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日제조업 정신의 특징
장인정신으로 생산
각 부품 최적화 통해 전체성능 올리는 방식
조율형 아키텍처 선도
- 테슬라는 다르다
자동차의 2만개 부품 몇개의 모듈로 바꿔
SW가 가장 중요 요소… 제조업의 新시대 열어
- 장세진 KAIST 경영대 교수
또한 이른바 '모노즈쿠리(物作り)', 즉 '제조업 정신'으로 똘똘 뭉쳐 있는 것도 공통점이다. 제조업 정신이란 'manufacturing'이란 영어로는 그 의미를 충분히 전달할 수 없다. 이는 장인(匠人) 정신과도 통하는데, 마치 장인이 자신의 혼을 넣어 명품을 만들듯 오랜 기간 끊임없이 자기 연마를 하는 것이다.
예를 들어, 캐논에는 각국 복사 용지들의 미묘한 차이를 연구, 종이 걸림을 사전에 방지하는 명장(名匠)이 여럿 있다. 이들은 생산 프로세스를 개선하기 위해 생산 설비도 스스로 디자인해 제작한다.
도요타의 경영 철학을 정리한 책 '도요타 웨이(Toyota Way)'는 모노즈쿠리 정신의 구체적인 실천 사항을 보여준다. 한편으로는 이른바 '겐바(現場)', 즉 현장에서 끊임없이 지혜를 짜내어 지속적인 개선과 생산성 향상을 도모하는 '가이젠(改善)'을 강조하며, 다른 한편으로는 인간 존중이란 용어로 팀워크를 통해 종업원 개인과 조직의 성과를 동시에 높이는 것을 추구한다.
도쿄대학의 후지모토 교수는 도요타처럼 모노즈쿠리 정신이 강한 일본 기업들이 성공한 요인을 자동차 산업이 '조율형 아키텍처' 성격을 갖고 있기 때문이라고 설명한다.이는 부품 간 복잡한 메커니즘으로 인해 서로 미세한 조절이 이루어지지 않으면 전체 시스템으로서의 성능이 발휘되지 않는 제품을 의미한다. 반면 PC와 같이 표준화된 부품을 조립하면 제품이 완성되는 것을 '모듈형 아키텍처'라고 부른다. 자동차는 2만 가지 이상의 부품이 최적화돼 전체적인 성능이 결정되는 조율형 아키텍처의 대표적인 산업이다. 많은 부품이 소요되는 복사기와 건설 장비도 마찬가지다. 즉 일본 제조업의 경쟁력은 조율형 아키텍처라는 산업 및 기술의 특성에 기반한 것이다.
- 테슬라모터스의 ‘모델 S’ 운전석 부분(왼쪽)과 배터리·모터 등을 포함한 차량 하체.
도요타의 아성인 자동차 산업도 혁신적인 신기술로 인해 향후 조율형에서 모듈형으로 바뀔 징조를 보이고 있다.
미국의 전기차 회사 테슬라의 창업자 앨런 머스크는 배터리의 높은 비용 때문에 전기차의 수요가 늘어나지 않자, 대량생산을 통해 생산 원가가 낮아진 노트북용 배터리 7000개를 연결함으로써 차량용 배터리의 가격을 현저하게 낮추고, 충전 후 주행 거리를 350마일까지 늘렸다. 테슬라는 올 한 해 동안 주력 제품인 '모델 S'를 3만5000대 판매할 계획이고, 배터리를 대량 생산하는 설비에 투자하고 있다.
테슬라와 같은 전기차가 도요타를 비롯한 기존 자동차업체에 장기적으로 큰 위협이 될 수 있는 이유는, 모델 S의 구조를 보면 알 수 있다. 차체의 아랫부분은 내연기관 승용차에 비해 지극히 단순하다. 배터리와 모터가 전부이다. 차체의 내장 역시 단순하다. 17인치 모니터 하나로 자동차의 모든 기능이 소프트웨어로 컨트롤된다. 소프트웨어는 주기적으로 자동 업데이트돼 성능이 계속 향상된다. 다시 말해 모델 S는 몇 가지 모듈로 구성된 제품으로, 소프트웨어가 가장 중요한 요소로 자리잡았다.
물론 테슬라 같은 전기차가 얼마나 빨리 대중차 시장을 잠식할 수 있을까 하는 점엔 많은 불확실성이 존재한다. 배터리의 기술적 한계 때문에 당분간 고급 승용차 시장에 국한될 수 있다.
그러나 부인할 수 없는 사실은, 자동차 산업을 비롯한 여러 제조업이 기술 혁신을 통해 전통적인 조율형 아키텍처에서 모듈형으로 바뀌고 있으며, 소프트웨어의 중요성이 나날이 높아지고 있다는 점이다. 또한 단순 제품 생산에서 제품과 서비스가 결합된 새로운 사업 모델의 중요성도 높아지고 있다.
한국의 현대자동차 역시 도요타를 모델로 삼아 품질 향상에 매진한 결과 이제 세계 5위의 자동차 기업으로 부상했다. 도요타와 현대자동차 모두 이제는 제조업 정신 외에도 소프트웨어와 서비스의 중요성을 깨달아야 하지 않을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