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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월화 |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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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표 작품 1 | 달처럼 꽃처럼 |
대표 작품 2 | |
수상연도 | 2014년 |
수상횟수 | 제33회 |
출생지 | |
[수상 작품]
영혼의 빛깔 / 도월화
한창때 남편은 술을 즐겼다. 그로 인해 내가 받은 고통이 일일이 나열하기 힘들 정도인데 즐겼다는 표현이 맞을지 의문이다. 그래도 나의 회상취미와 남편의 체면을 위해 '즐겼다'로 해 두려고 한다. 주위에 술 좋아하는 친구가 하나 둘 건강이 나빠져 술에게 백기를 들고 쓰러져 가는 것을 보게 되자, 남편은 황급히 대책연구에 들어갔다. 그리하여 단전호흡을 시작하게 되었는데, 그 이후로 확실히 술을 많이 절제하게 되었다.
나도 단전호흡학원에 같이 다녔다. 겨울에는 추우니까 낮에 따로 다니고, 주로 여름에는 저녁 식사 후 마지막 수련시간에 함께 다녔다. 배꼽아래의 단전에 마음을 집중하여 천천히 심호흡을 하며 체조도 하고 명상도 했다. 끝나고 집에 돌아올 때는 목욕탕에서 나올 때처럼 발걸음이 가벼웠다. 돌아오는 길목의 공원에서 캔 커피를 나눠 마시면 밤공기가 부드럽고 기분이 좋았다.
단전호흡은 보통 때보다 호흡이 길다. 거북이나 학처럼 오래 사는 동물일수록 호흡이 길다고 들었다. 조물주가 사람을 세상에 나게 할 때는 몇 번 숨을 쉬고 죽으라는 호흡수를 이미 정해 주었다는 얘기도 있다. 그렇다면 숨결의 길이가 길수록 숨쉬기의 기간도 길어지겠구나 하는 생각도 해 본적이 있다. 하여간 호흡을 길게 하는 것이 건강에 좋다고 한다. 위급할 때는 숨이 가빠져서 긴 한숨을 내쉬어 조절하게 된다. 마음의 평정상태(平靜狀態)에서는 호흡이 느긋해지고 길어진다.
남편이나 나나 기적(氣的) 체험보다는 그저 운동 삼아 다녔다. 매일 꾸준히 다닌 것이 아니고 가끔씩 빠지기도 했다. 기적 체험이란 단전호흡에 일가견을 가진 분들이 보이지 않는 기의 흐름을 보고 느낀 경험을 말한다. 몸이 허공에 뜬다든지, 질병의 치유나 전생투시, 심지어 유체이탈이라는 것도 들어는 보았다.
쉬엄쉬엄 이기는 하나 3년 정도 단학에 관심을 갖은 후이다. 명상에 들어가면 눈을 감은 상태에서 희다 못해 푸른빛을 띠는 옥양목을 앞에 펼쳐 놓은 듯 눈앞이 밝아졌다. 그러면서 세상 모든 것이 아름답게 느껴지고, 평화롭고 감사한 마음이 든다. 몸과 머리가 떠오를 것처럼 가벼워지고, 나의 영혼이 가벼운 깃털같이 높이 올라가 육신을 내려다보는 듯했다. 그 때 만큼은 내 영혼이 커다랗게 날개 짓 하며 푸른 빛 속에서 자유로웠다. 저절로 호흡이 길어지며 그 가운데 푸른빛을 보는 것이 감미로웠다.
'파란 색의 비밀은 잘 감추어져 있다. 파란 색은 피안 저쪽에서 온다. 오는 도중에 그것은 옅어져 산이 되어버린다. 매미가 거기서 운다. 새들도 거기서 지저귄다. 사실상 사람은 아무 것도 모른다. 감청색이라는 것이 있다. 나폴리에서는 하늘이 물러가고 나면 성모 마리아가 벽 구멍에 머문다. 하지만 여기선 모든 게 신비다. 사파이어도 신비, 성모 마리아도 신비, 사이펀도 신비, 수부의 저고리 깃도 신비, 눈부시게 파란 햇빛도 신비, 그리고 내 가슴을 꿰뚫는 파란 눈빛도 신비다.’ (장 콕토 「파란 색의 비밀」 전문)
몇 번을 다시 읽어도 「천부경」의 해설판을 여러 번 읽을 때처럼 알 듯 모를 듯하지만, 장 콕토(Jean Cocteau 1889-1963)도 파란 색의 신비를 말하고 있는 것이 흥미롭다. 장 콕토의 파란 색은 나폴리의 감청색 바다 빛이다. 내가 말하는 옥양목의 희다 못해 푸른빛과는 차이가 있다. 그러나 그의 「파란색의 비밀」을 읽으며 나는 그 비밀의 열쇠가 있는 곳을 희미하게나마 알 것 같았다. 장 콕토는 파리 근교에서 태어났지만 집안이 부유해서 겨울철마다 지중해의 칸느에서 보냈다고 한다.
