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번 호에서는 인천의 철도망에 대해 가장 많은 사람들이 아쉬워 하면서도 아직 충분히 만족스러운 계획이 갖춰지지 못한 주제를 다뤄보고자 한다. 그 주제는 바로 고속열차가 착발할 인천의 철도 중앙역이다.
전국망 열차와 중앙역 시스템
도시에는 저마다 각각의 도시를 대표하는 역이 있다. 서울에서는 서울역, 부산에서는 부산역이, 그리고 외국의 대도시에도 철도를 제대로 운영하는 곳이라면 도시를 대표하는 역이 하나씩은 떠오를 것이다.
이들은 단순히 이름만 도시의 이름을 그대로 따 온 역인 것은 아니다. 이들 역이 도시를 대표하는 역인 이유는, 무엇보다도 고속열차를 비롯한 전국망 열차, 또는 국제 열차가 착발하는 역이기 때문이다. 역의 역사나 이름보다도, 실제로 하루에 수만 명, 수십만 명의 사람들을 먼 타지에서 자신의 도시로 실어 나르는 거점이 되고 있다는 사실이 이들 역을 각자의 도시에서 중요하게 만든다. 다시 말해, 철도 자체의 기능이 이들 역을 중요하게 만드는 데 가장 결정적이다.
이 기능에 대해 조금 더 상세히 말해보겠다. 지금까지 주로 다뤘던 광역전철망이나 도시철도망과는 달리, 전국망은 한 도시에 하나의 역에만 정차하는 방식으로 운영된다. 전국망 열차는 그만큼 먼 거리를 고속으로 주파해야만 하기 때문이다. 또한 많은 국가와 도시에서는 전국망 열차를 하나의 역에 집중시키는 방법을 사용한다. 다양한 행선지로 향하는 열차를 하나의 역에서 통합적으로 이용할 수 있어야 이용객에게 편리하고, 이렇게 되면 최소한의 정차 횟수로 최대한의 승객을 처리할 수 있어 운영사에게도 이득이다. 전국망 열차와 국제 열차를 집결시켜 편리하게 이용할 수 있게 만드는 기법이 특별히 발달한 독일어권에서는, 이런 기능을 하는 역을 특별히 중앙역(Hauftbanhof)라고 부른다. 이들 중앙역은 장거리 교통의 중심지인 만큼, 대도시 전체에서도 손꼽을 만한 중심지가 된다. 이러한 중앙역 가운데는 취리히 중앙역(하루 44만 이용)처럼 모 도시의 인구(40만)보다도 더 많은 승객을 하루 내로 처리해내는 기염을 토하는 곳도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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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취리히 중앙역의 모습. 총 26개 도착선으로 하루 2000회 이상의 열차를 처리하는 메머드급 철도역이다. ⓒ 위키피디아 커먼스(촬영자: Ikiwaner)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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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타깝게도 인천에는 이러한 기능을 하는 역이 없다. 다시 말해, 고속열차를 비롯한 전국망 열차가 진입하는 역으로서 인천과 전국을 연결하는 기능을 하고 있다고 말할 수 있는 역이 없다. 검암역과 인천공항역에 공항 접속을 위한 KTX가 진입하고는 있으나, 이들 역은 인천 대부분의 인구로부터 상당히 거리가 멀고 운행하는 열차 또한 하루 편도 약 10편 정도로 그리 많은 수가 아니다.상황이 이렇게 된 것은, 인천과 서울 사이의 거리가 가깝기 때문일 것이다. 인천시민들 대부분은 경인선 광역전철을 이용하면 서울∙용산역으로 쉽게 접근할 수 있고, 이들 역에서 1백회 이상 배차되는 고속열차를 이용할 수 있다. 경부고속철도 개통(04년)과 함께 개통된 광명역은 대중교통으로는 접근이 비교적 불편한 편이지만 승용차로는 제2경인고속도로를 이용하면 쉽게 접근할 수 있다. 인천이 성장하면서 장거리 여객의 수요도 늘어났고, 고속철도 시대를 맞이해 장거리 철도의 수요 역시 증가하고 있지만, 이처럼 서울에 장거리 여객을 의존하는 구조는 전혀 변화하지 않았다.
