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바다를 보는 재미는 수평선을 보는 것이다.
아득히 먼 하늘과 바다가 맞닿은 곳에서 끝없이 밀리 오는 파도.
그러나 비가 내리는 날은 필연코 물안개가 피어오르고, 시야는 몇백미터로 한정되고 만다.
속초에서 나와 강릉까지는 간헐적으로 산길이 있을 뿐 거의 바다를 볼 수 있는 길이다.
하지만 가끔씩 뚫린 안개 사이로 수평선을 볼 수 있을 뿐이었다.
11시에 낙산사에 도착했을 때는 비는 그치고 가끔 씩 구름 사이로 햇볕이 내려 쬐는 날씨였다.
습기가 몸에 달라붙었지만 해변 가로 이어지는 여러 암자를 가는 길은
끝없이 계속 되었으면 좋을 듯한 환상적인 길이었다. 이번 여행길에 가장 편한 사람은 나였다.
차에서는 아내와 딸이 번갈아 가면서 선유를 안고, 차에서 내리면 사위가 벨트를 두르고 선유를 안고 다닌다. 내가 안을 수도 있지만 선유가 워낙 강하게 제 아빠 품에 있기를 원하고,
사위도 평소에 가까이 있을 수 없는 처지인지라 이런 때라도 싫건 안아 보라고
모른 체 하고 카메라만 들고 다니는 것이다.
바람이 심한 것도 아닌데, 잔물결로 다가온 파도는 바위에 다다르면
커다란 물보라를 이루며 하얗게 거품을 만들며 출렁거렸다.
이런 곳에 살수 있다면 세상이 싫어지고, 일에 머리가 아플 때마다 바위에 앉아서
한없이 부서지는 파도를 보면 모든 시름을 잊을 것 같다는 생각이 들었다.
사찰 건물들은 불이 났던 것을 복구했기 때문인지 별다른 것을 찾을 수 없으면서도 삭막한 느낌이 들었다.
주문진 항구에 들려 해물을 둘러보려고 했으나 전날 배가 출어하지 않은 듯 들어 온 배가 없어서
부둣가는 한산했다. 차에서 내리지도 않고 영동고속도로로 향했다.
몇백미터 앞을 볼 수 없을 정도로 비가 오는 가하면 따갑게 햇살이 내려 쬐는 곳이 있는 곳을 보면
대한민국이 손바닥만큼 좁다고는 하지만 그래도 넓다는 생각이 들었다.
봉평은 ‘이효석’이 있기에 봉평이 있는 것인지, 봉평이란 마을이 있기에
‘메밀꽃 필 무렵’이란 소설이 쓰여졌는지 모를 정도로 주변의 산과 밭들이 평화로운 동네였다.
우리부부와 딸부부가 전혀 다른 점이랄까 아니면 세대차이랄까 하는 점은
우리는 식사 때가 되면 주변의 아무 집이나 들려 식사를 하지만
그애들은 스마트폰으로 유명하거나 원조집을 검색해서 찾아간다는 것이다.
‘남촌’이란 메밀음식 전문집도 그런 곳이었다.
가게 앞에 나귀에 짐을 실은 상인의 조각을 만들어 놓았고, 몇포기 메밀도 심어 놓았다.
그리고 가게 안은 테이블이 없고, 온돌방에 상을 여러 개 놓아두었다.
“소금을 뿌려 놓은 듯 하얗게......”라는 이효석의 유명 구절이 액자로 벽에 걸려 있는 것 외에는
다른 가게와 다른 점은 없었지만 막국수의 반찬으로 나온 열무김치는 옛날 어머니가 만들어 주던 그 맛이었다. 이맘때면 쌀한톨 섞지 않은 깡보리 밥을 먹는 계절이지만
그 맛의 열무김치와 감자된장찌게, 그리고 가지나물을 넣어 고추장으로 썩썩 비벼서
큰 사발로 한 그릇을 게 눈 감추듯 먹던 젊은 시절이 생각이 났다.
메밀국수도 맛이 있어서 국물까지 하나도 남기지 않고 먹었지만
식사 마지막으로 남은 열무김치를 마저 먹어버렸다.
