모압 평지에서의 언약 갱신 [신 29장]
[내용개요]
본장은 모압 땅에서 세운 언약에 대해 기록하고 있다. 모압 언약이란 호렙 산 언약과 다른 것이 아니라 동일한 내용으로 모세가 광야에서 태어난 2세들에게 한번 더 상기시킨 것을 가리킨다. 모세는 먼저 이스라엘의 출애굽과 40년 광야 생활을 회고하며 하나님의 은혜를 상기시켰다(1-9절). 그리고 가나안 땅에 들어가서 새로운 세대가 하나님을 버리고 우상을 섬길까 염려하여 하나님 앞에서 모든 백성들과 더불어 언약을 맺으라고 명령하였다(10-21절). 마지막으로 율법 불순종에 따른 저주를 선포함으로 경각심을 일으키고자 하였다(22-29절).
[강 해]
전장에서 모세는 율법의 순종에 따른 축복과 저주에 대해서 상세하게 언급한 후에 이제 본장에 이르러서는 가나안에 입성할 신세대와 함께 모압 평지에서 하나님과 언약을 맺고 있습니다. 호렙 산 언약에 참여하지 못한 신세대들에게 이 모압 평지 언약은 필수적인 것이었습니다. 신30장까지 이어지는 이 언약은 언약의 내용들을 잘 요약하고 있는데 특히 본장에서는 은혜로 이스라엘을 인도하신 하나님에 대해 묘사하고 언약을 어기는 자에 대한 심판을 심도 있게 묘사하고 있습니다.
1. 하나님과 이스라엘의 언약
1) 호렙 산 언약에 되붙인 언약
본장 1절은 '호렙에서 이스라엘 자손과 세우신 언약 외에'라고 기록하고 있습니다. 이 말은 호렙 산에서 맺은 언약 외에 다른 언약을 말하는 것이 아니라 '호렙 산에서 맺은 언약에 덧붙여'라는 뜻입니다. 다시 말해 이 말은 언약을 이루는 중요한 내용이 바뀌었다는 것을 뜻하는 것이 아니라 언약의 당사자 즉 대상이 바뀌었다는 의미입니다. 호렙 산 언약이 출애굽을 경험한 이스라엘의 구세대와의 언약이라면 이 모압 평지 언약은 출애굽 이후 세대인 신세대와의 언약입니다. 물론 구세대의 언약 속에 이후 모든 이스라엘 백성들이 언약의 후손들로 참여하고 있는 것은 분명합니다. 다만 여기 모압 평지 언약은 이스라엘의 신세대에게 하나님의 언약을 다시금 상기시켜 가나안에서 승리하는 삶을 살게 하기 위한 것이었습니다. 그런 면에서 이 언약은 호렙 산 언약에 덧붙인 언약이었습니다.
a. 호렙 산에서 제정된 언약(출19:5)
b. 언약의 피로 확증함(출24:6-8)
2) 은혜로 인도하신 하나님
언약을 언급하면서 모세는 하나님께서 이스라엘을 은혜로 인도하신 사실을 상기하고 있습니다. 출애굽 사건에서 하나님은 크게 역사하셨고 광야와 아모리 족속 정복 사건 등에서 하나님은 이스라엘을 친히 인도하시는 분이셨습니다. 이러한 은혜의 하나님께서 이스라엘과의 언약의 당사자이시기에 이스라엘은 그 모든 언약의 말씀을 지켜 행해야 했습니다. 그럴 때 하나님은 이스라엘의 모든 앞길을 형통하게 인도하신다고 약속하셨습니다.
a. 여호와께서 인도하심(출13:21)
b. 양을 인도하시는 그리스도(요10:3)
3) 언약에 참여할 자
모세는 하나님과 이스라엘간의 언약에 참여할 자들에 대해서 구체적으로 언급하고 있습니다. 언약의 참여자는 남녀 노소, 지위의 고하, 신분의 귀천에 관계없고 심지어 이스라엘에 속한 이방 민족의 종들까지도 포함된다고 합니다. 이러한 평등한 언약 관계는 당시 고대 사회에서는 획기적인 일로서, 장차 그리스도로 말미암는 차별 없는 언약을 예고해 주고 있는 것입니다.
