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는 모두 꽃, 그저 다른 꽃
숲에서 만나는 마음 치유 Self Forest Therapy
지은이 : 최정순
판형 : A5 변형(150×217mm)
쪽수 : 272쪽
책값 : 17,000원
펴낸날 : 2022년 8월 19일
펴낸곳 : 도서출판 황소걸음
ISBN 979-11-86821-75-6 (03810)
“나는 숲에서 치유 받고 내 삶의 길과 답을 찾은 듯합니다. (…) 외로움과 아픈 상처를 깨끗이 씻어내고 숲에서 넘치도록 누려온 이 행복은 죄 만들지 않는 수많은 숲 생명이 내게 보낸 울림이고, 그 울림이 가져온 씻김이라고 감히 말하고 싶습니다.”
글쓴이가 바라보는 숲은 어떻게 다른지 보자.
“멀리서 숲을 바라보면 그 모습이 참 가지런합니다. (…) 나무가 이런 형태를 만든 데는 생리적인 원인이 있습니다. 보이지 않는 땅속에서 손잡고 있기 때문입니다.”
숲에서는 작고 보잘것없는 숲 생명조차 글쓴이의 스승이다.
“비 내리는 숲길 위로 작은 잎 하나가 떨어집니다. (…) 나뭇잎 모양 나방입니다. (…) 작고 약한 것의 영혼이 훨씬 고양된 정신을 품고 있는 건 단지 삶을 살기 때문일 것입니다. 말없이 사는 숲속 미물들이 나의 스승입니다.”
그러면서 우리가 얼마나 기적 같은 존재인지 거듭 이야기한다.
“꽃이 제대로 여문 씨앗이 되고, 그 씨앗이 싹을 틔워 나무로 자라기는 하늘의 별 따기입니다. 나무도 나도 기적 같은 하늘의 별이라는 생각이 듭니다. 우리는 모두 기적의 증거입니다.”
글쓴이가 간 숲길을 따라가 보자.
“넓은 숲길에 나 혼자인 게 아까워 나는 이리로도 저리로도 걸어봅니다. (…) 숲길에서 나는 철없는 아이가 됩니다.”
그 숲길은 내면으로도 이어진다.
“숲 바닥에 떨어진 가지를 들고 내 안의 병든 가지, 약한 가지, 떨궈야 할 가지가 무엇인지, 내가 어떤 욕망을 놓지 않고 있는지 생각합니다. 욕망의 가지를 떨구면 나를 괴롭히던 아픔과 연민은 아름답고 단단한 무늬로 남겠지요. 바람의 무늬를 안으로 새겨 넣은 나무처럼요.”
그렇다고 마냥 진지하고 깊은 이야기만 하는 것은 아니다. 나직하고 솔직한 이야기에 느닷없이 웃음이 터지기도 한다.
“새는 나무와 나무 사이, 하늘과 땅 사이를 날아다녀서 새라 했다지요? 나비나 벌도 날개가 있지만, 훌쩍 왔다가 훌쩍 떠나는 새가 유독 자유로워 보이는 건, 그놈의 ‘훌쩍’과 ‘멀리’라는 말 때문인 것 같습니다. (…) 아무래도 나는 새처럼 살지는 못할 것 같습니다.”
무심한 듯 툭 던진 글귀에서 글쓴이의 공부가 얼마나 깊은지 짐작할 수 있다.
“나는 마음이 물질이라는 것이 참 좋습니다. 일어난 감각을 알아차리고 그 감각에 휘둘리지 않는 것이 필요할 뿐, 물질이므로 고칠 수 있을 테니까요.”
글쓴이가 들려주는 숲 이야기는 오랜 시간 숲에서 배우고, 깨닫고, 스스로 치유하며 누린 행복과 생명현상에 관한 이야기다. 사랑으로 숲 생명을 살피는 어미의 마음과 아유르베다의 생명철학이 녹아 있어 읽는 것만으로도 자신의 상처를 스스로 치유할 힘을 얻게 된다. 글쓴이의 부탁을 보자.
“숲을 거니는 상상을 하면서 책을 읽으면 좋겠습니다. 마음마다 다르니 자기 마음에 비추면서 제 마음 이상으로 읽을 수 있기를 바랍니다. 숲의 적당한 지점에서 스스로 치유하는 방법을 편하게 적기도 했습니다. 책을 덮고 나서 한 차례 깊은 숲에 다녀온 듯하면 좋겠습니다. 무엇보다 혼자 가는 숲에서도 치유의 길을 찾을 수 있다면 더 바랄 게 없습니다.”
