5월15일)은 65년 세종대왕 탄신일에 맞춰 정식 제정된 이래 올해에도 어김 없이 찾아왔다. 하지만 교단에는 국제통화기금(IMF) 사태 이후 불어닥친 임금 삭감·구조 조정, 교원 정년 단축 파동, 공무원 연금 축소 방침에 따른 교사들의 교직 이탈 사태, 각종 촌지·체벌 사건, 이에 이은 교육 개혁 충격이 겹치면서 아예 잔칫상을 물리는 분위기다. 오히려 일선 교사들은 거의 한목소리로 최근 국면을 ‘50년 역사상 최악의 교육 위기 상황’이라고 규정하고 교육 당국의 실정을 비판하면서 교육부장관 퇴진 운동마저 벌이고 있는 실정이다.
‘교단의 반란’은 지난 한 해 전국적으로 맹위를 떨쳤던 ‘촌지 근절 운동’이 시작될 때부터 사실상 예견되어 있었다. 극히 일부 학교와 교사들 사이에서만 문제가 되었던 촌지 관행이 교육계 전체의 일인 것처럼 부풀려져 대대적으로 근절 운동이 벌어지면서 ‘여론몰이’의 희생양이 되었던 교사들이 심한 자괴감에 빠지기 시작했던 것이다. 더욱이 이들은 외부의 터무니없는 비난으로부터 자신들을 감싸고, 사회적 지탄의 불길도 잡았어야 할 교육 당국이 누구보다 앞장서서 교사들을 질타한 데 대해 일종의 배신감마저 느끼고 있었다.
이같은 상황 이후 잇달아 터져 나온 교원 정년 단축 문제와 임금 삭감 조처는 타오른 불길에 기름을 부은 격이 되었다.
관련 법을 개정하기 전 교원의 정년은 남들보다 짧게는 2~3년, 길게는 5년이 긴 65세였다. 이는 일선 교사들이 해마다 두 번 있는 방학 기간과 더불어 직업인으로서 누릴 수 있었던 몇 안되는 프리미엄 가운데 하나였다. 교육 당국도 매년 교원 임금을 억제할 때마다 바로 이 점을 교사들을 달래는 무기로 삼아 왔다. 이같은 교원 정년을 교육부가 ‘압도적인 여론 지지’를 내세워 하루아침에 5년이나 단축하겠다고 나섰으니 교사들이 반발하고 나선 것은 당연했다.
정년 단축에 이어 ‘체력 단련비 전액 삭감’을 주요 내용으로 하는 임금 삭감 조처가 나오자 교사들의 사기는 완전히 땅에 떨어지고 말았다. 체력단련비는 매년 교사 한 사람이 받는 월 본봉의 250%가 나왔다. 이를 연봉 개념으로 환산하면 교사 1인당 전체 임금의 10% 수준. 그렇지 않아도 박봉이라고 여겨 온 월급에서 또 적지 않은 비율을 떼인 데다가, 곧이어 공무원 연금 수혜 폭을 줄이겠다는 조처까지 발표되자 교사들은 집단적으로 움직이기 시작했다. 한켠에서는 교단을 떠나겠다는 교사가 늘고, 또 한켠에서는 교육부장관 퇴진 운동이 벌어지기 시작한 것이다.
- ‘개혁 대상’으로 몰리자 정체성 위기감 고조
현재까지 명예 퇴직을 신청한 교사는 전국적으로 약 만명에 이른다. 또 한국교원단체총연합회(교총)가 시작한 교육부장관 퇴진 서명 운동 역시 일반 교사들의 호응을 얻어 특히 지방에서는 전체 교사의 절반 이상이 서명 운동에 참여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진다. 이는 강경하기로 소문났던 일부 전교조 교사들을 빼면 학교·교사 할 것 없이 대체로 교육 당국에 협조적인 자세를 보였던 과거와 사뭇 다른 양상이다. 교직을 천직으로 알고 오로지 인재 양성에 전념해야 할 교사들이 ‘교사 아닌 투사’로 변모하고 있는 것이다.
봇물 터지듯 교사들의 집단 움직임이 일고 있는 배경에는 자기들을 ‘경쟁력은 가장 뒤떨어지면서 밥그릇은 꼬박꼬박 챙기려는 가장 낙후한 집단’으로 치부하는 사회 일반의 편견에 대한 불만이 깔려 있다. 교사들 대부분은 열악한 근무 조건에서 격무에 시달리고 있는데도 사회가 이를 알아주기는커녕 오히려 비난의 화살을 날리고 있다는 것이다. 교사들이 얼마나 자기 정체성에 혼란을 느끼는가는 몇년 전부터 시작된 일선 교사들의‘담임 기피 현상’에서부터 찾을 수 있다.
