청량한 소리와 공예미의 오묘한 결합
풍경
사찰 전유물인 풍경은 '소리'와 '형상'의 두 가지 요소가 묘하게 결합된 매력적인 건축 장식물이다. 범종을 축소한 형태로 만들어진 풍경의 은은한 소리는 고적한 사찰 분위기를 한층 더 고조시킨다. 종 안에는 벽을 쳐 소리 내는 물고기 모양의 탁설(鐸舌)은 물고기가 잘 때도 눈을 감지 않는 것처럼 수행자는 잠을 줄이고 항상 깨어 있어야 한다는 의미를 담고 있다.
사찰 건물에서 우리의 정서적 감흥을 불러일으키는 장식물 중 가장 대표적인 것이 풍경(風磬)이다. '풍령(風鈴)', 또는 '풍탁(風鐸)'으로도 불리는 풍경은 궁궐, 서원 등 유교 건축물에서는 찾아보기 어려운 것이다.
사찰 전유물인 풍경은 소리와 형상의 두 가지 요소가 묘하게 결합된 매력적인 건축 장식물이다.
범종을 축소한 형태로 만들어진 풍경은 간간이 불어오는 바람을 타고 금속성 소리를 낸다. 맑고 호젓하고 은은한 풍경 소리는 고적한 사찰 분위기를 한층 더 고조시킨다.
종 안에는 바람에 흔들려 벽을 쳐 소리를 내는 '탁설(鐸舌)'이 달려 있는데, 탁설은 아주 드물게 연꽃 모양으로 된 것도 있지만 물고기 모양으로 된 것이 대부분이다.
풍경을 일명 '종어(鐘魚)'라 하고, 풍경 소리를 '종어성(鐘魚聲)'이라 하는 것은 이 때문이다.
물고기 모양의 탁설은 물고기가 잘 때도 눈을 감지 않는 것처럼 수행자는 잠을 줄이고 항상 깨어 있어야 한다는 의미를 담고 있다.
풍경은 그 자체가 공예적인 아름다움을 가지고 있어 큰 장식 효과를 발휘한다. 그러나 풍경을 추녀 끝에 매달 때에는 주의를 기울여야 한다.
매다는 줄의 길이를 짧지도, 길지도 않게 하는 것이 중요하다. 너무 길면 추레한 느낌을 주고, 너무 짧으면 생뚱맞게 보인다.
여기서 풍경 소리에 대한 한 조선 식자의 감회를 들어 보자.
별빛과 달빛이 허공에 가득하여 동구는 대낮같이 밝고, 싸늘하게 내리는 이슬에 나무 그림자 너울거리네, 한 소리 풍경 소리에 만념(萬念)이 모두 텅 비니, 이것이 산방(山房)의 빼어난 흥치가 아니겠는가.
(이산해, 『아계유고(鵝溪遺稿)』, 「유수진사기(遊修眞寺記)」)
풍경의 본질은 소리에 있다. 불교에서는 귀에 들리는 것은 다 부처님의 음성이요, 눈에 보이는 것은 다 부처님의 상호라고 한다.
'문성오도(聞聲悟道)'라는 말도 있다. 소리를 듣고 도를 깨친다는 말이다. 몸을 허공에 매단 채 동서남북의 바람결에 '정정동동 정정동(靜靜動動 靜靜動)' 소리를 내며, 고(苦)·공(空)·무상(無常)·무아(無我)의 교법을 설법하는 듯하니, 풍경은 장식물 이상의 의미를 가진 것이라 할 수 있을 것이다.
ㅡ 허균 '한국 전통 건축 장식의 비밀' 중에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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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 / 이형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