가게는 70은 되어 보이지 않는 후덕한 할머니가 딸인 듯한 아가씨와 운영하고 있었는데,
주인아저씨인 듯한 할아버지는 툇마루에 우두커니 앉아 있는 것이
이효석의 소설에 나오는 사람 중의 한 노인의 표정일 것 같은 느낌이 들었다.
월정사는 봉평으로 갔던 길을 한참을 도루 올라 와야 되는 곳에 있었다.
점심 한 끼를 ‘이효석마을’에서 하자고 그렇게 길을 되집는 것을 알았다면
절대로 못하게 하고 아무 곳에서나 한 끼를 때우고 말았겠지만 이미 할 수 없는 일이었다.
나는 감자를 심은 전형적인 강원도 마을을 구경하는 것이 좋았지만 선유에게는 고역인 것 같았다.
영동고속도로에서 나와 월정사로 진입하는 2차선 도로로 들어섰을 때는 아내가 안아도 딸이 안아도 칭얼거렸다. 너무 오랫동안 차를 타는 것이 지루한 것 같았다.
내가 ‘곰세마리’ 노래를 부르자 칭얼거리는 것을 멈추었다. 하지만 노래가 끝나자 다시 칭얼거렸다.
할 수 없이 ‘송아지’나 산골짜기 다람쥐 등, 선유를 안고서 산책하며 부르던 노래를
부르고 또 부르며 월정사에 도착했다.
올 때 소양강댐을 지나며 물이 없어서 바닥이 들어난 것을 보았지만
장마철에 들어섰어도 비가 부족한 것은 전국 어디나 마찬가지 인 것 같았다.
월정사를 건너는 다리 아래의 물은 수정처럼 투명하고 맑은 물이 흘러야 하지만
가믐 끝에 조금 내린 비로 그나마 남은 물이 뿌옇게 흐르고 있었다.
강원도에 오면 맑은 물에 발을 담가 보려고 했지만 어디나 맑은 물은 없었다.
월정사로 들어 가는 길은 하늘을 받치고 있는 것처럼 시원하게 곧게 뻗은 전나무길이 너무 좋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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맑은 물 깊은 계곡으로 이름난 곳이 평창이라고 했다.
어디에 위치한 곳인지는 지도를 봐야 알겠지만 ‘리버힐’이란 곳에 하룻밤이 예약돼 있다고 했다.
물이 많으면 대학생들의 리프팅이 한참이었을 강은 그저 물이 약간 흐르고 있을 뿐이었다.
다시 칭얼대는 선유와 전쟁을 치르듯 도착한 콘도는 ‘우린 결혼 했어요’란 드라마가 촬영 됐다고 했지만
이슬비가 뿌리고 있는 산계곡 사이의 음습한 건물로 느껴졌다.
딸이 “호텔급의 콘도에서 재웠더니 노인네들이 눈만 높아졌다.”라고 농담을 하며 짐을 올겨 놓았지만
집 앞으로 보이는 산들이 충청도에서는 쉽게 볼 수 없는 수려한 봉우리였다.
이슬비가 멈추었는지는 몰라도 방 앞에 설치된 삼겹살을 굽는 기구에서 고기를 굽는 데는 지장이 없었다.
내가 웬만한 장인 같으면 고기를 굽는 것 등을 사위와 같이 했겠지만
일생을 집에서 아내가 해주는 밥만 먹던 솜씨로는 아무 것도 도와 줄 것이 없었다.
사위는 모처럼 기분을 느꼈는지 혼자서 소주를 2병이나 비웠다.
그렇게 술을 좋아 하는 사위가 나 같은 장인을 만난 것은 덜 먹으려 생각한다면 다행이겠지만
그렇지 않다면 참 고역일 것이다.
선유도 고기를 몹시 먹고 싶어 해서 아주 잘게 썰어서 딸과 아내가 번갈아 가며 먹여 주었다.
아주 잘 먹어서 앞으로도 해줘야 하겠다는 말이 오갔지만 기분으로 삼켰을 뿐.
다음날 응아에 고스란히 나왔다고 했다.
이런 분위기를 느끼기 위해서 도시인들이 다만 며칠이라도 도시를 탈출해서
새로운 기분을 느끼는 것이겠지만 시골 사람인 내게는
모기가 오가는 야외에서의 식사가 그리 고무적일 것은 없었다.
