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출처: 상산차방 원문보기 글쓴이: 여정
Sorrow 1882
지난 겨울 임신 중인 여인(시엔)을 알게 되었다. 사내로부터 버림 밭은 여자란다. 겨울에 길을 헤매는 여자...그녀는 빵을 먹고 있었다. 그걸 어떻게 얻었는지 상상할 수 있겠지. 하루치 모델료를 다 지불하지는 못했지만 집세를 내주고 내 빵을 나눠줌으로써 그녀와 그녀의 뱃속 아이를 굶주림과 추위에서 구할 수 있었다. 그 여인을 처음 만났을 때 병색이 짙어 보여 눈길이 끌렸다. 목욕시키고 여러모로 보살펴주니 훨씬 건장해지더구나. 도대체 어떤 무능한 사내가 그 여인에게 그런 짓을 할 수 있었을까 궁금했다. ..... .. 色을 가질 수 없는 영혼이 ... ... 내 심장이 그녀 가슴에 닿는 순간
- 1882. 5. 동생 테오에게
(고흐가 시엔의 그림을 그릴때 처음 요구한것은 가장 편한 자세였다고해요.. 그러자 시엔은 저 포즈를 취했고 몇날을 저러고만 있었다고해요 )
복권 판매소 1882
무리지어있는 사람들의 기대에찬 표정이 인상적이어서 그들을 스케치하기 시작했다 그러는 동안 복권이 처음 생각했던 것보다 더 크고 깊은 의미가 있다는 느낌이 들었다 가난한 사람과 돈이라는 관점에서 볼때 더 그렇지 않겠니?
복권에 대한 환상을 갖는 것이 우리눈에 유치해 보일수도 있지만 그들 입장에서 생각해 본다면 정말 심각한 문제가 될수도 있겟지 음식을 사야하는데 썻어야할돈. 마지막 남은 얼마 안되는 푼돈으로 샀을지도 모르는 복권을 통하여 구원을 얻으려는 그 불쌍하고 가련한 사람들의 고통과 쓸쓸한 노력을 생각해 보렴
-1882.10 동생 테오에게
The Potato Eaters 1885
램프 불빛 아래서 감자를 먹고 있는 사람들이 접시로 내민 손, 그 손으로 땅을 팠다는 점을 확실히 보여주고자 했다. 그 손은 손으로 하는 노동과 정식하게 노력해서 얻은 식사를 시사한다. 이 그림을 통해 우리의 생활방식, 즉 문명화된 사람들의 생활방식과는 상당히 다른 생활방식을 보여주고 싶었다.
농부의 삶을 담은 그림을 전통적인 방식으로 세련되게 그리는 것은 잘못이다. 농촌 그림이 베이컨, 연기, 찐 감자 냄새를 풍긴다고 해서 비정상적인게 아니다. 마구간 그림이 거름 때문에 악취를 풍긴다면 훌륭하다고 해야겠지. 바로 그게 마구간 이니까. 어떤일이 있어도 농촌생활을 다룬 그림에서 향수냄새가 나선 안된다.
- 1885. 4. 동생 테오에게
1888 Orchard with Blossoming Apricot Trees
Orchard with Blossoming Plum Trees 1888
오늘 아침, 꽃이 핀 자두나무가 있는 과수원을 그리고 있는데, 갑자기 멋진 바람이 불어오더니 다른 곳에서는 한 번도 본 적이 없는 광경을 보았다. 그럴 때면 작고 하얀 꽃잎들이 햇빛을 받아 불꽃처럼 반짝이곤 한다. 그 장면이 얼마나 아름답던지! 순간순간 땅이 진동하는 걸 바라볼 각오를 하고 그림을 그렸다. 이 하얀색 화면에는 파란색과 라일락색, 노란색이 많이 있다. 하늘은 하얗고 파랗다. 그러나 이렇게 야외에서 그린 작품에 대해 사람들은 뭐라고 할까? 기다려볼 일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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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888년 4월 테오에게
The Sower 1888
The Sower 1888
The Sower (after Millet) 1889
<씨뿌리는 사람>의 스케치를 보내네. 흙을 온통 파헤친 넓은 밭은 선명한 보라빛을 띠고 있네. 잘 익은 보리밭은 양홍빛을 띤 황토색일세. 하늘을 황색 1호와 2호를 섞어서 칠했는데, 흰색이 약한 섞인 황색 1호 물감으로 칠한 태양만큼이나 환하네. 그래서 작품 전체가 주로 노란색 계열이 되었네. 씨 뿌리는 사람의 상의는 파란색이고 바지는 흰색이네.