a. 아담과의 언약(창2:16-17)
b. 언약은 안전의 보증(수9:15,21)
4) 영원히 계속되는 언약
모세는 호렙 산에서 이스라엘과 맺은 하나님의 언약이 사실상 이스라엘의 신세대에게도 적용되는 것을 강조했는데, 다시금 여기 모압 평지에서 맺는 언약이 현재 이 언약에 참여하는 신세대 뿐만 아니라 이스라엘의 후손들에게도 계속되는 언약임을 밝히고 있습니다. 이렇게 언약의 대상이 시공을 초월해서 무한히 확대되고 있는 것이 매우 특징적입니다. 이것은 신약 시대에 영적인 이스라엘에게 무한히 확대된 언약의 특징과도 연관됩니다. 그리스도로 말미암는 새 언약은 어떤 사람을 막론하고 믿음이라는 공약수를 통하여 한 언약의 공동체가 되는 덧입니다. 그러한 언약의 계속성과 보편성을 이 구절에서 강조하고 있는 것입니다.
a. 무지개 언약(창9:16)
b. 예수의 영원한 언약의 피(히13:20)
c. 다윗에게 허락하신 언약(사55:3)
2. 언약을 어기는 자에 대한 심판
1) 언약을 어기는 어리석은 자는 하나님의 심판을 받음
모세는 가나안에 들어갈 신세대에게 만약 하나님과 이스라엘간의 언약을 어기게 될 경우에 하나님은 율법책에 기록된 모든 저주대로 심판을 내리실 것이라고 강조하고 있습니다. 기록된 하나님의 심판이란 신28장 후반부에서 묘사된 저주들을 가리킵니다(참조, 신28:15-68). 이러한 하나님의 심판은 오늘날에도 오래 참으시는 하나님의 은혜를 기억하지 못하고 하나님의 언약과 경고를 내팽개친 많은 사람들에게도 경고가 되고 있습니다.
a. 심판자는 하나님이심(창18:25)
b. 심판자는 그리스도이심(마25:32)
c. 심판의 대상은 멸망으로 정한 백성(사34:5)
2) 하나님의 엄정한 심판
계속되는 엄중한 경고에도 불우하고 이스라엘이 하나님의 언약을 어기고 우상 숭배하며 하나님의 뜻을 배반할 때 그들에게 하나님의 엄정한 심판이 있게 될 것을 예언적으로 경고하고 있습니다. 특히 이곳에서 모세는 이스라엘의 후손들이 이방인들로부터 조소와 멸시를 당하게 뵉 것을 예언적으로 경고하면서, 이스라엘이 말씀에 순종할 것을 권면하고 있는 것입니다. 특히 직접적으로 예언하기를 하나님께서 진노하셔서 이스라엘을 그 땅에서 뽑아 다른 나라에 던져 버리심으로써 나라를 잃게 하신다는 말씀은 이스라엘이 경고의 말씀으로 깊이 간직해야 할 것이었습니다. 하나님께서는 선택받은 백성이라 하더라도 하나님의 말씀에 순종하지 않을 캐 세상 사람들로부터 손가락질을 당하도록 방치하십니다. 그러므로 이스라엘은 이러한 공의의 하나님을 깊이 인식하고 하나님의 말씀에 적극적으로 순종해야 했습니다.
a. 하나님은 공의로 심판하심(창18:25)
b. 하나님은 행위대로 심판하심(겔7:8)
3) 율법의 말씀을 행해야 함
29절에서 모세는 '오묘한 일'과 '나타난 일'에 대해서 대조적으로 설명하고 있습니다. '오묘한 일'이란 인간에게 알려지지 않은 비밀스러운 하나님의 섭리를 가리키며 '나타난 일'은 말씀, 이적, 하나님의 현현(theophany) 등으로 인간에게 계시된 하나님의 뜻을 말합니다. 모세는 이렇게 하나님의 뜻을 구분함으로써, 이스라엘에게 주어진 말씀이 분명하게 '나타난 일'므로, 이스라엘이 그 말씀을 분명하게 지킴은 물론이고 후손들에게도 적극적으로 가르칠 것을 명령하고 있습니다. 이렇게 후손들에게도 가르쳐야 하는 이유는 지금 모압 평지에서의 하나님의 언약이 신세대 자신들에게만이 아니라 후손들에게도 영향이 있는 것이기 때문입니다. 말씀을 행하는 일이야말로 이스라엘 백성들이 하나님과의 언약을 이행하는 유일의 계명이었습니다.
