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오른쪽 위에 있는 [파라다이스 스파 도고]가 있습니다. 저 멀리 아산만이 있습니다 >
[파라다이스 스파 도고(Paradise Spa Dogo)]를 번역하면 [천국온천 도고]다. 온천으로 유명한 도고고, 그 안에서도 천국이니 온천수질이야 뭐 따놓은 당상이고, 온천을 즐기는 분위기 또한 천국일 게다. 내가 경험한 일본의 규슈 유후인(Kyushu Yufuin)이나 홋카이도 노보리베쓰(Hokkaido Noboribetsu)가 감히 명함도 못 내미는 동양 4 대 유황온천 아닌가. 썩은 달걀 냄새 때문에 그 안에서 과연 숨이라도 제대로 쉴 수 있나 모르겠다. 아무데나 뜨겁나 안 뜨겁나 손을 넣었다가는 어느새 살이 녹고 뼈만 남는 그런 곳이 아닌가 모르겠다. 동양 4 대 온천에 들어가는 일본 온천은 벳푸(Beppu) 온천 하나였다. 이쯤 되면 뭐 목소리 좀 거만하게 바꾸고,
“음, 거기 가보니까 좀 거시기하던데 들만하긴 하지. 내가 좀 경험이 많거든.”
자, 준비됐습니다. 돌을 던지시죠.
그런데 생각보다 유황 냄새가 진동하진 않았다. 약간 비치긴 했지만 그래도 내 기대에 한참 모자랐다. 무슨 처리를 했나? 공식적으로 발표한 동양 4 대 유황온천이 뽕은 아닐 텐데 말이다. 냄새로만 판단하려는 내가 무식한 말을 하고 있는지도 모른다. 어찌됐건 냄새가 별로 안 나다 보니 원래는 온천욕을 한 후 씻지 말고 그대로 말리라고 되어 있던데 그냥 확 씻고 나왔다.
남탕에는 히노끼(扁柏)탕이라는 게 있었다. 온천대욕장(쉽게 말해서 목욕탕)에서 탕이라는 탕에는 모두 한 번씩 몸을 담그고 다니는데 야외 노천탕 한쪽 구석에서 나무로 짜인 조그만 우물 같은 탕을 하나 발견했다. 우선 몸부터 탕 속에 담그고 안내문을 읽었다. 어라? 특별한 탕이네? 히노끼탕이었다. 몸에 좋은 편백나무로 탕을 짜놓았기에 유황 성분에다 편백나무 성분까지 더해져서 약효가 훨씬 뛰어나단다. 그래서 그런지 갑자기 온몸으로 좋은 것이 막 들어왔다. 미네랄(Mineral)이 들어오고, 미네랄도 들어오고, … 미네랄도 들어오고, …… 미네랄이 들어오고, ……… 나도 모르게 온몸에 힘이 뻗히고 기운이 충천했다.
(중모리로)내 나이 37 세, 몸에 좋은 걸 찾을 나이~
(휘모리로)사랑, 사랑, 어화 둥둥 내 사랑아~
(자진모리로)아니~ 아니 노지는 못하리라~
이래서 다들 온천을 하는구나… 물론 4 분의 3 은 착각이겠지만 그래도 기분은 좋았다. 여기서 그만하고 나왔으면 난 히노끼로 도배된 돌아온 청춘으로 뜨거운 밤을 보냈을 텐데 그 놈의 본전 생각 때문에 다시 이 탕 저 탕에 몸을 푹푹 담그다 보니 히노끼는 다 빠져나가고 몸만 팅팅 불었다.
[파라다이스 스파 도고]는 아이 둘을 데리고 가서 물에 탁 풀어놓고 뜨끈뜨끈한 찜질방에서 한숨 자고 일어나도 안심이 되는 그런 곳이었다. 대부분의 시설이 아이들이 놀기에 딱 맞게 되어 있고, 찜질방 같은 휴식 시설이 잘 돼 있었다. 딱 이렇게만 하면 됩니다, 잘 들으세요…
“저기 가서 너희들 마음대로 놀아. 그리고 배고프면 이 찜질방으로 와.”
딱 [누이 좋고 매부 좋고]다. 뭣이라! 자식이 누이고, 엄마가 매부라? 이 무슨 동성동본 근친상간의 경우가 있단 말이냐!
짜릿함을 찾는 젊은이들에게야 물놀이 시설 전부가 밋밋하게 느껴지겠지만, 짜릿함은 그 유명한 카리브만(Caribbean Bay)이나 대양세계(Ocean World)에서 즐기고 거기서 얻은 피로를 여기서 푸는 건 어떨는지? 수영복만 입은 나를 여기저기 들쑤셔서 이렇게 짜릿, 저렇게 짜릿하게 만드는 데 지쳤다면 주변 풍경까지 나의 휴식에 일조하는 도고의 온천천국은 어떨는지? 안 그래도 인생이 긴장의 연속인데 휴식이라도 휴식답게 즐기고 싶은 분들께 [파라다이스 스파 도고]를 추천합니다. 말이 나왔으니 말인데 카리브만이나 대양세계에 있는 그런 시설, 그런 젊은이들 모두 나의 휴식과 내가 풀어놓은 토끼 같은 자식들에게는 모두 적군이잖아? 다시 한 번 말하지만 짜릿하게 즐길 사람 말고 심심하지 않게 온천에 몸을 푹 담그고 쉬고 싶은 사람에게 딱이고, 그렇게 쉬고 싶은데 어린 자식의 욕망이 마음에 걸리는 사람에게 더더욱 딱인 곳이 바로 [파라다이스 스파 도고]다. 혹시… 자식의 욕망이 중학교 이상이세요? 그러면 돈 좀 줘서 친구들하고 카리브만이나 대양세계에 가라고 하세요. 같이 다니다가는 재미는 재미대로 없고, 사이는 사이대로 나빠지고, 골병은 골병대로 듭니다.
