심심풀이 땅콩 자시듯 읽기엔 쪼매 머시기헌 소설 한 편 - 『사람의 깊이』(순천작가회의, 2016년, 제 19호) 수록

[한상준]

송두율을 만나다

…그 뒤,

1. 입국, 시(時)

창문 덮개를 열고 하늘을 쳐다봤다. 유학길에 오르던 때의 하늘, 그 하늘빛이 아니었다. 37년 전, 김포공항의 하늘은 온통 푸른 물감을 칠해 놓은 듯 청명했고 드높았었다. 공항 활주로 위, 굉음 속에서도 어디선가 새소리 또한 들렸었다. 비행기가 아주 느리게 계류장으로 이동했다. 10여분 뒤면 출입문이 열릴 것이었다.

-공항에 내릴 때는 낯빛 좀 바꿔요. 너무, 비장해 보여요.

동행한 박 교수의 서근서근한 말에도 아랫배에 힘을 줬다. 정색의 낯빛을 풀지 않았다. 한국을 떠나며 보았던, 37년 동안 잊지 않고 품어왔던 그 하늘빛을 고스란히 다시 볼 수 있기를 절절이 염원했다. 유머 감각이 빼어난 박 교수에게 농담으로라도 맞장구치고 싶지 않았다. 박 교수에게 고개만 까닥였다.

빗방울을 쏟아낼 듯 구름이 낮게 내려 앉아 있었다. 회색빛 구름 몇 점이 바람에 쫓겨 빠르게 흘러가는 인천공항의 하늘을 지그시 눈 감으며, 가슴으로 만났다. 눈을 감자, 아버지의 고향 제주의 윗세오름 위로 푸르게 펼쳐진 하늘이 보였다. 경계인으로서의 지난한 삶이 칩떠올랐다. 독일로 유학 떠나면서 조국에 다시 돌아오기 힘들 거라는 예단은 애초 품어보지도 않았었다. 스승인 하버마스가 조국에서 난감한 상황에 처할 제자의 귀국길에 동행하겠다 나섰으나, 내가 먼저 저어했다. 하버마스에게 조국의 당면한 현재, 체포당하는 모습을 보여주고 싶지 않은 탓도 작용했다. 모국어를 잊지 않은 삶 전반에 대해, 분단된 조국의 하늘과 그 하늘빛을 한시도 가슴 밖으로 밀어내 본 적 없는, 접경보행적 삶의 고뇌에 대해 조국에 와서 숨김없이 드러내놓겠다고 다짐하며 비행기에 올랐었다. 그렇게 비행기에서 내릴 심사였다.

안전띠를 매고 있어야 한다는 싸인등이 꺼졌다. 출입문을 향해 서둘러 나갔다. 공항 입국장에는 우익 인사들의 시위가 기다리고 있었다. 환영 피켓보다 먼저 눈에 차 들어왔다.

‘송두율은 가면을 벗고 김일성, 김정일과의 관계를 밝혀라.’

비즈니스센터에 마련된 기자회견장에서 퍽 담담해져 있는 나를 감지했다. 짐짓 낯빛은 풀지 않았다. 웃음기를 입술에 담지 않으려 속내를 애써 여미었다.

2. 회견, 장(場)

―독일 집에서 출발해 10시간 만에 한국에 도착했지만, 여기까지 오는 데는 37년의 시간이 걸렸습니다. 입국신고서를 작성하면서 애통하면서도 기쁜 마음이 들었습니다. 그 동안 고민과 고뇌에 찬 삶을 살아 왔습니다. 조국 땅을 밟게 돼 감개가 무량합니다.

1996년, 아버지 임종을 나는 끝내 지키지 못했다. 준법서약서라도 쓰고 입국하고 싶었던 당시 심경이 되살아났다. 2000년, 제 5회 늦봄통일상 수상자로 내정됐다, 했다. 준법서약서가 역시 나의 귀국을 막았다. 국민의 정부에서도 준법서약서는 서슬 퍼렇게 옭죄는, 분단의 늪이었다.

―입국 동기가 뭡니까?

―한국은 우여곡절을 많이 겪었지만 경제 발전과 함께 민주화를 동시에 이룬 몇 안 되는 나라 중 하나입니다. 하지만 한반도는 아직도 남북 분단의 어려운 상황에 놓여 있습니다. 이러한 현실 속에서 과연 바람직한 통일의 방법이 무엇인지 생각을 다듬고 싶었습니다.

조국의 현실을 직접 보겠다는 게, 입국의 결정적 계기였다. 선량해 보이는 질문자가 웃음기를 머금었다. 질문이 이어짐에도 나는 잠시, 한국 사회에 대한 학문적 관점으로 줄곧 작동해 온 화두들을 되새김했다. 1970년, 그해 11월 13일에 있은 전태일의 분신과 뒤 이은 유신헌법은 헤어날 수 없는 충격으로 옭죄어 왔다. 5․18은 한국 사회에 대해 정제된 접근을 요구한 변곡점이었다. 물론, 아버지의 고향 제주 4․3항쟁은 경계인으로서의 삶을 근원적으로 잉태하고 있었다. 하여 더욱이나, 귀국 전의 체포영장 발부를 나는 수용할 수 없었다. 무리이고 무례였다. 수사에는 적극 협조하겠다고 했다.

