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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제목 - 전쟁의 발견 : 한국 고대사의 재구성을 위하여
· 저자 - 이희진
· 가격 - 12,000원
· 분량 - 336page
· 출판일 - 2004년 9월
· 출판사 - 동아시아
· 批評
이 책을 처음 본 것은 작년 1학기였던 것 같다. 후배가 리포트를 작성할때 보고 있던 책이었는데 나중에 대학원 입학시, 연구계획서를 작성할 때 주인장 역시 한번 들춰보게 되었다. 우리나라에 전쟁사 혹은 군사학 관련된 서적이 많이 없기 때문에 '전쟁'이라는 키워드로 검색만 하면 쉽게 찾을 수 있는 책인데 전쟁을 입체적으로 분석하고자 하는 노력이 돋보이는 몇 안 되는 책 중 하나가 아닐까 싶다. 작년 말에 한번 훓어봤다가 이번에 다시 한번 정독을 한 뒤에 이렇게 서평을 남기는 것인데 인터넷 서점을 가 보니까 굉장히 호평을 받고 있었다. 결론부터 얘기하자면 주인장은 그닥 호평을 줄 수 없다.
책의 전체적인 목차는 크게 두 파트로 나눠지고 있다. 첫번째는 한국사에서 중요하게 취급받는 몇몇 전쟁(예를 들어 관산성전투라든가, 고구려의 경자년 대원정과 같은...)에 대해서 저자 나름대로 체계적인 분석을 하는 부분이었고, 둘째는 전쟁에 대한 기본적인 개념에 대해서 언급한 부분이었는데 책의 주요 내용은 첫번째 부분이라 할 수 있다. 그런데 문제는 저자가 전쟁에 대해서 언급할때 지나치게 신세대적인(?) 사고방식으로 전쟁을 해석하려고 했다는 점이다. 스타크래프트라는 게임을 전략 · 전술을 설명할때 거론한다는 것 자체가 주인장으로서는 어이가 없었다. 물론 독자들의 흥미를 이끌어내기 위해서 사회적으로 널리 알려져 있는 게임을 거론한 것은 알겠지만 그 게임이 전쟁에 대한 설명에 있어 부가 자료로 쓰일 수는 없기 때문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저자는 어처구니없게도 전쟁에 대한 연구서적에 버젓히 요즘식(?) 용어라든가, 게임 관련된 용어를 여과없이 쓰고 있어 저자의 연구성과를 스스로 깎아먹고 있었다.
그럼 이제부터 하나씩 짚어가보자.
먼저 신라와 왜와의 전쟁에 대해서 저자는 공성전(攻城戰)에 대한 개념을 언급하면서 전략적 대응이라는 측면에서 신라와 왜의 관계를 언급하고 있었다. 그러나 이는 먼저 '왜'라는 존재에 대한 개념을 명확하게 규명하기 전에는 사상누각에 불과한 논리 전개가 될 수 밖에 없다. 저자는 철저하게 왜라는 존재를 바다 건너의 해상세력으로만 이해하고 있었다. 하지만 분명『삼국사기』에 기록된 왜는 해상활동도 했지만 더불어 육상활동도 겸했던 존재임을 잊어서는 안 된다. 그 부분을 저자는 왜의 해안거점 확보라는 식으로 해석했는데, 이는 전쟁을 떠나서 왜라는 존재에 대한 인식이 잘못되었음을 말해주는 것이라 생각한다. 최근 학계에서 한반도 왜라는 용어도 사용하고 있는 마당에 왜를 무조건 바다 건너 살던 해양세력이라고만 인식하고 있는 것이 얼마나 그릇된 것인지를 저자는 생각치 못하고 있는 것 같았다. 주인장이 첫번째 신라와 왜의 전쟁 부분에 대한 점수를 매기자면 100점 만점 중에 50점 이상을 받기 어려운 내용이 아닐 수 없다.
그 다음은 근초고왕에 대한 부분이었다. 우리가 흔히 마한의 멸망은 근초고왕 시절(4세기) 왜의 용병을 고용한 백제에 의해 이뤄졌다는 시각을 갖고 있는데 저자 역시 그와 동일한 시각 하에서 논리를 전개하고 있었다. 그러면서 저자는 다음과 같이 말하고 있어 주인장으로 하여금 실소를 금치 못하게 했다.
- 4세기 중엽은 한국과 일본 양국의 고대사에서 특별한 의미를 갖는다. 특히 일본 고대사에서 4세기는 '수수께끼의 시대'라고 불릴 정도다. 일본 측에서는 3세기까지 일본 국가의 상태와 4~5세기 야마토 왜의 발전 상황에 너무나 큰 격차가 있다고 보기 때문이다. 엄청난 발전이 4세기라는 짧은 시기에 이루어졌다는 말이 된다. 도대체 어떤 일이 일어났기에 이런 비약적인 발전이 가능했는지, '수수께끼'라는 말이 나올 만도 하다.