10년 전만 해도 매년 새 학기가 시작될 때쯤이면 교사들은 서로 앞다투어 담임을 맡으려고 했다. 당시만 해도 일반 사회에서는 교직에 있는 사람을 존경하는 풍토가 있었고, 촌지 문제나 체벌 문제가 본격적으로 제기되기 전이어서 담임을 맡은 교사들은 비교적 편한 상태에서 학급을 꾸려갈 수 있었다. 게다가 담임을 맡게 되면 비록 적은 돈이기는 하지만 담임 수당(4만5천원)도 붙었고, 승진에도 당연히 유리하게 작용하는 등 적지 않은‘유인 요소’가 있었다.
- 담임 교사 기피 현상 갈수록 확산
꼭 10년이 지난 지금 상황은 180도 달라졌다. 초·중·고를 막론하고 거의 대부분의 학교에서는 매년 새 학기만 되면 교장·교감이 담임들을 ‘강제 초청’하느라고 진땀을 뺀다. 교사 대부분이 담임을 맡으면 자신에게 어떤 불이익이 올지를 뻔히 알기 때문에 온갖 구실을 대며 담임 맡기를 극구 사양하기 때문이다.
일선 학교에서 교사들이 담임을 맡지 않으려는 가장 큰 이유는 담임을 맡았을 때가 그렇지 않을 때보다 업무량이 적어도 2배 이상 폭주하기 때문이다. 교사들의 업무는 고유 업무인 △교과 수업(특별 활동 포함) △행정 지원 △담임 업무로 나뉜다. 일단 담임을 맡게 되면 아무리 늦어도 수업 시작 30~40분 전에 학교에 도착해 수업 준비와 자습 지도에 나서야 하며, 매일 정례화한 학급 조회와 종례를 주관한다. 이밖에 담임 교사는 출석부 점검·학급 일지 작성 등 온갖 시시콜콜한 학급 운영 관련 문서를 처리해야 하고, 자기 반 학생들을 수시로 관찰·상담해야 한다. 또 학급이 졸업반일 경우 입시 지도에 나서야 한다. ‘고3 담임은 영원한 고3’이라는 자조 섞인 유행어는 바로 이같은 상황에서 나왔다. 담임 교사는 말 그대로 슈퍼맨이 되어야 하는 것이다.
일선 교사들이 평일 귀가 시간은 물론 휴일까지 반납하고 학교에 나가 사무를 처리할 수밖에 없는 까닭도 여기에 있다. 온갖 잡무에 시간을 빼앗기다 보니 수업 준비가 소홀해지는 것은 오히려 당연하다. 서울 ꁁ중학교 전 아무개 교사는 “지금 일선 학교는 교육 현장이 아니라 행정기관으로 변모하고 있다. 대다수 학교가 교육 당국이 내려보낸 사무를 처리하느라고 야단들이다. 교장도 교사들의 수업 준비 소홀은 제쳐두고 업무 처리가 제때 안되는 것을 더 문제로 여길 정도로 상황이 악화했다”라고 말한다.
교사들에게 주어지는 격무는 곧장 체력 저하로 이어진다. “학기가 시작될 때면 그래도 저마다 ‘해보자’는 의욕을 갖고 교단에 서게 된다. 그러나 이같은 의욕은 한 달이 지나지 않아 꺾이고 만다. 일에 파묻혀 정신 없이 생활하다 보면 의욕은 온데간데 없이 사리지고, 그러다가 시험 때를 맞게 된다. 그나마 시험 때가 선생님들에게는 가장 한가한 때다. 시험 때문에 수업도 줄고 상급 기관의 요구 사항도 줄어 모처럼 여유를 갖게 되는 것이다. 시험이 끝나면 또 똑같은 생활이 반복되고, 어느덧 여름 방학이 가까워지면 체력이 달려 수업 시간에 말이 잘 나오지 않는 상태가 된다. 많은 교사가 보약 봉지를 입에 달고 다니는 것도 그 때문이다”라고 한 교사는 체험담을 털어놓는다.
