온주(溫州, 원저우) 남계강(楠溪江, 난시쟝, Nanxijiang)에 갔습니다. 온주 14경의 하나입니다.
남계강은 온주시 영가현(永嘉縣) 상당진(上塘鎭)에 있습니다. 영가는 13세기 원(元, Yuan) 나라 때 캄보디아 여행기 진랍풍토기(眞臘風土記, Zhenla fengtu ji)를 남긴 주달관(周達觀 Zhou Daguan)의 고향이기도 합니다. 특별하게 볼 것이 없다는 온주에 가보고 싶었던 이유 입니다.
금강지성(錦江之星, 진쟝지싱)호텔에서 얻은 작은 안내 종이엔 기차역(溫州 火車站)에서 33번 버스를 타고 안란정(安瀾亭, Anlanting)에 내려 배를 타고 건너라고 합니다. 사실 이 자료는 잘못된 정보라 33번 버스를 찾느라 이곳 저곳 헤매느라 시간을 허비하게 했습니다. 온주역 앞에 있는 길들은 무척 넓어 사방에 널린 버스 정류장을 찾으러 다니는 것도 만만치 않습니다. 온주역 앞으로 동서 방향으로 달리는 큰길이 온주대도(溫州大道)이고, 남북 방향으로 난 길은 차참대도(車站大道)지요. 숙소인 금강 여관(Jinjiang Inn)을 찾으려면 이 두 길만 확인하면 쉽습니다.
온주 지도에 표시된 33번은 안내 종이와 달리 기차역 근처에서는 보이지 않습니다. 중국 도시 지도는 시내버스 노선을 숫자로 표시해 놓고 있어 자세히 연구하면 행로를 미리 짤 수 있습니다. 할 수 없이 다른 버스를 타기로 하고 자리가 헐빈한(사투리인 모양이군요. 넉넉하다는 뜻) 51번 버스에 탔습니다. 노선도를 보니 우리 목적지인 안란정을 거쳐 가는군요. 절묘한 선택입니다.
안란정은 영가현을 마주한 구강(甌江) 하구에 있는 정자다. 구강 상류에 용천계(龍泉溪)가 있고 그곳에서 유명한 용천 도자기를 구었다. 용천 청자는 이 강을 따라 고려까지도 거래되었다. 고려 청자 역시 이 지역 용천 도자기와 영향을 주고받았음에 틀림없다. 안란정 부두에서 배를 타고 건너면 영가현 구북(甌北)에 도착한다. 구(甌)라는 글자에서 보이듯이 도자기로 구운 그릇인 사발을 구(甌)라고 한다.
온주시에는 박물관이 없어 아마 절강성 박물관이 있는 항저우(항주)에서 다시 확인해야 할 일입니다. 아니면 다시 상하이 박물관에서 확인해볼까? 온주에 박물관이 없는 게 이해가 되질 않는다. 내가 못찾은 건지?
차량을 태우는 배와 사람을 태우는 배가 구분되어 있습니다. 우리는 가까운 차량 태우는 곳에 가서 좀 태워달라고 떼를 썼지만 안된다고 합니다. 또 걸어서 서쪽으로 가 사람을 태워 나르는 배를 탔습니다.
구강(어우쟝)은 금강을 생각나게 합니다. 구강은 탁류입니다. 군산과 장항을 오가는 도선 풍경과 아주 비슷합니다. 새로운 다리가 놓인 것도 같습니다.
사실 51번 버스를 계속 타고 있으면 다리를 건너 영가현까지 갑니다만, 우리는 도선을 이용하기 위해 중간에 내린 것입니다.
첫댓글 주달관의 고향이 온주였군요.... 그렇다면 그당시 주달관 역시 무역길을 열기위해서 캄보디아를 다녀온것은 아니였을까 싶습니다. ^^;; 어쨌든 도무지 공장과 식당, 그리고 KTV밖에 볼 수 없던 온주에서 결국 찾아내시는 군요.... ^^
나름대로 한자를 많이 알고 있다고 자부했건만, 이번 중국여행을 가보니..한자공부 좀 많이 해야겠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온주 혹은 원저우 등의 이름들이 눈과 귀에 이물질처럼 떠다니는 느낌으로 머리속에 정리가 잘 안되어 어디가 어디인지..하는 얼떨떨함. 이제 이틀만 지나면 귀국이시죠?
중국에서 쓰는 한자는 간체를 쓰기에 우리가 사용하는 번체와는 다른 글자가 많습니다. 같은 글자라도 아주 과감하게 줄인 글자는 전혀 다르게 보입니다. 타이완에 가면 우리 나라 한자(번체, 정자)와 똑 같으니까 한자 공부에 도움이 됩니다. 일본에 가면 또 일본식 한자가 많아서 익숙치 않는 건 마찬가지고요. 동북아시아에서 하나의 글자를 너댓 가지로 각각 쓰는 경우가 있군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