- 1888. 6.친구 베르나르에게
1889 The Starry Night
지도에서 도시나 마을을 가리키는 검은 점을 보면 꿈을 꾸게 되는 것처럼, 별이 반짝이는 밤하늘은 늘 나를 꿈꾸게 한다. 그럴때 묻곤하지. 왜 프랑스 지도 위에 표시된 검은 점에게 가듯 창공에서 반짝이는 저 별에게 갈 수 없는 것일까?
타라스콩이나 루앙에 가려면 기차를 타야하는 것처럼, 별까지 가기위해서는 죽음을 맞이해야한다. 죽으면 기차를 탈수 없듯, 살아있는 동안에는 별에 갈수 없다 증기선이나 합승마차, 철도등이 지상의 운송수단이라면 콜레라, 결석, 결핵, 암 등은 천상의 운송수단인지도 모른다....
늙어서 평화롭게 죽는다는 건 별까지 걸어간다는 것이지.............
-1888.6 동생테오에게
Yellow House 1888
주제가 매우 어려웠단다! 하지만 이것이야말로 내가 해내기를 바라던 바이다. 매우 훌륭하게 그려졌다. 태양 아래의 이 노란집들이 신선한 파란색과 비교된다. 땅 전체도 노란색이다. 왼쪽 나무에 의해 그늘이 생기는 집은 푸른색 덧문이 달린 핑크색이다. 그 집이 식당으로 매일 나는 그곳에서 저녁을 먹는다. 내가 그린 <밤의 까페>는 이 그림에는 없다. 카페는 식당 왼쪽에 있다.
- 1888. 9. 테오에게
Sunflowers 1888 '
마르세유 사람이 부이야베스 생선스프를 먹는 것처럼 열심히 그리고 있다. 커다란 해바라기를 그리고 있다면 너도 놀라지는 않은 줄 안다. 캔버스 세개를 동시에 작업 중이다. 첫 번째는 초록색 화병에 꽂힌 커다란 해바라기 세 송이를 그린 것인데 배경이 밝고 크기는 15호 캔버스이다.
Vase with Three Sunflowers 1888
두 번째도 마찬가지로 세 송이이며 그 중 하나는 꽃잎이 떨어지고 씨만 남았다. 이건 파란색 바탕이고 크기는 25호 캔버스이다.
Vase with Twelve Sunflowers 1888
세 번째는 노란색 화병에 꽂힌 열 두 송이 해바라기이며, 이 작품은 환한 바탕으로 가장 멋진 작품이 될 것으로 기대한다.
Sunflowers 1888
어쩌면 여기서 끝내지 않을지도 모른다. 고갱과 함께 우리들의 작업실에서 살게 된다고 생각하니 작업실을 장식하고 싶어졌거든. 오직 커다란 해바라기로만 말이다.
Sunflowers 1888
네 가게 옆에 있는 레스토랑이 아주 아름다운 꽃으로 장식되어 있다는 걸 너도 알겠지. 나는 그곳 창문에 있던 커다란 해바라기를 늘 기억하고 있다. 이 계획을 실천에 옮기려면 열두 점 정도의 그림을 그려야 한다.
Vase with Fourteen Sunflowers 1889
그 그림을 모두 모아놓으면 파란색과 노란색의 심포니를 이루겠지. 매일 아침 해가 뜨자마자 그림을 그리고 있다. 꽃은 빨리 시들어버리는데다, 단번에 전체를 그려야하기 때문이다.
작약은 자넹의 꽃 접시꽃은 쿠스트의 꽃 그렇다면 해바라기가 나의 꽃이 될수도 있지않을까?
