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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스마트폰이 퍼지면서 휴대폰으로 책을 읽을 수 있는 여러가지 방법이 생겼다. 서점이나 애플 앱스토어, 구글플레이, T스토어와 같은 앱 장터에서 구매하여 스마트폰으로 읽을 수 있다. 종종 작가나 출판사가 무료로 올린 책 파일을 내려받아 읽을 수도 있다. 또 도서관처럼 책을 빌려 보는 방법도 가능하다. 앱북은 응용프로그램을 뜻하는 영어 단어 ‘애플리케이션’(이하 앱)과 책이란 영어 단어 ‘북’에서 따온 말이다. 스마트폰 앱처럼 다양한 기능을 갖춘 책이란 뜻에서 나왔다. 아이폰과 아이패드용 앱을 찾을 수 있는 애플 앱스토어에 ‘도서’라는 갈래가 있는 데서 출발했다. 앱북이란 말이 처음부터 널리 쓰인 건 아니다. 앱북, M북, 웹북, 모바일북, 도서 앱, 북 앱 등 다양하게 불렸다. 한국에서는 2010년 앱북 개발사가 기존의 디지털 콘텐츠, e북과 구분하기 위해 이 단어를 쓰기 시작했다. 손으로 누르거나 좌우상하로 움직이면 반응하는 책이란 뜻이 컸다. 앱북을 자세히 보면 속은 책이고, 겉은 모바일 앱이다. 앱북 개발사는 책을 고스란히 앱으로 가져와 종이책과 전자책에 없는 기능을 달았다. 앱에 있는 기능도 앱북에는 담겨있다. 여러 SNS의 글을 모아서 보여주는 앱처럼 앱북에는 책 내용과 관련 있는 SNS 글을 불러와 보여주거나, 증강현실 기술을 응용해 책을 읽다가 카메라를 켜면 책에 등장한 동물이 움직인다. 모바일 설문조사 앱과 앱북을 연동해 독자에게 설문조사도 한다. 앱북은 그야말로 앱 같은 책이자 책 같은 앱이다. ![]() 특히 학습서와 문제집 같은 앱북은 상호 반응하는(인터랙티브한) 기능을 많이 품고 있다. 영어 교재에서 이 특징이 두드러진다. 문제 풀고 답 맞추기, 예문 바로 듣기, 단어장에서 뜻만 가리고 읽기 등 다양한 기능들이 나왔다. 바탕이 동화책인 앱북은 더 화려한 기능을 품었다. 앱북 개발사는 동화책 앱북을 만들며 오디오북 파일 자동으로 들려주기, 화면을 눌러 색칠하기, 퍼즐 맞추기, 삽화 속 인물이나 식물, 동물을 움직이기, 단말기가 세워진 방향에 맞춰 그림도 움직이기, 이야기에 맞춰 그림을 바꾸거나 적당한 효과음 들려주기 등 다양한 시도를 했다. 촉각 놀이책이나 단순한 모바일 게임처럼 말이다. ![]() 위에서 예로 든 앱북의 기능은 이론적으로 EPUB 전자책도 구현할 수 있다. EPUB은 CSS와 HTML, 자바스크립트로 전자책을 표현하는 기술의 표준 집합으로, 전자책 시장의 표준 파일 형식이다. 처음에는 흑백 화면의 e잉크 전자책 단말기에서 전자책을 보여주기 위해 만들어졌지만 차츰 스마트폰과 태블릿PC에 맞는 전자책을 표현하는 방향으로 진화를 거듭했다. EPUB3는 HTML5를 기준으로 한다. EPUB3까지는 아니더라도 EPUB2 표준대로 만들어진 전자책이면 JPG나 PNG, GIF 이미지를 넣을 수 있었다. 글자색 바꾸기도 가능했다. 하지만 전자책 서점은 대부분 흑백 전자책만 팔았다. 참고할 만한 웹사이트나 블로그를 링크하기는커녕 글꼴도 다양하게 표현하지 못하는 경우도 많다. 출판사는 EPUB의 최신 표준에 맞춰 전자책을 만들 인력이 부족했고, 서점은 최신 EPUB 표준대로 만든 전자책을 보여줄 뷰어를 개발하지 못한 탓이다. 2012년 HTML5를 기준으로 삼은 EPUB3이 발표됐지만, EPUB3용 전자책을 만들 저작도구 개발은 더뎠다. 