온 마음과 몸이 전하는 후기
[마음] 잘 걷고 싶다. 잘 걷고 싶다. 잘 걸어야지.
잘 걸어 가겠지?
지난주는 조금 피곤했는데. 어제도 잘 못 잤거든
오늘도 새벽에 일어났잖아.
몇시간 못자고 4시부터 일어나 준비하고 하느라,
피곤하고 졸리고 살짝 춥고. 약간 걱정이다.
나 떨고~ 있니
[생각] 그래도 내가 왕년에 백두대간도 걷고, 뭐
무박산행도 많이 했고. 산악인이야.
서해랑길? 이건 거의 평지잖아, 고도가 높은 구간도
별로 없고, 15-18km에 6,7시간.
배낭도 얼마나 작아, 겨우 간식하고 쟈켓 하나,
물통. 무겁지도 않잖아.
충분히 잘 걸을 수 있어. 그럼, 껌이야 껌.
[몸] 왕년에 소리 좀 그만~~, 지금은 그때보다
나이도 많이 들었다고. 인정해.
그때의 내가 아니라니까. 나도 좀 신경 써 줘라~
마음! 너만 있다고 되지 않아.
생각! 현실을 직시해.
피곤이 들러붙어 안 떨어진다고.
여기저기 삐걱거려. ㅠㅠ
[허벅] 그래 맞아, 고도가 높지 않고 거의 평지라고
하지만, 그래도 오르막이 간간히 나오면 난 좀
버겁던데. 몸! 너 왜이리 무거워졌어?
전보다 근육이 빠져서 그런가
지금이라도 매일 스쿼트를 할까? 무릎에 무리
안가게 하프 스쿼트로하면 되지 않겠어
[종아리] 으이구 또 그소리. 말로만하는 스쿼트.
에고 에고 나야말로 평지여도 3-4시간 걸으면
자꾸 뒤틀리고 꼬여, 간신히 버틴다고.
중간중간 쉬고 맛사지좀 해주고 그래야지 안그러
면 나 삐뚤어질 테야. 이 ‘알’ 좀 봐 ‘알’
[무릎] 야 야 뱃살! 다이어트 좀 해, 나만 너무 혹사
시키는 거 아니야?
왕년에? 그땐 내가 제일 잘 나갔어, 108계단 뛰어
오르고 내려도, 20k 배낭도. 거뜬했다고.
지금? 아 휴 ㅜㅜ 출발도 전에 떨린다 떨려.
스틱! 나 좀 도와줘. 나 그건가 연골연화증 ㅜㅜ.
콘드로이친 먹어야 되나?
[발목] 무릎! 너만큼 나도 힘들다 힘들어,
니들이 잘 해야지 으… 진짜.
지난번에도 내가 보호대로 조여주고 버텨 준거야
알기나 하냐?
하지만 어쩌겠어 평소에 삐끗하지 않도록 인대강화
운동, 근육붙이기 이게 내 목표야.
[발] 뭔소리 제일 고생은 나라고 나.
무지외반증, 지간신경종, 무지강직증, 결절종,
피로골절, 족저근막염
나도 거의 전문 아니 종합병원이야
냄새나는 신발속에서 요즘엔 땀도 나고, 열나고.
나도 중간중간 바람도 좀 맞고 맛사지도 좀 해주고
제발~~ 야 물집! 넌 좀 가라 가!!
나도 주변 근육과 힘줄 강화를 위해 운동을 해야겠어
바닥에 수건놓고 발가락으로 당기기, 의자에 앉아
바둑알 옮기기 같은 걸로. 발 근육을 강화해 아치를
살리는데 힘을 써야지. 하루10분 발 지압!