아래층엔 거실 겸 주방이 넓었고, 침대가 놓인 방이 있었지만 이례적으로 화장실이 없었고,
2층의 온돌방 옆에 딸려 있었다. 그 방에 이불을 펴고 누웠지만 잠이 오지 않았다.
침대 방은 선유 때문에 비워두고, 거실에 잠자리를 편
선유와 사위는 똑 같이 험한 잠버릇으로 지그재그로 누워서 잠을 잤고,
딸은 잠이 오지 않는지 늦게까지 TV를 보고 있었다.
잠이 오지 않을수록 고괴한 생각까지 드는 밖은 칠흙처럼 허두웠고, 비는 계속해서 내리고 있었다.
첫댓글 보리수 님, 고마운 분 얼굴을 뵈니 반갑습니다. 수다스런 계절, 게다가 정말 무심한 세월을 담담히 거닐며, 더 버릴 것 없는 삶의 알갱이들을, 이렇게 수많은 가슴들과 공유할 수 있는 님은 진정 아름다운 사람입니다. 늘 행복하시고 건강하시길 기원합니다.
어쩌다 까페를 하게 된 사람이고,
그저 그런 사람이랍니다.
좋게 봐주셔서 감사합니다.
동영상에서 선유가 고기를 잘 먹는다 했더니 아직은 무리였군요. 새로운 맛이 좋았던 모양이지요. ^^
한가로운 가족 식사가 보기 좋았습니다.
갈은 쇠고기 보다는 맛이 있는 것 같더군요.
그 때는 잘 먹지 않았거든요.
거의 먹는 것은 소화가 되지 않고 나오지요.
늘 주시는 관심 감사합니다.
여행이 즐겁지만 힘들기도 하지요.
가족분 모두들 많이 지쳐 보이네요. 얼굴이 모두 붉게 타셨구요.
사모님 참 젊으시고 이쁘시네요.
사모님 모습은 자주 뵙지 못했는데 오늘 몇 장이나 올려주셔서 반갑게 인사드립니다.
울창한 숲길에서 벼락맞은 나무 둥걸이 참 인상적입니다.
건강하고 즐거운 여행 되시길 바랍니다.
아내도 나도 촌로에 시골아낙네지요.
좋게 봐수셔서 고맙습니다.
늘 주시는 관심 정말 정말 감사합니다.
늘
가족의 정이 새록새록 묻어나요.
할머니. 할아버니. 엄마. 아빠의 지극한 사랑받는 선유는 어른이 되어서도 남에게 사랑을 베푸는 따뜻한 사람이겠네요.
..건강하세요.
선유부모는 무엇을 바라는 지 모르지만 저는 그저 차람사람이 되기를 바랄 뿐입니다.
사랑을 할줄 알고 받은 줄 알고.... 무엇이 정말 소중한 것인지 아는 사람.........
늘 주시는 관심 감사합니다.
와~ 보리수님 진짜 미남이세요 ^^ 선유가 고기를 받아 먹었다고 해서 깜짝 놀랐더니~ 벌써 고기를 먹나해서,,역시 다음날 다 나왔군요..전 야외에서 바베큐 해먹는거 좋아해요..같은 고기도 밖에서 바베큐로 해먹으면 더 맛있는거 같더라구요..경치도 좋고,,가족과 오붓한 시간도 좋네요..^^
미남요? 그저 그렇게 늙어 가는 시골 사람이지요.
선유는 식욕이 왕성해서 욕심은 내지만
아직은 우유를 먹는 아기지요.
관심 주셔서 감사합니다.
여행은 언제나 좋은것이죠~^^ 세월지나면 남는것은 사진과영상~
자주갈것같으면서도 자주못가는여행~ 물과산속맑은공기~ 넘 부럽습니닥~ㅎㅎ
저도 여행을 하고 늘 싶습니다.
그렇게 하지 못하니까
마음 만이라도 여행하라고
까페명을 '방랑하는 마음'이라고 지었지요.
늘 주시는 관심 감사합니다.
삭제된 댓글 입니다.
여행도 즐거운 것만은 아니지요.
