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별 시인의 ‘사랑 참’을 읽고
사랑 참
금별
사랑에 설탕을 칠까 소금을 칠까
탕수육 먹을 때 찍먹이냐 부먹이냐 입씨름을 하는 것처럼
눈 앞의 연기를 참고 군불을 지펴야 밝아지는 아궁이처럼
복잡한 사랑은 땔감을 구해다 바람벽에 바짝 말린 후
적당한 크기로 잘라 두었다가
기꺼이 불을 붙이는 수고로움을 견디는 것일까
비좁은 부엌에서 낡은 찬장에 그릇을 씻어 엎는
열한 살 누이의 뒷모습이 사랑스럽다
동구 밖은 고무줄 놀이 숨바꼭질 구슬치기 땅따먹기로 시끄러운데
어린 누이는 눈물을 찔끔거리며 감자 솥에 불을 지피고 있다
오후가 까맣게 타도록 아궁이 속을 뒤치락거리며
낑낑대는 강아지의 밥을 챙기고 잠투정하는 동생을 품에 안아준다
사랑 참 수고롭다 아니 번거롭다
마루에 앉아 감자에 설탕을 찍을까 소금을 찍을까 망설인다
맘 먹은대로 안되는 게 삶이라지만
그래 찍어야 사는 거지
내가 너를 찍었듯이 사랑이라야
감히 푹푹 찌는 여름을 내친다 말할 수 있지
찍느냐 찍히느냐 사이에서 뜨거운 감자를 들고
갈피를 잡지 못하고 있는데
소금을 숨긴 설탕이 사랑은 달다고 말한다
☞ 사랑이란 무엇일까. 남들은 사랑이 아름답다고 하지만 시인이 보기에 사랑은 참 수고롭고 번거로운 일이다. 사랑이란 이름으로 해야만 하는 일, 견디어야 하는 일, 희생해야 하는 일이 아름답게만 보이지 않은 이유다. 사랑이란 이름의 희생을 강요하는 사회가 아름답지 않은 이유이기도 하다. 수고와 번거로움이 희생으로 포장되어도 그 시간을 견야 하는 사랑의 시간을 시인은 ‘사랑, 참’이라는 제목을 통해 드러낸다.
사랑, 참
금별
연기를 참고
군불 지펴야 밝아지는 아궁이 같아지는 일
땔감 구해다 바람벽에 바짝 말린 후
적당한 크기로 잘라 두었다가
기꺼이 불 붙이는 수고로움을 견디는 일
낡은 찬장에 그릇 씻어 엎는 열한 살 누이가 눈물을 찔끔거리며 감자 솥에 불 지피는 일
오후가 까맣게 타도록 아궁이 속을 뒤치락거리며
낑낑대는 강아지의 밥을 챙기고
잠투정하는 동생을 품에
안는 일
사랑, 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