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충식의
' 탱고의 향기(Scent of a Tango) - I. '
< 라스트 탱고 - Our Last Tango
: 원제 Ein Letzter Tango >
"그녀는 가장 아름다운 여자였다."
"그를 처음 봤을 때 운명이 우리를
하나로 만들었다."
여기...
두 사람이 함께 한 '50년의 무대', 그리고
'70년의 사랑과 증오' 속 탱고의 역사를 바꾼,
전설의 서사가 있습니다.
마리아 니브 레고(81세)와 후안 카를로스
코페스(84세)는 14세와 17세 때 운명적으로
하나가 되는 첫사랑의 순간에 빠지죠.
그러곤...50년에 이르는 기나긴 세월동안
사랑과 운명에 관한 매혹적인 육체의 언어,
곧 '탱고' 를 함께 추게 됩니다.
온갓 풍파로 어우러진 긴 세월동안 서로를
사랑하고 미워하며 몇차례나 고통스런
헤어짐을 겪었지만,
다시금 재결합을 이루는 험로의 여정이
반복되는 가운데 그들의 춤은 깊이와 무게를
더해져만 갔지요.
그 어떤 남자와 여자 커플이든, 후안이나
마리아 만큼 완벽한 호흡과 예술적 교감으로
춤춰내지 못했기 때문입니다.
그들이 예술적 동반자로서 치열하게
소통하며 함께 쌓아온 50년의 춤사위는,
결국 아르헨티나를 넘어 전세계적으로
탱고의 역사를 바꾸게 되지요.
뒷골목 선술집과 클럽에서나 추던 탱고는
이 두 커플에 의해 최고의 예술적 춤으로
승화됩니다 .
하지만 안타깝게도 1997년 일본 공연을
마지막으로 그들은 완전히 결별한 채,
각자에게 주어진 삶을 걸어가게 되지요.
두사람이 함께 한 '무대 위의 삶' 과
'무대 밖의 삶' 은 너무도 달랐던 것일까요.
이젠 어느 덧 80세를 훌쩍 넘어선 인생의
뒤안길에서 마리아와 후안 커플은...
담담한 내레이션으로 그들의 사랑과 다툼 ,
이별 , 재결합, 그리고 결별이 되풀이된
질곡의 인생사를 들려줍니다.
단절과 유대의 어긋난 교차 속에서도
외면하지 않았던 서로의 시선으로 어렵사리
다시금 맺어졌던 마리아와 후안.
< 라스트 탱고 > 는 이 둘의 길고도 긴 애증의
세월을 지탱해준 버팀목같은 '탱고'...
바로 그 속에 녹아든 사랑과 인생의 참 의미는
과연 무엇인지 관객들로 하여금 진지하게
사유케 하지요.
저만 크랄 감독이 각본을 쓰고 연출한
다큐멘터리 < 라스트 탱고 >.
영화는 제작을 맡은 거장 빔 벤더스의
아티스트 무비 3부작인 <부에나비스타
소셜 클럽>(1999),.< 피나 >(2012) ,
< 제네시스 : 세상의 소금 >(2014)의 명성을
이어갈 수작으로 자리합니다.
탱고 영화답게 반도네온과 두대의 바이올린,
콘트라베이스, 피아노로 편성된 오르게스타
티피카(Orquesta tipica) 와 빅 밴드의
협연으로 감미롭고도 황홀한 빛깔로
직조되는...
루이스 브라이겐트, 오스발도 푸글리이세,
게르드 바우만, 아스트로 피아졸라,
후안 드'아리엔조의 탱고 음악과 현란한
춤의 향연이 눈부시게 펼쳐지죠.
저만 크랄 감독은 50년간의 두 연인의
지난 날을 플래시 백 콜라주 스타일의 자료
화면으로만 채우는 대신 ,
'젊은' 시절의 후안과 마리아를 떠올리게
하는...
'젊은' 커플 댄서의 풋풋한 춤으로 과거와
현재의 삶을 오가며 재현해 내고 있습니다.
마리아는 얘기하지요.
"내가 인생을 바친...숭고한 사랑의 탱고는
나에겐 또 다른 가치있는 삶의 이름입니다."
"난 탱고를 춘게 아니에요. 사랑을 한거죠...
탱고는 그런 춤이에요. 사랑이죠."
"탱고라는 춤은 사랑이든 증오든 파트너와의
진실한 소통과 예술적 교감이 중요하지요."
"여자가 남자를 위해 흘리는 눈물이란
별 가치가 없답니다 .
난 질투하지도 증오하지도 않아요.
행복했던 날과 용서만 기억하려 합니다.
좋든 싫든 난 '마리아 니브 레고' 이니까요..."
