질소비료의 고향은 하늘나라 공기다. 공기를 잡아다 만들어놓은 것이 질소비료다. 그래서 질소질은 언제나 공중으로 가고 싶어한다. 질소질은 그것이 황산암모늄(유안)이든 요소든 간에 흙 속에 들어가서 일단 암모니아태 질소로 변한다. 그런 다음에 흙 속에 살고 있는 균의 도움으로 질산태 질소로 변해서 작물에 흡수된다. 앞서도 말했듯이 벼는 암모니아태 질소를, 밭에서 자라는 거의 모든 작물은 질산태 질소를 주식으로 한다.
그렇다고 채소에 질산태 질소가 들어 있는 비료를 줄 필요는 없다. 질산태 질소비료는 여간 비싸지 않고 구하기도 쉽지 않다. 요소나 황산암모늄을 주어도 자연히 질산태로 변해서 뿌리 속으로 들어간다. 다만 새로 개간한 산지에서는 균이 적어서 이런 작용이 잘 일어나지 못한다.
질소질은 3요소 비료 중에 가장 비싼 비료다. 그러기 때문에 되도록 손실 없이 작물에 쓰이도록 해야 한다. 밭에 준 질소질은 물에 녹아 땅 속으로 빠져버리는 것과 날개를 달고 제 고향인 공중으로 날아가는 것 두 가지 방법으로 도망친다.
공중으로 날아가는 것은 두 가지 조건에서 일어나는데, 하나는 석회 때문이고 다른 하나는 미생물 때문이다. 석회와 질소비료를 같이 주거나 섞어놓으면 서로 화학반응이 일어나 질소질이 날아가는데, 이것을 휘산(揮散)이라고 한다. 이 반응은 매우 빠르게 일어난다.
우리 나라 흙은 대체로 pH 5~6인 산성이다. 그런데 벼나 고구마 등 일부의 작물을 빼놓고는 거의 대부분의 작물이 산성을 싫어한다. 또한 산성에서는 대부분의 양분은 효력이 떨어진다.
석회로 산성을 개량해주는 것이 매우 경제적이다. 그렇다고 언제나 좋은 것만은 아니다. 석회를 주고 뒤따라 질소비료를 뿌리면 석회가 떨어진 자리는 알칼리로 되어 질소비료가 반응한다. 심지어는 석회와 질소비료를 섞어서 뿌리는 경우도 있는데, 즉시 반응해서 암모니아가스가 나오면서 질소는 고향으로 돌아간다. 고향으로 날아가면서 가스는 자라는 시금치나 배추 잎을 마구 망가뜨린다.
그렇기 때문에 석회를 뿌리고 보름쯤 지나 질소비료를 준다. 미리 석회를 주면 흙이 중성으로 개량되어 질소가 날아갈 우려도 없고, 중성 흙에서는 질소질의 효력도 높다.
논에서는 어떨까? 질소비료를 주면 겉흙에서 미생물의 도움으로 질산태 질소(NO3-N)가 된다(이것을 질산화 작용이라 한다). 질산태 질소는 흙처럼 음전기(-)라 흙에 붙지 못하고 물을 따라 지하로 내려간다. 속흙에는 산소가 매우 부족하기 때문에 미생물들은 질산태 질소에서 산소(O2)를 빼앗는다. 지금까지 질소는 제 몸에 붙어 있는 산소 때문에 고향으로 날아가지 못했는데 산소가 떨어지자 홀가분한 질소가스(N2)로 변신해 날아가 버리고 만다.
이에 비해 비료를 깊이 주면 질소질은 질산태로 변하지 않고 암모아태(NH4+)로 그대로 남게 되고, 이것은 흙과는 달리 양전기(+)를 띠고 있어서 흙(-)에 달라붙게 된다. 암모니아태는 미생물에게 빼앗길 산소도 없다. 벼가 빨아먹어 줄 때까지 그대로 흙에 붙어 있으면 된다. 그래서 논에 시비를 할 때 겉에 뿌리지 말고 깊이 뿌려주는 심층시비, 또는 전층시비를 권한다.
하지만 질소비료를 많이 주면 작물이 먹고 남긴 양은 고스란히 지하수로 스며든다. 우리 몸으로 들어온 질소는 암을 일으킬 수도 있다. 작물은 웃자라고 수량도 떨어지고 병도 잘 걸린다. 맛도 떨어진다. 그런데 어쩌자고 사람들은 질소비료를 많이 주는 걸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