[눈] 이런 미안 미안, 난 너희들이 그렇게 힘든 줄 몰랐
네. 사실 너희들이 힘들어 할 때면, 나 역시 땅만
보고, 앞사람 뒷모습만 보며. 그저 발 네가 가는
대로 가기도 해, 무릎이나 종아리가 신호를 보내면
잠시. 눈을 돌려 쉴 곳을 찾기도 하지
근데 얘들이 그거 아니? [미학적 사고방식] 이라는
게 있어
‘뇌가 힘들 때 미술관에 가라’ 이거 요즘 내가 읽고
있는 책인데, 예술작품 그림이나 연극,무용, 공연
이런 걸 볼 때 긍정적 기운이나 활력을 느끼게 된다
는 거지. 일종의 휴식인 셈.
자연풍경도 마찬가지. 그래서 난 열심을 눈을 돌려
여기저기 보고, 아름다운 꽃도, 새도, 바다도 보면서
너희들한테 전달해주려고 노력하고 있어
[코] 킁 킁, 내가 잘 때 코만 고는게 아니라고.
나름 나도 자연의 향을 찾아 저장하려고 한단다.
자연의 향은 매번 달라, 계절별로도 코스별로 시간
별로 다르지.
5월 길을 걷다 맡았던 달큰한 아카시아 향기,
솔~솔 풍기던 찔레꽃 향기, 그리고 니가 몰래 먹던
간식냄새
앗, 발냄새 그건 말고~
[귀] 좋지, 눈으로 보고, 코로 향기 맡고,
나도 열심히 최대한 기억하려고 해.
이번에 뻐꾸기 대박 진짜 “뻑꾹~ 뻑꾹”
소리가 커서 큰새인줄 알았더니 비둘기만 하대.
바람소리~ 갯벌에 물 들어오는 소리~ 새소리~~
스텐레스 화롯대에서 장작타는 소리~
계석님의 하모니카 소리 ㅎㅎ
도시의 소음에서 잠시나마 벗어날 수 있어서 정말 좋더라.
[팔] 좋았지, 햇살에 조금 타긴 했는데 그래도 살갗에
스치는 바람이 좋더라.
토시 덕분에, 항상 고마워~ 모두 팔! 팔! 해~~
[손] 나도 좀 타긴했는데, 별로 티도 안나네
얘들아! 내가 잘할께.
종아리 맛사지? 알았어. 발을 두들겨 달라고?
알겠어. 그래그래. 엉? 손가락?
[몸 ] 모두 엄살좀 그만부려.
살짝 피곤하지만 이정도는 아직 거뜬해.
봐 벌써 회복됐잖아
[마음] 아무렇지도 않아는 아니지만,
그래도 나름 괜찮았어. 잘 걸었어.
솔직히 첫날은 조금 지쳤지만, 둘째날은 회복하면서
잘 걸었으니까
다음달에도 잘 걸어갈 것 같아.
아~~ 행복하다~~~~
끝~~~
첫댓글 우린 왕년에 30키로 배낭 매고 지리산 태극종주 완주한 맴버인데… 이제 나이듦이 슬슬 내몸에 내정신에 스멀스멀 자리합니다.저도 첫날의 가벼움이 둘째날 점심이후 발뒤꿈치와 무지 강직과 발목뼈에 노란불이…다행히 빨간불까진 가지는 않았음에 감사하며 이제 하루18키로 이상은 무리데쓰…ㅠㅠ(참신한 후기:점점 독백과 1인칭 주인공 시점의 글들이 많아지네요.ㅎㅎ)
ㅎㅎㅎㅎㅎ 잘 읽었어용^^
내가 민원인과 싸울때 회장님은 자신과의 심층대화를 나누셨군요~ ㅎㅎㅎ다음 달엔 잘 걸을 수 있겠죠^^
요거이 올마마네…댓글이어요. ㅎㅎ
누님도 담달에 잘 걸을 수 있겠죠^^;;
꽃사진들 젤로 이쁘네
“내몸은 내가 아니다.. 내가 아니다.. 무아(無我)니까..“
몸과 대화하는 시간을 가지셨네요^ 사진과 잘 어울리는 글이 술술 읽혀지네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