후안과의 공식 결별 후 마리아는 이별의
상처를 딛고 ,
후안을 뛰어넘고자 혼신의 노력을 불태운
끝에 결국 훨씬 예술적으로 심오하고도
성숙한 댄서의 경지에 이르게 됩니다.
'마리아, 그녀' 에겐 이별이란 진실로
슬픔이 아니요, 정녕 끝도 아니었던 걸까요.
'은퇴란 없다' 며 말을 아끼는 화성남 후안보다는
대부분 금성녀 마리아와의 인터뷰에 의해,
'탱고 속 사랑의 역사와 전설' 은 스크린으로
엮어집니다만...
실질적인 주인공 마리아!
그녀는 결별의 아픔과 회한으로 가슴이
뜨거워져 할 말이 많은 것일까요.
그래서 그러한지... 마리아는 장 중 내내
담배 연기를 뿜어 내며 잔잔한, 때로는
격정적인 회상으로 결결이 맘을 담아내고
있습니다.
'누에보 탱고'(Nuevo Tango)의 아버지
아스트로 피아졸라의 장례식 때 그의 음악적
업적에 대한 오마주로 바쳐졌던 단 한마디의
헌사처럼,
'모든 위대한 예술가는 논쟁적' 일 런지요...
80대의 나이에도 여전히 고혹적인
아름다움의 여주인공 마리아.
그녀의 속삭임은 그윽하고도 깊은 울림으로
다가오지요.
그녀는 춤을 더 이상 젊을 때처럼 생기있고
기쁨으로 충만하게 출 수 없는 안타까움을
토로하면서도,
여전히 탄탄하게 빛을 발하는 < 리나 > 공연으로
관객 전원 기립박수의 갈채를 받습니다.
그녀의 댄스 그라피(Dancegraphy) 연보는 '1949~Never Ending' 으로 장식되지
않을까요.
서로에게 동. 서. 남. 북쪽 전부였던, 하여...
노오란 슬픔의 색깔로 물든 영혼의 얘기이자
삶의 찬가였던 마리아와 후안의 탱고는,
탱고 음악이 거장 아스트로 피아졸라의
이전과 이후로 나뉘어지듯이 ,
탱고의 역사 또한 마리아 니브 레고와
후안 카를로스 코페스의 이전과 이후로
구분되며,
우리들의 마음 속에 영원토록 아로새겨질
것입니다.
시인 강순은 그녀의 시 '라깡과 함께 탱고' 를
통해 탱고의 미학을 에둘러 속삭여 주지요.
[ 헤이, 무슈 라깡!
사랑에 빠진 두 연인은 더 인정받고 싶어
상대를 더 큰 욕망의 회로 속으로 밀어
넣는다고 하셨지요.
그래요, 내게 끔찍한 걸 일깨워 주신 무슈
라깡 !
우리가 사랑하면서도 외로워하는 것은 끝없이
욕망을 퍼 올리려 하기 때문이란 걸 난 미처
몰랐어요.
그 강물을 퍼 올리지만 달은 언제나 강물 속에
있기 때문이란 걸 나는 몰라요.
나는 정말 강물로 달을 퍼 올릴 수 없다는 걸
알고 싶지 않아요.
그러나 사랑에 대해 모든 걸 다 아는 듯
말했던 당신, 오늘 밤엔 모든 것을 잊고
춤을 춰 봐요.
음악이 흐르는 잔잔한 강물, 그 잔물결을
밟고 춤을 춰 봐요.
아, 아.
잘름 잘름 흔들리는 물결위로 피어나는
무수한 풀꽃들 , 저만큼 들 다람쥐가
다름질을 쳐서 풀꽃 뒤에 숨네요.
슬픈 눈으로 나를 쳐다 보는 무슈 라깡!
오늘은 욕망이란 단어를 잊어버리고,
발바닥으로 캉캉 마루바닥을 굴러 봐요.
방금 춤을 추었던 풀꽃들이 거실 가득
흩어지네요.
흩어지는 풀꽃들은 제 향기를 타고 하늘로
날아 오르네요. ]
그렇게...
마리아와 후안, 두사람의 탱고 인생은
서로를 부둥켜 안으며 이별도, 그리움도,
온갓 삶의 잔뿌리도, 모두 고요하게 빛나는
하나가 되게 합니다.
결코 마지막이 아닌, 영원히 살아 있을
'탱고' 에 대한 새로운 희망과 사랑의 밀어를
살며시 건네며 말이죠 .
"Shall we dance, Tango !"
1. < 라스트 탱고 - Our Last Tango >
예고편
서로의 입술을 갈구하는 듯 이글거리는
눈과 밀착된 하반신, 밀고 당기면서 결국
하나가 되는 ‘불의 입맞춤’.
어떤 고정화된 형식도 없이 오직 서로에
대한 집중, 강렬한 밀착성이 강조되는 탱고.
