봄내 춘천의 상징인 시화(市花) 개나리
수필가 연제철
나리 나리 개나리
잎에 따다 물고요
병아리 떼 종종종
봄나들이 갑니다
동화작가 윤석중의 〈봄나들이〉는 유년을 되돌아보게 하는 유명한 동요다. 개나리는 잎이 피기 전, 나뭇가지가 보이지 않을 정도로 샛노란 꽃이 길게 늘어서서 뭉게구름처럼 피어난다. 홀로 핀 개나리꽃은 상상할 수 없다. 춤추는 홍학이 무리를 이룰 때 장관이듯 개나리도 수백 수천 그루가 무리를 지어 필 때 아름다움이 더한다.
춘천은 삼청(三淸)의 도시다. 호반의 물이 맑고 아름다우며, 사람이의 마음이 맑고, 돈이 맑다.
따라서 입춘대길(入春大吉) 한다.
그러나 정작 있어야 할 봄 전령사 개나리꽃이 거의 없다. 관공서, 호수 변, 가정, 도로변 등 있는 곳이 손꼽을 정도다.
가로수는 외국에서 들여온 나무 일색이고, 사람들이 다 싫어하는 은행나무는 많다. 가을 정취를 느끼게 하는데 그 낙엽이 아름답고 고와 심었는지는 모른다.
춘천시는 면적이 1,116.35㎢, 인구 28만7천 명이다. 북쪽은 화천군, 서쪽은 경기도 가평군, 남쪽은 홍천군, 동쪽은 인제군·양구군과 접 한다. 춘천시를 상징하는 꽃은 개나리, 나무는 은행나무, 새는 산 까치, 동물은 호랑이이다.
우리 춘천의 시화인 개나리는 봄내 춘천의 상징이고 자랑이다.
노란빛은 희망과 평화를 상징하고, 누구에게나 마음의 안정을 주는 색깔이다.
물론 개나리보다 먼저 산수유와 생강나무가 노란 꽃으로 봄 치장을 하여 겨울잠에서 대지를 깨운다. 그래도 무르익어 가는 봄을 온몸으로 표현하는 꽃은 개나리가 단연 으뜸이다.
학창시절 용돈을 모아 촌놈이 춘천 나들이를 올 때 그 아름답던 기억을 되살려보면, 홍천에서 춘천까지 구비를 셀수없을 정도로 많이 돌아 차멀미가나서 비닐봉지에 의지해 원창고개를 막 넘으면 사암리 입구에서 부터 마을 안 집집의 울타리마다 개나리꽃이 노랗게 피어있고 금병산과 안마산 자락에는 연분홍 진달래꽃이 점점이 피어 아름다웠었다.
그러나 지금은 개나리꽃을 보기위해 우정 찾아나서야 몇 그루 볼 수 있다.
시대가 변한 이유에서일까 ! 아니면 사람들의 마음에서 개나리를 지워서 일지 모르나. 현실은 매우 안타깝다.
개나리가 꽃으로 우리 문헌에 처음 등장한 것은 《화암수록(花菴隨錄)》각주[1] 이다. 강인재의 〈화목(花木) 9품〉 중 맨 뒤 9품에 무궁화와 함께 개나리가 나온다.
이 아름다운 꽃을 보고 선조들이 시 한 수 남기지 않았다는 것은 아쉬운 일이지만, 그래도 꽃으로서 관심을 가져주니 반가운 일이 아닐 수 없다.
또한 개나리는 네 개의 꽃잎으로 갈라져 있으나 아랫부분은 합쳐져 있다. 얼핏 서양의 종 모양이 연상되는데, 그래서인지 영어 이름도 ‘황금종(golden bell)’이다.
우리나라 어디에서나 만날 수 있으며, 땅에서부터 여러 가닥의 줄기가 올라와 포기를 이룬다. 그대로 두면 가지가 활처럼 휘어져 밑으로 처진다.
약간 높은 언덕바지에 산울타리로 심어 두면 꽃 피는 계절에 올려다보는 경치가 일품이다.
꽃이 진 개나리는 맑은 날의 우산처럼 쓰임새가 없는 것으로 알기 쉽다. 그러나 가을에 열리는 볼품없는 열매가 옛날에는 귀중한 약재로 쓰였다는 사실은 잘 알려져 있지 않다. 개나리의 열매는 연교(連翹)라 하여 한약재로 쓰인다.
