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926차 경남 통영 사량도 지리산(2023.4.20.)
오늘은 사량도의 지리산을 갔습니다. 전에도 몇 번 간 곳이지만 갈 때마다 남해의 절경에 놀라곤 합니다. 오늘은 6시에 출발하여 9시에 돌아오는 긴 일정이었습니다. 배 시간 때문이기도 하지만 산행 시간도 4시간 반이나 되었습니다. 작은 섬의 낮은 산이라고 얕볼 수는 없었습니다. 다 아는 것과 같이 칼바위 능선을 타야 하기 때문에 쉬운 길은 아니었습니다. 수우도전망대, 지리산, 달바위, 가마봉, 옥녀봉을 거쳐 면사무소 쪽으로 내려왔습니다.
능선을 타면서, 그리고 정상에서 내려다보는 사방의 경치는 한 폭의 그림과 같았습니다. 잔잔한 바다에 떠 있는 크고 작은 섬은 자연 그대로 한 폭의 동양화였습니다. 좌우에 보이는 사량도의 항구들은 또 얼마나 아름다운지요. 바닷물이 둥글게 깊숙이 들어와 있는 모습이 복주머니 같기도 하고, 소가 들으면 기분 나빠할지는 모르지만, 쇠 불알 같기도 하였습니다. 어떤 항구는 겨울에 탱탱해진 쇠 불알 같고, 어떤 항구는 여름에 축 늘어진 쇠 불알 같아도 보였습니다. 항구 마을의 빨갛고 파란 지붕들은 따개비처럼 붙어 있었는데, 저 안에도 다 사람이 있을 것이며, 오늘 아침에 차 안에서 먹은 시루떡처럼 슬픔과 가쁨이 켜켜이 쌓여 있을 것이라는 생각도 해 보았습니다. 지금처럼 마음대로 뭍에 갈 수도 없었던 그 가난했던 시절, 그 시루떡의 층들은 지금보다 얼마나 많았을지 애잔한 마음도 들었습니다.
사량도를 사랑도로 착각하는 대원들은 없겠지요? 사량도는 한자로 蛇粱島라고 쓰더군요. 해석하면 ‘뱀의 대들보’ 쯤 되는데 ‘뱀의 등뼈’로 해석해야 하는지 모르겠습니다. 산의 능선이 칼바위로 되어 있어서 뱀의 등뼈라고 하면 어울릴 법도 합니다. 옛날에는 나무 계단도 없고, 출렁다리도 없어서 매우 힘든 산행길이었으나 지금은 많이 좋아졌다고는 하지만 그래도 꽤 힘든 길이었습니다. 옥녀봉의 전설에 나오는 옥녀의 저주가 아직 풀리지 않았는지 산행 사고가 자주 일어나는 곳이라고 하는데 우리 대원들 한 분도 안전사고 없이 무사히 다녀온 것은, 회장님 말씀대로 우리 목요천봉이 축복받은 산악반이기 때문일 겁니다.
우리나라 곳곳에 출렁다리가 많이 있지만, 주변의 경치를 두고 본다면 사량도의 출렁다리를 따라갈 곳은 별로 없을 것 같습니다. 점점이 흩어져 있는 섬과 바로 아래의 기암절벽, 멀리 보이는 복주머니 같은 항구들, 제로하키님이 그랬던가요? 경치가 너무 좋아 사진에 박는 것만으로는 부족하니, 보고, 맡고, 마시고, 만지고 해도 부족할 것 같았습니다.
이번에는 아예 배에 차를 싣고 갔기 때문에 섬에 가서도 이동이 매우 편리했습니다. 출발했던 고성의 응암포항에 와서 회를 먹었습니다. 선착장 옆에 ‘섬놈 횟집’이 있어서 웃었는데, 우리는 횟집에 가지 않고 회를 배달해서 먹었는데, 비빔회로 푸짐히 먹고 남았습니다. 10000원 내고 이렇게 맛있고 풍성한 회는 처음 먹어 보았습니다. 긴 하루였지만 정말 멋진 산행에 멋진 저녁이었습니다.
돌아오는 차 안에서 회장님 말씀에 색다른 감사가 하나 더 붙었습니다. 새로 오신 두 분 대원께서 손님이면서 식사하는 상을 치우는 일까지 열심히 하는 것을 보고 또, 우리 목요천봉 산악회는 축복받은 산악회라는 것을 상기시키시더군요. 회장님은 아마도 이 축복이 하나님께로부터 온 것이라고 생각하시는 것 같은데, 그것은 그 두 분께 여쭤봐야 하는 게 아닐까요?
이렇게 오늘도 정말 멋진 산행이었습니다.
첫댓글 감사합니다. 날씨가 산행하기에 딱 좋았고요. 어려운 코스지만 무사히 마침에 또 감사합니다. 여성대원님들의 적극적인 참여로 주방일들이 일사천리로 이루어지는 모습에 또 감사합니다. .
피곤하심도 잊으시고 일지를 이렇게 빨리 재미있게 써주시는 총장님께 감사드립니다.
등산은 언제나 힘들지만 마지막엔 미소를 안겨주기에 산에 오르나 봅니다. 총장님 말씀처럼 칼바위의 두려움에 한껏 집중하고 또 남해 풍경에 감탄하다보니 하루가 갑니다. 비빔회도 꿀맛이었는데 이런 아이디어로 모든 분들 행복하게 해주시는 임원분들과 수고해주신 분들께 무한 감사드립니다.~~♡
초입은 힘들어도 가슴이 탁 트이도록 아름답고 푸른 봄바다를 맘껏 안을 수 있었으니 멋진날입니다.
그곳에서 시원하게 불어오는 바닷바람에 눈호강은 또 얼마나 달콤했을까요.
산행기를 보면서 내내 그곳에 있는 느낌이였습니다.
충청도 사람들은 넓고 푸른 바다만 봐도 가슴이 설레이지요.
촣은 곳을 두루 다닐 수 있고 감상할 수 있는 우리들은 정말 행복한 사람들입니다.
오늘도 즐거운 산행기 감사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