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이종호 <건국대병원 신장내과 교수>
성인병 이차 합병증으로 만성화 경향
위험인자 '고혈압-당뇨병' 관리가 중요
조기발견 신장 손상 최소화가 치료의 목표
신장질환은 당뇨병, 고혈압, 암 등과 같은 주목을 아직은 받고 있지 않으나
치료법이 확립되어 있지 않은데다가 일단 걸리면 만성화 되는 경향이 크므로
갈수록 만성 신장질환에 의한 국민적 손실이 커질 것으로 예측된다.
특히, 고령화 사회로 접어들면서 노인에서의 신장질환의 관리와 예방이
중요한 문제로 떠오르고 있다.
과거의 대표적인 신장질환은 사구체 신염이라고 할 수 있으며,
이는 주로 소아 또는 젊은 연령층에서 호발하는 질환으로 원인은 확실하지 않으나
아마도 감염성 질환에 따르는 면역계의 활성화가 주된 이유로 생각되고 있고,
일부 환자에서는 치료가 가능하나 일부 환자는 장기간 병을 앓거나 심지어
사망에 이르기도 하였다.
그러나 최근 생활위생의 개선과 항생제 등의 발달로 감염성 질환과 연관된
소아-청소년기의 사구체 신염의 빈도는 급격히 감소하는 실정이다.
반면, 과거에는 크게 문제되지 않았던 성인-노년기의 신장질환이 늘고 있는데
특히 당뇨병 및 고혈압 등의 성인병(또는 생활습관병)에 의한 이차적인 만성
신장질환이 급증하는 추세이다.
이의 원인으로는 선진국 형태의 생활습관의 변화, 경제적인 성장, 당뇨병,
고혈압 등의 증가, 성인병의 발견 및 치료의 발전으로 사망률이 감소된 점 등을
들 수 있다. 따라서 앞으로 신장질환 관리의 초점은 성인병에 따라오는
합병증으로서의 이차성 신장질환을 어떻게 예방 관리할 것인가에 주로
맞춰져야 할 것이다.
■ 노인 신장의 생리적 변화
노인의 신장질환의 관리를 거론하기에 앞서 정상적인 신장의 노화과정을 간단히
살펴보기로 한다. 먼저 노화에 의한 신장의 해부학적 변화를 살펴보면
사구체 경화(glomerulosclerosis)가 진행하는 것이 대표적 소견이며,
신피질의 위축, 신장 크기 및 무게의 감소, 사구체 기저막의 변화,
신세뇨관 수의 감소, 세뇨관의 변형, 간질 조직의 섬유화가 보일 수 있다.
노화에 의한 신장의 기능적 변화로는 사구체 여과율(GFR) 및 신혈류량이 연령에
따라 점차 감소하는 것이 주요 특징이며, 요농축 및 요희석 기능의 약화로
dysnatremia가 생기기 쉬우며, 요로 감염, 대사성 산증 등에 빠지기 쉬워진다.
그러나 이러한 일련의 노인성 변화는 노년에 동반될 수 있는 만성 신질환과
명확하게 구별하기 어려우며, 특히 신기능(GFR)을 단순히 혈청 creatinine만으로
평가하면 노인에서 근육량의 감소로 creatinine치가 감소하는 경향이 있으므로
경도의 신기능 장애를 놓칠 수 있고, 약물 처방 시에 과량의 약물을 투여할
위험이 있다.
■ 만성 신질환 관리
▲만성 신질환이란
만성 신질환(Chronic kidney disease)이란 2002년 미국의 NKF/DOQI guideline에서
정의한 바와 같이 원인 신질환의 종류에 관계없이 3개월 이상의 신장 손상이
지속되거나 GFR이 감소된 경우를 말한다.
여기서 신장 손상이라 함은 GFR에 무관하게 단백뇨 또는 microalbuminuria 등의
요검사 이상, 신장 기형, 종양 등의 방사선학적 또는 병리학적 이상 소견이
지속되는 경우를 말하며, GFR의 감소는 60mL/min 이하로 정의된다.
쉽게 말하면 기존의 만성 신부전과 비슷한 개념인데 여기에 원인 질환까지
포함하여 전체를 하나의 spectrum으로 보는 확장된 개념이라 할 수 있다.
만성 신질환은 GFR에 따라 5단계(stage)로 나눌 수 있는데 신장 손상의 증거가
있되 GFR이 정상인 경우(GFR 90mL/min 이상)를 stage 1,
GFR이 60∼89mL/min인 경우를 stage 2,
신장 손상 유무에 관계없이 GFR이 30∼59mL/min인 경우 stage 3,
15∼29mL/min인 경우를 stage 4, GFR이 15mL/min 미만인 경우를 stage 5,
또는 kidney failure라고 정의하고 있다.