―한국에 와서 새롭게 다른 길이 보일 수도 있을 것 같은 예감도 듭니다.

전향적 의사를 포괄하는 발언으로 봐도 되느냐? 고, 예의 기자가 되물었다. 그 기자를 힐끗 건네 보고는 살짝 미소를 머금었다. 카메라 플래시 빛이 여기저기서 막 피어났다. 기자회견 중 처음 입가에 담은 웃음기였다. 회견을 지켜보고 있던 민주화운동기념사업회 사람이, 입국에 대한 간단한 물음만 해주면 좋겠다고 했다. 내가 덧붙였다.

―경계인은 택일의 상황에서 엄격한 고뇌를 요구받습니다. 체제가 다른 분단국가를 조국으로 두고 있는 지식인으로서 유보할 수 없는 행동을 감행해야 할 때가 참 많았습니다. 오늘의 귀국을 포함해서, 앞으로 진행될 상황도 그럴 것이라 예견합니다. 이쪽과 저쪽의 중간지점보다는 어느 한 쪽으로 경도된 단언을 접경의 지점에서 마주해야 하는 상황이 빈번한 까닭에, 양편으로부터 부정당할 수 있는 소지 또한 상존합니다. 이 현장에서 보게 되는 상반된 구호가 보여주듯, 현재 역시 그렇습니다. 저는 피를 말리는 긴장감 속에서 살아온 접경보행자입니다. 37년 동안 저와 우리 가족이 숨 몰아 쉰 삶의 모습입니다.

―국정원 조사 일정이 잡혔습니까?

듣고 싶지 않은 물음이었다.

―변호사가 협의할 예정입니다.

짧게 답했다. 10시간의 비행이 주는 피로감을 느끼진 못했다. 어릴 적, 수평선과 맞닿은, 그 둥근 제주의 하늘이 보고 싶어졌다. 회견장 너머 하늘을 힐끗 건너보았다. 구름이 먹빛으로 변해 있었다. 서둘러 몇 마디 보탰다.

―아버님과 조부의 묘소를 제일 먼저 찾아 불효를 사죄할 것입니다. 보고 싶은 사람들도 좀 보고 어디가 변화했는지 살펴보고 싶습니다. 옛날에는 한강 다리가 하나밖에 없었는데….

옛 한강 풍경이 떠올랐다. 감회가 솟구쳤다. 잠시 말을 잇지 못했다. 카메라 기자들은 그러는 순간을 예리하게 노리는 듯했다. 플래시가 여기저기서 펑펑 터졌다. 아내가 나를 지그시 건네 봤다.

―정년퇴임이 5년 남았습니다. 퇴임 후 한국에서 나의 적은 지식을 공유할 수 있는 기회가 생긴다면 강의도 하고 싶습니다. 한국의 지성인들과 대화를 나누고 지식을 공유하고 싶습니다.

나는 회견장을 성큼성큼 나섰다. 아내가 손을 꼬옥 잡았다. 카메라 플래시 빛, 환대와 비난 소리가 동시에 난무했다. 아수라장이었다. 37년 전, 한국을 떠나면서 가슴속에 담아뒀던 하늘을 나는 가만히 내려놓았다.

 3. 모독, 기(記)

―경계인으로서의 삶은 결국 간첩 행위였다. 수 없이 말을 바꾸는 부도덕한 학자로서의 실체 또한 드러냈다. 당신이 말 하는 경계인으로서의 삶, 그 실체를 스스로 밝혀야 한다.

―오늘 이런 광란의 현상적 상황으로 본다면, 당신의 질문은 질문 그 자체로는 성립된다 할 수 있을 것이다. 그러나 앞서 내가 말한 것처럼, 한반도의 남쪽과 북쪽은 체제적으로 극단적 구조 속에서 갈등의 증폭만 확대재생산 하는 정체성을 현재도 지니고 있다. 깨어 있는 양심은 보다 순수한 반체제적 삶을 선호하게 된다. 그러니, 당신의 질문이 내재하고 있는 의도성에는 더 이상 답변할 가치가 없다고 본다.

―대한민국에 입국한 것은 최종적으로 택하게 된 결정인가?