나의 소녀시절 애송했던 '내 귀는 소라껍질, 바다의 소리에 귀를 기울인다.’(「귀」 전문) 라는 시는 그의 연작 단시 「칸느」중에서 제 5번 시이다. 칸느가 아니라도 바닷가에 서면 저절로 심호흡이 나온다. 단전호흡과 통한다. 칸느의 푸른바다를 보는 장 콕토와 단전호흡 중에 저절로 길고 깊은 호흡에 들어가 푸른 빛 서광을 보는 나도 일맥상통하는 면이 있지 않을까 싶다.
영혼에 빛깔이 있다면 아마도 푸른빛일 것이다. 지구도 푸른 별이라고 한다. 우리나라에서는 바다와 하늘이 푸르다고 하고, 나무 잎사귀도 푸르다고 한다. 우리의 옛날 선조들은 푸른색을 선호한 듯하다. 옥편에서 푸를 벽(碧)이라는 글자를 찾아보니 푸른 옥돌 벽이라고도 읽는다고 나와 있다. 금강석 벽이라는 뜻도 된다고 하는 말을 들은 적이 있는데 단단하고 광택이 있는 아름다운 돌의 총칭이 옥이라고 사전에 나온다. 다이아몬드도 푸르게 보았다는 것일까.
그런데 깊은 시내를 벽계(碧溪), 푸른 바다를 벽해(碧海), 푸른 하늘을 벽공(碧空)이라 한 것은 금방 알겠으나, 선경(仙境)에 있다는 과실을 벽도(碧桃)라 한다고 옥편에 나와 있는 것은 이해가 잘 안 된다. 벽도(碧桃)나무의 꽃은 벽도화(碧桃花)라고 나와 있는 것을 보고, 도화 꽃은 붉은데 그럼 벽도화는 푸른 꽃일까 의아했다.
마음의 평정상태에서 호흡이 길어지며 푸른 빛 서광을 보는 것은 동서고금이 다르지 않나 보다, 하는 생각이 문득 든다. 단전호흡 말고도 평안하고 고요한 마음으로 가는 길은 여러 가지가 있다고 생각된다. 적당한 운동, 기도나 명상, 혹은 감동적인 예술작품을 대할 때, 산이나 바다를 여행하며 좋은 경치를 볼 때 등이다. 선행을 했을 때의 흐뭇함이나 충만감을 통해서도 가능하다.
재미있는 것은 이런 다른 방법을 통해도 단전호흡 할 때처럼 자신도 모르게 저절로 호흡이 길어진다는 것이다. 반대로 운동이나 여행도, 훌륭한 작품 감상이나 선행도 할 수 없는 상황에 있을 때는 일단 올바른 단전호흡을 하면 마음의 평온을 얻을 수 있다. 이는 바로 우주의 기(氣)와 자기 자신의 기(氣)가 만나 하나로 일치할 때 얻어진다고 한다.
그 조화롭고 평안한 상태가 계속될 수만 있다면 얼마나 좋을까마는 문제는 하루에 열두 번도 더 변한다는데 있다. 평정 상태가 될 수 있는 가능성은 항상 그대로인데 나 자신의 변덕 탓이다. 24시간은 바라지 못하겠지만 하루에 몇 분씩이라도 더 이렇게 마음이 평화로운 시간을 늘려 가는 것이 요즘 나의 바람이다. 오늘도 나는 내 영혼의 빛깔을 푸르게 비춰 줄 감동의 물결을 찾아 삶의 여행을 떠나려 한다.
[수상 소감]
지난 경주 수필의 날 행사 때입니다. 불국사에 가서 복원 공사 중인 석가탑에서 나온, 천삼백 년 만에 공개되는 석가여래의 사리를 친견하는 행운을 누리었습니다. 가톨릭인 제가 불사리를 뵌 상서로운 기운 덕에 상을 받나, 한다면 어울리지 않겠지요. 암튼 하느님께도 부처님께도 감사하는 마음입니다.