현재의 KTX 인천 연장 계획
최근 인천에서는 이러한 모습을 변화시킬 계획에 대한 논의가 활발하다. 수인선을 이용해 고속열차를 인천까지 끌어오자는 것이 이 논의의 핵심이다. 화성시 인근을 통과하는 경부고속선에서 수인선 방면으로 연결선을 건설한 다음, 수인선을 이용하여 화성시(어천역 정차), 안산시(초지역 정차)를 거쳐 인천까지 고속열차를 직접 연결시키자는 것이 그 내용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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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송도역 예비 부지. 화물선로로 사용할 계획이었지만, 화물열차 운행이 취소되어 빈 터로 남아 있다. 인하대역 방면을 보고 촬영.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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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에 따르면, 인천측의 착발역은 현재의 수인선 송도역을 개량하여 사용한다. 송도역이 선택된 이유는, 수인선 다른 역에 비해 그나마 부지를 확장할 수 있는 여지가 있기 때문이다. 실제로 이 역의 승강장 동북쪽에는 화물 기능을 위해 준비되었지만 사용되지 않고 있는 부지가 있고, 인하대역 방면으로는 주변 공간에도 어느정도 여유가 있다. 다만 연수역 방면으로는 지하로 들어가는 터널이 연결되어 있으며, 여기서 선로를 분기시킬 부지의 여유가 거의 없다는 점은 상당한 한계다. |
▲송도역 착발을 전제로 한 현재의 인천발 고속철도 계획. 빨강 선이 노선이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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송도역에는 하루 편도 18회(경부선 13회, 호남선 5회)의 KTX가 들어올 것으로 보인다. 행선지가 다양하지 못하고, 열차 빈도 역시 1시간에 1편 정도에 불과하다는 한계는 있지만, 인천시와 시민들의 반응은 열광적이다. 인천시는 송도역과 그 주변을 대대적으로 개발하여 복합환승센터를 조성할 계획을 언론에 발표하기도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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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송도역 부근 복합환승센터 개발 안. 가운데 둥그스름한 건물이 현재의 송도역이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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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천발 KTX가 충분히 편리한 중앙역으로 이어지려면하지만 글쓴이는 현재의 안이 여러 면에서 불충분하다고 생각한다. 이들 계획의 핵심 문제는 다음 두 가지로 요약할 수 있다. 역의 입지 문제. 송도역은 수인선 광역전철이 다니는 역이긴 하지만, 주변과의 연결이 그리 훌륭하지 못한 역인 것이 사실이다. 도로 교통망 역시 송도역 앞을 지나는 비류대로 정도가 있을 뿐이다. 이 역과 인천의 주요 중심지 사이의 거리도 상당하며, 주변 부지 절반이 산지이기 때문에 개발 가능성도 낮다. 주안-송도역-송도국제도시간 도시철도망이 인천시의 도시계획에 포함되어 있기는 하지만, 현재로서는 막연한 미래 철도 계획일 뿐이다.
열차운행계획 문제. 경부선 13회, 호남선 5회는 상당히 적은 숫자다. 한시간에 한 편밖에는 열차가 없다는 뜻이기 때문이다. 또한 현재 고속철도가 직결 운행중인 전라선(전주∙순천 방면), 경전선(창원∙마산∙진주 방면), 동해선(포항 방면) 열차가 없다는 부분도 아쉽다. 한 시간에 한 편의 열차가, 제한된 목적지만을 향해 가는 노선 계획으로는 300만 인천의 규모에 걸맞으며, 최대한 많은 인천시민들이 편리하게 이용할 수 있는 중앙역이라고 보기는 어려울 것이다.
▲ 송도역의 주변 위치. 유재광 등, 『인천발 KTX 직결사업』,
한국개발연구원 공공투자관리센터, 2016. KDI 보고서에서.
