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렇죠, 요즘에는 겨울 다음에 봄을 살짝 딛고 바로 여름입죠.
인정사정 없는 무더위가 들이닥친 5월 하순, 의정부에 거하시는 만화계의 작은 거인 박기소 옹이 서울 나들이 하셨습니다.
실은 얼마전 부천 만화영상진흥원에서 개막한 이 분의 전시회에 참석 하지 못한 서서영이 점심이나 하시자고 초대한 것입니다만.
마침 박기소 옹이 서울에 볼 일이 있어 겸사겸사해서 이날의 회동이 이루어졌습니다.
봄꽃 시즌이 끝나면 장미가 피기 시작합니다. 전성기를 살짝 지냈지만 여전히 아름다운 붉은 장미 옆을 지나 약속 장소로...
동대문 역(박기소 옹은 전철을 주로 이용하심)에서 정시에 만나 곧바로 인근 햄버거 하우스로 직행해 자리를 잡았습니다. 닭튀김이 곁들인 햄버거 세트가 오늘 번개의 주식입니다. 참고로 박기소 옹은 밥보다 글로벌한 음식을 즐기는 분.
시계 애호가 서서영은 박기소 옹이 차고 온 시계에 급 관심. 시계 사진을 찍습니다.
박기소 옹이 요즘 즐겨 찬다는 이 시계는 직경 60미리는 될 듯한 오버사이즈. 파네라이로 부터 시작된 대형시계 붐이 이제 완숙의 단계지만 이 사이즈는 정말 큽니다.
무명의 시계지만 모양새나 풍기는 분위기가 아름답습니다. 요즘 관심이 가는 브론즈 메터리얼.
햄버거를 먹으면서 이런저런 이야기를 나누던 중 박기소 옹이 특유의 자기 그림 보여주기를 시작하십니다. 아프리칸 아트 분위기의 콜라주 작품으로 시작.
식사를 마친 두 만화가는 인근 동대문 디지털 프라자, 일명 DDP로 갔습니다. 공식적인 기념 사진 한 반.
초현대식 개념의 구조물은 정체된 시각을 깨웁니다. 박기송 옹도 마찬가지였을 듯.
그가 상시 휴대하는 커다란 가방에서 갑자기 생각난 그 무엇을 찾고 있는 중.
상전벽해가 무색하게 변한 옛 서울운동장 부근. 서울내기인 서서영은 계림극장, 을지예식장이 있던 이곳의 고즈넉함이 그립습니다만..
서서영& 박기소의 만남을 축하라도 하는 듯 비행하는 새 두 마리.
무슨 행사가 있나봅니다. 키오스크를 설치 중이네요. 외출해 보면 행사가 정말 많어졌습니다.
신건축물에는 신문물? 전동 퀵보드인지 작은 오토바이인지를 타고 건물주위를 스캔하는 스탭.
이라크 출신 건축설계자가 구상했다는 동대문 디지털 프라자의 유려한 곡선미. 개인적으로 서서영은 이걸 볼 때마다 왠지 미래의 슬픔 같은 게 감지가 되더군요.
서울 귀경온 촌 아자씨? 박기소 옹이 현대식 고층 건물들을 보면서 놀라고 있습니다.
박기소 옹과 서서영이 DDP를 찾은 이유는 그림 전시회 참관을 하기 위함입니다. 박기소 옹이 아는 문봉선(남자임) 화백의 동양화 전이죠. 박기소 특유의 '샤샤샤삭 생선그림'으로 방명록 사인을 하는 중입니다, 네..
입장권을 끊고 들어가야 합니다. 이곳에서는 전시회가 여럿 열리고 있고 입장권 가격도 다 다르더군요.
신중한 눈매로 그림 감상 중인 박기소 화백. 그림은 역시 전시인가..를 생각하고 계신지도.
그림과 함게 조형물도 전시를 하고 있었습니다. 왠지 친근한 우리네 산하입니다.
또 다시 가방 탐색. 그의 가방은 허 어 화백의 가방 만큼이나 없는 게 없는 듯...
전시되고 있는 그림은 폭이 1미터에 길이가 물경!! 150미터라고 합니다. 우리나라의 산하를 백두산 끝에서 제주도 까지 묘사를 했다고 하더군요.