a. 율법으로는 죄를 깨달음(롬3:20)
b. 율법은 완전하여 영혼을 소성케 함(시19:7)
c. 율법을 지이면 지혜를 얻음(잠28:7)
결론
본장은 하나님과 신세대 이스라엘간의 언약 즉 호렙 산 언약에 추가되는 모압 평지에서의 언약에 대해 기록하고 있는 장입니다 이스라엘은 이 언약의 말씀을 꼭 지켜야만 했습니다. 언약을 지키는 일만이 이스라엘에게 요구된 언약의 이행 방법이었기 때문입니다. 오늘날 그리스도와의 새 언약 관계에 있는 우리 성도들의 삶에서도 역시 사랑의 새 계명을 이행하는 순종이 요구됩니다. 우리에게 더 이상 율법의 요구가 있는 것은 아니지만 그리스도를 사랑하기에 사랑의 율법을 지켜야 하는 것입니다. 그래서 하나님을 사랑하고 형제를 사랑하는 모습이 반드시 우리의 삶 속에서 드러날 수 있어야 할 것입니다.
[단어해설]
1절. 모압 땅. 사해 동족의 아르논과 세렛 사이에 위치한 해발 110m의 고원 지대.
9절. 형통하리라. 원어 <lk'c;:사칼>은 '깨닫다, 지혜롭게 행하다'라는 뜻으로 성공의 비결은 지혜에 있음을 강조하고 있다.
11절. 나무를 패는 자, 물 긷는 자. 가나안 족속으로 이스라엘에 정복되어 종이 된 자들.
12절. 참예하며. 원어 <rb'[;:아바르>는 '분할하다, 넘어가다'라는 뜻으로 고대 근동에서 계약을 체결할 때 짐승을 쪼개어 맹세하던 의식에서 유래.
18절. 독초와 쑥의 뿌리. 일반적인 독성 식물을 통칭한다. 여기서는 이스라엘에 불신앙을 퍼뜨리는 자들을 의미.
20절. 분노와 질투의 불. 분노는 불의에 대한 하나님의 공의로운 심판을, 질투는 자기 백성에 대단 사랑의 표현이다.
23절. 훼멸하신. 더러운 죄악을 일순간에 완전히 도말해 버리는 것을 의미한다.
[신학주제]
언약 참여자. 가나안 입성을 앞두고 모세는 모압 평지에서 이스라엘 백성들로 하여금 새롭게 언약을 체결하라고 명하였다. 이는 과거 호렙 산 언약에 참여하였던 1세대들이 거의 다 죽고 광야에서 태어난 2세대들이 이스라엘의 주축이 되었기 때문이다. 그런데 모세가 새로운 언약 체결에 참여하도록 요구한 대상은 구속 사에서 하나님의 부르심의 범위를 보여 준다. 그 대상은 첫째, 이스라엘의 지도자와 남자들이며 둘째는 유아와 여자이며 셋째는 공동체 내에 거주하는 객과 노예들까지 포함한다. 뿐만 아니라 아직 태어나지 않은 후손들까지 언약의 대상에 참여시키고 있다. 이상은 하나님의 구속이 인간의 외적 조건에 의하지 않고 믿음이라는 내적 조건에 의해 결정된다는 것을 보여 주며, 또한 처음부터 구원이 이스라엘 민족에게만 국한된 것이 아니라 모든 민족을 향해 열려 있음을 보여 주고 있다.
[영적교훈]
모세는 모압 언약을 맺기 위해 이스라엘의 지도자로부터 연약한 여자와 심지어 이방인, 노예까지 참여시켰다. 피는 하나님 앞에서 인간의 외적 조건은 아무런 의미가 없고 똑같이 구원받은 백성임을 교훈해 준다. 그러므로 오늘날 교회 안에서 학벌이나 재력, 권력에 따라 편을 나누고 자기보다 못한 사람을 업신여기는 것은 잘못된 것이다. 그런 모든 조건을 떠나 그들도 하나님께서 사랑하시는 자이며 주 안에서 한 형제 자매인 것이다. 따라서 성도들은 교회 안에서 오히려 겸손히 섬기는 자의 자세로 형제들을 대해야 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