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해리스의 타고난
백만 불짜리 무기?...
트럼프를 코너로 몰다.
[웃음의 매너로
풀어 보는 미국 대선 전]
* 같은 서구이지만 유럽과
미국의 웃음에 대한
매너는 상당히 다르다.
유럽인들은 대개 입을 살짝 벌린 상태에서
눈 방긋 미소로 웃는 것을 점잖고 세련된 것으로 여기는 반면, 미국인들은 잇몸이 드러나게 껄껄 웃는 것을 좋아한다.
해서 유럽인들은 호방하게 웃는 미국인들을 버릇없고 천박한 양키들이라 멸시하려고 하고, 반대로 미국인들은 유럽인들을 위선적이고 음흉하다고 여긴다.
트럼프의 얼굴은
매 혹은 독수리상이다.
새의 부리처럼 입술을 앞으로 내밀어 상대방을 쪼아대듯 공격하는 것이 장기이다.
그것으로 닭의 부리를 가진 힐러리 클린턴을 무자비하게 쪼아대서 대통령이 되었다.
그렇지만 그 지나치게 거친 공격성으로 주변인 들을 피곤하게 만드는 바람에 연임에 실패하고 바이든에게 자리를 넘겨주고 말았다.
이번에도 그는 무작정 쪼아대기식 공격으로 노쇠한 바이든을 초장에 다운시켜 버렸다.
헌데 아뿔싸!
너무 성급했나?
살살 때려 가면서 12회전 까지 끌어가 판정승으로 이겼어야 했는데 그만…!
상대 선수가 바뀔 줄이야!
졸지에 완전 스타일이 다른 강적을 만났다.
아직 해리스가 인파이터인지 아웃복서인지는 모르겠으나 젊어서 체력과 맷집이 상당할 것은 분명하다.
그동안 패자부활전이나 다름없는 두 늙은이의 지루한 끗발 싸움에 식상한 미국인들이 새로운 스타일 선수의 등장에 신이 났다.
바이든 대통령의 후보 사퇴로 대신 나선 해리스 부통령은 사실 정치 이력으로 보면 뭣 하나 내세울게 없이 그저 운 좋게 부통령에 오른지라 민주당원들조차도 별로 기대하지 않았던 인물이다.
헌데 바이든의 용퇴가 그의 등장을 극적으로 만들어버렸다.
흔히 ‘아무리 실력이 뛰어나도 운 좋은 놈한테는 못 당한다’는 말이 있다.
해리스는 억세게 운이 좋은 여자다.
그렇지만 해리스에겐 남들이 가지지 못한, 타고난 비장의 무기가 하나 있다.
바로 함박웃음이다.
그 웃음 하나로 부통령에까지 올랐다고 봐도 무방하다.
비 백인계임에도 불구하고 그는 전형적인 미국 카우보이의 웃음을 가졌다.
트럼프의 매부리 쪼기에 짜증 난 중도파의 미국인들을 순식간에 자기편으로 돌려 세운 강력한 무기이다.
존 웨인, 로널드 레이건을 이은 가장 미국적인 웃음! 감추는 것 없이 있는 대로 다 보여주는 듯 잇몸을 한껏 드러내고 크게 웃는 모습에 미국인들이 자신들의 정체성(자신감)을 새삼 확인하게 된 것이다.
지난날 힐러리 클린턴이 트럼프에게 패배한 것도 바로 이런 무기가 없어서였다고 할 수 있겠다.
해리스와 달리 트럼프는 웃을 때 입을 꾹 다문다.
자신의 속내를 감추려는 사람들의 매너이다.
곧 텔레비전에서 두 후보가 맞짱을 뜨겠지만 트럼프가 날카로운 부리로 아무리 쪼아대도 해리스는 함박웃음으로 넘겨 칠 것이다.
게다가 해리스는 (관상학적으로) 강력한 턱이 받쳐 주고 있어 웬만한 펀치에는 끄떡도 않을 것이다.
결국 트럼프가 제 성깔에 못 이겨 여성비하나 인종차별적인 말을 퍼붓다가 역풍을 맞아 다운당할 가능성이 크다.
암튼 해리스의 함박웃음은 백만 불 짜리이다.
미국인이라면 저 카우보이 웃음에 그냥 다 넘어간다.
만약 해리스가 카우보이 모자를 쓰고 유세장 무대에 올라 ‘강남스타일’에 맞춰 신나게 말춤 한판 춰 버리면 미국 대선전은 그날로 게임 끝난다.
그나저나 쌍욕쟁이, 뻔뻔이, 찌질이, 겉똑똑이들이 설치는 한국 정치판을 보고 있자니 미국이 너무 부럽다.
우리는 언제 따라 웃고 싶은 지도자를 맞을 수 있을까?
- 신성대 논설위원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