작성자바쁜백조(은화)|작성시간03.12.0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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며칠간 아버님이 병원에 계시는 바람에 김장이 늦어졌다.
결혼 14년차 이지만 아직 혼자서 김장 김치를 담궈보지 못했다.
평상시 먹는 김치야 내손으로 하지만.그것도 결혼생활 7~8년이 지나서 인가?
특히나 겨우내 먹을 김장은 배추 고르기 부터 속버무리는거 까지 어머님의 진두 지휘하에
아들인 남편과 아버님까지. 며느리인 난 거의 잡다한 치닥거리로 김장이 마무리 된다.
호강(?)에 겨운....
여러가지 상황으로 한꺼번에 김장을 할 수가 없을 거 같아 어른들이 퇴원해 오시기 전에 담궈야 겠다고 생각하고 동치미와 알타리무 15단을 사서 담궜다.
많은 양을 특히나 김장거리로 처음 혼자 하려니 역시 어머님이 계셔야 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무엇보다도 간이 맞으려나 싶고,혹시라도... 하는 맛에 대한 평가가 두려웠다.
어머닌 내가 김치를 담글때면 늘 옆에서 지켜보시며 이런저런 얘기(예전에 여러번 들었던)를 하시곤 한다.
김장 걱정을 하시는 어머님께 전화로 말씀드렸더니 "혼자서 애 썼다" 하신다.
혼자서 김치를 담그면서 온종일 엄마 생각을 한다.
엄마는 혼자서 그 많은 것을 뚝딱 빨리도 하셨는데,나는 겨우 이 한가지로 하루종일이 걸리다 시피했다.
엄만 어떻게 그렇게 빨리 하실까?....
시집오기 전에 도와 드리지 못했던게 더 절실히 후회가 된다.
시부모님이 집으로 돌아 오셔서 삼일만에 김장을 했다.
힘이 드실텐데 너희들이 하는건데 뭘 그러냐 하시면서도 이번에도 어머님이...
허리에 찜질팩을 아이 업듯이 대고 분주히 하시는 모습에 또다시 속이 너무 상했다.
전에도 집안일 하시는거 말렸지만 그때마다 어머님이 너무 서운해 하시고,
결국 나하고 서운한 날들이 며칠동안 지속되곤 해서 속이 상해도 이젠 그냥 지켜보기만.....
이래저래 마음이 안좋다.
시어른들이 아프시거나 그럴때면 친정 부모님이 더 생각나고 걱정이 된다.
자식 넷 다 결혼 시켜 떠나보내고 두 분만이.
아직도 고생하시는 부모님을 생각하고 가슴아파하는 자식들에게
"괜찮다.걱정하지마라.너희들이 잘 사니 고맙다."고 만 하신다.
오빠와 동생들이 이젠 가게 그만하시고 편히 계시게 해야 한다는 소리에
난 항상 반대를 해 왔다.
아직은 힘이 부치시더라도 경제활동을 하시는게 엄마 아빠께 더 낫다고...
언제까지 그렇게 해야 하냐고 하는 형제들의 항의를 듣는다.
그렇다고 며느리와 같이 산다는 것도 ....
아들인 남편이 벌어온 돈으로,당연히 당신 몫으로 드리는 용돈을 어머니는 며느리인 내가 드리면 미안해 하시는 표정으로 받으신다.
싫다. 초라해 지시는 거 같아서 싫다.당연한 건데.
친정 부모님도 그리 되지 않을까 .... 진짜 싫다....
친정에 들릴때면 집에 가져가라며 이것저것을 자꾸 주시려 하신다.
장사도 힘든데 자꾸 주시는걸 가져 가는게 죄송스러워 괜찮다며 그냥 오곤 했더니 서운해 하셨다.
이제는 주세요 하고 받아온다.마음 편하시라고.
집에오면 어김없이 어머니한테 한소리 듣는다.장사하기도 힘드실텐데 가져 온다고...
73세.이젠 연세가 많이 드셔서 정말로 많이 힘들어 하신다.
자꾸 아파 하시고...
병원에 가시는걸 싫어하시는 아빠께 엄마도 못하는 잔소리를 해 댄다.
"아빠 병원에 왜 안가셔요? 아빤 이제껏 고생하고 몸 아픈게 억울하지도 않아요?"
날씨가 추워지기 시작하면서 막내 동생이 더 채근을 한다.
내가 어떻게 해 볼테니 엄마 아빠 장사 그만 두시고 자기 옆에서 사시게 하고 싶다고.
아마도 언니 오빠들이 무척이나 원망스러운가 보다.
엄마께 동생 생각해서라도 가게 그만 두는 일 생각 해 보시라고 하면서도
막내에게는 우리끼리 할 수 있는 문제가 아니니 서둘지 말자고,오빠들의 입장도 생각 해 봐야 될 문제라고 달랜다.
"엄마 사실 내 생각은... 엄마가 몸은 힘들어도 그래도 지금이 나아요.
지금 이 상태에서 아빠가 병원에도 좀 가시고 건강만 챙기면 좋겠어요.
엄마가 스트레스만 좀 덜 받게..."
엄마에겐 그렇게 말씀드리면서도
이제까진 자식들이랑 절대 같이 안 사신다는 아빠께는 그래도 기회는 주셔야 하지 않겠냐고 말씀드린다.
아들 딸 구분않고 키우신 아빠.
엄마에게서 전화가 왔다.
"은화야~
아빠가 너희들이 부모 생각 하는거 고맙지만 그렇게 못하시는 진짜 이유가...
너희들이 아들 같으면 모르지만... 그래도 ... 아들 며느리가 둘 씩이나 있는데...하신다....
니가 은경이 좀 달래라. 엄마말 무슨 뜻인지 알지?...."
아~ 그랬구나.
아들을,며느리를 기다리고 계신거다...
아빠가 .... 많이.... 늙으셨다....
마음이 너무 아프다. 머리가 깨질 거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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댓글 리스트
작성자바쁜백조(은화) 작성자 본인 여부작성자 | 작성시간03.12.03
카페에 들어와 괜시리 여기저기 글을 읽고 또 읽고... 며칠 째 우울한 내 마음을 들어내지 않으려고 ... 결국 감정을 나타내고야 말았다....
작성자shinny(경섭) | 작성시간03.12.03
사람이 늙는다는 것...예전보다 더욱 가슴 아프게 다가오는 것은 얼마 못 사실 부모님들이 계시고...또 우리도 늙어가기 때문이겠지요. 저도 자립하실 수 있는 한 자립하실 수 있도록 격려하고, 몰래라도 도와 드리는 것이 더 좋은 일이라고 생각합니다. 우리도 그러할 것이므로..병원에는 좀 자주 가주셨으면 감사하련만..
작성자한은주 | 작성시간03.12.03
늙어가시는 부모님을 생각할 때마다 마음이 무겁지요. 그래도 두분이 함께 계시고, 4남매나 두셨으니, 백조님이 그것만으로도 위로를 삼으세요. 해결될 수 없는 감정....부모님을 바라보는 딸의 애틋함인 것 같습니다.
작성자오명집 | 작성시간03.12.03
맘이라도 언제나 따스하게 해드리셔요.. 부모님의 마음이 다그렇지요..
작성자이계원 | 작성시간03.12.06
세상에 불이 다 꺼지고 어둠에 앞이 보이지 않을 때 버선발로 달려와 손을 잡아주는 이....한결같은 부모님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