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출처: 광주대학교 스피치 리더십 최고위과정 제 1 기 원문보기 글쓴이: Dr 이창호
“리더의 성격과 대중의 심리가 잘 맞아떨어질 때, 그 리더의 당선 확률은 높아진다.” 역대 미국 대통령의 리더십을 연구한 미국의 정치심리학자 제임스 바버가 한 말이다. 요즘 우리 사회에 불어닥친 ‘안철수 열풍’엔 이 원리가 꼭 들어맞는 듯하다. 서울시장 여론조사는 물론이고 대선 여론조사에서도 50%가 넘는 지지율을 기록하며 대중의 폭발적인 지지를 받고 있는 안철수 서울대 융합과학기술대학원장. 그 중심에는 2030 젊은 청춘들이 있다.
소설 <철수사용설명서>에서 ‘철수’는 대한민국의 평범한 20대다. 요즘의 청년 실업에 좌절하는 평범한 젊은이를 국어교과서에 가장 자주 등장하는 이름인 ‘철수’로 등장시켰다. ‘철수’란 이름엔 새로움보다는 평범이 한없이 묻어난다. ‘철수’ 하면 가장 먼저 ‘영희’를 떠올리는 사람도 있을지 모른다.
그런데 그런 연상관계를 깨는 ‘철수’가 등장했다. 그동안 우리 머릿속에 있던 ‘철수’와는 사뭇 다르다. 청년 실업에 절망하던 20~30대 젊은이들의 관심이 그에게 옮겨갔다. 안철수 서울대 융합과학기술대학원장을 말한다. 안 원장은 ‘철수’란 평범한 이름에 참신함을 주었고, 정치권은 물론이고 한국을 뒤흔들었다. 특히 2030 청춘들은 그의 출현에 환호성을 지르는 듯하다.
“말로 표현할 수 없을 만큼 정말 최고였습니다. 직접 들어보니 ‘청춘 콘서트’가 왜 인기를 끄는지 알 것 같아요.”
8월 25일 목요일 밤 9시 반, 수원시 인계동 ‘경기도 문화의 전당’에서 열린 19번째 ‘2011 희망공감 청춘 콘서트(이하 청춘 콘서트)’가 끝나고 공연장 밖으로 나오는 젊은이들 틈에서 만난 대학생 이재욱(25) 씨의 말이다. 함께 쏟아져나오는 다른 젊은이들도 한결같이 들뜬 표정이다. 평소 안 원장을 멘토로 생각한다는 이씨는 감격의 여운에서 채 가시지 않은 듯 상기돼 있었다. 콘서트가 끝났는데도 뭔가 아쉬움이 남는지 많은 학생이 공연장 앞을 서성대기도 했다.
안철수 원장과 박경철 안동신세계연합클리닉 원장의 대담 형식으로 이뤄진 이날 ‘청춘 콘서트’엔 1500명의 관객이 몰렸다. 미리 티켓을 구하지 못해 공연장 밖에서 대기한 학생들도 숱했다. ‘청춘 콘서트’는 평화재단이 후원하는 강연식 콘서트로, 5월 22일 경희대를 시작으로 지금까지 청중 2만5000명 이상을 동원했다. 평화재단 이사장인 법륜 스님, 윤여준 현 평화교육원 원장, 방송인 김제동, 김종인 전 경제수석 등 강연마다 다양한 게스트가 나와 20~30대 젊은이들의 큰 호응을 얻었다.
일주일 뒤인 9월 2일 금요일 저녁 7시, 서울대 문화관에서 열린 ‘청춘 콘서트’의 열기도 대단했다. 이날은 특히 안 원장이 서울시장 출마를 고심 중이라는 보도가 나왔던 터라 평소보다 열기가 더한 듯했다. 젊은이들은 1층과 2층 관객석을 꽉 메웠고, 자리를 잡지 못한 이들은 통로 바닥에 앉아 2시간 넘는 강연을 듣는 데 열중했다.