종기의 고름을 빼고 통증을 멎게 하거나 살충 및 이뇨작용을 하는 내복약으로 쓴다. 조선시대에 임금님께 올리는 탕제로 처방했다는 기록이 여러 차례 등장하는 것으로 보아 귀한 약재였음을 알 수 있다. 그러나 개나리 열매는 그렇게 흔치 않다.
연교는 연꽃의 연자(蓮子:연밥)에서 유래된 것으로 개나리꽃의 열매가 연꽃의 열매처럼 생겼기 때문이다.
어떤 학자는 꽃이 달린 긴 가지가 새 꼬리처럼 생겨서 연교란 이름이 생겼다고 풀이하고 있으나 새 꼬리란 말은 인도의 전설에서 왔을 것이다.
함경도에서는 꽃이 일찍 피기 때문에 매화라고 부르기도 한다. 신이화·영춘화·어리자 및 어아리 등의 이름도 보이지만 개나리란 말이 가장 널리 통용되고 있는 이름이다.
그러나 평안도와 함경도의 일부에서 쓰고 있는 개나리라는 말은 참나리에 대한 말이다. 이 지방에서는 이른 봄에 나리의 뿌리를 캐서 식용으로 하고 있는데, 맛이 없는 종류를 개나리라고 부르는 것이다.
개나리꽃의 유래에 대해서는 다음과 같은 설화가 전해지고 있다.
어느 부자 집에 스님이 시주를 청하러 갔더니 부자는 “우리 집엔 개똥도 없소.”라고 하면서 박대를 했지만, 이웃의 가난한 사람은 정성껏 시주를 했다.
그러자 스님이 짚으로 멱둥구미(짚으로 둥글게 만든 곡식을 담는 소쿠리 같은 그릇) 하나를 만들어 주고는 사라졌는데 그 속에서 쌀이 계속 쏟아져 나와 가난한 사람은 금방 부자가 되었다.
이웃 부자가 이 사실을 알고는 몹시 원통해 하였는데 이듬해에 그 스님이 또 시주를 청하러 왔다. 부자가 이번에는 쌀을 시주하자, 스님이 역시 멱둥구미 하나를 만들어 주고는 사라졌는데 열어보았더니 쌀 대신 개똥이 가득 들어있었다.
주인이 놀라 그것을 울타리 밑에다 묻어두었는데 거기서 개나리꽃이 피게 되었다는 것이다.
2010년 12월에 경춘선 복선전철이 개통하고 뒤이어 2012년 2월 ITX청춘열차가 달리고 난 뒤로 춘천은 대한민국 어느 지역에서라도 1일 생활 거리의 옆 동네처럼 가깝다.
옛 경춘선 철도를 이용한 레일바이크 강촌역~김유정 역 구간에 있는 터널 속의 정겨운 풍경. 아침 “물안개 필 때”낭만적 어디에서도 볼 수없는 아름답고 또한 낭만적 전경이다.
오늘도 자전거를 타고 낭만의 호수 변을 달려본다.
춘천(春川)은 이름에서 알 수 있듯이 ‘봄내’, 즉 ‘봄이 오는 고장이다.
춘천의 봄은 호수에서, 다시 말해 물에서 온다. 카누에 몸을 싣고 봄 향기 물씬 풍기는 의암호. 뺨을 스치는 바람이 포근했고 시원했다. 『봄·봄』과 『동백꽃』의 작가 김유정의 고향마을에는 산 동백꽃이 한창이다.
가수 조애희가 부른 노래도 있다
우리고장 춘천 춘천, 개나리 꽃피는 마을/
집집마다 꽃이핀다. 가슴속에 꽃이 핀다.
아직도 늦지 않다. 춘천의 상징인 개나리를 춘천의 첫 길목인 경강교에서 부터 춘천 시청에 이르는 도로 변, 그리고 집집마다 개나리를 담장에 심어 춘천을 찾는 관광객에게는 아름다움을 선사하고, 우리 시민에게는 자부심을 가슴에 심어 보는 것이 춘천을 최고로 살기 좋고 아름다움이 있는 도시로 변하는 길이 아닐까 생각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