말의 씨앗
아흔이 넘은 우리 어머니는 평생 농부로 살아오셨다. 농작물마다 심는 시기가 다르지만,
우리 어머니는 씨앗을 땅에 심을 때 무척 정성 들여 심으셨다. 씨앗이 어떻게 하면 잘나기도 하고 바람에 날아가 엉뚱한 곳에서 나기도 한다. 심지어 새들이 씨앗을 파먹어서 나지 않는 것도 있었다.
어머니는 하늘의 뜻을 살피며 사셨다. 땅속에 씨를 심으실 때나, 모종을 옮겨 심을 때, 태풍이 와서 농작물이 다 쓰러져 있을 때도 자식을 사랑하듯 일으켜 세워 키우셨다.
병원이 없고 집안 형편이 어렵다 보니 어머니는 자식 일곱을 낳으셨지만 내 위로 자식 셋을 잃으셨다고 한다.
어머니는 나를 키우는 하루하루가 기도였다고 한다. 잔병치레 많은 딸이 또 혹 먼저 보낸
자식처럼 가버릴까 봐 노심초사하셨다. 누군가 백집을 다니며 동냥해서 아이를 위해 정성스러운 기도를 드리면 아이가 무탈하게 자란다고 했다고 한다. 어머니는 한집 한집 다니면서 자존심이 상하지 않았을까? 자식을 사랑하는 마음과 또다시는 자식을 잃고 싶지 않은 숭고한 몸부림이겠지. 어머니는 나를 키우면서 한 번도 험한 말씀을 하신 기억이 없다.
말이 씨 된다고 좋은 말을 해야 자식이 잘 자란다고 신념처럼 여기며 어머니는 살아오셨다.
나는 어린이집 원장으로 살아온 지 30년이 다 되어 간다. 처음 엄마를 떨어져서 오는 아이에게 하얀 도화지에 그림을 그리듯이 하나하나 세상을 살아가는 방법을 가르친다. 어머니가 나를 키우셨던 것처럼 내 품에 맡겨지는 아이들을 위해 정성을 다한다.
나는 애착 관계를 중요하게 생각한다. 아기를 처음 만났을 때부터 선생님은 전적인 너의 편이야 아이와 눈을 맞추며 안아주고 먹을 것을 먹여 주며 기저귀를 갈아준다. 아기가 배우는 서툰 말을 다시 반복해서 말해 준다.
인간의 전생에 발달을 놓고 보았을 때 영유아기가 가장 중요하다고 생각한다, 첫 사회생활인 어린이집에서 사람으로 살아가면서 꼭 필요한 밥 먹는 것, 손 씻는 것, 친구에게 고마워하고 인사하는 것을 배운다.
교육에도 변화가 있다. 예전 처음 유아교육을 시작할 때만 해도 아이들에게 선생님이 먼저 우리 이렇게 해 볼까 라고 말을 했다면, 이제는 너는 뭘 하고 싶어? 너는 어떻게 생각해? 와 같이 개방형 질문을 하도록 하고 있다. 교사가 환경을 만들어주면 그 속에서 자유롭게 놀이하며 아이가 주도적으로 선택하고 방법을 찾아가고 있다. 선생님의 도움이 필요하거나 다툼이 일어났을 때 잠깐 교사가 개입하는 것 외에는 아이들은 자유롭게 놀이한다.
영아기는 성격이 형성되는 시기이기 때문에 긍정적인 상호 작용이 꼭 필요하다.
아이가 집에서 선생님의 흉내를 내요. 라는 학부모님의 말을 들으면 무한 책임을 느낀다. 아이 앞에서 더 조심해야겠구나!' 하는 생각을 한다.
농부는 봄에 씨앗을 뿌린다. 우리 인생의 봄에도 좋은 씨앗을 뿌려 준다면 좋은 열매를 맺을 수 있을 것이다. 하나님의 계획안에 있었겠지만 해 그름 한 저녁 무렵 동네 친구들이 집으로 돌아간 후에도, 땅따먹기하며 엄마가 부르러 올 때까지 놀다 이웃 마을의 전도사님을 만났다. 여름성경학교 하는데 한번 나와 보라고 하시는 말씀에 가겠다고 약속했다.
옆 동네 전도사님이 자전거를 타고 오셔서 뿌린 씨앗 덕분에 지금까지 나는 상당 교회 권사로 믿음 생활을 하고 있다. 우연히 던진 말 한마디에 상처받기도 하고 생명을 살리기도 한다.
하나님 말씀의 씨를 뿌리는 것은 우리가 해야 할 사명이다.
상당교회 열두광주리 24.7호 연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