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V 프로그램에서 여성이 지워지고 있다는 느낌이 자꾸만 든다. 사실 이런 생각을 하게 된 계기는 2016년 초에 방영된 <시그널>을 시청하면서부터였다. 드라마가 시작되기 전 홍보할때는 김혜수를 전면에 내세웠다. 누가 봐도 주인공이 김혜수구나 싶을 정도였다.
드라마 속에서 그녀의 연기와 활약도 눈부셨다. 그런데 드라마 종영 후 시상식을 비롯해 각종 드라마와 영화, 예능에서 자주 보이는 사람은 조진웅과 이제훈이었다. 나는 이 두 배우를 개인적으로 무척 좋아하지만 이런 현상은 의아했고 불편했다.
영화 <기생충>에서 제시카 역할을 맡은 박소담도 연기를 잘했고 많은 사람들이 '제시카송'을 따라할 만큼 인상적이었지만 이후 그녀를 방송에서 쉽게 보지 못했다. 삼시세끼 시리즈의 유일한 여성 편에 출연한 것 외에 기억나는 예능이 없다. 박소담과 달리 함께 출연했던 최우식은 예능 프로에 자주 보이면서 나는 또다시 의아함과 불편함을 갖게 되었다.
<슬기로운 의사생활>에서 유일한 여주인공 전미도는 뮤지컬 배우로서 드라마 출연은 처음이지만 많은 사람들로부터 사랑을 받았다. 그런데 드라마가 끝난 후 그녀를 방송에서 보기 어려운 반면 유연석이나 정경호는 계속해서 작품활동을 하고 있다.
김혜수, 박소담, 전미도가 자신들이 출연한 드라마나 영화 이후 잘 보이지 않는 이유가 그들의 자발적인 선택인지 나는 궁금하다.
예능에서 남성 중심은 요즘 절정에 달하고 있다는 생각이 든다. 최근 몇 년 동안 내가 종종 시청했던 프로그램들을 떠올려보자. <비정상회담> <알쓸신잡: 시즌 1과 2> <꽃보다 시리즈(꽃보다 누나 제외)>와 <삼시세끼(여성 전용인 산촌편 제외)> <부산 촌놈 인 시드니> <태어난 김에 세계일주> <1박2일> <아주 사적인 동남아시아> <독박투어>는 모두 남성만 존재한다.
<서진이네> <톡파원25시> <나혼자산다> <맛있는 녀석들>은 여성이 1명 뿐이다. <나혼자산다>는 한때 여성 출연진들이 스튜디오에 제법 있었는데 어느 순간 모두 사라지고 박나래 혼자만 존재한다.
내가 유난히 남성 중심 예능만 본 것일까? 내가 보지 않은 많은 예능 프로그램에서는 남녀 비율이 적절한 것일까? 나는 남녀 비율이 무조건 반반이어야 함을 주장하는 것이 아니다. 남성 중심 구성일수도 있고 여성 중심 구성일수도 있다. 요즘 관심이 있어서 종종 보는 채널마다 우연인지 모르지만 거의 모두 남성 중심이다보니 여성 예능인이 지워지고 있다는 느낌이 강하게 드는 것이다.
남성 중심 예능이나 영화/드라마가 지속될수록 여성이 예능이나 영화/드라마에 등장하는 것이 낯설게 되고 점점 그들이 설 자리는 좁아져 결국 사라질 수 있다. 방송에서 여성이 사라지고 있다고 느끼는 내가 과민한 것일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