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새로운 100년》/ 법륜 스님의 가슴을 뛰게 하는 통일이야기
나무사랑
지난 2월 12일 북한은 3차 핵실험을 감행했다. 그로 인해 한반도 안팎의 정세가 긴장감으로 잔뜩 조여드는 느낌이다. 한국 정부는 북한 전역을 사정권으로 하는 미사일을 조기 배치키로 하였고, 미국 국무장관은 이란과 연계하여 북핵에 대응하는 전략을 마련하고 있다. 중국에서 핵 물질이 자국으로 날아들 것을 걱정하는 시민들의 불만이 커지는 가운데 아직은 검출되지 않았다고 보도하면서 국제사회의 제재에 동참은 하지만 그래도 북한과의 중재를 떠맡을 생각을 내비치고 있다. 일본은 그렇지 않아도 보수 강경 외교 전략을 펴고 있는 아베 정부에게 오히려 호재를 제공하고 있다는 느낌이 든다.
한편 북한은 ‘핵 보유국’으로 인정해주기를 바라면서 미국의 오바마 2기 행정부와 ‘북미 대화’를 촉구하고 나섰다. 북한의 벼랑끝 전술이야 어제 오늘의 일이 아니어서 국내의 주식 시장은 북핵 실험 사태에도 불구하고 전혀 동요치 않았다고 하고 통일부 장관도 개성공단으로 향하는 남북출입사무소를 폐쇄하지 않았다는 뉴스도 나온다. 이젠 국민들도 북한의 전략을 대강 알고 있다는 뜻이렸다. 물론 우리도 ‘핵 보유국’으로 가자는 강경론도 나오고 있지만 ‘강-강’의 전략은 누구에게도 이익이 될 수 없을 것이다.
지난 5년간 이명박 정부는 ‘북한 고사 작전’으로 일관하면서 대화의 문을 닫고 강경 외교로 선회하였다. 그러나 북한은 말라 죽지도 않았고 남북간의 문제는 전혀 해결되지 않았으며, 북한이 대포를 쏴대어 남한 사회에 위기감과 불안감만 안겨주었다. 때마침 정권 교체기에 ‘북핵 실험’ 사태가 발생하여서 국민들은 ‘민주화 이후 제2기 보수 정권’의 대응 전략에 깊은 관심을 기울이고 있는 중이다.
도대체 북한의 요구와 목표는 무엇일까? 아마도 자기들의 체제 유지와 북미 대화일 것이다. 학교 폭력 현장에서도 가장 폭력적인 학생이 내심으로는 외롭고 지쳐서 일부러 과장되게 폭력적인 경우가 있다. 겉으로만 보고 심하게 꾸중하고 엄벌에 처하면 그 학생은 더욱 거세게 반발하고 스스로를 고집하는 경우를 왕왕 볼 수 있다. 오늘날 북한의 핵실험도 그와 마찬가지가 아닌가 생각된다. 그렇다면 저들의 요구를 충족시켜주면 북핵 위기도 해결될 일이 아닐까? 보는 관점에 따라서 별로 어렵지 않은 일이나 냉전체제에 익숙해진 탓인지 미국이든 우리든 쉽사리 해결책을 내놓지 못하고 있다.
2013년 초기에 벌어진 ‘북핵 3차 실험’ 사태에 즈음하여 오히려 이를 통일의 길목으로 건너가는 징검다리로 삼을 수는 없을까? 우리는 그 답변을 《오연호가 묻고 법륜 스님이 답하다 새로운 100년 가슴을 뛰게 하는 통일 이야기 》(이하 “새로운 100년”)에서 찾을 수 있을 것 같다.
법륜 스님은 대중 강연을 많이 해서 이미 널리 알려진 것은 사실이지만, 재작년에는 서울시장 후보설에 오른 안철수의 멘토로 이름이 알려지기 시작하고, 작년에 SBS “힐링 캠프”에 출연하면서 전국민적인 스타가 된 것 같다. 고등학교 1학년 때 불가에 입문하게 되었다는 일화는 학생들에게도 커다란 호기심이 되었으며, 고졸 출신으로 대입 수학을 가르치는 강사로 활동하고, 운동권 학생들과 연계되었다는 의심을 받고 안기부에 끌려가서 가혹한 고문을 당하고, 고문당하는 가운데서도 깨달음을 얻는 지혜로운 모습에 다들 감탄하였다.