―당신이나 나나, 어느 한 쪽의 체제가 확실한 선이라고 규정하기는 어렵다는 전제를 허용하여야 한다. 그렇지 않고서는 당신의 질문은 나로 하여금 지금까지 살아온 경계인으로서의 삶, 학자적 양심을 견지해 온 삶에 대해 부정하라고 강요하는 것이다. 지금까지의 나의 삶이란, 반체제적 학자로서의 행보를 멈추지 않았고 앞으로도 그럴 것이며 또한 한반도의 양 체제가 주권인들을 얼마나 가혹하게 엄단해 왔는가를 확인하면서, 이를 타파하기 위해 몸부림쳐온 삶이었다고 자부한다. 그렇기 때문에, 최종적으로 한반도 남쪽국가에 입국한 것을 체제 우월성의 측면에서, 고착화시킨 답변을 요구하지 않았으면 한다.

―당신은 37년 동안 고국을 떠나 고국에 발을 들여놓기보다는 적성(敵性) 국가를 20여 차례나 방문했다. 북한 쪽에 더 경도되어 있다고 보는 건 명백하다. 정치국 후보위원으로 활동한 것 역시 당신의 답변을 수사(修辭)로 듣게 된다. 경계인으로서의 삶이 아니라, 일방의 체제를 우월하게 인식하고 있다고 볼 수밖에 없다.

―거기엔 두 가지의 중대한 물음이 혼재되어 있다. 나는 북쪽에서 어떤 정치적 위치에도 서 본 적이 없다. 인간의 행위로써 진행되는 학문의 연구가 정치적이라는 명제를 이 법정이 명백하게 인정한다면 나의 학문적 행위는 본원적으로 정치행위일 것이다. 그런 점에서 인간의 모든 행위는 정치적 관점에서 벗어나 있지 않다는 걸 한국의 사법 당국이 모른다면 이는 수치에 가깝다. 더불어, 37년 동안 조국에는 돌아오지 않고 이른바, 적성국가에는 근 20여 차례나 방문함으로써, 결국, 한반도 북쪽을 택했다고 단언하는 것과 동시에 그쪽에 경도되었다고 보는 건, 명백한 정치적 굴종을 강요하는 한반도 남쪽의 시각일 것이다. 한반도 남쪽을 들여다 볼 때, 한반도 남쪽이 내재하고 있는 정치지형과 연관하여 정치체제를 통찰할 수 있듯이 한반도 북쪽의 상황에 대한 진단 역시 북쪽의 내부적 현실에서 우선적으로 벗어날 수 없음을 인정해야 한다는 것이 나의 ‘내재적 접근법’이다.

―당신은 ‘북한 사회를 평가하려면 북한사회 내부의 내재적 요구를 중점적으로 살펴야 한다’는 주장을 통해 북한 정권의 정책이나 인권 문제 등은 북한 사회의 특수성에 기반하여 평가해야 한다는 논리를 형성했다. 이 논거는 결국, 북한 주민을 억압하는 북한 체제에 대한 합법성을 인정하는 쪽으로 기여하게 되었다.

―이 질문은 기본적으로 저급하다. 나의 학문, 아니 모든 양심적 학자의 학문적 업적에 대한 법의 심판 과정이 성립되어지는 오늘의 이 사실, 이 자체가 기인한 현상이다. 나는 이 법정을 나의 사상과 양심에 대해 사법의 이름으로 가해지는 폭력으로 규정한다. 이 법정은 모독의 법정으로 기록될 것이다. …음, 질문에 답하겠다.

그때, 울컥 눈물이 솟구쳤다. 눈물 위로, 아버지의 온후한 얼굴이 그려졌다. 그가 나의 감정을 지그시 눌렀다. 아버지와 함께 오르던 오름이 잠시 펼쳐졌다. 꿈같은 장면이었다. 법정을 찬찬히 둘러보았다. 고립된 섬처럼 닿던 법정이 다르게 보였다. 내 목소리가 점점 도도해지는 걸, 느꼈다.

4. 강의, 실(室)

2010년 6월 4일 오후 3시, 본(Bonn) 한인학생회의 ‘열린생각나누기’회에서 주관하는 강의 요청을 흔쾌히는 받아들이지 않았다. <경계도시2>라는 영화 상영에 앞서, 구색을 맞추려다 보니 이뤄지는 강의 아닌가? 하는 생각이 우선 든 탓이기도 했다. 2003년 9월 이후, 한국 학생을 대하기가 퍽이나 어려운 처지에 놓여 있었다. 내가 나서서 강연 활동을 능동적으로 해낼 처지 또한 아니었다. 하여, 강의 요청이 흥미로운 건 사실이었다. 대학 강단에서 은퇴를 했고, 한국어로 쓰고, 한국말로 나누는 대화마저 2004년 8월 독일로의 귀환 뒤에는 자제해왔다. 한국인들만의 모임에도 나가지 않았다. 모국어가 나를 격앙되게 만든 탓이었다. 나는 가급적 모국어로 감정을 드러내야 하는 의성이나 의태어 사용마저 금했다. 닭 우는 소리나 기차 소리까지도 아내에게 현지어를 사용했다.