이런 상황을 극복하려면, 인천 내부의 상황, 그리고 인천 바깥 전국 철도망의 상황을 감안한 체계적이고 새로운 계획이 필요하다. 이번 호에서, 글쓴이가 보여주려는 내용의 핵심은 바로 여기에 있다. 이러한 계획의 핵심은 다음 세 가지다.
인천항 인근에 인천 중앙역 건설 및 원인재 정차 확보. 인천 1호선과 환승이 가능한 원인재역에 KTX 정차역을 확보하는 한편, 인천항 인근, 현재의 신포역 부근에 최종 중앙역을 확보한다. 원인재 정차역은 부평이나 송도국제도시에서 인천 1호선을 이용하여 접근하는 승객을 끌어들이는 한편, KTX가 발착하는 거점이 될 인천 중앙역은 원도심 균형발전을 위한 도구로 활용한다.
인천 중앙역의 위치를 원도심에 잡는 데는 매우 특별한 이유가 있다. 현재 인천시는 바로 이 곳 인근에서 “인천 개항창조도시 재생사업”을 벌이고 있으며, 이를 위해 인근 1, 8부두와 주변 시가지를 연결하는 것을 매우 중요한 과제로 삼고 있기 때문이다. 나는 이 과제를 바로 이 곳에 인천 중앙역을 건설하는 한편, 이 곳에서 시종착하는 KTX를 최대한 많이 확보해 달성하는 것이 최선이라고 생각한다.
▲인천 중앙역 제안도. 배경은 인천지도포털.
인천 중앙역의 구체적인 내용은 이런 식이다. 먼저, 중앙역은 축항구내는 물론 현재 관세청이 소유하고 있는 1부두 일대의 토지를 부지로 삼아 건축한다. KTX 열차(20량)의 길이는 388m에 달하기 때문에, 중앙역 플랫폼의 길이는 400m 수준이어야 한다. 다행히 축항구내를 사용하면, 이 수준의 길이를 확보하는데 큰 문제는 없다. 또한 인천 중앙역과 같이 열차가 통과하기 어려운 구조로 된 역이 하루 100편 이상(역에서 40분 정차 기준)의 열차를 출발시키기 위해서는 8개의 착발선은 필요하다. 법규상 역 내에서 철도 1개 선로의 폭은 4.3m는 되어야 한다. 여기에 플랫폼이 4개(각 10m)는 필요하니, 인천 중앙역이 충분한 기능을 하려면 필요한 폭은 최소한 75m 수준인 셈이다. 다행히 축항구내 철도부지의 폭은 대략 80-90m 수준이다. 이 위로는 선상역사가 건축되어야 할 것이다. 신포동 원도심과 구 1부두를 연결하는 훌륭한 보행 통로가 인천의 계획을 실현하기 위해 필요하기 때문이다.
물론 인천항의 화물철도 기능을 유지하는 것이 필요하다는 판단을 항만공사와 국가가 내릴 수도 있다. 이렇게 되면, 어느 정도의 화물 선로를 인천항 구내에 계속해서 유지할 필요가 있다. 이런 경우 시는 1-8부두 일부 부지로 현재 축항구내의 기능을 옮기는 대안을 제시하고, 약간의 대가(예를 들어, 철도역 건설과 관련된 투자, 또는 관련 시공에 대한 일반철도사업 지정)를 받아내야만 할 것이다.
중앙역과 전국망을 연결하는 역할은 수인선이 담당한다. 지상의 중앙역과 지하의 수인선을 연결하기 위해서는 현재의 제2국제여객터미널 인근에서 지하로 진입해 들어가는 연결선을 확보한다. 이 연결선과 수인선의 접속 지점은 숭의역 인근이 될 것이다. 다행히 수인선 신포-숭의 인근 지역은 현재 창고와 공업 지역으로 사용되고 있고, 심지어 서해대로에 이르는 지역에는 옛 남부구내로 접속하던 철도가 그대로 남아있기까지 하기 때문에 공사 여건은 괜찮은 편이다.
▲ 서해대로 인근, 구 남부구내 방면 인입선. 삼익아파트부터 삼성아파트까지 약 450m 가량의 철도
노선이 그대로 방치되어 있다. 2017년 6월 26일 촬영.