더구나 젖먹이 아기를 데리고 하는 여행은
고달프기도 하더군요.
언제 보아도 신비로원 수평선을
시원하게 보지는 못했습니다.
늘 주시는 관심 정말 정말 감사합니다.
파도소리가 시원~해서 더위도 달아날것 같고, 오랜시간을 지나 숲이된 저 나무들을 보니 눈도 시원해 지는 것 같고,
선유와 가족분들을 보니 행복한 시간을 보내신것 같아 마음이 따뜻해 지는것 같내요^()^
저도 시원한 기분을 두고 두고 느껴 보려고 동영상으로 담았답니다.
바위에 부디처 높게 솟아 오르며 부서지는 파도는 정말 좋았습니다.
늘 주시는 관심 감사합니다.
전에 산불이나서 낙산사가 전소되었었는데..완전히 그 흔적을 지웠네요..자연현상에 의한 산불은 어쩔수 없더라도 담배불이나 금지된 곳에서의 취사는 인재를 부를 수 있는것 같습니다..태풍을 어찌 잘 피하신듯 합니다^^
하늘이 돕듯이 비를 피해 다녔답니다.
그래도 우중충한 날씨였지요.
늘 주시는 관심 감사합니다.
우리의 자연은 참으로 좋습니다.
파도소리도 시원해 보이고 경관도 너무 좋습니다.
그 속에 선유와 가족분들 모습은 더 보기가 좋고요...^^
자연의 아름다움은 늘 인간의 조형적인 것들을
무색케 하더군요.
늘 주시는 관심 감사합니다.
선유가 고기를 씹을 줄 모르는데도 잘 먹었다니 좀 크면 고기깨나 먹겠네요. 노래를 불러주니 칭얼거림을 멈춘다니 꽤 신기합니다.
고기를 잘 먹을 가능성이 참 많습니다.
그래도 아직 소화는 무리죠.
그래도 탈은 없었으니....
늘 주시는 관심 감사합니다.
가족의 일상을 가감없이 보여준다는 것 ...쉽지 않죠. 이 카페의 [가족]들에게 보리수님이 창문과 대문 모두 열어주신 것 같아
더욱 도타운 정이 생길 것 같네요. 좋은 카페 좋은 사람들 좋은 모습들 ..우리의 작은 행복입니다.
저는 까페에서 숨기는 것이 없습니다.
아무것도 숨길 것도 부끄러운 것도 없어서 그렇게 하지만
만용일지도 모르겠지요.
늘 주시는 관심 감사합니다.
단란한 시간... 부럽습니다^^
님도 그런 시간을 가져 보세요.
바다를 보니까 갑갑한 마음이 탁트이네요^^
저도 그래서 바다가 보고 싶더군요.
그런 곳에서 살았으면 좋겠다는 ....
늘 주시는 관심 감사합니다.
아름다운 자연과 사랑하는 가족과의 여행은 더없이 즐겁고 행복하셨으리라 생각합니다.
오래토록 기억에 남겠네요. 어쩜 사진도 깨끗하고 나왔고 구도도 잘 잡으셨어요.
선유의 해맑은 피부와 달덩이 보다 예쁜 얼굴이 너무 부럽네요.
행복한 여행이었지요.
선유가 정말 예쁘기는 한 것 같아요.
낯선 사람도 모두 예쁘다고 하는데
마냥 인사 같지는 않더군요.
늘 주시는 괌심 감사합니다.
가족분들 참 행복해 보시이시네요. 부럽습니다.
오랜만의 가족 여행이었습니다.
아들 내외가 있었으면 더 좋았겠지만....
관심 주셔서 감사합니다.
보리수님 모습을 첨 보게됐는데..선한 인상이시네요..
가족분들 또한 행복함이 그윽하게 담겨있어 참 보기 좋았습니다..
늘 건강하시고 선유와 함께 항상 즐거움이 가득하시길 바라겠습니다~~
보리수님.. 미남이시네요.
사모님도 인상이 좋으시고 예쁘세요.
낙산사 밑 바닷가
파도소리가 시원하군요.
피서사진 보면서 대리만족 합니다.
선유가 네 분을 골고루 닮았어요. ^ㅎ^
^^ 보리수님 화이팅!