강의 장소인 <Haus Vandalia>에는 한인 학생 30여 명이 모여 담소를 나누고 있었다. 술잔을 기울이고 있는 테이블도 보였다. 그런 분위기에 얼핏 짜증이 났다. 하지만, 눌러 참기로 했다. 장소를 모르고 온 게 아닌 까닭이었다. 소셜 네트워크 시대의 젊음에 동참할 수 있는 기회로 여기려, 생각을 바꾸고자 했다. 강의는 현지어로 할 생각이었다. 독일에 유학 온 젊은 친구들 가운데 나처럼 현지어를 모르고 온 한인 유학생들을 자극하기 위해 매몰차게 현지어로만 대담하거나 강의했던 경우가 적지 않았다. 그런 교수 시절을 새삼스레 상기했다, 흠흠.

강의가 시작되기 전, 모임의 핵심인 듯한 학생이 내게 와서 담소를 나누려 했다. 현지어로 그의 물음에 답했다. 부담스러워 하는 눈치가 역력했다. 그러나 강의를 시작하자, 학생들의 치열한 자세와 진지하게 기록하는 태도는 내재된 분노를 풀도록 만들었다. 강의 내내, 흥분을 가라앉히지 못했다. 모국어가 절로 나왔다. 어느덧, 모국어로만 강의했다. 남과 북은 자기 속의 타자로 서로를 봐야 통일을 이룰 수 있다는 걸, 강의 핵심어로 삼았다. 모국어로 모국을 논하는 아름다운 강의였다.

<경계도시2>는 모국어에 대해, 모국에 대해 끈을 놓지 못하도록 나를 견인했다. 영화는 딴은, 지루했다.

5. …그 뒤,

‘국가보안법으로는 제 사건이 마지막 기록이길 바란다’고 나는 법정에서 말했었다. 목하, 정권이 바뀌었다. 남북 관계는 평화와 아주 멀어져 갔다. 국가보안법은 더욱 위세를 떨쳤다. 한국 사회는 여전했다, 이후에도…,

그 후…

1. 출국, 시(時)

송 교수가 차에서 내렸다. 공항 청사 안에서 그를 지켜봤다. 송 교수는 하늘 높이 펼쳐 있는 양떼구름을 잠시 올려다본 뒤 청사로 발길을 떼었다. 항소심을 마치고 송 교수가 부인과 함께 떠나는 인천공항은 북적거리지 않았다. 송 교수를 알아보는 여행객들은 대체로 밉광스런 눈치를 보였다. 여름방학을 맞아 해외연수 떠나는 학생들과 패키지여행 일행들이 가이드가 든 깃발 따라 종종걸음으로 내달을 뿐 송 교수를 배웅하는 공간은 썰렁했다.

송 교수는 입국 때처럼 입가에 웃음기를 머금지 않았다. 송 교수가 배웅객들과 어색하게 조우했다. 가는 자나 배웅하는 자들의 표정이 어둑했다. 입국 때부터 함께 했던 박 교수와 시민단체에서 활동하는 몇몇 그리고 학생 10여 명이 올목졸목 모여 있었다. 사진기자들이 셔터를 눌러댔다. 취재기자들 대부분은 팔짱을 한 채 어정떴다. 나는 글로브트로터의 중고 캐리어가 무겁고 버겁기도 하여, 그네들과 좀 떨어져 눈길만 건넸다.

―오는 10월로 시작되는 독일 대학의 겨울학기 강의 준비와 집필활동 등에 주력할 계획입니다. 겨울학기가 끝나는 내년 2월 이후 입국이 가능할 것 같습니다.

‘내년 2월 이후 입국이 가능할’까? 의구심이 일었다. 강제출국 다름 아니었다. 내년 2월인들 한국 내의 동향 변화를 기대할 수 없을 터였다. 송 교수가 고국을 다시 찾지 않을 거라는 예감마저 들었다. 항소심에서 핵심 부분에 대해 무죄 선고를 받았지만, 송 교수는 구속에서 석방 때까지 야수의 송곳니에 물어뜯기는 사냥감이었다.

시민단체 활동가들과 학생들이 구호를 외쳤다. 송 교수는 구호에 동작하지 않았다. 반응을 보이지 않는 송 교수의 내심이 궁금했다. 송 교수는 티켓팅 뒤 배웅하는 이들을 향해 짧게 손을 흔들고는 심사대를 통과했다. 나는 송 교수가 들어가고 배웅객들마저 흩어진 뒤에야 탑승권을 끊고 짐을 보내고, 심사대를 거쳐 출국장으로 향했다.

오후 2시 30분 발, 프랑크푸르트 행 루프트한자 비행기에 탑승할 때까지 공항 체류 시간은 길지 않았다. 송 교수가 게이트를 빠져나와 공항 밖 대기 차량에 오르기까지 아수라장이었던 작년 9월의 입국장 풍광을 떠올렸다. 사회부 시절이었다. 오늘 그와 동행 출국을 하게 됐다. 씁쓸함이 입안에서 씹혔다.

