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1차 세계대전에서 독일 U-보트(Unterseeboot)의 위력을 체험한 연합국은 전후 독일에 U-보트의 개발,
건조, 보유를 금지시켰다. 1934년 독일은 영국과의 해군 협정으로 잠수함 건조를 재개했고, 개전 시 56척을
보유하고 있었다. 기록에 의하면 이후, 종전 직전까지 5년 동안 1,162척을 건조했고, 이 가운데 784척이 피침되었다.
잠수함 한 척 건조하는 데 3-4년 걸린다는 오늘날의 기준으로는 이해 불가의 수치다.
잠수함 건조 노하우와 실전 경험에서 독일을 능가할 나라는 없다고 해도 과언은 아닐 것.
현재의 독일 해군(Deutsche Marine)이 보유 중인 잠수함은 1,200톤이 가장 크다고 한다.
1, 2차 세계대전에서 혼쭐난 연합군이 베르사유조약처럼 현재의 독일에도 제약을 가한 것인지,
독일 해군 자체의 판단에 따른 건지는 알 수 없다. 전전 독일이 건조한 U-보트 가운데 3천 톤 급이 없었던 점을
감안하면 3천 톤 급 잠수함을 건조해 본 적은 없었다고 볼 수 있다.
필자는 20대 때 개인적으로 독일 U-보트에 환상 유사한 감정을 갖고 있었다.
기록영화나 일반 영화에서 자주 볼 수 있는, U-보트 함교에서 파도를 뒤집어쓰고 견시(見視)하는 모습,
비좁은 함 내에서 생활하는 모습 등을 보면서 동경(憧憬) 비슷한 감정이 형성되어 있었다.
60년대 후반, 한국 해군은 여러가지 이유로 잠수함을 갖고 있지 않았다.
당시 입영 대상자였던 필자에게 잠수함에 도전할 기회 자체가 원천적 현실적으로 존재하지 않았다.
훨씬 후인 90년대 초반, 209급(장보고급) 잠수함이 독일에서 수입되어 한국 해군도 처음 잠수함을 갖게 되었다.
어찌어찌해서 한국이 자체적으로 설계한 잠수함을 건조하는 단계에 이르렀고, 수출까지 한다.
"국뽕" 요소를 완전히 제거해도 놀랍고 대견한 일임엔 틀림없다.
110년 전통의 독일도 아직 건조한 적 없는 3천 톤 급 잠수함을 직접 건조해 캐나다에 보내 직접 보여줬다.
캐나다가 12척의 3,000톤 급 잠수함을 수주하는 과정에서 독일과 한국이 '한판' 승부를 벌였다.
성부(成否)를 떠나 "이게 가당치 나 한 일인가"라는 생각이 들었다.
"잠수함이 태어난 이래 지금까지 지구상 모든 나라에서 건조한 잠수함의 70%는 독일이 만든 것"이라고 주장해도
반박하기 힘들 정도인 독일과 맞짱 대결이라니... .
그러나 과거를 배제한 현실에서 잠수함 자체만 놓고 보면 한국이 조금 앞선다는 "국뽕적(的)" 관점이 주류를 이루었다.
위에서 언급한 대로, 캐나다가 요구하고 있는 3천 톤 급 잠수함을 한국은 실물이 있고, 독일은 설계도가 전부였다.
이런 부류의 비즈니스에서는 일반적인 관점으로는 잘 보이지 않는 요인들에 의해 결정되는 경우가
많다는 속설은 이번에도 예외가 아니라는 것을 적중한 셈. 이 가운데 독일의 엄청난 "U-보트 신화"도 조금은 작용했을 것으로 본다.
이러한 초초고도(超超高度) 차원의 비즈니스에 완벽한 문외한으로의 분류가 충분히 가능한 사람을 무대에 올린 것도
비중이 적지 않은 패착 가운데 하나였을 것으로 본다. 최종 결정이 아닌 "우선협상 대상자"로 독일이 선정된 것이니까,
협상 과정에서 잘 못되어 "차선 협상 대상자"인 한국에 기회가 올 수도 있다는 머리카락 굵기보다 가는 "이론상의 가능성"이
전혀 없는 것은 아니다. "대서양과 태평양으로 양분된 캐나다가 태평양에서 운용할 잠수함은 한국 것을 사겠다"라는
공상급(空想級) 가능성에 대한 실낱같은 상상은 제약은 원천적으로 불가능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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