풍년 예감
고령 다산면 벌지리
수 천 평 언 땅
들 논 가운데
세워져 있는 기중기의 탑
펑퍼짐한 논 가운데
수직으로 벌떡 솟아 있으니
막막하던 겨울 땅
흙의 둔부는
서서히 달아오르고
반경 삼 십리 눈 녹았다
<시작 노트>
겨울 들판은 을씨년스럽다. 잿빛 하늘에 눈발이라도 날리면 더욱 그렇다. 다산면 너른 들판에 관정 작업을 하던 기중기가 탑을 곧추세워 두었으니 의도치 않았다 하더라도 그것은 분명 음양의 조화를 완벽하게 그려내고 있었다. 고령의 들판이지만 누런 결실 맺지 않고 어찌 견딜 수 있을까.
시골 도시 할 것 없이 끊긴 아기의 울음소리가 다산면을 기점으로 곳곳에서 우렁찼으면 좋겠다. 내년에는 백일 떡, 돌떡이 푸짐하겠다.
첫댓글 박용연 시인님의 시 한 편 더 올립니다.
풍경
산불 헬기에
물과 함께 빨려 들어간
저수지의 물고기
작별 인사 한마디 남기지 못하고
웅봉산 불길 위로 던져졌다
섬광처럼 떠오른 이승의 인연들
오고 감의 경계는 없어야 한다며
불영사 처마 끝
바람 가르는 물고기
-시집『톡, 하실래요』(시공간 제4집)에서
펑퍼짐한 논 가운데
수직으로 벌떡 솟아 있으니
막막하던 겨울 땅
흙의 둔부는
서서히 달아오르고
반경 삼 십리 눈 녹았다
맞습니다
참 재미있는 시입니다
사람이나 짐승이나 음양이 만나야 생산이 되는 법
벌컥벌컥 물이 쏟아지면
고령벌판은 풍년이 들 것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