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까이 있는 사람을 미워한다는 것은
예전에 신영복 선생의 옥중편지를 모은
《감옥으로부터의 사색》이라는 책,
그 가운데 ‘여름 징역살이’라는 대목이 있습니다.
“없는 사람이 살기는
겨울보다 여름이 난다고 하지만,
교도소의 우리들은 없이 살기는 더 합니다만,
차라리 겨울을 택합니다.
왜냐하면 여름 징역의 열 가지, 스무 가지 장점을
일시에 무색케 해버리는 결정적은 사실 -
여름 징역은
자기의 바로 옆 사람을 증오하게 한다는 사실 때문입니다.
모로 누어 칼잠을 자야하는 좁은 잠자리는
옆 사람을 단지 섭씨 37˚도의 열 덩어리로만 느끼게 합니다....
자기의 가장 가까이에 있는 사람을 미워한다는 사실,
자기의 가장 가까이 있는 사람으로부터
미움 받는다는 사실은 매우 불행한 일입니다.”
기약 없는 무기소로서 20년 가까이
괴롭고 힘든 수행생활을 하면서도
인간에 대한 따스한 연만을 잃지 않은 저자의 마음,
타인에 대한 증오를 부끄러워하는 그 마음과
경건한 고백은
자유의 몸으로 사는 많은 사람을 부끄럽게 했습니다.
물론 본인은 ‘증오’라고 했지만,
어쩌면 그것은 단지 ‘투정’일 수 있을 겁니다.
좁은 감방 안에서의 증오는
그저 ‘싫다’는 감정 이상이 될 수 없습니다.
그로인해 상대를
해코지 하는 경우까지는 안 될 것이기 때문입니다.
그러나 지금 지구를 뒤흔드는 ‘증오’는
‘너와는 함께 살수 없다.’는 극단적인 마음이 되어
폭력과 살육을 불러일으키고 있습니다.
증오나 복수가 과연 해결책일 까요?
한번 생각해 볼까요?
예전에 텔레반 정권을 무너뜨리면 테러가 없어 집니까?
폭탄이 터지면 터트린 놈 때려잡고,
지원한 놈 무너뜨리고,
비행기가 납치되면 또 그렇게 때려잡고,
세균 테러 일어나면 세균 무기 가진 놈 때려잡고,
나오는 족족 없애 버리면 결국 멸종 시킬 수 있을까요?
부처님은 《법구경法句經》에서
이렇게 말씀하셨습니다.
“누구든 간에 자기의 행복을 얻겠다고남에게 고통을 안겨 준다면
그는 원한심에 쌓이고 얽매인 나머지
결코 원한심으로 부터 벗어나지 못한다.”
사위성 근처의 어느 마을에
암 닭을 키우며 살아가는 여인이 있었습니다.
그 여인은 매번 암탉이 알을 낳으면
알이 채 식기도 전에 깨뜨려 먹어버리곤 했습니다.
신선하고 따끈따끈한 달걀을 좋았던 모양이지요.
그래서 암 닭은 병아리를 깔 수가 없었기 때문에
여인에게 증오심을 일으켜
“내가 다음 생에 태어나 저 여인이게
반드시 복수 하리라.”고 맹세했습니다.
마침내 암 닭은 수명이 다하여
여인의 집 고양이로 태어났고,
여인은 다음 생에 그 집 암 닭으로 태어났습니다.
어미 고양이는 암 닭이 알을 깔 때 마다
재빨리 다가가 알을 깨트려 먹어 버렸습니다.
그러자 매번 알을 잃은 암 닭은
고양이에게 큰 원한을 품었습니다.
그래서 ‘이제 네가 나까지도 잡아먹을 판이구나.
나는 이 다음에 태어나 네 새끼들을 잡아먹어 원한을 풀겠다.’고
마음먹었고, 죽어서 암 표범으로 태어났습니다.
그리고 고양이는 죽어서 암사슴이 되었는데,
이번에는 암사슴이 성장하여 새끼를 낳을 때마다
표범이 번번이 잡아 먹어버렸습니다.
이들은 이같이 원한을 반복하면서
서로 접어 먹고 잡아먹히는 관계를 오백생이나 계속 하면서
말로 표현할 수 없는 큰 고통을 겼었습니다.
그러다가 부처님이 세상에 나오신 때에
한쪽은 원한이 사무친 귀신이 되었고,
다른 한 쪽은 사위성의 어느 집 며느리가 되었습니다.
어느 날 며느리가 된 여인은 자식을 데리고
남편과 함께 친정에 가던 길에
날이 더워 잠시 그늘에 쉬고 있었습니다.
그 때 남편이 물가로 목욕하러 떠나자
때를 놓치지 않고 귀신아 다가왔습니다.
이 때 여인은 아기를 안고 있다가 귀신을 보았고,
귀신이 자신의 뼈에 사무치는
원한 관계라는 것을 직감적으로 알게 되었습니다.
여인은 공포에 사로잡혀 어린 아들 가슴에 꼭 끌어안고
죽을힘을 다해 도망치기 시작했습니다.
그러다가 부처님이 설법하고 계시는 기원정사에 들어가
부처님의 발 앞에 아들을 내려놓고 엎드려 울면서
아들을 보호해 달리고 애원했습니다.
이 때 귀신은 여인을 뒤쫓아 오다가
기원정사 입구를 지키고 있던 신장들에게 막히고 말았습니다.
숙세의 원한을 풀수 없게 된 귀신은
비명을 지르며 원수를 내놓으라고 아우성을 쳤습니다.
이 소리를 들은 부처님께서는
아난존자를 시켜 귀신을 불러들이셨습니다.
그리고 둘 사이에 오백생에 걸친 증오와
원한의 인연을 일러 주시고 원한을 풀도록 타일렀습니다.
“만약 너희가 여래에게 오지 않았다면
너희의 원혼은 더욱 짙어져서 끝없이 계속 되었으니라.
그리고 서로를 해치려는 악한 마음의 과보로
끝없는 고통을 받아야만 하리라.
원한은 결코 원한으로 풀지 못하니,
원한을 풀 수 있는 것은 오직 자비와 용서의 마음뿐이니라.”
부처님의 설법을 듣고
여인과 귀신은 모두 삼보에 귀의하여
평안을 얻게 되었습니다.
증오심에 사시는 분 계신다면
자비와 용서로 원혼을 풀어야 한다는 것을 아시고
가장 가까이에 있는 사람으로부터 자비를 베푸시기 바랍니다.
이것이 오늘의 따끈따끈한 글입니다.
2024년 04월 24일 오전 06:53분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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