국내 만성 신질환 환자의 각 stage별 유병률의 정확한 통계는 없으나,
미국의 경우 1990년대 초 20세 이상의 일반인을 대상으로 한 NHANES III 연구에
의하면 stage 1은 3.3%, stage 2는 3.0%, stage 3는 4.3%, stage 4와 5는 각각 0.2%의
유병률을 보였다.
즉 일반인의 약 10% 정도가 만성 신질환을 갖고 있다고 볼 수 있는데,
특히 70세 이상에서는 microalbuminuria의 유병률이 26.6%, albuminuria의
유병률이 3.7%로서 20∼30대의 6.6% 및 0.4%에 비해 훨씬 높았으며,
당뇨병이 있는 70세 이상의 환자만을 따로 분석한 결과 microalbuminuria의
유병률이 43.2%, albuminuria의 유병률이 8.4%로 노인에서 만성 신질환이
중요한 문제임을 잘 보여준 바 있다.
만성 신질환의 임상적 특징을 요약하면 대부분 당뇨병 또는 고혈압,
사구체 신염 등의 원인 질환을 오래 앓은 후 합병증으로 등장하는 질환이며,
GFR이 정상 수준의 20∼30% 이하로 감소하기 전까지는 특이 증상이 없고,
원인을 교정하여도 한번 나빠지기 시작한 신기능을 회복시키기는 거의 불가능하며,
결국 투석이나 이식 치료를 받아야 생존할 수 있는 병이라고 할 수 있다.
혈압, 단백뇨와 무관 130/80mg/Hg 유지 권고
금기증 없으면 고령도 투석-신장이식 가능
혈뇨 보이면 비뇨기계 종양 가능성 의심
▲만성 신질환 위험인자
만성 신질환의 위험인자로는 당뇨병과 고혈압이 가장 대표적이며,
이는 미국 등 선진국 뿐 아니라 우리나라에서도 마찬가지일 것으로 추정된다.
즉, 당뇨병 및 고혈압 환자의 유병률 내지는 발생률 자체가 증가하고,
조기에 발견되며, 비교적 효과적인 관리를 통해 오래 생존함에 따라
신장의 합병증으로 발전할 가능성이 점차 증가하고 있다고 볼 수 있다.
그 밖에도 자가면역 질환을 앓고 있는 환자, 신장질환의 가족력이 있는 사람,
요로 결석이나 요로 감염이 자주 발생했던 환자, 종양 환자, 유전성
신질환(다낭신, Alport 증후군 등)환자, 급성신부전의 병력이 있는 환자 등에서
만성 신질환에 대한 주의가 필요하다.
▲만성 신질환 진단
신장에 이상이 있어도 특별한 증상이 없는 경우가 많으므로 조기 발견하기가 어렵다.
신장 손상의 증거로는 단백뇨가 가장 중요한 지표인데 이는 일반적인 요검사에서
잘 발견될 수 있으나 microalbuminuria는 특별한 검사과정이 필요하므로 당뇨병이나
고혈압 환자에서는 특히 주의하여 검사해볼 필요가 있다.
하루 요 단백질 배설량은 24시간 요를 수집하여 검사하는 것이 이론적으로 타당하나
실제로는 요수집 과정에서 오류가 크므로 일회뇨(spot urine)의 protein/creatinine비를
구하여 24시간의 요 단백질 배설량을 추정하는 방법이 추천되고 있다.
K/DOQI guideline에서는 1일 단백 배설량이 300mg 이상이면 임상적으로 의미 있는
단백뇨(clinical proteinuria)라고 정의하였고,
microalbuminuria는 1일 30∼300mg 이상인 경우로 정의하였다.
신기능 장애 즉, GFR의 감소는 대개 혈청 creatinine치의 측정으로 알 수 있으나
초기에 무증상인 경우 검사를 생략하여 놓치기 쉽고, GFR이 어느 정도
감소하였더라도 혈청 creatinine치가 정상범위 내에 있을 수 있으므로 오판의
소지가 있다. 따라서 만성 신질환의 위험인자가 있는 환자는 증상이 없더라도
3∼6 개월마다 혈청 creatinine치를 측정해 볼 필요가 있으며, 혈청 creatinine치
뿐만 아니라 반드시 공식을 통해 creatinine clearance를 구하여 환자의
신기능을 평가하여야 한다. 그밖에 요검사, 신장초음파 검사 등의 방사선학적 검사,
신장 생검(biopsy) 등이 평가에 필요할 수도 있다.
▲만성 신질환 예방 및 치료
아직도 만성 신질환을 완전히 예방하거나 치료할 수 있는 방법은 존재하지 않으나
비교적 조기에 신장 이상을 발견한다면 상당 기간 신장 손상을 최소화 할 수 있는
방법이 최근 여러 각도에서 개발되고 있다.