그런데 이 수수께끼의 이면은 한국 고대사와 밀접하게 연결되어 있다. 4~5세기 야마토 왜가 비약적으로 성장했다고 보는 이유는 여러 가지가 있다. 전방후원분 같이 거대한 무덤이 나타나는 것도 이유 중 하나이다. 하지만 이런 고고학적 근거는 다르게 해석될 여지가 너무나 많다. 고고학적 증거만 가지고는 어떤 주장이건 확실하게 증명하기가 곤란하다는 뜻이다.
야마토 왜가 4세기 이후 급성장했다는 주장에 힘을 실으려면 보다 확실한 문헌적 근거가 필요하다. 그래서 이런 주장을 하는 측에서는 4세기 중엽 신공황후가 가야를 정벌했다고 기록했던『일본서기』나 신라를 괴롭히는 왜를 몰아내기 위해 고구려가 5만이나 대군을 투입했다는 광개토왕 비의 기록을 들이댄다 -
위의 내용이다. 전방후원분 같은 고고학적 근거가 어떻게 다르게 해석될 여지가 있는지 모르겠다. 그리고 그러한 고고학적 근거를 해석하는데 있어 절대로 문헌사료가 우선시될 수는 없다. 오히려 고고학적 근거에 따라 문헌사료를 다시 한번 비판적으로 검토하는 것이 옳다고 해야 할 것이다. 예를 들면 지금도 4세기 근초고왕이 이끄는 백제군이 마한 잔여세력을 멸(滅)하고 한반도 서남부를 통일했다고들 말하지만, 오히려 5세기를 넘어서면서 영산강 일대를 중심으로 하는 한반도 서남부 일대에 중앙정부(한성의 백제)와 대등한 규모의 정치세력이 등장하고 있음이 고고학적으로 확인되고 있다. 그걸 문헌사료에 끼워맞추라고? 풋~진짜 웃음이 안 나올 수가 없다. 이런 고고학적 근거에 맞춰서『일본서기』나 광개토호태왕비문을 해석하면 답이 안 나올래야 안 나올 수가 없다. 신공황후 기사에 대한 편년은 물론이고, 왜라고 등장하는 모든 세력을 바다 건너 존재했던 해상세력으로만 이해하니 전체적인 논리 전개에 있어서 맞지 않는 부분이 생기는 것이 당연한 것이다.
이 부분 역시 점수를 매기자면 60점 이상 받기가 어려울 것이다.
세번째는 고구려 광개토호태왕이 싸운 왜라는 존재이다. 이 역시 앞에서 얘기했듯이 저자가『일본서기』에 나오는 왜,『삼국사기』에 나오는 왜, 광개토호태왕비에 나오는 왜를 모두 다 동일한 존재로 인식했기 때문에 내용면에 있어서 근본적으로 틀렸다고 할 수 있겠다. 저자는 100p에서 당시 동아시아의 양대 축은 고구려와 백제였다고 언급을 하면서도 정작 121~123p에 가서는 고구려가 임나에 터를 잡고 있던 왜를 초토화시키기 위해서 5만이라는 대군을 동원했고, 그로 인해 심리적인 전략적 효과를 얻었다는 비상식적인 언급을 하고 있었다. 분명 당시 시대적인 상황에 대해서는 거시적인 안목에서 정확하게 인식하고 있음에도 불구하고 결말이 흐지부지 되어버리고 말았다. 저자도 분명히 짚어내고 있듯이 당시 동아시아의 양대 축은 고구려와 백제다.
당연히 동아시아의 패권을 잡기 위해 양측은 다방면에서 대립할 수 밖에 없었다. 즉, 고구려의 주적(主敵)은 백제였으며 고구려의 가장 큰 전략적 대상도 백제였으며 고구려가 대규모 군사력을 동원해 상대해야 할 세력 역시 백제라는 결과가 나올 수 밖에 없는 것이다. 저자가 말하고 있듯이 백제가 버티고 있는판에 5만이라는 대군을 동원해 심리적인 전략적 우위에 서기 위해 고구려가 대군을 동원했다는 것 자체가 어불성설인 셈이다. 저자는 경자대원정 전후로 한 백제와의 대결(비문에 왜라고 적혀있는 상대와의 전쟁)에 대한 이해 없이 경자대원정만 갖고 이해하고 있으니, 이처럼 어이없는 결론을 내릴 수 밖에 없는 것이다.
고로 이 부분 역시 점수를 매기자면 60점 이상 주기가 힘들다.
하지만 뒤에 등장하는 세가지 내용, 관산성전투에 대한 부분과 대가야를 합병한 부분, 백제의 멸망에 대한 부분은 눈여겨볼만 했다.