《새로운 100년》은 오마이뉴스 오연호 대표가 법륜 스님과 대담한 내용을 간추린 것이다. 법륜 스님이 불가에 입문할 때, 스승 도문 스님이 “너는 100년 앞을 내다보는 사람이 되거라” 하였던 말씀을 가슴에 새겼다가 스스로 100년을 내다보는 일이 무엇인가 자문하고 발견한 것이 남북통일 사업이다. 지난 100년은 일제 강점기, 남북 분단, 6. 25 전쟁, 냉전 체제, 남한 정부의 근대화 성공으로 점철되어 왔다면 앞으로 100년은 통일 한국을 설계하고 실현하는 미래 지향적인 기획이자 민족의 숙원 사업이라는 것이다.
앞으로 통일의 주체는 남한이 될 수밖에 없는데, 그것은 북한 사정이 워낙 나빠서 통일을 주도할 여력이 없다고 판단했기 때문이다. 물론 과거에 50~60년대는 북한이 통일을 전면에 부각시켰고, 70년대 초에 남북공동성명이 이루어져 남한도 어느 정도 관심을 갖기에 이르렀다가, 이후로 산업화에 성공하고 민주화에도 성공한 남한이 통일을 주도하기에 이르렀다고 보고 있다.
하지만 남한 사회의 현실은 통일 보다는 평화, 분단 체제의 유지쪽으로 기울어져서 통일에 관한 관심이 퇴조하였으며, 분단 시대에 때어난 2세, 3세들은 당면한 삶의 과제 해결에도 급급하여 통일을 생각해볼 여유가 없는 실정이다. 요컨대 통일을 추진할 세력마저 사라져버린 시대라고 비평하고 있다.
법륜 스님은 ‘역사의식’이야말로 통일을 환기시키고 남북을 이어줄 생명줄로 파악하게 된다. 먼저 한국 역사 가운데서 민족의 뿌리를 발견하고, 외세의 강약에 따른 민족사의 비극을 목격하며, 나아가 미 ‧ 중 G2 시대가 앞으로 우리 민족이 통일할 수 있는 호기가 될 수 있음을 알려준다. 그는 민족의 뿌리를 찾기 위해서 고구려 ‧ 발해 유적 답사를 18년간 추진해왔으며, 통일의 묘수를 얻기 위하여 신라의 가야 흡수 전략과 삼국 통일과정을 공부하고, 원나라와 명나라의 교체기에 공민왕의 개혁 실패와 이성계의 역성혁명을 분석하였으며, 명 ‧ 청 교체기를 제대로 읽지 못한 탓에 호란을 겪은 과정, 그리고 근대 여명기에 서양 세력의 동향을 제대로 대처하지 못한 바람에 일제의 식민지로 전락하였던 굵직한 시대사를 하나의 관점으로 통찰해 낸다.
그것은 외세의 동향을 잘 파악하고 대처하면 잘 살 수 있지만 그렇지 못하면 전쟁과 식민지의 질곡에서 살아야 했던 경험을 예리하게 짚는다. 남북 분단은 소련과 미국의 세계적인 압력을 제대로 읽지 못하고 친소련 정권과 친미 정권으로 나뉘어 분단 체제로 진행되었던 것이나, 이제 소련은 소멸했으며 미국은 쇠퇴하고 있고 중국이 새로운 강국으로 떠오르고 있는 변동기이니만큼 이러한 국면을 잘 이용하면 우리는 다시 통일된 나라를 건설할 수 있는 좋은 기회가 왔다는 것이다.
그렇다면 통일은 우리에게 어떤 점에서 유익할까? 분단 시대에 태어난 우리 아이들은 통일에 대한 생각도 별로 없고 그저 전쟁 없이 평화를 유지하면서 따로 살기를 바라는 경우도 많다. 하지만 법륜 스님은 두 가지 측면에서 남북 통일이 새로운 기회임을 제안하고 있다. 1. 북한의 자원과 노동력 + 남한의 자본과 기술력 = 새로운 경제 도약 기회 2. 동북아 경제공동체를 중심적으로 이끌 기회를 얻는다.
사실 이러한 이야기는 그다지 새로운 이야기가 아니다. 하지만 법륜 스님은 그것을 아주 감동적으로 그야말로 가슴이 뛰도록 감격스럽게 논리를 전개해 나가고 있는 것이 이 책의 커다란 특징이라 할 수 있다. 특히 역사적 안목을 통하여 남북통일의 시의성을 설파하는 지점은 어느 역사학자에게서도 들어 볼 수 없는 감동의 정점이다.
