송경태: 설 귀경, 노심초사의 밤
“아버님, 늦은 시간 죄송해요. 걱정하실 것 같아서 문자 남겨요. 저희 12시 50분에 도착해서 정리하고 자려구요. 편한 밤 되세요.”
큰며느리가 보내온 카톡 메시지였다.
곧이어 둘째 며느리의 문자가 도착했다.
“아버님! 저희 어제 잘 올라왔어요. 명절인데 너무 짧게 있다 가는 것 같아서 죄송하네요. 감기 조심하시고, 다음 달 아버님생신 때 뵐게요. 건강하세요.”
이렇게 짧은 문자 몇 줄이지만, 그 속에 안도의 한숨이 묻어 있었다. 명절이 끝나고 귀경길에 오르는 두 아들 내외가 걱정되어 잠 못 이루고 있던 차에, 무사히 도착했다는 소식이 전해지자 비로소 가슴을 쓸어내릴 수 있었다.
임시휴일을 포함 단 6일, 그러나 설 이후 휴일은 단 하루, 짧은 만큼 고속도로 정체는 더욱 심했다. 큰아들 내외는 오수시골 어머님집을 들렀다가 오후 2시 출발해 새벽 12시 50분에 도착했다. 막내아들은 밤 8시에 시골집을 나서 새벽 2시 30분이 되어서야 서울 집에 도착했다. 전국에서 600만 대의 차량이 몰려 귀성·귀경길을 오갔다니, 도로 위는 말 그대로 전쟁터였다.
출발한 지 한 시간도 되지 않아 정안휴게소에서부터 차량이 멈춰 서더니, 그때부터는 문자 메시지가 끊이지 않았다. “아버님, 차가 거의 안 움직여요.” “빙판길이라 그런지 사고가 많아요.” “손주들이 많이 지쳐 보이네요.”
운전에 방해될까 봐 더 이상 문자를 보내지 못하고, 나는 그저 현관문을 열었다 닫았다 하며 애타는 마음을 달랠 뿐이었다. 칼바람이 매섭게 몰아치는 바깥을 바라보며 하늘에 기도하듯 두 손을 모았다. 라디오를 켜자 더욱 가슴이 철렁했다. “빙판길 미끄러짐 사고로 다수의 부상자 발생” “중부지방 폭설, 귀경 차량 정체 심화” 같은 뉴스가 계속해서 흘러나왔다.
명절을 앞두고는 오랜만에 가족들을 만날 생각에 설레지만, 명절이 끝나면 아이들이 안전하게 돌아갈 수 있을지 걱정이 앞선다. 고속철도를 이용하면 안전하지만, 어린 손주들이 있으면 짐이 많아 불편하고 승차권 구하는 것도 하늘의 별 따기다. 결국 승용차를 이용할 밖에 없는데, 매번 이 귀경길이 가장 큰 난관이다.
그렇게 밤새 애 태우던 끝에 도착한 반가운 문자 메시지. “무사히 도착했어요.” 이 한마디에 가슴을 쓸어내리며 비로소 긴장이 풀린다. 올해도 무사히 명절을 보냈다는 안도감에, 이제야 두 다리 쭉 뻗고 편안히 잠자리에 들 수 있을 것 같다.
하지만 또 몇 달 후면 다시 반복될 이 풍경. 다가올 명절에도 나는 똑같이 노심초사하며 밤을 지새우겠지. 그래도 그게 부모 마음이라는 걸, 이제는 너무도 잘 알고 있다.
2025. 1. 3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