콘서트가 시작되기 직전 박경철 원장이 안 원장에게 서울시장 출마 의사를 단도직입적으로 물었다. 안 원장은 “(내 자신이) 서울시장이 될 만한 자격이 있는지 확신이 안 서 고민하고 있다”고 대답했다. 순식간에 여기저기서 응원의 박수가 쏟아져나왔다. 강연에 참석한 백진주(24·여) 씨는 “개인적으로 존경하는 멘토로 남아주셨으면 하는 바람이지만, 안쌤이 출마하신다면 적극 지지하겠다”고 말했다.
안 원장은 20~30대 대학생·직장인들 사이에서 가장 존경하는 멘토 1위, 함께 일하고 싶은 CEO 1위로 꼽혀왔다. 그는 9월 3일 <중앙일보>가 한국갤럽에 의뢰해 서울시민 1006명을 대상으로 한 서울시장 여론조사에서 10명의 가상 후보 중 39.5%라는 최고 지지율을 얻었다. 연령별 지지율은 20대가 57.8%로 가장 높았으며, 50대가 29.4%로 가장 낮았다.
추석 연휴 마지막 날인 9월 13일 <조선일보>가 미디어리서치에 의뢰해 진행한 대선 가상대결 여론조사에서도 안 원장은 20~30대로부터 높은 지지율을 받았다. 전체 지지율은 41.2%로 46.1%를 얻은 박근혜 전 대표에 밀렸지만, 20~30대 지지율만큼은 박 전 대표에 비해 20%p가량 높았다. <서울신문> 여론조사에서도 안 원장은 20대(62.7%)와 30대(49.6%)로부터 압도적인 지지를 받은 반면 박 대표의 20~30대 지지율은 각각 26.5%, 40.7%였다.
안 원장이 타 후보에 비해 20~30대 젊은이로부터 압도적 지지를 받고 있는 셈이다. 현재 안 원장에게 쏠리는 젊은 층의 지지는 이제껏 다른 후보들이 받았던 관심과는 질적으로 다른 듯하다. 벌써 ‘안빠’라는 표현이 등장했다. 이들은 왜 그렇게 안철수라는 인물에 열광할까?
늘 ‘참신함’을 추구하는 세대
‘청춘 콘서트’에서 안철수 원장이 전하는 메시지 자체는 그리 특별하지 않아 보였다. “타인에 대한 공감의식을 가져라.” “잘할 수 있는 일에 집중하라.” “좌절을 두려워하지 말고 맷집을 키워라.” 젊은이들이 그동안 한 번쯤은 부모님에게서, 선생님에게서, 혹은 어느 잡지의 CEO 인터뷰에서든 듣거나 읽었음 직한 얘기다. 하지만 공연장에 온 젊은이들의 반응은 그의 한마디 한마디에 열광했다. 강연 도중 노트에 안 원장의 강연 내용을 받아 적는 학생도 있고 녹음기로 녹음하는 학생도 있었다. 안 원장의 말끝마다 박수가 터져나왔다.
대학생 김동하(25) 씨는 “물론 이제껏 내게 안철수 원장님과 같은 삶의 조언을 해준 멘토들이 있었지만, 설득력과 공감력이 다르다”고 이야기했다. “그동안 다양한 길을 걸어온 안 원장이 말하는 ‘도전의식’이 다르게 와 닿는다”고 그는 덧붙였다. 대학생 이재욱(25) 씨는 “안 원장은 기성세대의 어른들과는 다른 분 같다”면서 “무엇보다 신선해서 좋다”고 말했다.
촉망받던 외과의사에서 출발해 컴퓨터 바이러스 백신 개발자로, CEO로, 대학교수로 남들은 한 번도 하기 어렵다는 변신을 네 번이나 해온 안 원장의 다채로운 이력이 젊은이들에게 먹힌 듯하다. 그가 안철수연구소 CEO로 재직할 때 직원들에게 늘 존댓말을 썼고, 심지어 가족에게도 존댓말을 한다는 얘기는 잘 알려져 있다. 안철수연구소를 전문경영인에게 넘기고 해외 유학을 떠날 때 모든 직원에게 무상으로 주식을 배당해준 일화도 젊은이들 사이에 회자된다.