1888. 9. 테오에게
1888 The Night Cafe
얼마 전 우체국에서 그린 그림을 네게 부치면서 새로 그린 <밤의 카페>스케치도 동봉했다. 이제 일본 판화의 성격을 약간 가미하면 완성될 것이다. 카페는 사람들이 자신을 파괴할 수 있고, 미칠 수도 있으며, 범죄를 저지를 수도 있는 공간이라고 생각한다. <밤의 카페>를 통해 그런 느낌을 표현하고 싶었다. 부드러운 분홍색을 핏빛 또는 포도주 빛이 감도는 붉은 색과 대비시킴으로써 평범한 선술집이 갖는 창백한 유황빛의 음울한 힘과 용광로 지옥 같은 분위기를 부각시키려고 했다. 물론 이 모든 것은 일본 회화 특유의 경쾌함을 담고 있다.
인상파 화가들 중 가장 겸손하고 예민한 시슬레의 작품을 보고 '화가가 술에 취해서 그린 것 같다' 고 말한 테르스테크 씨가 이 작품을 본다면 정신착란 중에 그렸다고 말할 것이다.
1888. 9. 테오에게
Cafe Terrace at Night 1888
이번 주에 두번째 그린 그림은 바깥에서 바라본 어떤 카페의 정경이다 푸른 밤, 카페 테라스의 커다란 가스등이 불을 밝히고 있다. 그 옆으로 별이 반짝이는 파란 하늘이 보인다. 밤 풍경이나 밤이 주는 느낌, 또는 밤 자체를 그 자리에서 그리는 건 아주 흥미롭구나.'
Self Portrait 1888 September
세 번째 그림은 흐릿한 베로네즈 녹색 바탕에 잿빛 톤으로 그린 퇴색한 느낌을 주는 자화상이다. 모델을 구하지 못해서, 그 대신 내 얼굴을 그리기 위해 일부러 좀 좋은 거울을 샀다. 내 얼굴색을 칠하는 어려움을 극복하면 다른 사람도 쉽게 그릴 수 있겠지.
- 1888. 9. 테오에게
1888 Vincent's Bedroom in Arles
이번에 그릴 작품은 내 방이다. 이 작품에서만큼은 색채가 모든 걸 지배한다. 단순화하면서 방에 더 많은 스타일을 주고 전체적으로 휴식이나 수면의 인상을 주고 싶었다. 사실 이 작품을 어떻게 바라보는가는 마음의 상태와 상상력에 달린 문제다.
문이 닫힌 이 방에서는 다른 어떤 일도 일어나지 않는다. 가구의 선이 강한 건 침해받지 않는 휴식을 표현하기 위해서이다.
이 작품은 강제로 휴식을 취할 수 밖에 없는데 대한 일종의 복수심에서 그린 것이다. 내일도 종일 이 작품에 매달릴 생각이다. 구상이 아주 단순한 만큼 그림자나 미묘한 음영은 무시하고 일본 판화처럼 환하고 명암이 없는 색조로 했다.
- 1888. 10. 테오에게
Portrait of Madame Roulin 1889
전에 고갱에게 이 그림에 대한 아이디어를 말한 적이 있다. 아이슬란드의 어부들에 대해 이야기하던 중이었지 막막한 바다 위에서 온갖 위험에 노출되어 지내는 그들의 서글픈 고독을 생각해보자 어린아이같으면서도 동시에 순교자의 모습을 지닌 그 어부들의 고기잡이 배의 선실에서 바라보면 좋을 그림... 어린시절 요람에서 흔들리던 때의 감각이 되살아나고 어릴때 듣던 자장가가 떠오르는 그런 그림을 그리고 싶다는 생각이 들더구나 이 그림은 싸구려 가게에서 파는 서툰 판화처럼 보일수도 있다 오렌지 색 머리카락에 초록색 옷을 입은 여인이 분홍색꽃 그림이 그려진 초록색 벽지를 배경으로 앉아있다 생소할 정도로 거친 분홍색 , 거친 오렌지색, 거친 초록색이 눈에 거슬릴 정도로 부조화를 이루면서도 단조로운 빨간색과 초록색 덕분에 나름의 온화함을 회복한다 난 이그림이 해바라기 그림들 사이에 걸려있는 것을 상상해보았다. 이 그림과 같은 크기의 해바라기 그림들은 양쪽 옆에 세워둔 큰 촛대처럼 보이겠지?
