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애틀문학회 신인상 소설·동화 부문 심사평
‘시애틀살이’의 불편을 이겨내는 아이러니한 정황
‘시애틀문학회’는 성실과 지속이라는 면에서 어느 문인단체 못지않다. 특히 이민 문학에서 이만한 모국어문학 모임은 참 드물다 싶다. 시와 수필이 대세인 ‘한글 이민 문학’에서 소설과 아동문학에도 공을 많이 들이는 것도 고무적이다. 작품의 수준을 엄밀히 따져 당락을 결정한다기보다 쉽지 않은 환경에서 문학의 자리에 진입하려는 신인들을 격려하는 차원에서 심사에 임하는 것도 이런 이유다.
단편소설은 「새벽 버스」와 「화이트 크리스마스 인 시애틀」 두 편을 만났다. 「새벽 버스」는 한국에서 살던 옛 시절을, 「화이트 크리스마스 인 시애틀」은 시애틀에 살고 있는 현재를 다루고 있다. 「새벽 버스」의 ‘새벽 버스’는 벽지학교 교사로 부임하는 초보교사가 이용한 대중교통. 그 상징성은 1960~70년대 한국의 시골 학교의 풍경으로 현실과 만난다. 시대적 환원이랄까 기억의 복원이랄까, 아무튼 그 시절 교사로 겪은 체험을 잘 그렸다. 읽을 만한 글이 된다는 점에서 장점도 많다. 다만, 펼쳐놓은 이야기에 비해 그걸 어떤 사건으로 엮어서 필연적 상황으로 만드는 힘이 부족했다는 말로 격려를 대신한다.
「화이트 크리스마스 인 시애틀」은 제목에서 보듯 ‘시애틀에서 맞은 화이트 크리스마스’ 얘기다. 대체로 어느 나라에서건 ‘눈 오는 크리스마스’는 사랑과 축복이 넘쳐나는 시간이 될 터. 그런데 이 소설에서 그것은 일차적으로 가족으로 사회인으로 시애틀에 적응하지 못하고 사는 이민자의 ‘불화(不和)’가 집약적으로 드러난 날이 되었다. 한편으로 이 소설은 주인공이 그 ‘불화’를 이겨내는 과정을 지점을 평소 자신의 일상을 방해하기 일쑤인 노숙자들과 흥겹게 어울리는 결과로 이어갔다. 노숙자가 일상 환경 곳곳에 파고들어 상당한 사회문제가 되어 있다는 건 모두가 잘 아는 일. ‘화이트 크리스마스’를 ‘불화’로 표현한 걸 ‘아이러니’라 할까, 아니면 불화를 다시 그런 노숙자와의 어울림으로 해결했으니 이를 ‘아이러니’라 할까.
「화이트 크리스마스 인 시애틀」은 삶의 문제를 이렇듯 아이러니한 상황으로 사건화했다는 점에서 한 편의 소설로 자리매김할 수 있다 하겠다. 실감을 주는 표현, 문법과 어법에서 크게 어긋나지 않은 문장 등으로 글 읽기에 신뢰감을 준다는 점도 큰 장점이다. 다만, 주인공이 모국에서 성장하고 미국에 이민 가서 사는 이민가정의 중심인물로서 겪는 내적 갈등이 더 깊게 드러났으면 하는 아쉬움도 있다. 앞으로를 더욱 기대한다는 취지로 우수작으로 올린다.
동화 「새해 첫날」과 「씩씩한 오줌싸개」도 함께 보았다. 「새해 첫날」은 세계 각 곳의 새해 풍습을 대화로 설명하는 과정에 특별한 스토리라인을 얹지 않은 것으로 보였다. 「씩씩한 오줌싸개」 역시 학교에서 오줌을 싼 아이가 중심이 된 이야기이기는 해도 오줌 싼 일로 일어난 사건이 필연적 고리를 이룰 만한 서사 형태로까지는 나아가지 못했다. 연마하는 계기로 삼아 다음 차례에 더 멋진 모습으로 나타나 주기를 기대한다. - 박덕규(소설가, 문학평론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