정치부로 옮긴 뒤로부터 출입처가 야당이었다. 당 쪽에서 송 교수 사건 성명을 주로 맡았던 모 대변인이 송 교수를 잘 알았다. 대변인을 통해 송 교수에 관해 그동안 알고 있던 것보다 더 듣게 되었다. 일견, 송 교수가 주장하는 경계인으로서의 삶과 북한 내부에 대한 내재적 접근법에 의한 고찰 혹은 그의 철학적 사유를 훑어보긴 했었다. 허나, 단순 이해 수준의 껍데기 핥기였다. 구치소를 나서며 몇몇 한국 언론에 대해 ‘썩은 내 나는 신문’이라고 토로한 그의 혐오감에 동업자로서 통렬한 지적이라며 동의하고 있었다. 기자로서의 낯간지러움이 그에게 끌린 태반의 이유였다고 보는 게 더 옳다.

그러던 차, 데스크로부터 동행 취재를 요청받았다. 또 다른 기획은 독일 통일과정에 대한 4주간의 현지 취재였다. 아내를 만나보라는 이면의 배려라 여겼다. 아내가 독일 유학을 고집하던 때부터 두 딸아이마저 데리고 떠난 이태 동안 여러 모로 힘들어 하는 나를 지켜본 동문선배가 데스크였다. 망설였다. 물론, 아내와의 관계 개선이 절실했다. 더불어 두 딸아이가 보고 싶었다. 애절한 속내를 결국, 도려내지 못했다. 좀 쉬고 싶다는 심경까지 덧붙여 떠나는 독일 행이었다.

나는 송 교수와의 동행 취재보다는 독일 통일과정과 한반도 통일문제를 바라보는 관점에 더 방점을 찍었다. 데스크 역시 같은 심중을 드러냈다. 동행 취재에 무게를 두지 않은 까닭에 공항에서부터 송 교수와 배웅객 가까이 다가가지 않았다. 프랑크푸르트 공항에서 짧게 인사는 건넬 요량이었다. 한반도 통일문제를 다루는 데에 송 교수의 견해나 저작을 참고해야 하는 까닭 아니라면 굳이 인사 나누지 않아도 되리라 여기기도 했다. 아내가 통역을 맡아주기로 했을 뿐더러 한국의 여러 매체가 몇 차례 우려먹은 기획이어, 어려운 출장은 아니라고 넘겨짚었다.

송 교수 앉은 좌석의 세 자리 건너가 내 자리였다. 비행시간 내내 나는 그의 움직임에 신경 쓰지 않았다. 창밖으로 흐르는 구름 따라 망연히 시선을 건네곤 했다. 송 교수는 두어 차례 화장실에 다녀오는 듯했다. 그것 말고는 기척이 거의 없었다. 그의 내심을 헤아려 보고 싶지 않았다. 비행시간이 한 시간여 남았다는 표시가 떴다. 나는 눈을 붙였다.

입국 심사대로 내려가는 게이트 안에서 송 교수가 재직하는 대학에서 박사과정을 밟고 있는 추정희의 남편이라고 소개하며, 명함을 건넸다. 송 교수도 아내를 알고 있다는 듯 고개를 끄덕였다. 통독 과정 취재 차 왔다고 했다. 도움이 필요하면 찾아뵙겠다고 했다. 송 교수는 아무런 내색을 하지 않았다. 그나마 ‘썩은 내 나는 신문’사 소속이 아니어, 건네받은 명함을 휴지통에 내버리지 않는다는 인상이었다. 공항에서 아내와 송 교수 일행과는 조우하지 못했다.

2. 송고, 장(帳)

추정희는 여전히 활기찼다.

―잘 왔어.

아내가 아이들을 데리고 나올 줄 알았다.

―아이들은?

―오랜 만인데, 시간 보내고 들어가자고.

아내가 이끈 곳은 공항에서 멀지 않은 호텔이었다. 나는 내일부터 당장 취재해야 한다고 핀잔을 줬다. 아내는 막무가내로 나를 끌었다.

―장 선배가 전화하더라고.

데스크가 아내에게 전화를 해둔 모양이었다.

―그 형. 오지랖, 참 넓네.

―취재 방향도 정해졌잖아.

―….

말 없는 나를 힐끗 건네 보았다.

―취향, 여전하군.

아내가 글로브트로터 중고 캐리어를 가리켰다.

―골동품 가게에서 건졌지.

―어이쿠, 고물상에서였겠지.

그렇게 티격태격 독일에서 한 달을 보냈다. 아내는 만나야 할 사람을 주선했고, 만나는 사람과의 통역을 맡아 주었다. 갈 곳을 안내했고, 가야할 곳을 정해 주기도 했다. 너무 오랜 만에 추정희의 배려를 느꼈기에 불편한 심중을 놓지 못했다. 그러는 나를 두고 아내가 꾸짖기까지 했다.

아내, 두 딸과 함께 틈틈이 독일 곳곳을 누비고 다녔다. 온 가족이 여행 다닌 게 얼마 만이던가. 아이들이 너무 즐거워했다. 아내는 자신의 유학 결정을 최선의 선택이라고 여전히 고집했다. 나는 옳지 않다고 했다. 서먹한 관계를 풀면서 동의해줬다.