여기...
몸이 광범위한 문화적 기호로 해석되면서
20세기 대중문화의 대표적 키워드로 더욱
부각된 탱고가,
< 라스트 탱고 - Our last tango > 란
표제의 영화로 변주되고 있습니다.
https://youtu.be/FQW_NSMSZmM
마리아는 추억합니다.
" 우리가 영화관에 갔을 때 마침
<사랑은 비를 타고- Singin' in the rain> 이
상영됐지요.
그 후에도 그 영화를 최소한 다섯 번도 넘게
보러 갔습니다.
우리 두 사람은 화면 속 비내리는 다리 위에서
춤을 추는 주인공 진 켈리와 시드 체리스 가
된 것처럼 하염없이 탱고에 빠져들었죠."
- '마리아 니브(Maria Nieves)
: 'tanguera vieja'
https://youtu.be/QmZ-uaFfJ2I
전설적인 탱고 커플이 회고하는 삶과 사랑,
열정과 증오, 그리고 그 속을 관통해가는
뜨거운 입맞춤.
이렇듯 한때 유행처럼 번지다가 사그라든
탱고 세계에 생명의 불꽃을 헌사한
< 라스트 탱고 >.
영화는 탱고 역사에 한 획을 그은 커플...
마리아 니브 레고와 후안 카를로스 코페스의
삶을 쫓아간 작품이죠.
10대 시절 만나 50년 가까운 세월동안
열정적으로 사랑하고 증오하고 헤어지고
다시 만나고를 되풀이 해온 두사람.
영화는 이들이 함께 한 삶과 사랑의 궤적을
따라 탱고의 역사를 동시에 써내려 갑니다.
뒷골목의 춤이었던 탱고가 공연예술로서
환호를 받던 그 순간에 그들은 있었지만,
그들의 결별은 탱고 역사에 비운의 공백을
남겼지요.
함께 스탭을 밟는 탱고는 그토록 완벽했지만
삶은 그렇지 못했던 두 사람이...
시네마 <라스트 탱고> 를 통해 여든을 넘긴
삶의 막바지에 처음으로 마음을 열고,
자신들의 삶과 사랑, 춤과 열정의 의미를
진지하게 되짚어줍니다.
https://youtu.be/W7M5S1sYqHU
2. < 라스트 탱고 > 의 오리지널 사운드 트랙
영화 속에서 부에노스아이레스의 젊은
댄서들과 안무가들이 함께 만드는 격정의
탱고 씬은 관객들의 가슴을 뜨겁게 해주죠.
13곡의 사운드 트랙은 누에보 탱고 주역이기도
한 탱고 작곡가 겸 연주자인 루이스 보르다가
대부분의 곡들을 선곡했습니다.
더불어 그는 이 영화에 직접 출연도 하고 있죠.
2-1.루이스 브라이겐트의 'Ensueños'
- Quinteto Real
https://youtu.be/9wloxAgc3SE
2-2. 오스발도 푸글리이세의 'Patetico'
https://youtu.be/2rxpUOrTe9s
2-3. 게르드 바우만의 'Rara Vez'
https://youtu.be/X-a_2qSUAZs
2-4. 'Jugando... Jugando'
: 미구엘 칼로 - 라올 베론
https://youtu.be/nRdE195hSo8
2-5. 아스트로 피아졸라의 'Contrabajeando'
- 'Tango On' 17th EICMF(2015)
https://youtu.be/WgmTlwFmW38
2-6. 아스트로 피아졸라의 'Fugata'
- 요 요마의 앨범 'Soul of the Tango'
https://youtu.be/sd_z0nUlUQg
2-7. 아스트로 피아졸라의 'Loca'
- 쿠아트로시엔투스(Cuatrocientos) 연주
: 예술의전당(2017)
https://youtu.be/7dqBzA0iOcY
2-8. 후안 드'아리엔조의 'De antano'
https://youtu.be/_1Vrc06_wX4
2-9. 후안 드'아리엔조의 'El puntazo'
https://youtu.be/dIf-KyCjmZ4
3. 'Mundial de Tango' 2012
https://youtu.be/RqHf8L9-GJs
아르헨티나에서는 '문디알(Mundial)' 이라는
탱고 월드 챔피언십 스타일의 경연대회가
열립니다.
< 라스트 탱고 > 화면 속에도 마리아 니브
레고에 대한 오마주로 이 대회 영상이
비추어지죠.