MBC <무릎팍 도사>에 출연해서 말했듯이 학창 시절 때의 일탈이라곤 성룡 영화를 몰래 본 게 다일 만큼 순수하지만, 자신이 진짜 하고 싶은 일만큼은 꼭 하고 마는 대담함도 젊은이들에게 신선하게 비쳐진다. 안 원장과 ‘청춘 콘서트’를 공동진행하는 시골의사 박경철 원장도 자신의 트위터에 “이제껏 살아오며 안철수같은 사람을 만나본 적이 없다”고 글을 남겼다.안원장은 이력이나 인간적인 측면에서 이제껏 봐왔던 사람들과 달리 신선한면이 많다.
김문조 서울대 사회학과(문화사회학 전공) 교수는 “안 원장의 참신함이 20~30대 젊은이들의 지지를 끌어냈다”고 분석했다.
“20~30대는 새로움·참신함을 강하게 갈망하는 세대예요. 호기심이 이는 현상에 빠르게 쏠리는 연령층이기도 하고요. 늘 새로움을 추구하는 젊은 세대의 성향과 일반 기성세대와는 다른 안철수 원장의 참신함이 잘 맞아떨어졌죠.”
이창호 스피치리더십연구센터 대표는 “안 원장의 스피치 능력이 특별히 뛰어나다거나 변별력이 있진 않다”고 분석했다. 그는 “젊은이들이 안 원장의 강연에 열광하는 이유는 안철수라는 인물 자체가 갖는 ‘참신함’ 때문이라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탈정치’를 꿈꾸는 세대
박: “안쌤을 보고 사람들이 강남좌파라고 하던데, 그렇습니까?”
안: “저보고 강남 좌파라고들 하는데요. 전 강남에 살지도 않을뿐더러 스펙트럼도 넓은 사람입니다. 오히려
전 이념 논쟁을 싫어하는 편이에요. 좌우로 나눌 게 아니라 상식과 비상식의 문제로 나누는 게 더 맞죠.”
서울대 문화관에서 열린 ‘청춘 콘서트’에서 이념 성향을 묻는 박 원장의 질문에 안 원장이 이렇게 답하자 관객석에서 다시 박수와 환호성이 터져나왔다. 안 원장의 말에 100% 공감한다는 뜻인 듯했다. 그가 서울시장 출마를 고심하며 만약 출마한다면 정당에는 속하지 않겠다고 말했을 때는 더 뜨거운 박수와 환호가 쏟아졌다. 그날 밤 “무소속 출마, 소신 있다” “역시 안철수” 등 안 원장의 선택을 지지하는 반응이 SNS 공간을 뜨겁게 달구기도 했다.
이를 두고 최진 대통령리더십연구소 소장은 “안철수 원장의 비정치적 이미지가 20~30대 젊은이들의 마음을 움직인 듯하다”고 말했다. 정치를 깊이 불신하는 젊은 층에 꾸준한 공익활동으로 신뢰를 쌓아온 안 원장의 탈정치적 이미지가 공감대를 불러일으켰다는 설명이다.
안 원장을 지지하는 20~30대 젊은 세대는 기본적으로 탈이념적 성향이 강하다. 우리 사회를 지배하는 권위주의적 성향에 큰 반감을 가진 세대이며, 정치적 무관심이 높은 세대이기도 하다. 최근 들어 선거 때마다 20~30대 투표 참여율이 낮게 나타나는 까닭도 이들의 탈정치적 성향 때문이라고 전문가들은 본다.
지난해 한국사회조사연구원이 발표한 ‘20대의 정치의식 특성과 정치성향의 형성경로’라는 논문에 따르면 20대의 정치 관심도는 1996년 이후 10년 동안 꾸준히 감소했다고 조사됐다. 정치적으로 중도적 입장을 취하는 ‘무당파’ 비중도 20대에서 가장 높게 나타났다.
“정치엔 별로 관심 없어요. 정치인에겐 더더욱 그렇고요. 안철수 원장이 만일 정치인이었다면 지금처럼 신뢰가 가지 않았을지도 몰라요. 개인적으로 그가 정치를 하는 건 원치 않지만, 그가 정치를 하면 뭔가 달라질 듯하다는 기대감도 들어요.”