부족한 제가 넘치는 수상의 영예를 안게 되어 기쁘면서도 송구스럽고 조심스럽습니다. 신인상 외에는 학창시절 이후 수십 년 만의 상이니 어색하구요. 왠지 모를 두려운 마음도 생겨납니다. 흔들리지 않고 더욱 열심히 쓰라는 뜻을 잘 새겨야겠습니다.
저의 신간을 너그러이 읽어주시고 사색이 깊어졌다고 격려해 주신 스승님, 선후배 문우님들께 고마움을 전해드리고 싶어요. 제 생각엔 그저 표현하는 연습이 등단 초기 때보다는 나아진 듯하나, 정신은 답보 상태이고 육신은 많이 퇴보했습니다. 그나마 글을 쓰지 않았다면 지금보다 더 영육 간에 평온함이 설 자리가 적지 않았을까 싶은 생각에 스스로 위안을 받기는 합니다. 나만의 평화로 그쳐서는 안 된다는 숙제는 여전히 그대로 남아있지만요.
정진을 게을리 하지 말아야겠다는 다짐을 할 뿐입니다. 경주에서 만난 진신 사리는 눈물 보석 같고, 세월의 꽃 같았습니다. 설령 제 생애에 불가능한 꿈일지라도, 조금이라도 조촐한 보석 꽃 닮은 한 편의 글을 얻는 염원을 품고 싶습니다.
세상은 넓고 인생은 짧다고 합니다. 회원님들의 수필세계를 통하여 더 깊고 높이, 더 널리 날아오르시기를 기원합니다. 한국수필가협회 운영진과 회원, 여러 선생님들께 머리 숙여 감사드립니다.
[작가 프로필]
2000년『창작수필』등단.
수필집:『여월여화 (如月如花)』『달처럼 꽃처럼』출간.
선(選)수필 편집위원.
에세이 아카데미아 sysop.
이화여자대학교 법학과 졸업.
前중등교사(사회과).
한국문인협회 회원.
창작수필문인회 회원.
한국수필가협회 회원.
supil@paran.com
[작품 심사평]
금년도 수상자 4명 중 50%는 한국수필 출신 작가에게, 50%는 바깥의 수필가들에게 수혜의 기회를 제공하기로 했다. 이 중에서 데뷔 10년 이상으로 2권 이상의 수필집을 낸 작가를 추려내고 오랫동안 심의와 토의를 거쳐서 4명의 수상자를 선정하게 되었다.
수상자의 선정에 초점을 둔 것은 작품성이었다. 수필문학의 질적인 향상에 보탬이 될 수 있는 작가의 발굴이 필요하다는 의식에서다.
우리 수필계의 현실을 통찰해 볼 때, 아직도 신변잡사의 체험을 기록하는 것에 그친 작품들이 많다는 지적을 피할 수 없다는 걸 심감했다. 수필은 단순한 체험의 기록 만에 그친 글일 수는 없다.
체험을 통한 인생의 발견과 의미를 스스로 꽃피워 놓아야 한다는 점이다. 감성에 의한 서정세계의 펼침과 지식에 의한 논리의 전개에 있어서도 작가의 분명한 개성과 창의력이 빛을 발해야 한다는 점을 잊어선 안된다. 아직도 숲리쓰기의 방향과 갈 길에 대해 명확한 진로를 찾지 못하는 수필가들이 목격되기도 했다.
이번 한국수필문학상의 심사에서 무엇보다 문학성과 독자성으로 수필발전의 방향을 제대로 잡고 나가는 수필가를 선정하는 데 주안점을 두었다. 경력과 문장도 한 요건이지만, 수필 홍수시대엔 개성과 창의성으로 뚜렷한 존재감을 드러내는 게 더 필요한 일이 아닌가 한다.
심사위원들은 이런 관점을 토대로 대상 작품집을 읽고 토의를 거쳐서 제33회 한국수필문학상 수상자를 선정하는 데 합의했다. 수상자와 수상 작품으로 하재준의 <냉수 한 잔 이라도>를 선정하였다. 그간의 노고를 치하며 정진을 기대한다.
심사위원 유혜자, 고동주(글), 정목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