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950년 6월 28일 홍천 북방 말고개 전투를 보자.
57mm포탄이 적 SU-76 자주포 측면을 그대로 관통하였었고, 고지에서 발사한 2.36인치 로켓 포탄 한 발이 SU-76 포탑 안으로 들어가 차체가 대파되는 폭발을 유도했었다는 사실이 있었다.
이것은 전차 파괴에 아무런 역할을 못했었다는 두 무기의 평판을 다시 검토하게 하는 모멘텀을 주게 한다.
57mm 대전차 포가 전차를 파괴한 것은 여러 번 있었다. 수도 사단 18연대 소속 이병형 대위는 [후에 대장] 1950년 7월 12일 청주 남방에서 T-34 전차가 둑을 넘느라 약한 장갑의 하복부를 노출하던 짧은 시간을 노려 철갑탄 두 발을 사격해서 격파한 전공을 세운 일이 있었다.
1950년 7월 8일 한국군이 후퇴 중에 충북 진천에서 기갑연대의 박용실 대위가 M8 장갑차에 장착된 37mm포로 적 전차의 궤도를 사격해서 파괴했었다. 이 37mm포는 적 전차를 전혀 파괴하지 못했다는 57mm포보다 훨씬 약한 파괴력을 가진 포이다.
그렇다면 2.36인치 로켓포가 적 전차를 파괴한 일은 없었던가? 1950년 9월 15일 인천 상륙 작전에 성공한 미 해병대는 9월 16일 부평으로 진격해서 부평 서울 방향 외곽에 방어 진지를 만들고 일박(一泊)했다. 9월 17일 새벽 서울에서 진격해온 북한 18여단 대대 병력과 이를 지원하는 T-34전차 부대는 조심성 없이 행군해 오다가 부평 부근 언덕에 잠복해 있던 이 해병 중대에 걸려들었다.
해병들의 중대 공격 전 오케이 더그라스 병장이 중대가 잠복한 언덕에서 내려와 대기하다가 전차 차체 후방을 2.36인치 로켓포로 강타해서 정지시키고 같은 공격으로 두 번째 전차도 파괴시켰다.
적 전차의 파괴와 함께 퍼부어진 화력과 이에 가세한 미해병 1전차대대의 활약으로 북한군은 완전 섬멸되어 버렸다. 미해병들에게도 T-34 전차를 부술 수가 있는 3.5인치 로켓포가 지급되었지만 일부 부대에는 아직 장비 교체가 완전히 이루어지지 않아 2.36인치 로켓포 지급이 그대로 유지되었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