어마어마하게 큰 그림 앞에서 기념사진 한 장. 인간은 역시 작은 존재인가..?
단체로 그림 관람하러 온 학생들이 많았습니다. 설명하는 분도 계시고...
입장객 체크하는 요원도 있구요. 왠지 외로워 보이더군요.
생각날 때마다 가방을 뒤지는 박기소 옹. 그러다 가방 속으로 들어가시는 거 아님니꽈?
그림 전시장을 다 돌고 나와서 인근의 장 폴 고티에 전시장에 설치된 포토 포인트에서 박기소 옹이 포즈를 잡았습니다. 요즘 그가 몰두하고 있는 콜라주 작업의 실사판이라고나 할까요...
프로그레시브한 장 폴 고티에의 신사복(?)을 그냥 지나칠 수 없는 마이너 취향의 서서영도 참여해 봅니다.
동대문 디지털 프라자 구경을 마치고 이제는 헤어져햐 할 시각입니다만 박기소 옹은 잠깐 내 말 좀 들어와..라고 하시며 에스컬레이터를 오르시네요.
이대로 헤어지기 섭섭하다며 나를 이끌고 가신 곳은 동대문 네팔 음식점.
제법 이름이 알려진 이 음식점은 들어서면 네팔에 와 있는 듯한 실내장식으로 유명합니다.
주인도 종업원도 모두 네팔인. 물론 한국말 잘 합니다.
가만 있어봐... 뭔가 계획을 세팅하고 있는 박기소 옹.
분위기 있어 보이는 램프. 실상은 전기로 불을 켜는 실용적인 장식품입니다.
다음 약속이 있어서 헤어졌으면 좋겠다는 서서영을 이끌고 네팔 음식점에 온 박기소 옹은 왜 약속을 있냐고 질타 중.
올해 83세라고 밝히는 박기소 옹은 이렇게 외출을 하면 놀다가 들어가고 싶다고 하십니다. 왜냐? 집에 가면 그림 그려야 하니까..
탈모가 분명한데 몇 년 째 그대로인 박기소 옹의 머리털 컨디션. 의학적으로 규명해볼 필요 있는 미스터리가 아닌가 합니다.
자신이 그려서 엽서로 만든 그림을 꺼내 음식점 유리 아래 끼워 넣고 있는 박기소 옹입니다. 그는 이렇게 자신을 광고하고 있군요.
그에게는 그림만이 유일한 의지처인 것 같습니다. 모든 것이 그림과 연결돼 있고 본인 또한 그것을 즐기는 듯.
서서영이 그림을 남의 음식점에 끼워넣기 해도 괜찮겠느냐고 걱정하자 "돈 워리~" 하며 웃습니다.
다시 시작된 자기 그림 보여주기. 구두 이미지에서 발견한 사람의 얼굴 모습입니다.
다음 약속이 걱정되는 서서영은 연신 시계를 봅니다만 박기소 옹은 천천히 가라고 강권...
범행의 실체. 박기소 옹이 음식점 테이블 유리 아래에 끼워 넣은 자신의 그림이 앞쪽에 보이는군요.
식사 한 지 얼마 되지 않았으므로 맛보기로 정식세트 하나를 주문했습니다. 네팔 냄새 물씬 나는 금속 쟁방과 포크 나이프.
식사를 정말 잘 하시는 박기소 옹. 닭고기 카레와 녹색의 연한 맛 카레를 섞고 거기에 요구르트를 첨가한 밥의 맛은 그러나 헬!
그래도 남김 없이 식사 완료! 서서영의 입맛으로는 역시 구수한 된장찌개가 제일인 듯 합니다만...
이제는 정말 일어서야 할 시각. 서서영은 약속이 있는 날은 꼭 다른 약속도 생기는 기묘한 법칙을 원망하며 박기소 옹과의 만남을 마무리 할 수 밖에 없었습니다.
이로써 박기소 옹과의 오랜만의 만남은 막을 내렸습니다. 끊임 없는 그림 작업으로 후배들의 귀감이 되고 계신 박기송 옹의 건강과 행운을 빕니다. 감사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