- 李 忠 植 -
첫댓글 < 마지막 탱고 - Our Last Tango >
트레일러
https://youtu.be/FQW_NSMSZmM
PLAY
마리아 니브(Maria Nieves)의
'tanguera vieja'
https://youtu.be/QmZ-uaFfJ2I
PLAY
< 라스트 탱고 - Our Last Tango > 영상
https://youtu.be/W7M5S1sYqHU
PLAY
< 마지막 탱고 > 는 아르헨티나의 전설적인
탱고 커플인 '마리아와 후안, 두사람' 이
연인이자 예술적 동반자로서 50여년간
함께 했던 파트너십을 섬세하게
조명합니다.
다큐멘타리 형식으로 직조된 영화는
질감이 다른 층위(層位)들을 유려하게
오르내리며 가히 시적인 이마주를
창출하고 있지요.
마리아는 도심을 거닐며 자신과 후안을
연기하는 두 쌍의 배우들에게 자기의
지나온 이야기를 고즈넉히 들려줍니다.
이어 그 서사는 마리아와 후안의 젊은
시절과 중년기를 보여주는 고혹적인
영상으로 재현되죠.
여기에 실제 마리아와 후안이 탱고를
추는 장면을 찍은 기록 영상이 드라마
중간 중간 삽입되기도 합니다.
젊은 시절부터 노년이 되어 만났던
특별한 순간의 기록에 이르기까지...
그것은 그들만의 소중한 발자취이자
탱고 역사의 한 페이지로 자리하지요.
마리아와 후안의 관계는 결코 순탄치만은
않았습니다.
사랑이 증오가 되어 끝내 헤어졌음에도...
그들은 여전히 같이 탱고를 나눴지요.
그들은 어떤 심정으로 함께 춤을 춘
것일까요?
탱고의 스텝을 따라 너무도 다양한
감성들이 오갔을 까닭에 그 속 마음은
쉽게 말할 수 없을 것입니다.
그렇지만 이조차 끝나는 순간이
오지요.
그림자와 춤을 추는 것처럼 콜라주한
공연 영상에서 마리아는 그 환영(幻影)을
저 멀리 밀쳐내버립니다.
'예술적 관계의 단절' 이라는...
또 한 차례의 이별.
그녀는 그 결별의 아픔과 상흔에 대해
무연스레 토로하지만,
회한과 증오의 속내를 애써 삭힌 채
그런 고통 또한 삶에 있어서 피할 순
없는 거라 여기지요.
탱고라는 예술적 공감대를 통해
체감하는 영혼의 찬가.
이는 예술가의 허영이 아니라 행복했던
시절과 용서만 기억하려는...
보편적 인간으로서 느끼는 심상이기에
더욱 진실되게 울려옵니다.
저만 크랄 감독은 반짝이면서도
위험했던 여정의 기록 <마지막 탱고> 를
통해,
우리네 삶, 곧 인생 길이 곧고 평탄하기
보다는 사실 이리저리 구불구불하다는
것을 담아내고 있습니다.
마치 '탱고' 처럼 말이죠...
'슬픈 밀롱가'(Milonga Triste)
: 휴고 디아즈 앨범 'En Buenos Aires
Vol.1'(1972) 수록곡
- 배경 영상 영화 < 탱고 레슨 >
https://youtu.be/zFIJyrzxJEo
PLAY
< 마지막 탱고 > 에서 후안과 마리아는
탱고를 공연 예술로 만들기 위해 여러
시도를 합니다.
1.2m 넓이의 나무 판을 만들어 둘이
올라가 탱고를 춘 게지요.
오늘날 춤 연습을 위해 신문지 한 장
크기에서 춤을 추라는 예가 여기서
나온 것 아닌가 싶습니다.
그 안에서 움직이려면 둘의 호흡과
밸런스는 한 치의 오차라도 있으면
위험하지요.
마리아와 후안은 탱고 역사상 세계에서
가장 유명한 커플이었습니다.
댄서 커플들이 그렇듯이 둘은 만났다가
헤어지기를 반복했으나 결국 두사람은
50년간 함께 춤을 췄지요.
둘 다 파트너 만한 사람을 못 만난
것입니다.
대사 중 "바위를 먹었는지 무겁다" 며
불평하는 장면이 나오지요.
춤 세계에서 남자들이 여자 파트너에게
하는 단골 불평 중 하나입니다.
춤추는 상대 여자는 가벼워야 한다는...
탱고는 연주로서의 탱고와 노래로서의
탱고, 그리고 춤으로서의 탱고가
어우러진...
말하자면 구슬프고 애절한 음악과 춤이
혼합된 장르라고 할 수 있죠.
탱고를 '춤추는 슬픈(triste)감정' 이라고
일컫는데,
더 이상 다른 말로 탱고를 표현하기는
어려울 것입니다.
국제적으로 탱고가 유명해진 것은
탱고 춤보다는 노래에 의해서인데,
특히 전설적인 배우요, 가수이자 작곡가인
카를로스 가르델의 노래를 통해서였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