같은 날 서울대 문화관의 ‘청춘 콘서트’에서 만난 정태영(27) 씨 역시 “안 원장의 비정치적 이미지 때문에 안 원장을 지지한다”고 밝혔다. 대학생 김명신(23·여) 씨는 “한국에서 정치인은 욕 먹고, 낮게 평가되기 마련이라 안 원장이 정치에 직접 나서는 건 반대한다”고 말했다.
이념적 성향을 드러내는 대신 안 원장은 7년 동안 백신을 무료로 제공하고, 젊은이들에게 무료 강연을 하는 등 꾸준히 공익활동을 벌여왔다. 20~30대는 그런 안철수연구소의 무료 백신 프로그램의 혜택을 실질적으로 누리며 자란 세대이자, 안 원장의 공익적 활동을 눈으로 확인한 세대다. 반대로 그런 20~30대에게 기존 정치인의 이미지는 ‘공익’과는 거리가 멀어 보인다. 이들에게 정치인은 정당 싸움에만 익숙한 사람일 뿐이다. 최진 소장은 “기존 정치인들의 비공익적 이미지가 안철수 원장을 더욱 돋보이게 만들었다”며 “안철수 지지현상은 현 정치권에 대한 혐오의식의 발로”라고 말했다.
‘수평적 소통’에 익숙한 SNS세대
2030세대에 불어닥친 ‘안철수 열풍’의 바탕에는 소셜네트워크서비스(SNS)도 한몫하는 듯하다. 안 원장을 지지하는 20~30대 젊은이 대부분이 트위터나 블로그 등을 이용하는 ‘SNS세대’이기 때문이다. 최근 공모전 포털사이트 ‘씽굿’과 취업 포털사이트 ‘스카우트’가 20~30대 대학생과 직장인 1080명을 대상으로 설문조사를 한 결과, 응답자의 약 60%가 트위터·페이스북·블로그 등 SNS를 이용한다고 답했다. 즉 20~30대 연령층 10명 중 6명이 SNS를 이용한다는 말이다.
‘SNS세대’의 가장 큰 특징은 그들이 ‘수평적 소통’에 익숙하다는 점이다. 이는 곧 이들이 ‘수직적 질서’와 ‘권위’에 익숙하지 못하다는 얘기이기도 하다. SNS 공간에선 지위와 나이에 상관없이 사용자 간에 의견 교환이 자유롭게 이뤄지기 때문에 오프라인상에서 맺는 관계보다 훨씬 수평적이며 유연하다. 또한 실시간 대화를 주고받고 의견을 공유하는 트위터의 방식은 사용자 간 상시 소통을 가능하게 해준다.
“정보화 시대인 21세기에서 일반 대중들은 인터넷을 통해 고급정보에 접근할 수 있게 됐어요. 과거와 같이 더 이상 한 사람이 고급정보를 독점하는 시대가 아닙니다. ‘무조건 따라오라’는 사람을 리더로 따르지 않고, 저 사람이 따라갈 만한 값어치가 있는지 판단하는 시대가 됐어요. 21세기 리더십은 리더 자신으로부터 나오는 게 아니라 대중으로부터 나온다고 봅니다.”
안 원장은 강연 때마다 이렇게 ‘수평적 리더십’을 강조해왔다. 누구나 쉽게 정보를 얻고, 자유로운 소통이 가능한 웹2.0 시대에선 더 이상 권위주의적인 ‘수직적 리더십’이 호응을 얻기 불가능하다는 얘기다. 하지만 정작 안 원장 본인은 SNS를 사용하지 않는다. 대신 그는 3년 전부터 강연을 통해 현장에서 수많은 젊은이와 소통해왔다. ‘청춘 콘서트’는 멘토로서 그의 탈권위적이고 수평적인 면모를 밖으로 분출시키는 역할을 했다. 김문조 교수는 “‘콘서트’라는 단어가 ‘수직’과는 거리가 멀다”면서 “안 원장이 콘서트란 형식으로 젊은이들에게 수평적이고 친밀한 이미지를 주는 듯하다”고 설명했다.
대학생 오혜선(22·여) 씨도“안 원장님은 다른 교수들과는 다른점이 많다”면서 “‘이렇게 해라, 저렇게 해라’ 식으로 권위적으로 말하지않고, 청년들의 이야기에 먼저 귀기울이고 소통하는 모습이 좋아 그를 지지한다”고 말했다.
