악순환은 여기서 멈추지 않았다.
흑인에 대한 낙인 찍기가 심해지면서 이것은 인종을 차별하는
'짐 크로 법(1876~1965년 시행됐던 미국의 인종분리범)과 규범으로 제도회돠었다.
흑인은 선거에 참가할 수도, 백인 학교에서 공부할 수도, 백인 가게에서 물건을 살 수도 ,
백인 식당에서 음식을 먹을 수도, 백인 호텔에서 잠을 잘수도 없었다.
이 모든 차별을 정당화하는 근거는 명백했다.
흑인은 천하고 게으르고 악하기 때문에 이들로부터 백인을 보호할 필요가 있다는 것이었다.
백인들은 흑인과 같은 호텔에서 자거나 같은 식당에서 먹고 싶어 하지 않았다.
병에 걸릴까 봐 두려워서였다.
백인은 자녀를 흑인이 다니는 학교에 보재고 싶어하지 않았다.
흑인으 야만성이 두려웠고 악ㅇㅇ향을 받을까 봐 걱정되었기 때문이다.
귿들은 흑인이 선거에서 투표하는 것도 원하지 않았다.
흑인은 무지하고 부도덕하기 때문이었다.
이러한 두려움은 소위 과학적 연구에 의해 정당화되었는데,
학자들은 흑인이 실제로 교육 수준이 낮으며 다양한 질병에 걸리는 일이 많고
범죄율이 훨씬 더 높다는 사실을 '증명'했다.
.( 이런 연구가 간과한 점은 이런 '사릴'들이 흑인에 대한 차별의 결과라는 점이었다.
20세기 중반에 과거 남부연합에 속했던 주들에서 자행되었던 인종차별은
19세기 말보다 더욱 심했을 것으로 추정된다.
1958년 미시시피 대학에 지원한 흑인 학생 클레넌 킹은 정신병원에 강제 수용되었는데,
판사가 미시시피 대학교에 들어갈 수 있다고 생각한 흑인은 제정신이 아니라고 판결했기 때문이었다.
미국의 남부인(그리고 많은 북부인)들이 가장 혐오하는 일은
흑인 남성이 백인 여성과 성관계를 하고 결혼하는 것이었다.
흑백 간의 성관계는 가장 큰 금기가 되었고,
그 금기를 어겼거나 어긴 것으로 짐작되면 린치라는 형태로 즉결처분을 받아 마땅한 범죄로 여겨져다.
백인 우월주의 비밀결사대인 큐 클럭스 클랜(KKK)단은 그런 살인을 수없이 자행했다.
힌두교의 최상층을 이루는 브라만들에게 청결의 법칙에 관해서 한두 수 가르쳐줄 만한 정도였다.
시간이 흐르면서 인종차별은 점점 더 많은 문화영역으로 퍼졌다.
미국으 미학 문화는 미에 대한 백인의 기준을 중심으로 세워졌다.
백인종의 신체 특징인 힌 피부와 금발 직모, 약간의 들창코가 아름다운 것으로 인식되었고,
흑인의 전형적인 모습인 검은 피부, 검고 텁수룩한 머리 , 납작한 코는 추한 것으로 취급되었다.
이런 선이견은 인간의 의식에서 훨씬 더 깊은 수준에 있는 상상의 위계질서를 각인시켰다.
이런 악순환은 수세기 수천 년 지속되면서
역사적으로 우연히 발생한 질서에 불과한 상상의 위계질서를 지속시킬 수 있다.
부당한 차별ㅇ느 시간이 흐르면서 개선되는 것이 아니라 더욱 심해질 수 있다.
돈은 돈 있는 자에게 들어오고, 가난은 가난뱅이를 방문하는 법이다.
교육은 교육받은 자에게, 무지는 무지한 자에게 돌아가게 마련이다.
역사에서 한번 희생자가 된 이들은 또다시 희생자가 될 가능성이 크다.
역사의 특권을 누린 계층은 또다시 특권을 누릴 가능성이 크다.
대부분의 사회정치적 차별에는 논리적, 생물학적 근거가 없으며,
우연한 사건이 신화의 뒷받침을 받아 영속화한 것에 불과하다.
우리가 역사를 공부해야 하는 훌륭한 이유 중 하나가 이것이다.
만일 흑인과 백인의 구분, 브라만과 수드라의 구분이 생물학적 실체에 근거를 두었다면 어떨까?
만일 브람나이 정말로 수드라보다 더 낳은 뇌를 가지고 있다면?
그렇다면 인간사회를 이해하는 데는 생물학으로 충분할 것이다.
하지만 호모 사피엔스의 각기 다른 집단이 지니는 생물학적 차이는 사실상 무시할 만한 수준이므로,
생물학으로는 인도 사회의 곡절이나 미국 인종차별의 역사를 설명할 수 없다.
우리는 상상의 산물을 잔인하고 매우 현실적인 사회 구조로 바꿔놓은 사건들, 조건들,
관력관계들을 연구해야만 비로소 그런 형상들을 히해할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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