중앙역은 수인선 신포역 바로 앞에 자리할 것이다. 하지만 경인선에서 인천중앙역으로 이동하기 위해서는 한 차례 환승을 해야 하는 불편함이 있다. 이 점을 개선하려면, 지금의 축항선을 활용하여 경인선 열차를 인천중앙역으로 연장해야 할 것이다. 물론 인천역 앞 건널목이 문제이지만, 현재의 선로를 그대로 활용하여 인천중앙역의 접속을 개선시킬 수 있다면 건널목의 열차 빈도를 올리는 것도 그리 나쁜 선택은 아닐 것이다. 남항 방면으로 향하는 석탄부두선에는 중앙역에서 착발하는 트램을 운영하면 충분하다.
이렇게 충분한 규모의 시설이 마련되고, 충분한 접속망을 갖춘 인천 중앙역에, 멋진 역사 건축물과 광장 계획이 더해진다고 상상해 보라. 인천 개항창조도시 재생사업의 완성을 이보다 더 잘 보여줄 방법은 없을 것이다. 인천 원도심은 경인선의 끄트머리에 있는 쇠락한 지역이 아니라, KTX가 전국 각지로 출발하는 인천의 새로운 중심으로 다시 서게 될 것이다. 또한 현재의 철도는 원도심 재생의 걸림돌이 아니라 원도심 재생의 중추이자 기반으로 거듭나게 될 것이다. 철도시설에 대한 시각을 이렇게 전환해야만, 지금은 축항구내 등 철도시설에 막혀 있는 것 처럼 보이는 “인천 개항창조도시 재생사업”을 성공으로 이끌어낼 수 있다.
인천에서 착발 가능한 전국망과 광역망 열차를 수인선으로 최대한 집결. 이런 계획을 더욱 치밀하게 추진하기 위해서는 지금 신포역을 지나는 수인선, 그리고 인천으로 북상할 것으로 예정된 경부∙호남선 KTX 18편보다 더 많은 열차를 수인선으로 집결시켜야 한다. 다행히 이렇게 집결시킬 만한 노선은 상당히 많다. 먼저 수인선 월곶역을 통해 미래에 수인선과 월곶-판교선이 연결되면, 이 선로를 통해 판교 방면과 여의도(신안산선 이용) 방면으로 향하는 광역전철 열차가 직결할 수 있다.
▲내항 1, 8부두 인근 재생사업 상상도. 조상운, 「개항창조도시재생사업 어떻게 진행되는가」,
인천문화재단 제57회 목요문화포럼 자료집, 15쪽.
또한 이 노선이 서원주역까지 연결되면, 강릉 방면으로 가는 경강선 고속열차도 인천에서 출발시킬 수 있다. 한편 안산선 초지역에서는 서해선 방면으로 빠져나갈 수 있는 연결선이 시공중이기 때문에, 인천에서 출발한 고속열차가 서해선으로도 직결 운행하는 것이 가능하다. 안산시가 초지역에 고속열차 정차를 요구하긴 했으나, 서해선 열차만은 특별히 분기 직전 역인 안산에 정차해도 좋을 것이다. 특히 서해선에 대해서는 어떠한 보도나 조사도 발견할 수 없는 상태이므로, 이 방면으로 통하는 열차를 확보하기 위해서는 인천시가 좀 더 적극적으로 나서야만 할 것이다.
결국, 수인선에는 월곶-판교선과 신안산선 광역전철이, 그리고 경강선과 서해선 고속열차 운행이 추가로 가능하다. 이들 노선 열차를 모두 수인선에 집결시키면, 시민들이 철도를 한 자리에서 최대한 많은 노선의 열차를 편리하게 이용할 수 있을 것이고, 인천 개항창조도시 재생사업과 구도심 재생 또한 성공할 수 있을 것이다.
수원 직결선 확보. 현재 경기도 측은 하루에 편도 네 편만, 경부선 방면으로 운행중인 수원역 경유 KTX를 증편하기 위한 사업을 벌이고 있다. 이들 열차도 인천으로 끌어올 수 있다면, 인천 착발 KTX의 편수를 늘릴 수 있을 것이다.