문제는, 이같은 상황이 교사들의 체력 저하에만 그치지 않고 궁극적으로는 ‘경쟁력 저하’로 이어진다는 데 있다. 시간이 나면 고단한 몸을 쉬기 바빠서 대부분 자기를 개발하거나 전문성을 강화하려고 노력할 엄두를 내지 못한다.
최근 일반 사회에서는 ‘경쟁력 강화’가 절대 선인 것처럼 강조되고 있지만, 교육계에서는 교사 인력 보충이나 재교육 등 경쟁력을 강화하기 위한 정책 차원의 배려는 전무한 상태나 마찬가지이다. 현재 교육부에 의해 정례화한 연수는 두 가지뿐이다. 하나는 자격 연수이고, 다른 하나는 일반 연수다. 자격 연수는 또다시 1급 정교사 자격 연수와 교장·교감 자격 연수로 나뉘는데, 전자는 교단 경력 3년 이상 된 평교사에게 주어지는 사실상 단 한번의 연수 기회다. 일반 연수는 글쓰기 교육·과학 실험 교육 등 교과별 연수이다.
그런데 자격 연수든 일반 연수든 모든 연수는 승진이나 고과, 또는 교장(교감)으로 가기 위한 형식적인 통과 의례에 그칠 뿐, 일반 교사들의 재충전·실력 배양과는 크게 상관이 없다. 개인 차원의 자기 개발 노력도 마찬가지다. 최근 몇년 사이 40~50대 일선 교사들 사이에 대학원 진학 바람이 세차게 불고 있지만, 이는 사실상 교장·교감 임명을 앞둔 교사들의 ‘점수를 의식한 이상 향학열’이라는 것이 교단 내부의 공통적인 인식이다. 결국 재충전을 위한 실질적인 노력은 교사 개인 차원에서나 정책 차원에서나 거의 이루어지지 않고, 또 이루어질 수도 없는 것이 교육계의 현실이다.
일선 교사들이 자신들에게 쏟아지는 갖가지 비판 중에서도 특히 ‘경쟁력 낙후’를 가장 못 견뎌 하는 것도 이런 현실 때문이다.
“극히 예외적인 경우가 아니면 그 흔한 해외 연수 한번 받아볼 수 없는 게 대한민국
평교사들이다. 상황을 이 지경으로 만들어 놓고 이제 와서 경쟁력 어쩌고 하는
것은 어불성설이다.
사실 시대에 뒤떨어지고 있는 데 대해서는 남이 뭐라 안해도 교사들 자신이 더 큰 위기감을 느낀다.
남을 가르치는 사람이 왜 자신의 재충전 문제를 고민하지 않겠나”
라고 전교조의 한 교사는 말한다. - 중앙/시저져널 -
- 연수 한번 못 가는 판에 경쟁력 낙후라니…
교육 수익자로서 권리 의식만 앞세우는 학부모, 스승에 대한 존경심이라고는 눈곱만큼도 찾아볼 수 없는 아이들도 교사들의 의욕을 꺾기 일쑤다. 교사들은 요즈음 학부모들이 학교 교육에 대해 매우 이중적인 태도를 취하고 있다고 판단한다. 겉으로는 주입식 교육이나 서열화한 교육 구조를 소리 높여 비판하면서도, 막상 자기 자녀의 교육 문제에 부딪치게 되면 누구보다도 발 빠르게 왜곡된 교육 구조에 편승한다는 것이다. 단적인 예가 최근 다시 가열되고 있는 자녀들 학원 보내기 경쟁이다.
교단 경력 12년째인 한 중학교 교사는 “인성·창의성을 기르기 위해 아이들에게 절대적으로 필요한 것이 부담 없이 노는 시간이다. 그런데 최근 대학이 학생을 뽑을 때 인성·창의성을 중점적으로 본다고 하니까 학부모들이 너도나도 자녀들을 학원에 보내고 있다. 인성·창의성을 기를 시간에 거꾸로 경쟁 훈련장으로 내몰고 있는 것이다. 실제로 아이들을 대해 보면 학원을 다니지 않은 아이들이 친구를 사귀거나 교사를 대하는 데 훨씬 더 여유가 있다”라고 말한다.
학부모들의 이같은 교육관은 아이들이 교사를 대하는 태도를 통해 극대화한다.