가령, 신라가 가야를 정복하고 그 지배층을 수용하여 백제와 싸우고 고구려와 대결하는 힘으로 이용하였듯이, 북한 지도부를 그대로 지배력을 유지하는 상태에서 남북 연합을 이루고 경제를 교류하면서 차차 통일되는 전략을 제시하고 있다. 사실이지 북한과의 통일의 이익은 웬만하면 다 알 수 있는 것이지만 북한 지배층을 어떻게 다룰 수 없어서 그냥 분단으로 내닫게 되었다고도 할 수 있다. 법륜 스님이 제안하는 방안은 너무나 혁신적이어서 내부적으로 통합된 여론을 얻기가 쉽지 않을 것으로 보인다.
그래서 법륜 스님은 ‘통일 의병’을 모집하고 있다. 1993년 역사기행으로 통일운동을 시작하고, 기행 중에 북한 기아 소식을 듣게 되자 1996년 북한 동포 돕기를 시작했으며, 북한을 구조적으로 돕기 위하여 평화재단을 설립하였다. 청년 대중을 얻기 위하여 ‘희망 세상 만들기 100강’을 하고 다시 지방으로 확산시키기 위하여 전국 시 ‧ 군 ‧ 구 300강을 시작하였다.
6,70년대 산업화의 역꾼들이 엄청난 자부심을 갖고 있으며, 90~2000년대 민주화의 역꾼들이 불퇴전의 용기와 긍지를 갖고 살아갔듯이 앞으로의 젊은 세대들은 통일의 주역으로 살아갈 것을 역설하면서 ‘통일 의병’에 나서줄 것을 호소하고 있다.
《새로운 100년》을 위하여 그는 새로운 리더십을 대망하고 있다. 산업화 리더십도 민주화 리더십도 통일의 리더십이 될 수 없으며, 새로운 통합의 리더십을 기대하고 있다. 내부적으로는 경제적 양극화를 해소하면서 대외적으로는 미 ‧ 중 교체기를 이용하여 남북통일로 이끌 수 있는 리더십을 희망하고 있다. 왜냐하면 산업화 리더들이 보여준 반북 ‧ 반공 정책의 영향으로 북한을 혐오하는 분위기가 있고, 민주화 리더들이 보여준 친북 ‧ 햇볕 정책으로 통일을 혐오하는 분위기도 남아 있어서 새로운 100년의 리더십은 통합의 리더십이라고 밝히고 있다. 아마도 그런 판단 아래서 법륜 스님은 새로운 리더로서 안철수 후보를 지지한 것으로 보인다.
즉 근대화의 물적 토대를 달성한 산업화 리더십과 정치적 민주화를 달성한 민주화 리더십과의 불화 가운데서 새로운 복지 사회, 행복 사회, 통일 한국을 열어갈 리더십으로 안 후보를 밀었다는 것이 된다. 각각 시대적 소명을 충실히 한 열정적인 세력들이지만 새로운 시대의 새로운 소명에는 다들 한계가 있으므로 제3의 후보를 모색하였다. 또한 이 책이 2012년 봄에 출간된 것도 작년 겨울 대선을 염두에 두고서 우리 민족 통일의 절호의 기회를 활용할 수 있는 정권 탄생의 학수고대했던 것 같다.
이제 2012년 대선도 끝났고, 새로운 정부가 과연 통일을 지향하면서 남북대화로 나갈 것인지는 아직 미지수지만, 오마이뉴스 오연호 대표가 꼼꼼하게 묻고 정리한 법륜 스님의 대화집 《새로운 100년》은 메말라버린 민족의 감정을 되살리고, 우리 조상들이 원 ‧ 명 교체기를 이용하여 고려의 총체적 난관을 극복하고 조선을 건국하였듯이 미국과 소련의 틈바구니에서 획정된 남북 분단을 미 ‧ 중 G2 시대를 맞이하여 남북통일의 신기원을 이룩할 절호의 기회임을 감동적으로 이야기하고 있다. 우리 모두 ‘통일 의병’이 되어 사회 경제적 양극화도 극복하고 새로운 비젼으로 도약할 자주적인 민족국가를 수립하기를 기도하고 또 기도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