화살은 발자국이 없다 소리가 없다 목표물 근처에 떨어진 수많은 화살들 침묵하고 있다 둘러보면 명중한 삶도 흔하지 않다 매일 허리를 굽혀 몸으로 활을 만들어 꿈을 향해 조준하는 동안 생의 탄력은 유지되었다 발사 직전의, 시위를 걸어 버텨내던 순박한 고통들이 저 과녁의 늙은 눈 속에 고스란히 박혀있다 시위를 당기면 인연이 없는 것은 사정없이 흩어져 빗나갔다 이제 남은시간을 모두 소진하고 일각일각 다가오는 산보다 무거운 과제는 내가 나를 명중하는 일이다
너무도 잘 아는 이 가까운 거리에서
실상 조준이 불가능하다
히말라야시다
새순 날 때 너를 안다고 생각 했네 가을이 되어 너는 물들지 않는 바늘잎 이라는 걸 알았네
처음 너를 만나 너는 떡갈나무 넓은 잎에 도토리를 키우며 이웃과 함께 불그스레 물들어가는 나무라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