만성 신질환의 진행을 억제하기 위해서는 보상성 사구체 비대 내지는 사구체
고혈압을 막아야 한다. 이를 위해 우선 전신 고혈압을 적절하게 조절해야 하는데
2004년도 K/DOQI guideline에서는 만성 신질환 환자에서 단백뇨의 유무에 관계없이
혈압을 130/80mmHg 이하로 낮출 것을 권고한 바 있으며, 단백뇨가 있는 경우
혈압강하제로서 ACE 저해제(ACEI)나 angiotensin 수용체 차단제(ARB)가 우선
추천되었다.
ACEI와 ARB는 전신 혈압 강하 외에도 사구체 고혈압을 억제하고,
단백뇨를 줄이며, 사구체 내의 세포증식과 기질 침착,
섬유화 등을 조절할 수 있어서 만성 신질환 치료의 가장 핵심적인 약제라 할 수 있다.
그 밖의 진행 예방법으로는 당뇨병이 있을 경우 철저한 혈당 관리가 중요하며,
고지혈증을 치료해야 하고, 신장에 독성이 있는 약물을 사용할 때
주의해야 할 것이다.
흡연도 신기능 악화의 원인이 되므로 금연을 해야 하며,
투석을 하기 전단계의 환자들은 염분 및 단백섭취량을 줄여야 한다.
만성 신질환의 stage별 치료원칙은 stage 1의 경우 동반질환이 없는지 확인하고,
신장 기능 악화를 지연할 수 있는 모든 조치를 시작해야 하며,
심혈관계 위험요소(고혈압, 당뇨, 고지혈증, 빈혈 등)의 관리가 필요하다.
Stage 2가 되면 신질환의 악화 여부와 그 속도에 대한 평가가 지속적으로 요구되며,
stage 3에서는 요독 합병증(빈혈, 칼슘-인-부갑상선 장애, 체액량 및 전해질 장애 등)
의 관리가 시작되어야 하며,
stage 4에서는 신대체요법에 대한 준비로서 신장 전문의에게 의뢰되어야 하고,
동정맥루 등을 만들어야 한다.
마지막 stage 5에서는 투석이나 이식 등의 신대체요법을 적절한 시기에
시작하도록 한다.
물론, 각 stage의 치료방침은 전 단계의 치료방침을 모두 포함해야 한다.
▲노인 환자의 투석 또는 이식
과거에는 고령 환자에서 투석이나 이식을 꺼리는 경향이 있었으나
최근에는 특별한 다른 금기증이 없는 한 고령이라고 해서 투석이나 이식을 마다할
이유가 없다고 본다. 단, 노인에서는 심혈관계의 이상과 종양 발생의 위험이 크므로
특히 신장 이식을 고려할 경우 심혈관계 질환 및 악성종양 유무에 대한 철저한
조사가 필요하다.
■ 노인에서 흔한 다른 신질환
일반적으로 사구체 신염은 노인에서 그 발생빈도가 낮은 편이나 membranous
nephropathy나 crescentic glomerulonephritis, amyloidosis 등은 젊은이에 비해
호발할 수 있다. 이들 중 membranous nephropathy의 경우는 악성종양과 연관되어
발생할 수 있으므로 이러한 환자가 발견되면 소화기계, 호흡기계, 유방 등의 악성
종양 여부를 철저히 가려내어야 한다.
또 노인에서는 요로감염이 위험이 높아지며, 남자의 경우 전립선 질환,
여자의 경우 자궁암 등에 의한 요로폐쇄의 위험이 증가한다.
한편, 노화에 의한 신동맥의 동맥경화성 협착으로 허혈성 신병증이나
신혈관성 고혈압의 위험이 증가할 수 있으며, 약제에 의한 신장 독성도
노인에서 더 자주 나타날 수 있다.
혈뇨 환자의 경우 노인에서는 비뇨기계의 종양(신장종양이나 방광암 등)의
가능성을 염두에 두고 검사를 진행해야 한다.
■ 결 론
노인에서의 신장 문제는 몇 가지 특징이 있으나, 가장 중요한 것은
주요 성인병에 의한 만성 신질환의 위험이 높아지는 시기라는 점이라고 할 수 있다.
비록 만성 신질환에 대한 좋은 예방 또는 치료법이 발견되지 않은 현실이지만
조기에 신장의 이상을 발견하여 현재까지 알려진 신기능의 악화를 예방하는
방법을 총동원한다면 장시간 별 문제없이 건강한 노령의 삶을 유지할 수 있으리라고
생각된다.
이를 위해서는 특히 당뇨병과 고혈압을 갖고 있는 노인 환자에서 정기적인
신장 이상에 대한 검사가 필수적이라 하겠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