그냥 인천 착발 KTX를 늘리면 되지 않느냐고 묻는 시민들이 있을지도 모르겠다. 또는 늘 보도를 장식하는 철도공사의 적자 때문에 공사측이 인천에 열차를 부실하게 넣으려 하는 것이 아니냐고 생각하는 시민들이 있을지도 모르겠다. 하지만 이 연결선이 유용한 이유는 좀 더 심원하고 극복하기 어려운 데 있다. 현재 경부고속선 본선의 용량이 부족하다는 것이 바로 그 이유이기 때문이다.
▲ KTX 열차의 모습. 20량 KTX 열차의 총 길이는 388m에 달한다.
ⓒ 위키피디아 커먼스(촬영자: Subway06)
KTX 노선과 SRT 노선이 합류하는 평택부터, 호남고속선이 분기하는 오송역 사이에는 지금도 고속열차가
거의 하루 편도 200편 정도 집중되고 있다. 이런 상황에서 인천을 위해 18편, 그리고 수원을 위해 또 10여편의 열차를 추가 투입하게 되면, 서울 방면의 열차를 그만큼 줄여야 한다는 이야기가 된다. 많은 저항을 불러올 수 있는 조치일 것이다. 평택에서 오송까지 경부고속선이 2복선화 되기 전에는, 인천에서 대량의 열차를 경부선으로 투입하기는 힘들다. 때문에 수원과 열차를 공유해야, 최대한 효율적인 열차 운용계획을 세울 수 있게 된다.
직결선을 활용하면, 인천에서 고속열차가 아니라 경부선 본선을 활용하는 ITX-새마을급, 또는 무궁화호급 열차도 운행할 수 있다는 점도 상당한 이득이 될 수 있다. 경부선 주변에는 고속열차가 정차하지 않는 오산, 평택, 조치원 같은 도시도 있고, 천안처럼 기존선과 고속선이 거리가 있는 도시도 있다. 물론 이 열차는 원인재와 안산시내 한 개 역 정도에만 정차하고, 인천과 수원을 빠르게 연결하는 역할도 할 수 있다. 수인선 완행 열차는 거리(인천역-수원역 약 50km)에 비춰 보아 인천역과 수원역을 연결하는 데 70분 이상이 걸리겠지만, ITX-새마을이나 무궁화호급 열차는 대략 40분 정도면 충분할 것이다. ITX-새마을이나 무궁화호급 열차 운행은 이들 도시와 인천을 촘촘하게 연결하는 데도 상당한 도움이 될 것이다.
이 노선이 인천중앙역에서 바다를 건너면, 인천공항에 접속되는 제2공항철도가 될 수도 있다는 점 또한 인천으로서는 진지하게 검토할 문제다. 장기적으로 인천공항으로 향하는 KTX도 수인선을 통해 영종도로 접속된다면, 인천중앙역으로 최대한 많은 KTX를 집결시킬 수 있을 것이다. 물론 선로 구성만 훌륭하게 한다면, 이 노선은 서울시내 방면으로 크게 우회하여 인천공항으로 향하는 현재의 경로보다 더 빠른 경로가 될 수 있다. 수인선을 철저하고 체계적으로 활용하면, 다른 지방 시민들에게도 상당한 이득이 될 수 있는 셈이다.
▲인천 축항 착발, 원인재 중간 정차, 수원 직결 수정안.
인천 중앙역 을 추진하기 위해 넘어야할 중요한 장애물: 철도 병목
이런 계획에는 한 가지 중요한 문제가 남아 있다. 바로 수인선으로 집결시길 수많은 열차들을 어떻게 처리할 것이냐는 문제다. 철도는 안전을 위해 도로와는 비교도 되지 않는 철저한 방호 수단을 사용하고 있고, 때문에 용량 한계가 비교적 명확하게 나타난다. 이 점은 복선에 의존해 수도권과 전국 방방곡곡으로 퍼져 나갈 열차를 끌어와야 하는 인천에게 상당한 부담이 될 수 있다.