방독 취재 기간이 끝나기 며칠 전부터 아내가 송 교수에게 전화를 했다. 연결되지 않았다. 끝내, 통화가 되지 않았다. 독일 내에서도 송 교수의 입국 뒤 근황에 대해 알려진 게 없었다. 강의 외에 외부 노출이 거의 감지되지 않았다. 한국에서도 마찬가지였다. 출국과 관련한 짧은 보도 뒤 송 교수 관련 기사는 매체에서 사라졌다. 나의 동행 취재 기사가 유일했다. 송 교수의 입국에서 출국 때까지 광란의 바람이 불었지만, 더 이상 보도 가치 없는 휩쓸려 간 미친 바람이었을 뿐이라는, 이 바닥의 생리였다.

<1>동방정책과 햇볕정책 - 빌리 브란트와 김대중

<2>‘하나가 된다는 것은 나눔을 배우는 것이다.’ - 폰 바이체크와 드 메지에르

<3>분단의 역사와 통일 해법 – 모스크바 삼상회담과 6⦁15 남북공동선언

<4>통일 독일과 통일 한반도의 주변국 - 나토 방위군과 한반도 미군 주둔

<5>베르린 장벽 앞에 서다 – ‘그날, 1989년 11월 19일을 떠올리며’

기사는 새벽에 썼다. 다섯 차례 모두 마감을 넘긴 송고였다.

3. 방문, 기(記)

아내와 함께 독일 행 비행기를 탔다. 아내는 독일 모 대학에서 있을 세미나 참석이고, 나는 북유럽 4개국의 복지 관련 6주간 취재 차였다. 송 교수와 내가 프랑크푸르트 행 루프트한자에 몸을 실었던 때로부터 11년 지난, 8월 5일이었다. 특별히 출국일에 의미를 두지 않았었다. 몰랐다. 비행기가 이륙한 뒤 아내가 불현 듯 그 때, 그날을 끄집어냈다. 나는 그 시절의 풍경 이모저모를 상기, 회억해냈다. 작금의 한국 내 정치 지형이 하, 수상하여 회상의 뒤끝이 이내, 무르춤해졌다. 비행시간 내내 나는 잤다.

아내와 나는 베를린에 있는 숙소로 이동했다. 한국인이 운영하는 곳이었다. 숙소에 짐을 풀고 서둘러 송 교수의 집으로 향했다. 송 교수의 집은 전철역에서 그리 멀지 않았다. 오래된 주택이었다. 3층에 이르러 초인종을 눌렀다.

―오우, 추! 어서 와요.

아내는 귀국 이후에도 두 차례 더 독일을 방문했고, 송 교수네와도 관계의 끈을 이어가고 있었다. 정 여사가 나에게도 말을 건넸다.

―어서 와요. 반갑습니다.

―늦은 시간이어, 죄송합니다.

―지체 말고 오라고, 추 교수에게 내가 말했어요. 프랑크푸르트 공항에서 박 기자 만난 그날을 떠올리고 있었어요.

송 교수가 반갑게 나에게 악수를 청했다.

―기억하시는군요.

2003, 4년의 고뇌에서 벗어난 듯 송 교수는 밝았다. 손아귀의 힘이 전해졌다.

송 교수와 악수한 채 나는 집 안을 힐끗 건네 보았다. 고전풍의 여러 방면에 매니아적 관심을 기울이곤 하는 내게 송 교수의 오래된 집 내부가 눈에 팍 들어왔다. 휘둥그레진 나의 눈길을 알아챈 송 교수가 집에 관해 입을 뗐다.

―19세기 프로이센 장교들이 살던 집이지요.

송 교수가 나를 집안으로 끌었다. 고개를 들고 천장을 봤다.

―높이가 3.5ｍ야.

―독일에선 천장이 높고, 오래된 집이 비싼 집이라고 들은 듯합니다.

송 교수가 여전히 내 손을 잡은 채 끄덕였다.

―지금 밟고 있는 거실 바닥 목재 길이가 8ｍ인데, 가구를 양쪽 끝으로 치우면 파티도 할 수 있을 만큼, 넓어져요.

집에 대해 할 이야기가 많은 듯했다.

―독일 건축양식은 프리드리히 빌헬름 2세가 베를린 건축을 새롭게 세우고자 하면서 신고전주의 건축을 도입하게 되었는데, 이후, 카를 프리드리히 싱켈이라는 건축가에 의해서 완성되었어요. 이 집도 바로 그런 양식의 영향을 받았다고 볼 수 있지.

하오와 하게체를 오갔다. 친근감을 느꼈다.

―건축양식도 그렇고, 가구들도 고풍스럽고, …희소성의 가치를 중시하는 전통 인식이 참 좋아요.