3. 책 속으로
내가 그랬듯 우리 모두 숲에서 자신의 상처를 스스로 치유할 힘을 찾으면 좋겠습니다. ―23쪽
‘마지막 잎새’를 꼭 잡고 있는 것은, 생명이란 그가 나를 떠나도 내가 보내선 안 되기 때문이 아닐까 생각해봅니다. ―48쪽
나무가 흔들리는 것은 살기 위해서입니다. 흔들려야 부러지지 않고, 흔들려야 뿌리가 자라기 때문입니다. (…) 바람의 세기만큼 뿌리를 키우고 나면 조금 더 큰 바람을 이길 수 있게 됩니다. ―74쪽
지금도 힘들 때면 쪼그리고 앉아 무릎에 얼굴을 묻고 한없이 작아져 이 세상에서 사라지고 싶던 그때의 내 모습이 떠오릅니다. 그 모습이 떠오르면 힘들 때 손잡아주지 못해서 미안하다고, 아플 때 안아주지 못해서 미안하다고 나에게 사과합니다. ―82쪽
벌들이 윙윙거리며 춤추고 북 치고 장구 치고 꽃 잔치 꿀 잔치 난리를 피웁니다. 그렇지요. 벌들이 골고루 꽃가루받이를 해주니 구주피나무가 결혼하는 것 맞고요, 다디단 꿀로 손님 대접하니 커다란 구주피나무 한 그루가 잔칫집 맞습니다. ―91쪽
애벌레가 고치를 만들고 어둠을 찾아 들어갑니다. 벌레처럼 가끔 스스로 어둠으로 들어갑니다. 그 속에서 더듬이가 생기고 날개가 돋아납니다. 빛도 날개도 어둠을 지나야 만날 수 있습니다. ―113쪽
우리 조상들이 국화꽃이 피는 달〔菊月〕이라고 한 9월에는 쑥부쟁이며 구절초, 노란 산국이 산에 들에 피어날 것입니다. 쑥부쟁이와 구절초를 구별하지 못하고 들길을 걸어온 자신과 절교하겠다는 안도현 시인의 옹졸한(?) 마음에 미소가 떠오릅니다. ―144쪽
맨발로 숲길을 처음 걸었을 때의 감동을 지금도 기억합니다. 그때 나는 단박에 자연과 하나가 됐다는 느낌이 들었습니다. 그 느낌이 얼마나 강한지 우리를 자연과 떼어놓은 원흉은 신발이 분명하다고 생각했습니다. ―173쪽
미물들은 나뭇잎 한 장이 집이 되고 먹이가 되는 것을, 날개는 긴 시간 바닥을 기고 깊고 오랜 꿈을 꾼 뒤에야 얻는 것임을 일찍이 안 모양입니다. 그들은 때를 알고 떠날 줄 알고, 맨몸의 삶이 진실이라는 것도 아는 듯합니다. ―183쪽
쭉정이가 보물이라는 걸 숲에서 알았습니다. 내가 보물이라는 것도 숲에서 알았습니다. 당신 마음에 들지 않는 당신 안의 쭉정이가 실은 보물이라는 걸, 당신의 착한 얼굴이라는 걸 알았으면 좋겠습니다. ―194쪽
4. 지은이 소개
최정순
숲해설가이자 산림치유 지도사입니다. 산림치유의 이론적 배경을 찾아 대학원에서 아유르베다를 공부했으며, 산림치유에 아유르베다 이론을 접목한 논문으로 박사 학위를 받았습니다. ‘서울시 숲길 여행’을 오랫동안 진행하고, ‘쭉정이 공예’ 개인전과 초대전을 여러 차례 열었습니다. 용인시와 안양시가 운영하는 치유의숲에서 5년 동안 산림치유 프로그램을 진행했습니다. 펴낸 책으로 《아유르베다 이론에 근거한 최정순의 산림치유 지도 매뉴얼》 《쭉정아! 뭐가 되고 싶어?》가 있습니다.
5. 차례
머리말 죄 만들지 않는 숲 생명이 내게 보낸 울림과 씻김
숲, 그 치유 속으로
하나 숲 바라보기
둘 천천히 걷고 바라보기만 해도
셋 숲에서 쉬는 큰 숨
넷 외롭고 막막할 때
다섯 아름다움은 고난의 다른 이름
여섯 숲의 소리
일곱 겨울 숲
여덟 마른 잎과 젖은 솔방울
아홉 돌도 나이를 먹으면 생명을 품는데
열 바람으로 시작되는 박주가리의 새 삶
열하나 마음으로 보면 아름답지 않은 것이 없습니다
열둘 조릿대 이야기
열셋 바람의 무늬를 안으로 새긴 나무처럼
열넷 죽어서 더 오래 사는 나무
열다섯 나의 나무 치유 이야기
열여섯 우리도 새처럼 살 수 있을까?
열일곱 꽃잎이 흩날리는 벚나무 아래에서
열여덟 구주피나무에서 벌이는 봄 잔치
열아홉 그 숲에 내 길이 있습니다
스물 가을바람이 되어
스물하나 숲길을 걸으며 시가 됩니다
스물둘 기도하는 새싹, 나팔 부는 새싹
스물셋 빛도 날개도 어둠을 지나야 만날 수 있습니다
스물넷 온 세상에 기립 박수를
스물다섯 그 숲에 누룩뱀이 삽니다
스물여섯 내 똥은 흙이 될 수 없잖아
스물일곱 비 내리는 여름 숲
스물여덟 우리는 모두 꽃, 그저 다른 꽃
스물아홉 버찌가 나보다 낫네
서른 해바라기와 만다라
서른하나 가을 숲의 이슬떨이
서른둘 가을 엽서
서른셋 꽃이 된 노란 잎
서른넷 막핀꽃과 불안의 꽃
서른다섯 계수나무 향기 가득한 숲
서른여섯 나 돌아갈래
서른일곱 생명, 그 소중함에 대하여
서른여덟 품위 있는 죽음에 대하여
서른아홉 숲의 주인과 손님
마흔 매미나방과 나의 케렌시아
마흔하나 쭉정이가 보물
마흔둘 쭉정이, 그 쓸모없음의 쓸모에 대하여
쭉정이가 쭉정이에게 주는 위로
하나 침묵의 가르침이 된 공(空)의 쭉정이
둘 어린 왕자가 된 풍(風)의 쭉정이
셋 공작으로 태어난 화(火)의 쭉정이
넷 물속의 자유가 된 수(水)의 쭉정이
다섯 낙타가 된 지(地)의 쭉정이
부록 : 아유르베다의 지각 이론과 숲 치유 원리
첫째 공과 소리의 치유
둘째 바람과 어루만짐의 치유
셋째 불과 색의 치유
넷째 물과 맛의 치유
다섯째 흙과 향의 치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