글쓴이는 적어도 하루 편도 333편의 열차가 수인선에 다녀야만 한다고 생각한다. 이 정도 물량이확보되어야만 수인선으로 집결시킨 모든 노선에 시민들이 만족할 수 있는 빈도로 열차를 운행시킬 수 있기 때문이다.
이 가운데 261편은 광역 전철, 즉 수인선, 신안산선, 월곶-판교선 전동차이다. 261편이라는 숫자는 지금 현재 수인선에 배차되고 있는 87편의 열차를 세 배 해서 얻은 것이다. 수인선의 열차 편수를 줄이지 않으면서도, 각각의 행선지로 균일하게 열차를 배차해야 하기 때문에 이러한 계산 결과가 나온다. 신안산선은 서울 서남부 방면으로 진출할 수 있는 새로운 광역전철 축선이기 때문에, 그리고 월곶-판교선은 경기남부의 주요 도시로 성장한 안양과 성남∙판교∙분당을 인천과 빠르게 잇는 광역전철 노선이기 때문에 인천시민들에게 매우 소중한 노선으로 성장할 것이다.
▲ 월곶역에 정차한 수인선 전동차. ⓒ 위키피디아 커먼스(촬영자: 분당선M)
현재 수인선의 배차량 편도 87편은 그리 많은 편수는 아니다. 낮 시간(10-17시)에는 15분 정도로 열차 사이의 간격이 벌어지기도 한다. 월곶역까지는 이들 열차가 상당부분 겹쳐 달리게 될 것이므로 인천시민들의 인천 내부 통행에는 매우 큰 도움이 되겠지만, 서울이나 안양∙성남∙판교∙분당으로 이동하려는 시민들에게는 불편으로 다가올 지도 모르겠다. 따라서 이들 노선의 일부 편수는 바로 앞 호에서 지적했던 송도국제도시 방면 남외항선에서 더해줄 필요가 있을 것이다.
나머지 72편의 열차는 간선 열차다. 이 가운데 경부선(호남선 등을 포함)으로 진입할 열차는 시간당 2편, 즉 하루 36편으로 계산했으며, 강릉 방면 경강선, 그리고 홍성∙군산 방면 서해선으로 진입할 열차는 각각 시간당 1편, 즉 각각 18편으로 계산했다. 경부선 방면 열차는 국가가 설정한 18편의 고속열차 이외에, 경부선 방면으로 수원역을 경유하는 KTX, ITX-청춘, 무궁화호를 더 투입할 수 있다고 계산하고 설정한 값이다. 미래에 평택-오송구간 고속선의 용량이 확충되면, 경부선에 투입할 고속열차의 수를 이보다 더 늘릴 수 있을 것이고, 이 때는 정말로 인천역에서 출발하는 장거리 전국망 열차의 숫자가 100편 이상으로 늘어날 수도 있을지 모른다.
▲수인선의 선로 사용량과 국내 다른 철도 병목 구간의 선로 사용량 비교.
하지만 이런 계산은 철도 병목 앞에 막힐 수 밖에 없다. 하루 333회에 달하는 많은 열차를, 그것도 서로 속도도, 정차역도 다른 열차들을 운행하기 위해서는 2복선이 필요하지만, 수인선은 복선일 뿐이다. 경인선처럼 전동차만 다니는 구간 역시 선로 용량이 약 300회 정도로 평가되고, KTX나 새마을, 무궁화 등 다양한 열차가 다니는 서울시내 경부 1선의 용량은 약 200회, 수인선과 여건이 유사한 중앙선의 경우 170회 정도로 평가되고 있는 상황이다. 수인선은 경부 1선이나 중앙선보다 훨씬 빈번하게 활용할 필요가 있지만, 그럴 여유는 없는 상황이다.
이런 병목을 돌파할 수 있는 유일한 대안은 수인선의 2복선화다. 2복선화를 통해 광역망 노선과 전국망 노선을 분리하면, 두 유형의 열차 모두 병목에 가로막히지 않고 모두 원활하게 인천의 목적지까지 도착할 수 있다. 다시 말해, 인천발 KTX를 대폭 확대하고, 수인선 방면으로 인천 남쪽으로 접근하는 광역전철망을 모두 집중시키려면 수인선의 2복선화는 꼭 필요한 사업이다.