서양건축, 사에 문외한이었다. 오래된 집이라는 데에 초점을 맞췄다. 궁색한 나의 답변을 꿰뚫어 본 듯 송 교수가 잠시 말을 끊었다.

―수십 년 동안 이 집에서 아이들을 키웠고, 저 양반이 이 집을 떠나려 하지 않았어요.

마침, 정 여사가 차를 내오며 끼어들었다. 송 교수가 말머리를 돌렸다.

―여보, 저녁 먹지요. 출출하겠어요.

두 분이 우리 부부를 위해 저녁을 준비해 뒀다고 했다.

―사모님, 만찬이예요. 푸성귀들이 싱싱해요.

아내가 깊이 감사해 했다.

―상추, 고추, 가지, 오이 등등을 베란다에서 키워. 여긴, 흙이 좋아가지고 거름하지 않아도 잘 자라거든.

와인까지 곁들이며 소소한 이야기를 나눴다. 나는 사실, 송 교수에 대해 궁금한 게 많았다. 훈훈한 분위기는 나의 궁금증을 들춰내지 못하게 했다. 꽤 시간이 흘렀다.

―후식은 당신이 좀 내오세요.

정 여사가 송 교수에게 요청했다. 아내와 나는 흘깃 송 교수의 눈치를 살폈다. 송 교수가 아무렇지 않게 부엌으로 향했다. 아내가 눈을 치켜뜨면서 의외라는 속내를 정 여사에게 건넸다.

―그렇게 뒷바라지해서 교수 시켰는데, 한국에 가서는 또 1년 가까이 옥바라지 하다가 내가 폭삭 다 늙어 버렸어, 허허.

그러니, 웬만한 집안일은 이제 떠넘겨도 되지 않겠어, 하는 양 미소를 머금었다. 정 여사가 대학도서관 사서로 일 하며 아이들 키우면서 송 교수 뒷바라지 한 건, 꽤 알려진 이야기였다. 송 교수가 멋 적은 듯 웃으면서 후식을 내왔다. 송 교수가 앉아 있는 뒤쪽 책꽂이 상단, 한지에 붓글씨로 단아하게 써 놓은 글귀가 보였다.

‘여성이 세상을 바꾼다’

4. 집필, 실(室)

거실에 놓인 원목 책상이 육중했다. 지금은 한국의 시골에서 거의 사라져버린 가죽나무 색상이었다. 책상을 손끝으로 툭툭 쳤다. 탱글탱글한 소리가 났다.

―적갈색이 돋보입니다.

―독일가문비지.

아내가 사용하는 책상이라며, 송 교수가 나를 옆방으로 이끌었다.

―여기가 내 방이야.

그를 따라 서재로 자리를 옮겼다.

출국 일주일 전, 송 교수 사모님과 통화가 이뤄졌고 사모님의 초대를 받았으며 송 교수를 만날 수 있을 것이라 아내가 귀띔했을 때 나는 송 교수에게 건넬 질문지를 애써 챙겨 두었다. 단도직입, 물었다.

―2007년에 나온 『미완의 귀향과 그 이후』에서 ‘나는 아직 귀향하지 못했다’고 했는데, 지금도 귀향하고자 하는 의사가 있습니까? 2004년 8월, 출국장에서 “오는 10월로 시작되는 독일 대학의 겨울학기 강의 준비와 집필활동 등에 주력할 계획”이라며, “겨울학기가 끝나는 내년 2월 이후 입국이 가능할 것 같”다고 하셨거든요.

―깊은 수렁이야, 한국사회는.

송 교수가 짧게 답했다.

―불확실성의 수렁.

그가 덧붙였다.

―….

그리고는, 말문을 닫았다.

한국사회에 대한 송 교수의 발언을 나는 간략하게 듣고 싶지 않았다. 독일로의 귀환 이후, 송 교수가 보여준 한국사회에 대해 송곳처럼 뾰족하면서도 긴 몇 차례의 논쟁적 발언이 신문사에 전해졌었다. 더불어, 2004년 8월, 출국장에서 그가 다시 한국에 오려 하지 않을 거라는 나의 예단을 내려놓지 않았으므로, ‘아직 귀향하지 못’한 연유를 한국 내부에서 찾으려는 듯한 발언은 그가 여전히 밝히고 있는 귀향 의사의 진정성을 의심하도록 부추겼다. 그동안 아주 드물게 전해지는 독일에서의 송 교수 일상은 ‘미완의 귀향’이라기보다는 귀향을 포기한 삶 아닌가, 하는 의구심을 갖도록 했다. 송 교수의 한국 상황에 대한 논설과 한국인에 대한 만남이 퍽이나 편향적이고 제한적이란 논란이 신문사 내에서도 그의 논평이 뜰 때마다 오가곤 했었다.

―….

침묵이 의외로 길었다.

내가 먼저 말머리를 돌렸다. 질문지가 몇 더 있었고 시간은 짧게 남았다. 송 교수 역시 단도직입의 질문을 무례하다고 보는 눈치는 아니었다.

