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을걷이
워낭소리에
베갯잇에 곤한 아침잠 내던져
하루가 열리고
빛, 바람, 물, 흙
순금 빛 은행나무옆
돌담에 살구꽃이
가을을 노래한다
대청마루
노부부의 환한 웃음이
한가로이 정겨울 때
초가집 한울타리 밖
노란 홍시
가을바람에 나풀나풀
허공을 색칠하면
담쟁이가 이불 되어 흩날린다
비바람을 지난 가을비는
흙 속을 달려
노란 홍씨가 고개를 떨게 놓을때
마른 땅채 얼기도 전에
누렁 황소 쟁기질 소리로
자장자장 감자 씨를 묻는다
해가 하늘을 가로지르면
부뚜막 가마솥에
찬밥 데워
된장과 풋고추로 동여매고
고봉밥으로
새참 내어갈
아낙네의 바쁜 걸음이 고랑을 덮으니
가을걷이
너울 파도처럼
봄동들은 겨울을 기다리고
미르나무 담벼락
언덕배기에
널브러진
호박잎들의 향연
장터국밥에 막걸리
서너 사발 걸쳐말 속내에
할아버지 어깨에 동여맨
지게가 춤을 추고
할머니 머리 위 광주리엔
장에 내다팔
고사리가 넘실될때
개울녁 천정천에
멱감는 악동들의
개글 진 웃음소리가
하늘을 노래하고
사계절 허공에 띄운
주홍빛 석양은
끝내 빈 껍질로 남으니
하세월
이 고진 저 늙은이
지게 벗어 나를 주오
출처 / 노자규 웹에세이스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