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지역 민심이 심상찮다. 4·29 재·보선에서 민주당이 수도권 승리에도 불구 ‘텃밭’인 광주·전남에서 완패했기 때문.
광주·전남지역 세 곳에서 치러진 이번 재보선 결과 민주당은 단독 출마한 영암 기초의원을 제외한 장흥 광역의원과 광주 서구 기초의원 선거에서 민주노동당에 고배를 마셨다. ‘미니 선거’지만 지방선거를 1년여 앞둔 시점이어서 민주당으로서는 뼈아프다. 더구나 지난해 10·29 여수시의원 재선거에 이은 연패여서 충격은 크다. 당장 지도부 책임론이 내부에서 거론되는 등 후폭풍이 만만치 않다.
30일 지역정가에 따르면 민주당이 이번 재·보선 결과 텃밭인 호남에서 단 한 석도 건지지 못하고 패퇴한 것은 단순한 선거 패배 이상의 의미로 다가서고 있다. 이 번 재·보선은 한나라당에 대한 심판 성격도 있지만 광주·전남 입장에서 보면 민주당에 대한 심판 성격이 강하다는 것. 제1야당으로서 무기력한 모습을 보여온데다 지방의원들의 잇단 부정·비리로 지역민을 실망시킨 것에 대한 경고인 셈이다.
또 패인의 단초를 제공한 비민주적 정당공천 시스템에 대한 비판의 목소리도 나오고 있다. 공정성이나 형평성은 무시된 채 지역위원장, 국회의원과 친소관계에 따라 공천이 이뤄지면서 애초 민의나 표심과는 거리가 멀다는 것이다.
선거 때마다 단골메뉴처럼 공천갈등이 불거지는 것은 현재와 같은 하향식 공천제도에 기인한다는 지적이 설득력을 얻고 있다.
민주당 소속 한 기초의원은 “지역위원장들의 입맛에 맞는 후보들이 공천되다 보니 선거에서 패배할 수밖에 없다”며 “민심을 대변할 수 있고 인재를 영입할 수 있는 상향식 공천을 위해 당헌당규를 손질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서정훈 광주시민단체협의회 사무처장은 “재·보궐 선거가 민의의 일부분을 반영한다 해도 중요한 정치적 기준이 아닐 수 없다”며 “지방선거 특성상 민주당이 좋은 후보, 경쟁력 있는 후보를 내놨어야 하는데 그렇지 못해 패한 것 같다”고 말했다.
지역민들은 이번 재보선 결과가 1년 앞으로 다가온 2010 지방선거에 어떤 영향이 미칠지에 촉각을 곤두세우고 있다.
선거에서 참패한 민주당이 강력한 쇄신책으로 민심을 추스려 나갈 것인지, 아니면 수도권에서의 승리에 도취돼 현실에 안주한 나머지 호남민들로부터 더욱 매서운 심판을 받게 될지 관심이 모아지고 있다. 특히 여태껏 광주·전남은 `민주당 공천=당선’이라는 등식이 성립돼 왔으나 내년 선거에서는 상황이 많이 바뀔 것이란 전망도 있다.
여기에 무소속으로 당선된 정동영 전 장관이 복당과 함께 세력화를 꾀할 경우 계파간 공천 경쟁도 치열해질 공산이 커 지방선거를 앞두고 지역 정치 지형이 크게 요동칠 가능성도 조심스럽게 제기되고 있다.
또 민주당의 철옹성으로 여겨졌던 광주·전남에서 민주당을 연파한 민노당이 내년 선거를 겨냥, 반민주당 세력 결집에 중심역할을 할 수 있을지 주목된다.
신동일 기자 shin@gjdream.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