“수업 시간에 한 여학생이 누구 눈에나 쉽게 띌 정도로 입을 크게 벌리고 하품을 했다. 그 때 교실에 있던 선생님은 몇몇 아이들을 야단치고 있었다. 50대 후반인 이 선생님은 기분이 나빠져 방금 하품한 여학생에게 ‘왜 그렇게 입을 쩍 벌리고 하품하느냐’고 나무랐다. 그런데 뜻밖의 대답이 돌아왔다. ‘나오는 걸 어떻게 해요’. 최소한 ‘죄송하다’는 대답이 나올 줄 알았던 선생님은 어이가 없어 ‘그런 식의 하품은 수업 방해 아니냐’고 덧붙였다. 그런데 학생 입에서 선생님을 더 놀라게 하는 말대꾸가 이어졌다. ‘지금 선생님은 수업중이 아니라 누구 야단 치고 계신 중이잖아요.’” 취재 과정에서 만난 한 중학교 교사가 쓴웃음을 지으며 들려준 최근 아이들의 분위기다.
과거와 사뭇 달라진 신세대 아이들의 사고 방식이나 반항적인 태도는 일선 교사들을 교실 밖으로 내몰고 있다. 아이들의 도전적인 말대꾸는 이미 학교 안팎에서 ‘낯익은 풍경’이 되어버렸다. 대부분의 학교가 남녀 합반이 된 이후 학생들은 자신들의 사소한 실수는 물론 정당한 꾸지람이나 벌에 대해서도 거의 ‘히스테리 증세’를 보이며 교사들에게 반항한다고 입을 모은다. 게다가 이같은 현상은 번잡한 도회지 학교나 한적한 시골 학교 구별 없이 벌어지고 있다. 최근 전남 강진의 한 초등학교 교사가 겪은 ‘낙지 사건’도 그 중 하나다.
지난 3월 전남 강진 衁초등학교 강 아무개 교사는 애국 조회 시간에 뜻하지 않은 변을 당했다. 1학년 담임을 맡은 강교사는 늘 그렇듯이 철부지들을 줄세우는 데 애를 먹고 있었다. 그 중 유독 한 아이가 말을 듣지 않아 강제로 뒷줄로 보냈다. 그러자 뒷줄로 간 아이가 그대로 땅바닥에 주저앉아 발을 구르면서 조회 시간 내내 ‘우리 엄마가 준 낙지를 내놓으라’고 고래고래 고함을 질렀다는 것이다. 강교사는 이 일이 있기 직전 장날, 시장에 갔다가 우연히 그 아이의 엄마와 마주쳤는데, 그쪽에서 억지로 낙지 3마리를 들려주는 바람에 어쩔 수 없이 받아온 적이 있었다. ‘낙지 사건’이 발생한 지 한 달여 뒤 강교사는 명예 퇴직 신청을 하고 말았다. 터무니없는 반항심에 대한 절망감, 그리고 촌지 의혹에 대한 불쾌감이 한 시골 학교 교사로 하여금 25년간 교단을 버텨온 긍지와 보람을 접어두고 미련 없이 학교를 그만두게 만든 것이다.
논의가 체벌 문제에 이르면 사태는 더 심각해진다. 대부분의 일선 교사들은 ‘정당한 체벌마저 금하는 것은 교사들에게 아예 가르칠 의무를 포기하라는 뜻이나 마찬가지’라고 여긴다. 그러나 현재의 사회 분위기는 몇몇 상황이 부풀려진 체벌 사건으로 인해 교사 전체가 ‘폭력 집단’으로 매도되고 있는 실정이다.
- 촌지·체벌 관련한 집단 매도도 사기 저하 요인
사립 학교인 서울 걁고등학교 유 아무개 교감은 “학부형이 자녀 체벌 문제로 학교에 찾아와 따지면 우리는 같이 따진다. 이게 정상이다. 그러나 공립 학교는 다르다. 체벌이 사회 문제화하자 이들 학교에서는 일단 체벌 사건이 터졌다 하면 무조건 쉬쉬하는 분위기다. 아예 시비를 가릴 생각을 하지 않는 것이다”라고 말한다.
아이들은 따르지 않고, 학부형은 불신하고, 사회로부터는 ‘경쟁 사회의 낙오자’로 따돌림 당하는 외에, 교육 당국마저 자신들의 처지를 외면하는 상황에서 교사들이 설 자리는 더 이상 없다. 교사들은 특히 개혁을 추진하는 교육 당국이 경제 논리와 여론몰이를 해 자기네를 아예 ‘개혁의 주체가 아닌, 개혁의 대상으로’ 설정하는 데 분통을 터뜨린다.
