군수용품, 경찰용품 생산물량 90% 수출
경창산업 : 노태종 대표이사
경기도 파주시에서 군인용 헬멧과 경찰용품을 전문으로 제조하는 경창산업은 전 세계에서 하루 수십 통이 넘는 문의 메일을 받는다. 담당자가 제대로 응대를 하지 못할 정도로 문의가 많아 즐거운 비명을 지르고 있다. 문의 내용도 견적 요청에서부터 테스트 의뢰까지 다양하다. 노태종 대표이사(55세)는 “미국은 물론 전 세계에서 품질을 인정받아 매년 수출액만 1,700만 달러에 달한다”고 말했다.
경기도 파주시 탄현면에 위치한 경창산업에 찾아가자 창고에서는 미국으로 나갈 탄창 AK47 소총에 사용되는 세 가지 종류의 탄창 18만여 개를 한창 포장 중이었다. 130만 달러어치의 탄창은 2월 말 7개의 컨테이너에 실려 미국 시장에 수출된다.
실제로 미국 군인들이 쓰는 탄창에서 KCI라는 이니셜을 찾기는 어렵지 않다. 미국의 웬만한 무기상들은 KCI를 안다고 할 정도다. KCI가 바로 경창산업의 영문 이니셜을 딴 것이다. 노태종 대표는 “소모품인 탄창은 전 세계의 공용인 만큼 품질이 좋으면서도 값싼 한국산의 경쟁력이 뛰어나다”고 강조했다.
방탄헬멧 등 기술력 뛰어나
미국 시장에 탄창을 실어낸 이후에는 곧바로 우크라이나에서 수주받은 방탄헬멧을 생산해야 한다. 이 역시 8만 개로 만만치 않은 물량이다. 30여 년간 같은 업종에서 생산 제품의 90% 이상을 수출하다 보니 고객 업체들이 먼저 경창산업을 찾을 정도이다.
경창산업에서 받는 문의 메일만 하루에 수십 통이 넘는다. 어떻게 알았는지 짐작도 가지 않는 나라에서 온 메일도 더러 있다. 문의 내용도 견적 요청에서부터 테스트 의뢰까지 다양하다. 고객 업체의 요청으로 미국 공인기관에 테스트를 보내는 품목만도 한 달에 대여섯 건이나 된다. 노 대표는 “남들이 들으면 행복한 고민이라고 하겠지만 문의 메일에 전부 답장을 못 할 정도로 바쁜 나날을 보내고 있다”고 덧붙였다.
“일거리가 밀리지 않는 비수기에도 수요일과 금요일은 밤 9시까지 잔업을 하고, 토요일에도 공장을 돌립니다. 주 5일 근무는 언감생심이지요. 그래도 물량이 넘치면 24시간 풀가동할 때도 종종 생깁니다. 물론 잔업수당이나 추가근무 수당을 지급하지만, 외국인 근로자들은 좋아하는 반면 우리나라 근로자들은 별로 안 좋아해요.”
경창산업의 주요 생산 품목은 군수용품과 경찰용품이다. 군수용품으로는 방탄헬멧, 방탄판, 방탄복, 탄창류 등을, 경찰용품으로는 시위 진압복, 방패, 수갑 등을 생산하고 있다. 지난해 매출 217억 원 가운데 85%인 1,800만 달러어치를 수출했다. 국내 대기업을 통해 수출하는 물량까지 합치면 95%에 달한다는 설명이다. 수출국도 미국이나 이스라엘 등 군사강국을 포함해 중동의 두바이, 아랍에미리트, 사우디아라비아 등 전 세계에 두루 걸쳐 있다.
중국 제품보다 싼 비결은 생산성
군수용품이나 경찰용품을 대규모로 수출하는 곳은 경창산업이 유일하다. 외국에서는 경쟁 업체가 많지만 ‘메이드 인 코리아’의 품질에다 선진국보다 싼 가격으로 경쟁력이 뛰어나다. 중국 업체와의 경쟁에도 결코밀리지 않는다. 방탄헬멧이나 AK 탄창의 경우에는 중국 제품보다 품질은 한 단계 높은 데도 가격은 오히려 더 싼 정도다.
“방탄헬멧이나 AK 탄창을 중국 제품보다 싸게 만들 수 있는 비결은 바로 생산성이에요. 중국 업체에서 한 개를 생산할 때 저희는 두 개나 세 개를 만드는 식입니다. 중국 업체는 각각의 공정을 거쳐서 완성품을 만들어내는 반면, 저희는 자동화 라인에서 원스톱 방식으로 생산합니다. 중국 업체가 따라올 수 없지요.”
노 대표는 얼마 전 국제 입찰에서 겪은 일화를 소개했다. 파키스탄 방탄헬멧 입찰에서 경창산업을 비롯해 미국, 이스라엘, 영국, 프랑스 업체 등이 입찰에 참가했다. 품질과 제품 테스트, 가격 등을 종합 심사한 끝에 결국 미국 업체가 낙찰을 받았다.
“나중에 확인해 보니 미국 업체의 샘플이 저희가 OEM으로 납품한 제품이었습니다. 저희로서는 파키스탄을 대신해 미국에 납품했으니 같은 결과를 얻은 셈이 됐지요.”
문래동에서 선반 한 대로 시작
경남 거창 출신인 노 대표는 군에서 제대한 후 2년 정도 기계를 만드는 공장에서 일하다가 문래동에서 선반기계 하나로 사업을 시작했다. 처음에는 탄광에서 쓰는 기차 바퀴 부품 등 소소한 기계부품을 제조했다. 군납과 인연을 맺은 것은 지인이 납품한 군납용 기계 부품이 계속 불량을 낸 때문이었다. 기술에는 자신이 있던 노 대표가 대타로 나섰고 다행히 허가를 받으면서 군납을 지속할 수 있었다. 1999년 말에는 국방조달본부에 등록하고 경찰용 수갑 등을 생산하면서 관련 매출을 키워나갔다.
경창산업이 큰 폭으로 성장한 계기는 아이러니하게도 이라크 전쟁 덕분이었다. 이라크에서 사용할 AK 탄창 400만 달러어치를 생산할 업체로 경창산업이 낙점된 것이다. 우리나라에서는 그 정도로 대규모의 물량을 소화할 수 있는 업체는 경창밖에 없었다.
경창에서도 이 정도의 물량을 생산해 본 경험은 전혀 없었다. 두 달 넘게 24시간 밤낮으로 공장을 돌려야 했다. 전 직원이 밤잠도 아껴 가며 똘똘 뭉쳐서 노력한 덕분에 불가능할 정도의 촉박한 납기를 맞출 수 있었다. 그 결과 이라크에서 수주한 물량을 성공적으로 해결하면서 500만 달러 수출탑도 받았고 경창산업의 신뢰도 역시 크게 높아졌다.
성장의 계기를 잡은 노 대표는 자동화 라인을 개발하는 한편 금형 개발에도 투자를 아끼지 않았다. 무엇보다도 생산성을 키워야 경쟁력이 높아질 것으로 확신했기 때문이다. 이런 노력이 중국 업체보다 품질은 한 단계 높으면서 가격 경쟁력에서도 앞서갈 수 있는 원동력이 됐다. 경창산업은 최근 몇 년간 지속적으로 성장을 거듭하고 있다. 올해 매출도 지난해에 이어 30% 늘어난 270억 원으로 예상한다. 전 세계가 테러나 내전 등이 빈발할수록 경창산업에는 호재로 작용하는데, 최근 IS 사태 등으로 관련 수요가 꾸준히 증가하는 추세라는 설명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