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원토종학교 8기. 4회차 '채종포 은은가' 2부
※4월4일
0700 기상
0800 산행
0940 채집나물분류 및 잠시휴식
10:20 고비로드
11:40 점심
14:00 소감나누기. 멍게님 기도로 마무리
※절기: 청명
둘째날은 비가 오면 실내에서 담소를 나누고, 비가 안오면 산행을 가기로 했습니다. 다행이 밤부터 비가 잦아들어서 산행을 두번이나 다녀왔습니다. 저는 비루한 체력으로 첫번째 산행은 중도탈락하고 두번째 산행을 함께했답니다. 덕분에 제가 찍은 사진이 없어요.
이번 글에선 8기 사비나님, 뽕님, 최화준님의 사진들을 사용했구요. 세 분 모두 사진을 너무 잘찍으셔서 세 분이 찍은 것들은 크게 올려봅니다.
○ 첫번째 나물기행
갑자기 부스스한 교장선생님이 등장하셔서 당황하셨죠??😂 일어나자마자 학생의 요청으로 장화를 수선하는 모습입니다. 장화가 너무 길어서 자르고 있습니다.
곧 변현단선생님 나오셔서 비올지 모르니 얼른 다녀오자며 앞서는데 그 모습을 뵈니 이번엔 조용필이 귓가에 맴돌더군요. '말을 할까 돌아서보면 당신은 저~~~만큼 있고! ♭♬♪지친 마음에 돌아서면 이~~ 만큼 있네!♬♪♬' 너무 재빨라서 산다람쥐인가 축지법의 달인인가 싶었습니다.
호기롭게 따라나서서 가파른 산길을 오르다 이 길은 내길이 아니니 자존심 접고 내려가자며 되돌아 왔습니다. ㅎ.ㅎ
고비???
잘 보면 보이는 고사리???
엉겅퀴??
원추리??? ㅠ.ㅠ
그래도 헉헉거리며 몇장 찍었습니다.
찍을 사람 찍으라고 해서 헐레벌떡 찍은 나물들. 그리고 나물이 나오면 설명해주시고 캐는 법을 직접 보여주시는 선생님.
저기까지 따라가다 놓쳐서 제가 찍은 것은 없습니다. 이후 산행모습은 8기동기님들이 보내주신 사진으로 대신합니다. 멋진 사진들 감상하셔요.
여기까지 8기 사비나님, 최화준님, 백수연님이 보내주신 사진들입니다. 산행후에 꽃나무를 지나 은은가 뒷쪽 밭을 지나 내려오셨네요. 포대마다 나물이 그득했습니다.
뜯어 온 나물을 분류중입니다.
머위다발을 든 8기.
8기에는 젊은 분들이 많아요.
○ 2차산행: 고비 로드
박은주샘이 끓여주신 누룽지를 도착하는대로, 원하는대로 먹은 후 2차 산행을 갔습니다.
이번 산행은 사람들이 잘 다니지 않는 숲으로 들어가서 계곡을 따라 올라갔는데 계곡 양옆으로 고비군락이 있어서 선생님이 고비로드라고 이름지었습니다. 고비고비 고비길을 지나면 둥굴레군락지들이 이어졌습니다.
이것은 난.
최화준님이 찍은 고비
고비 뜯는 법.
뭔지 모르는 풀.
아마도 둥굴레???
최화준님이 찍은 둥굴레???
둥굴레 캐는 법 배운 후 실습.
올라갈 때 잘 안보이던 둥굴레군락이 내려오면서 여러 곳 눈에 보였고 아직 덜 자라서 다음을 기대하며 표시하였습니다.
강아지들은 계속 따라다니면서 뒷 사람이 잘오나, 위험한 길을 가는 일행은 없나 살피더군요. 순이가 제게 와서 길안쪽으로 들어가라고 쎄게 밀고갔어요. 1차산행에서도 마지막이었던 뽕님을 기다렸다 갈림길에서 안내해줬다네요.
순이는 절대 무덤에 오르지 않는데 이 무덤은 맷돼지가 심하게 파헤쳐 순이에겐 훼손된 곳으로 여겨져 올라가는 것 같다셨어요. 그림은 패잔병같은 일행이 다 내려올때까지 망봐주는 것 같군요.
내려 오면서 본 은은가 물 정화시설. 물맛이 좋아요.
