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강병로의 산야초 이야기] 곤드레
밥 먹는 일이 얼마나 숭고한지 절절히 깨닫습니다.
너와 나 우리가 오순도순 둘러앉아 밥을 먹는다는 건 마음을 나누고 곁을 준다는 의미입니다.
지금 우리의 밥자리는 늘 불안하고 때론 눈물겹습니다.매일 매일이 축제고 잔치여야 할 밥
먹는 일이 ‘눈치 봐야 할’ 불편한 시간으로 전락했지요.이 기막힌 현실 앞에 모두가 망연자실.
공동체는 성실하고 정직하며 정성 가득한 밥을 나눌 때 가장 아름답습니다.그 모습이 사라진
밥상은 외로움과 고독뿐이지요.
다스림! 정치의 본령은 ‘온 세상을 넉넉히 먹이고도 남을 밥잔치’를 펼치는 것입니다.장자가
말한 함포고복(含哺鼓腹)! ‘백성들이 배불리 먹어 배를 두드리며 즐기는 상태’이지요.그
속에서 자신이 먹을 밥 한 끼의 정량(定量)과 정도(正道)를 안다면 태평성대는 결코 신기
루가 아닐 것입니다.고진하 시인은 가난한 아낙네의 한 끼를 “식은 밥 한 덩이/산나물 무침
한 접시/쥐코밥상에 올려놓고/먼저 감사의 기도를 드린다/흙물 든 두 손을 비비며”라고
읊었습니다.밥!밥을 대하는 태도가 이보다 더 아름다울 수 있을까요.
▲ 곤드레
‘천지삐까리’라는 말을 들어보셨는지요.정선의 지인 한 분은 이 말을 입에 달고 삽니다.“니 아나?
내가 니를 천지삐까리 맨치로 좋아한데이.울 동네 앞산 뒷산에 천지삐까리로 널브러진 곤드레
툭툭 꺾어서 밥해줄 꺼이니 한술 뜨고 가래이”.어떻습니까.그 누구라도 단박에 잡아끄는 푸근하고
넉넉한 포용력 만점의 언어.이 정감어린 말과 찰떡궁합인 밥이 곤드레 나물을 넣고 지은
‘곤드레밥’입니다.식물성 단백질과 섬유소,비타민,베타카로틴이 풍부해 혈관 질환을 예방하고
면역력을 높여주는 곤드레(고려엉겅퀴)!이 나물은 배고픔을 달래는 구황작물로도 으뜸이었습니다.
곤드레밥은 유장한 정선아라리에 실려 대처로 빠져나갔지요.이젠 전국 어디서나 곤드레밥을
먹을 수 있습니다.동강 뗏목을 타고 흐르며 밥 한 끼의 소중함과 애환을 알린 문화전도사 곤드레밥.
함께 먹어야 제맛인 그 밥이 그립습니다.우리는 지금 아파도 마냥 아플 수 없는 시대를 살고
있습니다.이런 때일수록 혼자 먹는 밥 한 끼가 야무져야 합니다.천양희 시인은 ‘밥’ 시에서
“궁지에 몰린 마음을 밥처럼 씹어라/어차피 삶은 너가 소화해야 할 것이니까”라고 말합니다.
어때요.정신이 번쩍 들지 않습니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