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미술 작품도 흥미롭지만 미술관도 그 못지않게 숱한 얘기를 갖고 있다.
크로아티아 자그렙은 이런저런 미술관이 많은 도시다. 19-20세기 크로아티아의 미술을 보려면 현대 미술관(Moderna galerija)을 가야겠지만(아는 사람이 거의 없는 게 맹점) 흥미로운 미술관으로는 미마라 미술관을 꼽을 수 있다.
안테 토피치 미마라(1898-1987)의 컬렉션을 바탕으로 한 미마라 미술관은 고대부터 20세기에 이르기까지 3,700점에 달하는 미술품을 보유하고 있고 그 중 1,500점 정도를 상설 전시하고 있다. 그 중에는 벨라스케스, 터너, 들라크루아, 마네, 르누아르 등 쟁쟁한 화가들의 작품이 즐비하다. 건물도 제법 번듯하다.
이 미술관에 대한 평가는 극도로 갈린다. 세계 100대 미술관에 미마라 미술관을 꼽으면서 ‘동구의 루브르’라고 찬사를 보내는 사람도 있는 반면 토머스 호빙 같은 미술사학자는 이곳 소장품의 95퍼센트가 가짜라고 주장한다.
호빙은 메트로폴리탄 미술관 관장을 지낸 경력이 있고 그의 저서는 「짝퉁미술사」라는 제목으로 한국에도 번역되어 있다.
화가이자 미술품 복원가인 미마라가 스스로 작품을 위조하거나, 위조품을 사 모았을 수 있지만 이 많은 미술품이 위조품이라는 것도 상식적으로 이해가 되지 않는다. 미마라가 진품을 수집했다면 세계적으로 이름난 갑부였어야 할 텐데 그것도 베일에 싸여 있다. 미마라는 외국에 쭉 살다 고국에 돌아와 죽었고 어떤 사업을 했는지 분명치 않다.
냉전 시대에 무기 거래나 그 비슷한 일을 하지 않았나 생각되고 있다.
어쨌든 자그렙에 가시는 분은 다른 데서는 만날 수 없는 크로아티아 미술을 보러 현대 미술관을 방문하거나 이 흥미로운 미술관을 잠깐 둘러보는 것도 괜찮겠다. 짝퉁으로 채워진 거대한 미술관이라!
가짜 정치인과 엉터리 학자가 설치는 이 세상에 그깟 미술품이 짝퉁이면 어떠하리 하는 생각도 든다.
전미경 (Mi Kyung Jeon)