―이시우 사진작가에게 편지를 보낸 건, 그와 어떤 연관이 있어서였나요?

2007년 4월, DMZ 사진 전시회를 빌미로 이시우 사진작가가 국가보안법으로 구속되고 단식 40여 일을 넘어선 때, 송 교수가 이시우 작가에게 위문의 편지를 보냈다는 게 신문사에 퍼졌다. 당시, 송 교수의 의중이 궁금했었다. 송 교수를 만나면 물으리란, 아직 유효하다고 여긴 질문이었다.

―‘긴 싸움을 위해 자신의 몸을 지켜 달라’는 내용이었지. 그 작가를 만난 적이 없어 잘 모르긴 했지만, 동병상련이랄까…. 덧붙이자면, 당시 나를 회유했던 사람들에게 건네는 우회적 비난이기도 했어요. 공개적으로 전향을 요구했던 집요한 몇몇 진보 진영 내의 강압적 설득을 끝내 물리치지 못한 부분에 대해 나와 아내는 지금도 매우 부끄럽게 여기고 있어요. 당시의 그 하룻밤이 참 힘들었지. …이시우 작가가 국보법에 굴복하지 않길 바라는 마음 한편으로 40여 일의 단식이 너무 고통스러울 거라는 고뇌의 동참이었어요.

한국에서 겪은 국가보안법으로 상처가 여직 아물지 않았다는 걸, 새삼 느꼈다. 송 교수가 이내, 덧붙였다.

―음…, 『미완의 귀향과 그 이후』에서 ‘아직 귀향하지 못했다’고 한 그 표현은 경계인으로서의 삶이, 학자적 양심이 짓밟혀버린 2003, 4년 한국에서의 격랑에 여전히 휩쓸려 있다는 증표라고 볼 수 있지. 이시우 작가에게 편지 보낸 해였는데, 끝내, 조국으로 돌아가지 못하고 법적 국민으로 소속되어 있는 국가로 귀환하게 된 경계인으로서의 고뇌 그리고, ‘대한민국 헌법준수’, ‘독일국적 포기’라는 전향 의사를 내보임으로 해서 입은 내 안의 상처를 아직까지 여과시키지 못하고 또한 그런 나를 질타하는 회한 혹은 격한 감정 분출…의 결과라 할 수 있겠지. …한반도 남쪽과 북쪽에서 동시에 배척된 이방인이 됐다는 걸 절감하곤 해, 지금.

송 교수가 서재 한 귀퉁이를 응시했다. 눈빛이 퀭했다. 그의 시선을 따라 나도 눈길을 건넸다. 『미완의 귀향과 그 이후』(2007년, 후마니타스) 한국어판 두 권이 꽂혀 있었다. 앞으로의 저작에 대해 물었다. 말길을 틀어야겠다는 판단이기도 했다.

―현재, 쓰고 있는 저술은 뭐예요?

송 교수가 바로 화답했다.

―자서전이지. 한국어로 쓰고 있어. 한국을 떠나 독일에서 살아온 반세기 동안의 내 지적 편력으로써의 기록이겠지만, 희망을 쓰고 싶어요. 희망을 쓰고 싶은데, 한반도의 희망을 쓰고 싶은데, 내 안의 희망만으로는 안 되잖아. 부족하잖아, 그러면. 한반도의 양 체제가 불확실성의 화신이예요. 전망 부재의 사회로 한반도의 양 체제가 빠져들고 있어. 보여요, 그게. 그런데, 희망을 말하고 싶은 게야, 한반도의 희망을. 보이지 않는 희망을 보이게끔 하려고, 안간힘을 쏟고 있어요, 지금.

송 교수의 고뇌가 자닝히 전해졌다. 그는 모국어를 도려내지 못하고 있었다. 그랬다. 그의 집필은 여전히 접경보행이었고, 내재적 접근이었다. 송 교수의 집필실이 참, 따뜻한 공간으로 내게 다가왔다.

5. 그 후…

‘통일과 민주주의에 대해 끊임없이 써야 해요.’

헤어지면서 송 교수가 내게 건넨, 인칭이 빠진 말이었다. 언론이, 아니, 당신이 그렇게 해야 한다는 요망이었으리라. 목하, 유신의 망령이 되살아나고 있다. 내 안에 들어와 있는 국가보안법이 나를 검열했다.

한국사회는 어디로 갈까, 이후에는…

*청년 전태일을 키워드로 한 소설가 15인의 짧은 소설집 『어느 왼발잡이 토끼의 무덤』(2011년, 김남일 외, 삶이보이는창)에 수록된 「…그  뒤,」에 ‘그 후…’를 덧붙여 「송두율을 만나다」로 개작하였습니다.

*송두율 교수의 입국과 출국, 재판 과정, 강의록과 방문기 등등의 내용들은 상당 부분 인터넷 자료를 참고, 변용하여 그려낸 것임을 밝힙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