물론 2복선화는 어려운 사업일 수 있다. 거대한 수요가 뒷받침되었던 경인선 2복선화도 1991년부터 2005년까지, 무려 14년의 시간을 필요로 했다. 다행히 월곶역부터 연수역까지 약 7km 구간은 2복선화가 물리적으로는 그렇게 어렵지 않다. 철도 주변의 완충 녹지나 대로 위, 그리고 각 역의 부본선을 활용하면 되기 때문이다. 이 구간은 토공(흙을 다져서 노반을 만드는 공법)이나 고가 방식으로 지상을 지나는 노선이기 때문에 건설비 문제도 그리 걱정하지 않아도 되고, 철도부지나 공원 등을 사용하므로 보상비도 특별히 필요하지 않을 것이다.
▲ 청학동 수인선 철도부지의 현재 모습. 뒤로 멀리 보이는 타워 크레인이 철도부지에
연수구청에서 발주한 공사를 수행하고 있다
문제는 그 다음부터 시작된다. 연수역부터 송도역 사이 구간은 지하와 지상 구간을 오가는 구간이다. 때문에 현재의 철도 노선을 따라 공사를 벌이는 것은 어렵다. 그런데 이 구간의 철도 부지에서는 현재 연수구가 주도하는 건축 행위가 이뤄지고 있다. 지상으로 가려면 이들 건축물을 건드리거나 비류대로 상부를 이용해야 하고, 지하로 가려면 기존선이나 청학지하차도를 건드리지 않기 위해 너무 깊이 들어가야 할 수도 있다. 어느 편이든 송도역으로 선로를 부드럽게 접속시키려면 난공사를 거쳐야 할 것이다.
송도역에서 숭의역에 이르는 구간은 지상으로 부설할 수 있는 구간이 많이 남아있지 않다. 단, 숭의역에서 인하대역에 이르는 구간은 2017년 8월 현재 동양화학이 자리에 남아 있는 상황이기 때문에, 지상 선로를 개발 계획에 반영하면 지상 시공이 가능하다. 인하대역에서 숭의역 사이의 구간은 철도 상부의 부지는 유지되고 있지만 주변이 재개발되거나 이미 완료된 상태라 지상 복선 추가가 어렵다. 항만과 주변의 공장, 공터가 유지되고 있는 숭의-인천중앙 사이 구간만 지상 공사 여건이 수월한 편이다. 아예, 송도역 서쪽에서 지하로 진입한 다음, 용현동 일대를 대심도로 통과해 서해대로를 지나 지상으로 나오는 방법도 생각해 볼 수 있겠다. 물론 이마저도 서해대로 바로 아래에 있는 제2외곽순환고속도로 때문에 쉽지 않을 것이다.
▲인천발 고속철도 증편을 위한 병목대책의 개념도. 연수역을 경계로 공사의 난이도가 달라진다.
이렇게 연수역부터 공사 여건이 매우 크게 달라진다는 점을 감안하면, 수인선 2복선화 공사는 연수역을 경계로 두 단계로 나누어 추진해야만 할 것이다. 첫 번째 단계에서는 신안산선∙월곶판교선의 완공일정에 맞추어 월곶역부터 연수역 사이의 수인선 본선을 2복선화하는 한편, 연수역 서북측에 회차가 가능한 인상선을 설치해 광역전철 가운데 많은 열차를 회차시켜야 할 것이다. 여기서 회차할 계통은 현재 운행중인 수인선보다는 신안산선, 그리고 월곶-판교선 계통이어야 할 것이다. 물론 인천중앙역, 그리고 중앙역-숭의역 연결선을 확보하는 사업도 이 단계에서 함께 진행한다.