여기서 한 가지 더! 모두들 편안히 휴식을 즐기고 있는 곳인 만큼 수영복만 입은 내 몰골이 누구의 사진에 배경으로 들어갈 위험도 그만큼 줄어든다. 윤곽만 드러나도 얼굴을 붉히겠는데 빤쓰(Pants)만 하나 달랑 걸치고 있는 내 모습이 배경으로 들어갔으면 그 사진은 분리수거도 안 된다. 카리브만이나 대양세계에서는 하도 많은 사람이 여기저기서 사진을 찍어대니 배경으로 안 들어갈래야 안 들어갈 수 없었지만 여기서는 사진기를 들고 꼬마 앞에 서 있는 아줌마만 피해 다니면 된다.
유수풀을 타고 야외에 나갔다. 물 속에서는 그나마 괜찮았지만 물 밖으로 나가니 아직 추웠다. 그래, 4 월 중순이면 아직 봄이구나… 여름이 아니었어… 이 때 내 앞으로 커다란 수건을 망토처럼 걸친 여자 둘이 휙~ 지나갔다.
‘아! 수건을 주는구나.’
나는 당장 실내로 들어가 수건을 찾았다. 하지만 아무리 찾아도 없었다. 하긴 그냥 주는 수건 같으면 여기저기 척척 널브러져 있어야 되는데 어디에도 그런 게 없는 걸 보면 공짜가 아닌가 보다. 나는 목욕탕으로 들어가 아까의 반의 반도 안 되는 하얀 수건을 걸치고 나왔다. 그래도 없는 것보단 나았다. 그렇게 씨원하고 쓰원한 대기 속을 수건 한 장, 빤쓰 한 장으로 버티며 돌아다녔다.
바깥 풍경을 한 번 보자. 물놀이 시설이야 고만고만하니 언급하지 말고 … 아, 손가락 피곤해 … [천국온천 도고] 바깥으로는 논밭과 나지막한 산이 자리하고 있어 전체적으로 시원하게 뻥 뚫린 느낌이었다. 하늘 아래 평평한 논밭이 있고, 그 평평한 땅에서 내가 쉬고 있는 거다. 사방이 벽 아니면 산으로 가로막힌 카리브만이나 대양세계와는 비교 자체를 거부한다. 쓸데없이 오르락내리락 거릴 필요도 없고, 뭘 하고 있지 않으면 손해보고 있는 듯한 초조함도 없었다. 비산비야의 충청도 풍경은 급할 게 뭐 있냐며, 그냥 푹 쉬다나 가라며, 그러다 심심하면 이 탕 저 탕에 몸을 담그고 수영이나 하다 가라며 나를 내버려두고 있었다. 규모로 위압하지 않고 그저 내가 느끼는 편안함이 그들의 목표인 양 파라다이스가 거기 있었다.
< 아래 세 장은 서로 연결된 사진입니다 >
*. 참, 안에서 찍은 사진 중에 제 사진 빼고는 모두 지웠습니다. 다른 분이 안 들어있는 사진이 없어서요. 카리브만이나 대양세계에서는 별 거리낌 없이 사진을 찍어와서 올렸는데 여기 분위기는 안 그렇네요. 그렇다고 제 벗은 사진을 떡 하니 올릴 수도 없고… 다들 눈 버립니다. 대신 글로리콘도(Glory Condominium)에서 찍은 원경 사진을 올립니다. 이 사진을 찍으면서 파라다이스호텔(Paradise Hotel)의 존재도 발견했습니다.
P.S. 헤이고… 다시 시작이네… 파라다이스호텔과 [파라다이스 스파 도고]는 서로 어떤 관계일까? 대충 건물의 간을 보건대 파라다이스호텔이 몇 십 년은 더 돼 보였다. 파라다이스라는 이름만 같이 쓰고 별 관계가 아닐 수도 있다. 여기가 삼국시대에는 ‘팙스현’으로 불렸고, 일제시대에는 ‘빠가다라이스(바보대야들)’ 공장이 있었고, 근래에는 경상도 사람 집단거주지로 다들 “빠라서스이소(빨아서 쓰세요)” 하고 다녔을 수도 있으니까. 지명에는 원래 그 지역의 역사가 고스란히 담겨 있는 법 아닙니까? 건물도 희한하게 생겼다. 사각형 건물에 대각선을 쭉 그어놓고 각 선마다 방을 촘촘히 박아 놓았다. 근처에 고 박정희대통령 별장이 있는 걸로 봐서 한 시대를 풍미했던 파라다이스호텔이 아니었나 싶다.
첫댓글 이 글을 아산시청과 [파라다이스 스파 도고]에 올렸습니다... 또 어디에 올려야 우리 기자단 활동에 조금이라도 도움이 될까요?
여행블로거기자단 팸투어라는 글이 빠졌네..^^~~
여행블로거 기자단이란 말이 들어가야 하는가벼..
다음여행블로거기자단이라는 말은 올리는 이나 주소란에 다 적어 올렸습니다. 받는 쪽에서 알게끔...
정보가 가득~~ 쓰신다고 수고하셨네요. 역마살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