역사의 길, 오래된 미래/ 조선남
역사의 길, 오래된 미래,
기억의 시간을 걷습니다
봄이 오니 꽃이 피었고
여름의 기억은 죽음의 비명으로 들렸고
아무도 기억하지 않은 시간을 지나
그렇게 80년의 세월이 지났습니다
기억한다는 것,
잊지 않는다는 것,
아! 그런 일이 있었지 생각하는 것
그리고는 아무 일도 일어나지 않았습니다
다만,
엄마의 고통이 아들에게 이어졌고
아버지의 고통이 딸에게 이어졌으나
고통의 언어는 멈추었고
기억은 메말갔습니다
그렇게 80년의 세월이 흘렀습니다
기억한다는 것,
기록한다는 것,
슬퍼한다는 것,
아파한다는 것,
그리고 한 생애를 넘어 아직 오지 않은
아득한 미래 앞에서 지난 시간을 기억하는 것입니다
한국의 히로시마 합천,
식민지 조선땅에서 쫓겨나
강제징용으로, 강제동원으로, 식민지 원주민으로 끌려가
강제 노동에 시달렸고 끝내 비명한 마디 지르지 못하고 죽었간
내 어머니의 통곡을 안고 돌아와,
80년의 시간이 지났습니다
기억하기 싫었고
내 몸에 무슨일이 일어나고 있는지
스스로 외면하고 싶었던
아득히 오래된 미래가
2세, 3세, 4세로 이어져도
원자병이 유전된다는 사실을 부정하고 싶었던
그 기억으로부터 자유롭고 싶었던
오래된 미래의 이야기입니다
광복 80년,
해방 80년,
무엇으로부터 해방되었는가요
한국 소주와, 일본 맥주를 말아,
양국 우호 증진을 위해 간빠이를 외치며
진한 폭탄주를 원샷으로 마시면서
강제 동원 80년,
위안부 눈물의 80년 세월
원폭 피해자의 통한의 80년을 밟고
과거의 기억을 묻어 버리고
김형률의 입을 틀어 막아 버리고
과거청산을 외쳤던 그 기억의 시간은
불순한 의도의 빨갱이 사냥으로 묻어 버렸습니다
그렇게 아득한 미래를 밟아 버린 것입니다
잊지 않고 기억한다는 것은
사진 몇 장, 책 몇 권으로 기억하는 것이 아니라
가슴으로 다가 가, 거친 손을 잡고,
어머니의 눈물 앞에 아픈 숨소리를 듣는 것입니다
어머니,
그 세월을 잊지 않을게요
어머니의 아팠던 시간은
아직 오지 않은 우리의 미래입니다
그 아팠던 시간을 지나
오늘 피어나는 평화의 꽃은
어머니의 한숨 소리와 눈물로 키워낸 꽃입니다
어제를 기억하는 것은
오늘을 지나 아직 오지 않은 미래를 기억하는 것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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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의 히로시마 합천의 기억
기억한다는 것은 과거의 이야기가 아니라
아직 오지 않은 미래입니다
그 시간의 기억하는 것이고
그 아픔을 기억하는 것입니다.
1945년 8월 6일 9일 히로시마와 나가사끼에서
피폭된 조선인 10만명, 그 중에 절반인 5만명이 그 자리에서 죽었고
살아 남은 5만명 중에서 4만 3천명은 귀국하였고 7천명은 일본에 남았습니다
히로시마에서 희생된 사람의 70%가 합천 사람이었습니다. 그래서 합천을 한국의 히로시마라 합니다.
과거를 기억한다는 것은 아직 오지 않은 미래를 생각한다는 것입니다.
특히
원폭의 문제는 더더욱 그렇습니다.
전 세계적으로 다시 한 번 원자폭탄이 터지는 전쟁이 일어난다면 가장 위험이 높은 1순위가 한반도라고 합니다. 러시와 우크라사 전쟁을 벌이고, 이스라엘과 팔레스타인이 분쟁을 하지만 그곳에서는 원자폭탄에 대한 가능성은 비교적 적다고 합니다. 그러나, 세계 5위의 군사력을 가진 남쪽과 36위인 북한은 군사력은 상대가 되지 않습니다. 그런데 시시때때로 전쟁위기를 고조되고 있습니다. 히로시마와 나가사끼에 떨어졌던 수백 수백배의 위력의 원자폭탄이 우리 머리 위에, 발밑에 있습니다.
과거의 기억으로부터 미래의 평화를 지켜내야 합니다.
우리가
합천을 아프게 기억하자고 하는 것은 오지 않은 미래를 기억하자는 것입니다.
2025년 2월 14일
오후 6시 30분,
광덕 빌딩 8층에서 광복 80주년 원폭 1세와 2세의 증언을 듣는 자리를 마련했습니다.
광복 80주년, 피폭 80주년
우리는 연극을 만들려고 합니다.
광복 80주년, 피폭 80주년
평화의 길을 걸어 보고자 합니다.
대구에서 합천까지
광복 80주년 피폭 80주년
대구경북 작가회의 여름 문학제를 합천에서 하면서
아픈 시간을 기록하고 기억하고자 합니다
광복 80주년 피폭 80주년
1세 어머니들의 생일상을 차려 드리고 합니다.
역사를 기록하고 기억하는 것은
그 시간을 걸어 가는 우리의 역사를 기록하고 기억하는 것입니다
어제의 역사를 기록하는 것뿐 아니라, 지금 우리는 무엇을 하고 있는지 기억하고 기록하는 것입니다
그래서 한국의 히로시마 합천의 기억은 합천사람들의 기억이 아니라
평화의 길을 걷는 사람들의 기억이 되고 새로운 역사가 됩니다.
광복 80주년, 피폭 80주년 평화의 길에 한 걸음 올려 놓는 것은 바로 우리의 발걸입이기 때문입니다. 기억하고 기록하는 것은 바로 우리의 일이기 때문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