전자책이 종이책보다 오히려 표현력이 낮은 상황이 빚어지자, 출판사는 앱북으로 눈을 돌렸다. 앱북이란 단어가 널리 쓰이기 시작한 2009~2010년은 모바일 앱 시장이 주목을 받는 때였다. 앱북을 만들 개발사는 많았고, 출판사는 앱북을 만들고 싶어했다. 앱북이 쏟아지기 시작한 때도 바로 이때다. 앱북은 EPUB 전자책과 달리, 컬러를 지원하고 이미지나 동영상을 넣을 수 있고, 여느 앱처럼 각종 인터랙티브 기능을 넣을 수 있었다. 반면 EPUB 전자책은 책장을 넘기고, 책갈피를 표시하고, 본문 검색 정도만 가능했다. 출판사는 주력하는 책이나 스테디셀러를 앱북으로 만들었다. 사전을 만드는 출판사는 영영사전, 영한사전, 한영사전, 실용옥편 등 각종 사전과 영어 교재를 앱북으로 만들었다. 소설의 경우 신경숙의 ‘엄마를 부탁해’와 김려령의 ‘완득이’를 오디오앱북으로 만들었다. 앱북에 오디오북 기능을 넣은 것이다. 앱북은 이렇게 출판사가 전자책 서점에 만족하지 못하는 틈을 노려 성장했다. ![]() 초기 앱북은 1권씩 나왔다. 시리즈물이어도 하나로 묶여 나오기보다 낱권으로 나오는 게 일반적이었다. 지금은 비슷한 책이 앱 하나로 묶여서 나온다. 열린책들 ‘세계문학’, 열림원 ‘쥘베른 걸작선’, 대원씨아이 ‘열혈강호’, 위즈덤하우스 ‘빨간책방’, 민음사 ‘이문열 중국 고전’ 등이 대표 사례다. 삼성출판사는 ‘핑크퐁’ 시리즈를 종류별로 묶어서 앱으로 냈다. 전래동화 오디오북 27편을 앱북 하나로 만들고, 영어동화 32편을 앱북 하나로 만드는 식이다. 이런 현상은 출판사에서만 나타나는 게 아니다. 앱북 개발사는 출시하는 앱 수를 줄이고, 앱 안에 장터를 만들기 시작했다. 블루핀은 캐릭터별로 내용이나 기능에 따라 별도로 앱을 만들다 ‘키즈월드’라는 통합 앱을 만들었고, 단행본 출판사의 앱북을 만드는 북잼도 통합 앱을 만들 계획을 밝혔다. 독자의 계정만 인증하면 아이폰과 안드로이드폰 등 플랫폼을 아우르는 통합 앱이 나올 것이다. 이렇게 되면 그 동안 지적을 받았던 앱북의 단점을 극복할 것으로 기대된다. 지금까지는 A라는 앱북을 아이폰에서 샀다가 휴대폰을 안드로이드 기반의 휴대폰으로 바꾸면 앱북을 새로 사야 했다. 사용하는 단말기나 운영체제가 달라지면 그 전에 구입한 앱북은 읽기 어려웠다. 헌데 앱북이 서점 기능을 갖추고 앱북 개발사가 통합 앱을 내놓게 되면 구글플레이에서 산 책을 아이폰으로도 읽을 수 있게 된다. 추후 앱북 시장이 진화하면 앱북은 전자책 서점, 나아가 도서 앱 카테고리를 운영하는 애플 앱스토어, 구글플레이와 경쟁할 수도 있게 된다. 물론, 그 시기를 지금 점치기는 어렵다. ![]() ‘작가가 되고 싶다’는 꿈이 ‘앱북 하나 내고 싶다’로 바뀔 날이 올까. 도구는 벌써 마련됐으니, 시도만 하면 된다. 앱북은 앱북 개발사와 출판사만 만들 수 있는 게 아니다. 마음만 먹으면 누구나 내 앱북 하나쯤은 만들 수 있다. ‘앱북메이커’, ‘엠북하모니’, ‘모글루’ 같은 유무료 저작도구가 이미 나와있고 이를 통해 앱북을 만들 수 있다. 발행2014.01.02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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