특히 관산성전투에 대한 해석은 참신했다 할 수 있는데 저자는 관산성을 백제가 함락하면서 전쟁을 승리로 끝맺었지만 성왕이 전후 처리를 위해 관산성으로 가다가 잡혀 죽음으로써 전세가 뒤집혔다고 해석하고 있었다. 지금까지 대부분의 연구성과에서는 관산성전투에서 백제가 패하였다는 사실만으로 전체적인 논리전개를 했었는데 저자는 관산성이 함락된 것으로 당시 전황을 일단락짓고 성왕의 죽음은 정말로 어이없는, 순전히 우연에 의한 것이라고 해석하고 있었다. 주인장 역시 관산성을 둘러싼 공방전에서 수차례 백제와 신라가 접전했고 백제가 여러차례 승리했었지만 결정적인 순간에 성왕의 전사로 전황이 뒤집혔을 뿐, 관산성전투가 백제의 승리로 일단락지었다고는 생각치 못 했는데 이 부분은 다시 생각하게 해주는 부분이었다. 왜냐하면 성이 함락되었느냐, 함락되지 않았느냐에 따라서 당시의 전략 · 전술은 물론 양측의 전략적 우위에 대한 해석이 충분히 달라질 수 있기 때문이다. 그렇기 때문에 이 부분은 점수를 매기자면 90점 가까이 줘도 아깝지 않으리라 생각한다.
또한 신라가 동맹군으로 생각하고 있는 대가야를 급습해 멸망시켰다는 해석이나 백제의 멸망에 대해서 지금까지 잘못 생각해왔다는 저자의 해석은 분명 재론의 여지가 있는 부분이 아닐 수 없다. 지금까지 주인장이 미처 생각치 못 했던 부분이기도 했지만 분명 참고할만한 부분이라고 생각하기 때문이다. 특히 백제 멸망에 있어서 저자는 백제가 손놓고 있다가 멸망한 것이 아님을 분명히 지적하고 있었다. 특히 탄현과 백강 방어에 대한 당시 백제 관료들의 논쟁에 대한 새로운 해석을 내놓았는데 그 부분은 충분히 재고해볼 필요가 있는 부분이었다. 백제 관료들이 바보가 아닌만큼 그들도 작전회의에서 충분히 백제의 승리를 위한 작전을 내놓았던 바, 그들의 주장이 첨예하게 대립할 수는 없었을 것이다. 그런데 지금까지는 백제 관료들이 둘로 나뉘어 서로 극과 극의 주장을 내세운 것처럼 해석해 지만 저자는 그를 다르게 해석했다. 즉, 전략상 요충지를 버리고 미련하게 안으로 끌어들여 적을 맞이한 것이 아니라 적들이 요충지에 도착하기 전이냐, 도착하자마자냐의 시간적 차이를 두고 공격 시점을 정한 것이라는 것이 저자의 해석이었다. 이 부분 역시, 원사료를 해석하는데 있어 미묘한 어감의 차이에서 오는 해석이겠지만 분명 다시 생각해볼 필요가 있는 부분이었다.
그래서 총평을 하자면 전반적으로 왜와 관련된 저자의 생각들은 뭔가 2%가 부족한 것들이어서 점수가 낮을지 몰라도 나머지 부분들은 분명 참신한 해석을 하고 있어서 참고할만 하다고 할 수 있겠다. 게다가 뒷부분에 고대 전투의 기본 요소, 전쟁의 변수, 보급과 동원체제, 지리적 환경과 전략 · 전술이라는 챕터를 두어 전쟁사를 이해하는데 있어 기본적인 내용들을 정리하고 있어 독자들의 이해를 구하고 있는 점이 추가점을 줄 수 있을 것 같다. 하지만 전반적으로 연구서적이라고 하기에는 부족하고 개설적인 내용이 많기 때문에 전체적인 책의 내용이 전쟁사 관련 연구서적의 선구자격인 책이라고 하기에는 무리가 있지 않을까 싶다. 앞에서도 분명 언급했지만 아무리 독자들의 이해를 구한다 하더라도 PC 게임을 예로 들면서 설명을 하는 것은 아니라고 생각한다. 차라리 역사적으로 널리 알려진 타문화권의 전쟁이나 전투에 대해 언급하면서 비교하는 것이 더 효과적인 자료 제시 방법이 아닐까 싶다. 물론 이 책에서도 그런 부분이 아예 없는 것은 아니었지만 전체적인 책의 내용을 뒷받침하기에는 부족했으니 말이다.
암튼 우리나라에서 나온 몇 안 된 전쟁사 관련 서적인만큼 분명히 눈여겨볼만한 부분들이 있기 때문에 전쟁사 관련된 공부를 하거나 전쟁이나 전투에 대한 개념을 익히고자 하는 사람에게 추천하는 바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