집 위의 머위밭 도착
머위다발과 빅토리!
선생님은 땅두릅을 뜯는 중. 순이와 산이가 앞뒤로 지키는 중. 옻나무가 있어서 위험하다고 혼자 두릅을 따러 가셨습니다.(맞지요?)
다시 나물 분류.
○식사와 마무리
아침에 따온 것들은 바로 상위에 찬으로 올라왔습니다. 밥이 정말 고소했어요.
위대하신 분들. 몇분이 밥먹는 중에 쑥라면을 끓여 먹니마니 하더니 숟가락 놓자마자 마당에서 쑥 뜯어다 라면 끓여드시더군요.
집에가서 바로 실습하신 분의 사진.
쑥라면 실습하신 분. 깨발랄.
정말 간단히 소감 한마디 씩 한 후 느닷없이 멍게님에게 기도를 요청하셔서 기도로 모임을 마무리하려던 순간 멍게님의 배우자인 빙그레님의 더 느닷없는 농담에 동시에 웃음을 팡!!!! 터트리며 마무리했습니다.
모든 것은 마지막으로 기억된다는데 빙그레님 덕분에 더욱 즐거운 기억을 남기게 되었죠. 한꺼번에 터져나오던 웃음소리가 쟁쟁해요.
모두 밝은 모습인 단체사진도 맘에 듭니다.
선생님이 계속 뭔가를 꺼내오며 이것도 가져가라 저것도 가져가라 내 주시고 나물들도 다 캐가라 하셔서 많이 나눴는데 저는 뒷노동이 엄두가 안나서 요거 하나 챙겼습니다. ㅎㅎ 요긴하게 쓰겠습니다. 감사합니다.
○ 은은가 화장실과 마무리
은은가는 화장실도 유명하죠.
은은가 전에 많지 않아도 몇 곳의 친환경화장실을 경험했는데요. 대체로 남성신체 중심으로 설계되어서 여성이 편하게 이용할 수 있는 곳은 없었습니다. 또 제대로 관리되는 곳도 드물었지요. 그래서 친환경 화장실에 선입견이 있었어요. 그런데 은은가 화장실은 다르더군요. 친환경 취지에 맞으면서도 사소하고 세심한 아이디어들로 최대의 효과를 내는 것이 인상적이었답니다. 그 중 바가지 사용은 최고로 좋았습니다. ^^
길이 아닌 곳으로 들어가는 것을 보고 고비로드도 지레 겁먹고 포기하려했으나, 소리쳐 불러주신 선생님 덕분에 따라가게 되었고 최고의 경험이 되었습니다. 산으로 들어서자 수분을 머금어 기운이 차분해진 산이 촉촉하게 끌어안아 주는 느낌이었답니다. 1차보다 산길은 더 험난했다는데 조금 힘들긴 했으나 마음은 편안했고요. 속도를 낼 수 없던 길은 마치 산이 우리에게 천천히 가라고 말하는 것 같았답니다. 포근하게 안아주던 산의 기운이 자꾸 떠오릅니다.
젊어서는 혁명을 이루는 과정이 거대한 것이라 생각했으나 이제는 자본주의를 거부하는 은은가의 삶의 양식이야말로 최선의 투쟁이라고 생각한다는 선생님 말씀에 깊이 공감합니다.
토종학교에서 농사를 가르치는 목적은 씨앗을 받기위한 것이라는 것을 자꾸 잊어요. 작게나마 밭을 가꾼다면 채종하고 보관하고 나누는 것까지가 한해 농사의 끝이라는 것을 잊지말고 몸에 익혀야겠습니다.
같이 온 분들은 공통적으로 '힘든데 힘들지 않다'고 했습니다. 은은가의 자본주의를 거스르게 되는 생활양식이 좋은 기운을 넣어 준 덕분인 듯 합니다. 기회만 된다면 또 가고 싶은 곳이에요.
맞아주신 은은가 두 분 선생님들, 토종학교 선생님들, 함께 한 8기님들 모두 고맙습니다.
8기 은은가 1부
https://m.cafe.daum.net/seedream/RH6a/105?svc=cafeapp
첫댓글 봄의 정기 가득한 나물과 함께
즐거운 수고 하신거 같습니다~^^
네~ 좋은 기운받고 왔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