SNS세대의 또 다른 특징은 강한 응집력이다. 흔히 20~30대를 개인주의적 성향이 강한 세대로 이해하지만 실제 20~30대는 공동의 가치를 실현하고자 하는 높은 욕구를 가진 세대다. 올해 LG경제연구원이 ‘20대의 라이프스타일’을 연구한 결과에 따르면 20대 가치관을 대표하는 키워드 중 하나는 놀랍게도 ‘공동체’였다. 항시 토론이 가능하고 파급력이 빠른 SNS의 환경은 이런 젊은 세대를 응집시키는 도구가 됐다. 촛불집회나 장기기증운동 등의 사회운동에 20~30대 젊은이들의 참여가 두드러진 데도 SNS의 역할이 컸다.
안 원장은 ‘공동체 의식’이 강한 사람이다. 안정된 의사 직함을 버리고 백신 개발자로 나섰던 것도, 최고의 CEO 자리에서 내려와 다시 공부를 시작한 이유도 모두 사회적 ‘부채의식’이 강했기 때문이었다고 말할 만큼 공동체를 먼저 생각하는 사람이 그다. 대학생 이동엽(27) 씨는 “늘 자신보다 사회를 먼저 생각하는 안 원장이 멋있다”면서 “그처럼 공동체에 도움이 되는 사람이 되고 싶다”고 말했다.
‘수평적 소통’에 익숙하고 공동체 의식이 강한 20~30대 ‘SNS세대’의 성향이 안 원장의 탈권위적 측면과 가치관에 잘 들어맞은 셈이다. 하지만 뭐니 뭐니 해도 안철수 원장이 가진 고스펙이야말로 20~30대 젊은이들에게 큰 매력으로 다가오는 듯하다. 의사, IT 전문가, CEO, 교수 등 그가 가진 직함만 네 개, 그것도 모두 전문분야다. 27세에 이미 단국대 외과병원 학과장을 지냈고, 국내에 최초로 백신 프로그램을 개발한 선구자며, 남들은 하나도 따내기 어렵다는 교수직을 두 곳에서나 제안받은 그는 요즘 표현대로 대표적인 ‘엄친아’다.
‘高스펙’을 좇는 세대
“안쌤을 바라보는 시각은 세대별로 다르죠. 20~30대는 ‘나도 저렇게 되고 싶다’, 40대는 ‘내가 못한 걸 대신 이뤄준 사람’, 50대는 ‘내 자식도 저렇게 컸으면 좋겠다’는 식이죠.” 박경철 원장은 안 원장을 지지하는 사람들의 심리를 세대별로 이렇게 나눈 적이 있다. 그의 말대로 20~30대가 안 원장을 바라보는 시선은 한마디로 ‘부러움’이다. 그들은 일반적으로 ‘성공’을 좇는 세대이기 때문이다. 사회도 이들에게 ‘전문성’을 요구한다. 그러나 현실은 이들의 바람대로 그리 녹록하지는 않다. 높은 청년 실업률 때문에 대학 졸업 후에 일자리를 찾기가 쉽지 않다.
최진 소장은 20~30대가 안 원장을 지지하는 이유로 그가 이룬 ‘성과’를 지목하기도 했다.
“눈에 보이는 성과를 좇는 20~30대에게 전문적 성과를 이룬 안 원장은 선망의 대상일 수밖에 없습니다. 이런 성과는 다른 후보들에게선 찾아볼 수 없거든요. 박근혜 의원에 대한 20~30대 지지율이 다른 세대에 비해 떨어지는 건 그에게 안 원장과 같은 전문적 성과가 없기 때문이라고 봐요. 일자리 창출 같은, 눈에 보이는 경제적 성과를 내지 못한 이명박 대통령을 지지하지 않는 것도 비슷한 원리라고 봅니다.”
