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녕하세요, 언소주 사설 탐정입니다.
오늘도 어김없이 돋보기를 들고 주요 일간지 사설을 뜯어보러 왔습니다. 분석할 텍스트는 2026년 4월 11일 자 조선일보 사설, <사실 관계 다른 2년 전 영상으로 중동 현안 건드린 대통령 글>입니다.
기사 내용을 짧게 요약하자면 이렇습니다. 이재명 대통령이 SNS에 이스라엘군의 만행(아이를 고문하고 추락시켰다는 내용)을 비판하며 '홀로코스트'에 빗대는 글을 올렸는데, 알고 보니 그 영상은 2년 전 영상이었고 대상도 아이가 아니라 '사살된 무장 대원의 시신'이었다는 겁니다. 그러니 팩트도 틀린 글로 이스라엘의 심기를 건드려 '아이언 돔' 같은 안보 협력에 흠집을 내는 외교적 자해 행위를 했다는 것이죠.
자, 겉보기엔 그럴싸합니다. 국가 원수가 팩트 체크도 제대로 안 하고 SNS에 글을 올려서 논란을 자초했다? 언론이라면 당연히 매섭게 비판해야 할 대목입니다. 하지만 우리 언소주 회원님들, 맥락을 봐야 합니다.이 사설이 말하는 껍데기(Fact)와 그들이 진짜 유도하려는 프레임(Intent)을 분리해서 타격해 보겠습니다.
1. 현상과 본질 구분: '가짜뉴스 프레임'으로 가려버린 '전쟁 범죄'의 본질
조선일보의 주장을 찬찬히 뜯어봅시다. 대통령이 올린 영상은 '산 아이를 고문하고 추락시킨 것'이 아니라, '무장 세력을 사살한 뒤 그 시신을 옥상에서 던진 것'이므로 가짜뉴스라고 지적합니다.
이건 좀 이상하지 않습니까?합리적으로 추론해 보죠. 아이가 아니라 성인 무장대원의 '시신'을 건물 옥상에서 쓰레기처럼 집어 던지는 행위는 그럼 괜찮다는 건가요? 전시 국제법인 제네바 협약은 적군의 시신이라도 존중하고 훼손하지 말 것을 엄격히 명시하고 있습니다. 사설 스스로도 미 백악관이 "매우 충격적"이라고 평가했다고 적어두었습니다.
그런데 조선일보는 '아이 vs 성인 시신'이라는 디테일의 오류를 물고 늘어지며, 전쟁 범죄를 비판하려 했던 대통령의 인권적 메시지 전체를 '가짜뉴스'라는 통에 쓸어 담아 폐기해버립니다. 달을 가리키는데 손가락에 때가 묻었다고, 달빛 자체를 부정해버리는 전형적인 본질 흐리기 수법입니다.
2. 논리적 허점 타격: 무기를 얻으려면 반인륜적 범죄엔 눈 감아라?
사설 후반부로 가면 조선일보 특유의 기묘한 논리적 비약이 등장합니다. 우리가 이스라엘의 '아이언 돔'을 참고해 장사정포 요격 체계를 개발 중이니, 이스라엘이 가장 아파하는 '홀로코스트'를 언급하며 심기를 건드리면 안 된다는 논리입니다.
여기에 이 매체의 철학이 고스란히 담겨 있습니다. '안보와 경제적 이익을 챙겨야 하는 국가라면, 그 나라가 타국의 민간인을 학살하든 시신을 훼손하든 적당히 눈감고 입을 닫아라'는 뜻이죠. 대한민국은 일제강점기 위안부 문제와 강제 동원 등 뼈아픈 역사적 상처를 가진 나라입니다. 국가 원수가 보편적 인권과 반인륜적 범죄에 대해 목소리를 내는 것은, 국제사회에서 대한민국의 도덕적 권위를 세우는 일입니다. 이를 철저히 '무기 수입 청구서'라는 얄팍한 손익 계산서로만 환산하는 태도는, 시민의 상식과는 거리가 멀어도 한참 멉니다.
3. 역사/사회적 맥락: '심야 SNS'라는 오래된 낙인찍기
마지막으로 사설은 "대통령이 한밤이나 아침에 사실 확인이 부족한 상황에서 올리는 글"이라며 타이밍을 꼬집습니다. 이 프레임, 어디서 많이 보지 않으셨습니까?
과거부터 보수 언론이 반대 진영 정치인을 공격할 때 단골로 쓰던 수법입니다. '이성적이고 합리적인 낮'과 대비되는 '감정적이고 불안정한 밤(혹은 새벽)'이라는 이미지를 덧씌우는 거죠. 이를 통해 메시지의 가치를 '심야의 감정적 배설'이나 '충동적 기행' 수준으로 끌어내리려는 고도의 상징 조작입니다.
물론, 참모진의 교차 검증 시스템을 거치지 않고 팩트가 일부 엇나간 자료를 대통령이 직접 인용한 것은 변명의 여지가 없는 실책입니다. 외교적 리스크를 관리해야 할 대통령실의 시스템 부재는 따끔하게 비판받아 마땅합니다.
하지만 언론의 비평이라면 딱 거기까지, '대통령의 메시지 리스크 관리'를 지적하는 데 머물러야 합니다. 팩트를 교정해 준다는 명분 아래, 이스라엘의 끔찍한 반인륜적 행위마저 은근슬쩍 감싸며 도리어 자국 대통령의 입을 틀어막으려는 스탠스는 곤란합니다.
결론을 맺겠습니다.
조선일보의 이 사설은 '대통령의 팩트 오류'라는 정당한 먹잇감을 미끼로 던져놓고, 그 이면에는 '이스라엘 심기 경호'와 '힘의 논리에 굴복하는 국익 우선주의'라는 자사의 이념적 목표를 교묘하게 끼워 팔고 있습니다.
시민 여러분, 언론이 '팩트'를 들이민다고 해서 그 언론의 '의도'까지 순수한 것은 아닙니다. 팩트체크라는 날카로운 칼날이 왜 하필 '전쟁 범죄의 잔혹성'을 무뎌지게 만드는 방향으로만 휘둘러지는지, 우리는 합리적인 의심을 거두지 말아야 합니다.
지금까지 언소주 사설 탐정이었습니다. 다음에도 뼈 있는 비평으로 찾아뵙겠습니다.
https://www.youtube.com/watch?v=k2H253WTS5E