1999년 5월 스승의 날이, 우리 시대의 교사들에게는‘사상 최대의 참담한 잔칫날’로
여겨지고 있는 것이다. - 5/20/99/중앙/시저져널 -
* 스승의 날을 맞아/선생님은 여전히 '힘'이 세다
<쉬리>가 막대한 투자와 할리우드식 특수 효과를 무기로 요란하게 인기몰이에 성공한 영화라면, <내 마음의 풍금>은 잔잔한 감동을 무기로 조용하게 관객을 끌어들인 영화다.
<내 마음의 풍금>은 60년대 초 강원도 산골 마을을 배경으로 도시에서 부임해온 초등학교 선생님을 사모하는 나이 많은 여학생의 애틋한 사랑을 다루었다. 산골 마을에 잘 어울리는 풍금 소리와 땡땡땡 학교 종소리, 종달새 같은 아이들의 재잘거림, 기생충 검사를 위해 의무적으로 냈던 채변 봉투 등등. 소재가 소재이니만큼 이 영화는 60년대 시골 학교의 사소한 일상과 소리 들을 꽤 사실적으로 담아냈다.
이 영화에서 새삼 되돌아보게 되는 것은 그때 그 시절의 선생님은‘대단한 존재’였다는 사실이다. 예전 선생님의 영향력은 스크린 밖의 현실에서도 확인된다. 유명 인사나 연예인 들이 보고파 하는 사람을 찾아내 상봉을 주선하는 라는 프로그램이 있다. 출연자들이 찾는 대상은 첫사랑이나 짝사랑 다음으로 선생님이다.
자신의 숨은 재능을 처음 알아준 선생님, 형편이 어려울 때 용기를 준 선생님, 말썽꾸러기를 사랑으로 감싸준 선생님…. 찾는 사연은 저마다 다르지만, 거기에서는 두 가지 공통점을 찾아낼 수 있다. 선생님의 영향력이 한 사람의 인생 행로를 결정하거나 달라지게 만들고, 그 힘의 원천은 선생님의 관심과 사랑이라는 점이다.
그러나 요즘 선생님들은 자신들이 아무런 힘이 없다고 여긴다. 심지어 불우함마저 느끼는 듯하다. 달라진 ‘요즘 아이들’은 선생님을 우습게 여긴다. 교육 당국은 개혁 대상으로 여기고 몰아붙이기에 바쁘고, 교육 개혁안은 가뜩이나 많은 일상 업무에 잡무까지 얹어주었을 뿐이다.
학부모들은‘고객 만족’을 내세워 따지려 들기 일쑤고, 여론은 경쟁력이 가장 뒤떨어진 낙후한 집단쯤으로 치부한다. 선생님들이 불우함을 느끼는 주변 정황들이다. 이러한 현장 교사들의 집단적 소외감과 분노가 집단 행동과 조직 경쟁으로 이어지고 있다.
그 과정에서 교육 주체인 양쪽 모두가 곤란한 형편에 놓이게 된 것 같다. 교육부는 해야만 할 개혁에 나섰는데도 교육계의 ‘왕따’가 되었고, 교사들은 배경이야 어떻든 ‘개혁에 반발하는 이익 집단’으로 비치게 되었다.
지금부터라도 교육부와 일선 교사들은 마음을 터놓고 솔직한 대화를 나누어야 한다. 그것이 교육 개혁의 두 주체가‘주체 논쟁’을 벌이기에 앞서 서두를 일이다. 그 과정에서 교육부는 반발을 불러들인 절차와 방법상의 문제를 솔직하게 사과하고, 교사들은 개혁을 실현하기 힘든 현장의 고충을 진솔하게 전달해야 할 것이다.
- 과거와 다른 방식으로 아이들 이해하고 사랑해야
여기에 덧붙이고 싶은 말이 있다. 선생님의 힘은 여전히 살아 있다는 것이다. 그것도 소소한 힘이 아니다. 한 아이의 인생을 바꾸어놓을 수도, 왜곡시킬 수도 있는 막강한 힘이다.
텔레비전을 보면서 걸음마를 시작해 저 혼자 컴퓨터 오락을 즐기며 성장한 요즘 아이들은, 선생님 눈에는 이해하기 힘든 신인류쯤으로 비칠 것이다. 선생님을 따르기는커녕 오히려 자기들만의 은어와 특유의 건방짐으로 선생님을‘왕따’놓는 아이들이다. 그러나 달리 보자면 요즘 아이들은 외로움을 더 많이 타는, 사랑이 부족한 아이들이다. 사랑 받기에 따라서는 그만큼 더 크게 달라질 수 있는 아이들이다.