안 원장의 ‘화려한 스펙’이 그에 대한 신뢰감을 높인다는 분석이다. 대학생 백진주(24·여) 씨는 “이공계 학생으로서 한 분야도 아니고 여러 분야에 걸쳐 전문성을 인정받은 안 원장을 대단하다고 생각한다”면서 “그래서인지 안 원장에겐 왠지 모르게 믿음이 간다”고 말했다.
‘공감’과 ‘위로’가 필요한 세대
젊은 세대가 안 원장을 지지하는 마지막 이유는 바로 그가 가진 ‘공감 능력’이라는 분석도 따른다.
“안철수연구소 설립 초기 당시 저는 매일 밤 그날 번 돈의 회계장부를 정리하곤 했어요. 담당직원이 꼭 10원씩 계산을 틀리곤 했거든요. 직원들을 퇴근시키고 어김없이 돈 계산을 하던 어느 날이었어요. 갑자기 제 모습이 너무 초라하게 느껴지는 거예요. 대학 동기들은 이미 잘나가는 외과 의사가 돼 있는데, 동기 중에 가장 성적이 좋았던 나는 좁은 사무실에 앉아 10원짜리 동전이나 만지고 있다고 생각하니 서글퍼지더라고요. 그 좌절감에서 벗어나는 데 나흘이 넘게 걸린 것 같아요. 저는 그때 이후로 그런 비교의식이 생기려고 할 때마다 위를 보지 않고 아래를 보는 습관을 길렀어요. 내가 이제껏 해온 일들을 돌아보면 그나마 위안을 얻을 수 있거든요. 그렇게 맷집을 길러가는 거죠.”
그의 강연은 늘 이런 식이다. 젊은이들이 고민하는 문제를 자신의 경험을 바탕으로 이야기하고, 그 이야기는 젊은이들의 공감을 불러온다. 방송인 김제동의 표현을 빌리자면 안 원장은 “아프냐? 참아라”가 아니라 “아프냐? 나도 아프다”고 말할 줄 아는 사람이다.
요즘 20~30대는 위로가 필요한 세대다. 성공하겠다는 욕구는 강하지만 높은 취업의 벽 앞에 좌절하는 불안한 세대이기도 하며, 끝없이 이어지는 경쟁구도 아래 지친 세대다. 그들이 자기계발서에 열광하는 이유도 각자의 자리에서 느끼는 불안감의 발로인지도 모른다. 김문조 교수는 “젊은 세대에 부는 멘토 열풍은 시기적으로 불안한 20~30대의 성향이 나타난 결과”라면서 “이들이 멘토로부터 얻고 싶어 하는 건 ‘공감’과 ‘위로’”라고 말했다.
실제로 그의 강연을 들은 많은 대학생이 안철수 원장의 가장 큰 매력으로 ‘공감 능력’을 꼽았다. 대학생 김동하(25) 씨는 “안철수 원장은 청년들의 마음을 잘 아는 분 같다”면서 “강연을 처음 들었는데 큰 격려가 됐다”고 말했다. 이윤지(22·여) 씨도 “한창 진로를 고민할 시기라 불안하고 답답함을 느낄 때가 많은데, 그런 마음을 잘 헤아려주시는 것 같다”고 말했다.
카이스트에서 교수로 재직할 당시부터 안 원장은 학생들의 상담 멘토로도 인기를 끌었다고 한다. 지도 학생은 물론이고 타 학과의 학생들까지 그에게 상담을 요청할 정도였다. 안 원장이 자신들의 마음을 잘 헤아린다는 이유에서였다.
“21세기 리더가 갖춰야 할 덕목은 ‘안정감’과 ‘희망’, 그리고 ‘공감 능력’이라고 생각해요.” 바람직한 리더십을 묻는 질문에 안 원장은 스스로 이렇게 대답한다. 그 말대로 안 원장은 이미 20~30대 청춘들에게 바람직한 리더로 인정받는 듯하다. 안철수란 인물이 가진 ‘참신함’ 때문이건, 그의 ‘화려한 스펙’이나 ‘탈정치적 성향’ 때문이건 상관없다. 분명한 건 안철수 원장이 그들에게 ‘공감’과 ‘희망’을 준다는 사실이다. 그들에게 ‘안철수 열풍’은 한여름 밤의 태풍 그 이상이다.
<자료 : 월간중앙(백승아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