-1889년 1월 테오에게
1889 Cypresses and Two Women
사이프러스 나무들은 항상 내 마음을 사로잡는다. 그것을 소재로 '해바라기'같은 그림을 그리고 싶다. 사이프러스 나무들을 바라보다 보면 이제껏 그것을 다룬 그림이 없다는 사실이 놀라울정도다
1889 Two Cypresses
사이프러스나무는 이집트의 오벨리스크처럼 아름다운 선과 균형을 가졌다 그리고 그 푸름에는 그 무엇도 따를수 없는 깊이가 있다
1889 Wheatfield with Cypress
태양이 내리쬐는 풍경속에 자리잡은 하나의 검은 점, 그런데 이것이 바로 가장 흥미로운 검은 색조들 중 하나이다
1890 Cypress against a Starry Sky
내가 원하는 것을 정확히 표현해 내기란 참으로 어렵구나 사이프러스 나무들은 푸른 색을 배경으로 , 아니 푸른색 속에서 봐야만한다
1889 Wheat Field with Cypresses at the Haude Galline near Eygalieres
다른 어디서나 마찬가지이지만 , 이곳의 자연을 그리기 위해서는 그 속에 오랜시간 머물러야한다.
Starry Night over the Rhone
나는 지금 아를의 강변에 앉아 있네 욱신거리는 오른쪽 귀에서 강물 소리가 들리네 별들은 알 수 없는 매혹으로 빛나고 있지만 저 맑음 속에 얼마나 많은 고통을 숨기고 있는 건지...
푸른 대기를 뚫고 별 하나가 또 나오고 있네
-1889.9 테오에게-
The Reaper 1889 .9
요즘은 수확하는 사람을 완성하느라 전력을 다하고 있다. 전체적으로 노란색을 띄고 있는 이 그림은 아주 두껍게 칠햇는데 소재는 아름답고, 순수하다. 수확하느라 뙤약볕에서 온 힘을 다해 일하고 있는 흐릿한 인물에서 나는 죽음의 이미지를 발견한다. 그건 그가 베어 들이는 밀이 바로 인류인지도 모른다는 의미에서다. 그러나 이 죽음속에 슬픔은 없다. 태양이 모든것을 순수한 황금빛으로 물들이는 환한 대낮에 발생한 죽음이기 때문이다.
자연에 대한 위대한 책처럼 이 그림도 죽음의 이미지를 다루고 있지만 내가 표현하고 싶었던 것은 "이제 막 미소를 지으려는 순간'이다.
-1889.9 테오에게-
Portrait of Doctor Gachet 1890
닥터 가셰는 어딘지 아파 보이고 멍해보인다 그는 나이가 많은데 , 몇년전에 아내를 잃었다고 한다. 그러나 그는 의사인데다 일과 신념이 그를 잘 지탱해주는것 같다. 우리는 쉽게 친해졌다.
요즘은 그의 초상화를 그리고 있다. 아주 환한 금발에 하얀색 모자를쓰고 , 환한 살색의 손을 빨간 탁자에 기대고 있는 모습이다. 그는 파란색 연미복을 입고 있는데, 바탕도 코발트 블루다. 탁자위에는 노란색 책 한권과 보라색 기탈리스크 꽃이 놓여있다.
닥터가셰는 이 초상화를 아주 좋아해서 가능하면 똑같은걸 하나 더 그려서 자기에게 줄 수 없겠냐고 했다. 나도 그럴 생각이다.
1890.6 동생 테오에게
1890 Branches with Almond Blossom
어머니께서도 요즘 저처럼 테오와 제수씨 생각을 많이 하실거라 생각해요. 제수씨가 무사히 분만했다는 소식을 듣고 어찌나 기쁘던지요.
사실 전 태어난 조카가 아버지 이름을 따르기를 무척 원했답니다. 요즘 아버지 생각을 많이 하고 있거든요. 하지만 이미 제 이름을 땄다고 하니, 그 애를 위해 침실에 걸 수 있는 그림을 그리기 시작했어요. 파란 하늘을 배경으로 하얀 아몬드 꽃이 만발한 커다란 나뭇가지 그림이랍니다.
1890년 2월 15일 어머니에게
출처 : 책 <영혼의 편지>
Kevin Kern - Twillignths Embrac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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