그러기에 선생님에게는 여전히 힘이 있다. 앞에서도 말했지만, 그 힘의 원천은 사랑이다. 다만 과거와는 다른 아이들을 다른 방식으로 이해하고 사랑할 필요가 있을 뿐이다.
교사가 무조건 헌신해야 하는 성직이라고 주장하는 것이 아니다. 교사도 노동자라는 인식은 이미 전교조 합법화 과정을 거치면서 정론으로 굳어졌다. 하지만 교사는 단순 노동자가 아니다. 교직은 한 어린이의 미래를 살릴 수도 죽일 수도 있는, 영향력 있는 직업이다.
또한 사랑으로 버텨야 하는 전문직이다. 이는 수많은 사람이 체험으로 증언하는 진실이다. 그리고 어떤 시대에나 통하는 진실이기도 하다.- 5/20/99/중앙/시저져널 -
* 학교 정보화
-‘속빈 강정’교육 전산망-
경기 안산 衁초등학교 遁교사는 수업이 끝나면 매일 동료교사들과 컴퓨터 쟁탈전을 벌인다. 97년부터 각종 공문서 작성과 학생생활기록부 관리 등을 컴퓨터로 처리하고 있지만 교사 4~5명이 컴퓨터 한대를 함께 써야 하기 때문이다. 특히 기말시험 전후에는 출제와 성적 관리를 하느라 교사들이 한대의 컴퓨터를 놓고 줄을 서는 법석을 떨어야 한다.
이 학교 교사들은 PC통신이나 인터넷을 하다가 학부모들로부터 항의를 받기도 한다. 전용선은커녕 전화회선도 얼마 안돼 외부전화가 연결되지 않는 탓이다. 롁교사는 『학교 정보인프라가 이 지경인데 멀티미디어를 활용한 교육이 가능하겠느냐』고 씁쓰레해 한다.
교육부는 96년 1교사 1PC 보급, 전산망 구축사업 등의 교육정보화사업 방안을 수립했다. 2002년까지 모든 교사가 인터넷을 비롯, 멀티미디어 수업을 진행할 수 있도록 하는 내용도 포함돼 있다. 하지만 교육부의 이같은 청사진이 실현될 것으로 믿는 교사는 드물다.
교육정보화사업이 올해로 4년째지만 현재 인터넷 검색에 필수적인 학내전산망이 구축된 학교는 전체의 10% 수준. 서울의 경우 528개 초등학교 중 21개교, 351개 중학교 중 29개, 276개 고교 중 86개 등 1,155개 중 136개교에만 전산망이 구축돼 있다.
이 가운데 고교의 전산망 보급률이 초·중교에 비해 높은 것도 알고보면 속빈 강정이다. 전산망이 구축된 고교의 대부분은 인문계가 아닌 실업계 정보화고교다. 그나마 각 고교에서 자체예산으로 전산망을 구축한 게 상당수여서 정부 지원은 거의 이뤄지지 않은 셈이다.
서울시교육청의 97년도 정보화사업 예산은 5백억원이었으나 작년에는 3백억원으로 줄어들었다. 올해는 관련예산이 한푼도 없다. 최근 교원정년 단축으로 명퇴 교사들이 줄을 잇자 이들에게 지급하는 위로금을 조달하기 위해 가장 먼저 정보화예산을 전용했기 때문이다.
교사들은 『교육부가 하드웨어 보급을 정보화사업의 전부인 줄 착각하고 있다』며 생색내기 교육행정을 비판한다. 학내전산망 이용요금을 학교에 전부 떠넘기는가 하면 멀티미디어 수업에 필요한 값비싼 소프트웨어도 교사들이 주머니를 털어 구입해야 하는 실정이다. 이 때문에 교육현장에서조차 불법복제 소프트웨어를 사용하는 비교육적인 일이 자주 벌어지고 있다.
한국교육학술정보원 김세훈 연구원은
『멀티미디어 학습을 위한 환경구축은 21세기 교육경쟁력을 갖추기 위한 필수조건』
『정부는 학내전산망을 제대로 사용할 수 있도록 실질적인 지원에 나서야 할 것』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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