다음 단계는 물론 연수역과 인천중앙역 사이에서 간선 열차가 방해받지 않고 달릴 선로를 건설하는 단계다. 앞서 소개한 대로 상당한 어려움이 예상되지만, 오히려 중간에 열차가 정차할 필요가 없다는 점을 감안하면 시공이 더 쉬울 수 있다. 연수부터 숭의까지 대심도로 주변을 통과한 다음, 서해대로 인근에서 지상으로 나오면 충분할 것이기 때문이다. 어쨌든 이 복선이 완성되면, 용량 여유가 생기므로 연수역에서 종착하던 신안산, 월곶-판교선 개통 광역전철도 최대한 많이, 인천역의 회차선이 수용할 수 있는 한 인천 방면으로 연장시켜야 할 것이다.
이렇게 2복선화가 완료된 수인선은, 그 막대한 용량으로 인천 남부 지역으로 연결될 모든 광역 철도와 전국망 철도의 주축이 될 수 있을 것이다. 동시에, 인천 중앙역 역시 2복선화의 도움을 받아야 능력을 최대한도로 발휘할 수 있다는 점을 잊어서는 안 된다.
인천과 인천주변 철도망 모두에게 도움 돼도록 개선
인천 철도에 대한 마지막 이야기는 이렇게 인천에 존재하지는 않지만 인천 시민들에게 큰 도움이 될 수 있는 고속철도 중앙역, 그리고 이 역과 연결 철도 노선을 인천과 시민들에게 최대한 이득이 될 수 있도록 구성하는 방법에 초점을 맞췄다. 많은 이야기를 했지만, 핵심은 결국 이렇게 줄일 수 있을 듯하다. 시야를 인천 바깥까지 넓히고, 인천 시민들에게, 그리고 그 외의 전국민 모두에게도 이득이 될 수 있도록 인천과 인천 주변의 철도망을 바꿔 나가야 한다. 예를 들어, 앞서 살펴보았듯이, 인천에 전국망 열차를 원활하게 진입시키려면 이런 조치가 영향을 줄 충청도 일대의 철도망까지는 모두 염두에 두고 판단을 해야만 한다.
물론 인천시에게는 국가망 전체에 대한 그림을 그릴 권한이 없다. 하지만, 적어도 이 사실만은 분명하다. 국가는 지금까지 인천의 전국망 철도에 대해 별다른 신경을 쓰지 않았다. 그리고 앞으로도 국가는 인천의 전국망 철도에 대해 별다른 관심을 기울이지 않을 것이다. 이런 상황에서, 인천시와 시민들이 직접 나서서 상황을 살피고 최선의, 그리고 합리적이고 포괄적인 대안을 정부에게 앞장서 제시하는 것은 인천의 발전을 위해 반드시 필요한 일이다. 정부는 심지어 서울지역의 전국망 철도를 확충하는 데도 그리 적극적이지 않다. 그렇다면 인천 시민들 이외에 다른 누구도 인천에 전국망 철도가, 대규모 중앙역이 필요하다고 주장하는 역할을 해 주지는 않을 것이다.
인천의 철도를 시시콜콜해 보이는 부분까지 살펴보고자 했던 이번 연재는 이렇게 마무리 될 것이다. 글쓴이로서도, 여러 문헌으로만 알고 있던 인천 철도에 대한 여러 사실들을 직접 발로 뛰며 확인할 수 있었다는 점에서 이 작업은 의미가 깊었다. 발로 다니지 않았다면 알 수 없었을 사실 또한 많았다. 하루는 길고양이 가족들이 폐 철로 틈바구니에서 살아가는 모습까지 목격할 수 있었다. 녹슨 폐 철로를 제 나름대로 활용하는 모습을 보니, 잘 관리된 철도에서는 좀처럼 얻을 수 없었던 종류의 감동도 받을 수 있었다.
물론 이런 모습만이 인천 철도의 얼굴인 것은 아니다. 수천, 수만 가지의 표정과 얼굴 가운데 사람들이 거의 보지 못한 한 가지 얼굴 정도였을 것이다. 이 연재가 인천 철도의 수많은 얼굴을 시민들이 스스로의 방식으로 되짚고 다시 배열해 보는 데 기여했기를 바랄 뿐이다.
글, 사진 전현우 도시철도 연구가, 철학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