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반야심경과 물리학] 1. 들어가는 말
언젠가 한 종교인이 불교의 윤회설과 연기설에 의문을 품고 “모든 것이 서로 관련을 맺고 있다고 하지만 달 위에 돌맹이가 하나 떨어졌다고 해서 지구에 사는 우리에게 어떤 영향을 미친다는 말씀입니까?”라며 “돼지와 사람이 같다는 뜻입니까?”하고 질문을 던진적이 있다. 지진이 크게 나서 수십만이 죽어도 지진의 영향을 받는 곳만 받을 뿐인데, 달에 돌멩이가 하나 떨어졌다고 해서 지구에 사는 우리들에게 무슨 영향이 있겠는가?
분명히 돼지와 사람은 다른 것인데 어떻게 다른 것끼리 서로 바뀔 수 있겠는가? 따라서 윤회설은 분명히 잘못된 것이며 연기설은 적당히 가감해서 해석할 것이지 글자그대로 모든 것이 서로 밀접히 연관을 맺고 있다는 것으로 해석하지 말라는 뜻을 이 질문은 담고 있다. 상식적으로 옳은 말이다.
그런데 한라산에 사는 나비 한마리의 날개짓이 몇개월 후 서울에 폭우를 몰고 올 수도 있다. 생명활동에 중요한 역할을 담당하는 전자(電子)라는 소립자(素粒子)와 생명활동과는 관계도 없고 태양과 지구사이를 납으로 꽉채워 놓아도 텅빈 공간처럼 관통해 버리는 중성미자(中性微子, meutrino)라는 소립자를 한가지 소립자의 서로 다른 모습으로 볼 수도 있다면 위의 질문을 다시 한번 생각해 볼 필요가 있지 않겠는가?
종교는 성자의 깨달음으로 이루어진 것은 분명한데 종교적 신앙을 갖고 있는 사람이나 그렇지 않은 사람이나 유익한 내용을 찾아 읽으려 해도 쉽게 이해할 수도 없고 받아들이기 어려운 내용이 있다. 이 내용이 일반논리에 모순되는 경우에 더욱 그렇다. 석가모니 부처님께서 깨달은 내용을 핵심만 골라 압축하여 놓은 <반야심경>은 온통 일반논리 또는 단순논리와 모순되는 말로 가득차 있다.
반야심경에 ‘색불이공 공불이색 색즉시공 공즉시색’이라고 했는데 이 말은 이해하기가 어렵다. 이해하기 어렵다는 것도 성자의 가르침을 진실이라 믿고 받아들이려는 불교도의 입장에서이지 이슬람교의 창시자인 마호멧을 윽박지른 아랍인들이라면 반야심경의 내용을 듣자마자 한 칼에 토막을 내버렸을 것이다.
유일신 알라의 계시를 받고 신의 가르침을 사람들에게 전하려고 성자 마호멧이 세상에 내려 왔을 때 아랍인들은 마호멧의 목에 칼을 들이대고 단순 명쾌한 증거를 요구하였다.“네가 진정 신의 사도라면 저 달을 둘로 쪼개어 봐라. 전지전능한 창조주가 너를 위해 저 달을 쪼개면 네 말을 믿겠고 그렇지 않으면 너는 거짓말쟁이 니까 이 칼로 네 목을 치겠다”
이에 절망한 마호멧이 두 손을 높이 쳐들고 “신 이여 어찌 하리이까”하고 괴로움을 호소했을때 마호멧의 손을 따라 밤하늘을 쳐다보던 사람들은 달이 둘로 갈라진 것을 보았다고 한다. 더 이상 무슨 증거가 필요하겠는가. 마호멧의 가르침을 믿고 따르면 그뿐이지.
종교에 불교 도교 유교와 같은 깨달음의 종교와 기독교 이슬람교 유대교같은 믿음의 종교가 있듯이 사물을 보고 진리를 찾는 방법에도 두가지가 있다. 깨달음을 통해 직관으로 진리를 꿰뚫어보는 방법과 세밀한 관찰과 검증을 통해 법칙을 찾아내고 다시 확인하는 방법이다. 종교적 성자가 대개 전자의 방법을 취한다면 자연과 학자는 주로 후자의 방법을 택한다고 할 수 있다. 이런뜻에서 자연과학은 아랍인의 눈으로 사물을 관찰하는 것이라고 말할 수 있다.
물리학은 날카로운 칼이다. 모든 자연 현상, 천문학적 현상이든 과학적 현상이든 심지어는 생명체 내에서 일어나는 현상마저도 물질적인 것이라면 정확히 물리학의 법칙을 따르고 있다.
김성구 <이화여대 교수.물리학>
[출처 : 부다피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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