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누가 해도 할 일이면 내가 하자 |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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승인 2013.10.25 18:31:28 |
정덕_ 시골절 주지 |
언젠가 어디선가 보았던 글귀 중에 지금도 좋아서 기억하고 있는 글이 있다. 언제 누가 한 말인지 알 수가 없지만 소중한 생활의 지혜를 함축하고 있는 글귀이다.
"언제 해도 할 일이면 지금 하자!" "내가 지금 할 일이면 더 잘하자!"
불교가 사회의 지탄을 받을 때, 오늘과 내일이 별반 다를 게 없어 게으름을 부리고 싶을 때, 종단을 탓하고 선배들을 탓하고 싶을 때, 공부가 진척이 없어 패배감이 몰려올 때, 주위환경이 못마땅하여 비난하려는 마음이 들 때, 이 말들은 나에게 즉각적인 경책이 되고 있다. 이것은 그냥 좋은 글귀가 아니라 누군가가 불교를 생활언어로 바꾸어 놓은 것이 아닌가 하는 생각이 든다. 왜냐하면 한 구절 한 구절이 부처님의 가르침과 그 맥이 닿아있기 때문이다.
"누가 해도 할 일이면 내가 하자"라는 말에서는 자등명과 법등명 그리고 임제스님의 수처작주(隨處作主) 입처개진(立處皆眞)이 떠오르고, "언제 해도 할 일이면 지금 하자"에서는 다음과 같은 상윳따니까야 숲속경의 말씀이 연상된다. "지나간 일을 슬퍼하지 않고 오지 않은 일에 애태우지 않으며 현재의 삶에 충실하기에 얼굴빛은 맑고 평온하다네. 오지 않은 일에 애태우며 지나간 일을 슬퍼하는 사람은 낫에 잘린 푸른 갈대처럼 그렇게 시든다네." "내가 지금 할 일이면 더 잘하자"라는 말에서는 임제스님의 즉시현금(卽時現金) 갱무시절(更無時節)과 화엄경의 일체유심조(一切唯心造)를 생각나게 한다. 달라이라마스님이 불교의 핵심을 ‘친절과 미소’로 알기 쉽게 표현하고, 틱낫한스님이 “꽃은 꽃 아닌 것들로 이루어진다”라는 말로 연기를 쉽게 설명하듯이, 이 짧은 세 구절의 가르침은 불교의 핵심을 간명하게 설명하고 있는 것으로 보여진다. 그런데 위 세 구절 중에서 유독 세 번째 구절은 상황에 따라서 혹은 사람에 따라서 “지금 할 일이면 알아차리고 하자”라거나 “어차피 할 일이면 신나게 하자” “어차피 할 일이면 웃으며 하자”라고 변주되어 다양하게 사용되고 있다. 나의 도반스님이 이 구절이 쓰인 다포를 내게 선물하면서 이런 고백을 하였다. “그동안 불교의 현실을 암담해 하면서 나는 선방에 있는 선배스님들과 종단의 총무원과 사판스님들에게 손가락을 겨누며 비판하여 왔는데, 어느덧 되돌아보니 후배스님들의 그 손가락이 내 뒤에 있더군! 이제는 남을 비판하기보다는 지금 내가 무엇을 해야 할까를 먼저 생각하며 살아야겠네.” 나도 그즈음 그런 생각을 하고 있었기에 나는 도반스님의 말에 크게 동의했다. 누군가를 비판하기 전에 지금 내가 해야 할 일, 오늘 내가 해야 할 일을 하는 것이 우리의 최선이자 지혜일 것이다. |
첫댓글 카아~
멋찐 말씀
새해에 이 말씀대로 따라 하면 얼매나 좋을꼬
누가 해도 할 일이면 내가 하자!"->사실은 내만 피하면 좋을낀데 ....
"언제 해도 할 일이면 지금 하자!" -> 지금안하고 뭉기적거리면 잊혀져 삐리는데 ....
"내가 지금 할 일이면 더 잘하자!" -> 안하면 편안할껀데...
그런 생각으로 면피만 하고싶었는데
막상 일하는것을 바라보는 입장에서면
이런것이 보이니 참으로 안타까움입니다
누군가를 비판하기 전에 지금 내가 해야 할 일 오늘 내가 해야 할 일을 하는것이
최선일겁니다. _()_