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요한 밤 거룩한 밤(?)
신앙이 없는 사람들에게 24일은 연휴의 한가운데입니다. 신앙이 있는 사람들에게 오늘은 내일도 성당에 가야 하는 날 중의 하나입니다. 본당에 있으면서 신자분들에게 이런 질문을 종종 들었습니다. “신부님! 성탄 전야 미사 나왔으면 성탄절 미사 안 나와도 됩니까?” 저는 그럴 때마다 한 결같이 대답해 드립니다. “어제 식사하셨으면 오늘 식사 안 하십니까?”
매일의 미사를 한 번만 빠져도 크게 괴로워하며 계속 고해성사를 보는 신자분들이 있습니다. 반면에 미사 중에서도 매우 중요한 미사 중 하나이고, 예수님의 구세사 시작인 성탄 미사를 앞두고 왜 이틀 연속 미사를 나와야 하는지를 반문하는 신자들을 보면서 속이 많이 상했습니다.
적어도 이 글을 보는 분 중에는 그런 분이 없으셨으면 좋겠습니다. 성탄대축일은 예수님의 생일입니다. 생파(생 일 축하 파티)는 당사자가 있는 곳에서 하는 것이지, 당사자도 없는데 당사자 이름을 팔아서 자기들끼리 하는 법은 없습니다. 자신을 포함하여 다른 사람들의 생일은 시끌벅적하게 축하해 주면서 왜 예수님의 생일을 이틀 연속 축하해 드리는 것을 귀찮아하십니까?
예수님이 그 정도밖에 안 되는 분입니까? 사람들은 오늘 밤을 고요한 밤 거룩한 밤이라고 합니다. 정말로 오늘 밤이 고요한 밤 거룩한 밤이 되기 위해서는 오늘 밤을 잘 맞이하기 위한 준비가 되어 있어야 합니다.
예수님께 드릴 선물은 원래 올 초부터 꾸준히 준비하고 있었어야 했지만 이제라도 늦지 않았으니 오늘 하루 안에 라도 서둘러 준비해야 합니다. 단지 구유 경배 예물에 봉헌할 봉헌금만 생각하지 않으셨으면 합니다.
우리는 올 한 해도 우리를 위해 이 세상에 오실 예수님 을 위해 준비된 사람으로 살았어야 했습니다. 늘 깨어 있으면서 예수님께서 바라시는 사람으로 살았어야 했습니다. 그래야 오늘 밤이 정말로 고요한 밤 거룩한 밤이 될 수 있습니다.
오늘 복음에서 하느님의 사자 가브리엘 천사는 성모님께 “은총이 가득한 이여, 기뻐하여라. 주님께서 너와 함께 계시다.”라고 인사합니다. 오늘뿐만 아니라 우리의 모든 생애 가운데에서 예수님께서는 우리에게 같은 인사를 해오고 계셨습니다.
그러니 두려워 말고, 귀찮아하지 말고, 미루지 마십시 오. 예수님께서 오셨을 때 그 자리에 없던 사람, 깨어 있지 않은 사람, 준비되지 않은 사람에게는 고요한 밤 거룩한 밤은 없습니다. 한 번 매일미사 책을 잘 살펴보십시오.
그러면 성탄 전야 미사와 성탄절 미사가 뭐가 다른지 아실 수 있을 것이고, 왜 교회가 미사를 두 번 하는지 아실 것이고, 나는 나를 위해 이 세상에 오신 예수님을 위해 기쁜 마음으 로 두 번의 미사에 꼭 참석해야겠다는 마음을 갖게 될 수 있으실 것입니다.
- 하성용 유스티노 신부 / 사회사목국 부국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