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람이 옷깃만 스쳐도 인연이라는데, 생각보다 훨씬 더 많이 얽혀있다. 어제 갑자기 생각났던 일화가 있다.
5년전 정원스님과는 페북을 통해 만났다. 백남기 물대포 사건 이후 자연스럽게 합심이 된 것이다. 그런데 외무부에 화염병 투척으로 감옥을 가고 몇 개월 이후 출옥하셨다.
출옥 이후 마땅히 살 거처가 없어서 고생했는데 그런 내용들을 페북을 통해 알게 되었다. 그때 나는 남양주의 모 절이 떠올랐다. 3박4일 수행을 했던 곳인데 그곳 주지스님이 어린아이처럼 맑고 순수한 분이셨다. 나는 그 주지스님이라면 정원스님의 거처를 마련해줄 거라고 믿었다.
그래서 정원스님에게 그 절을 추천드렸다. 그 절을 한 번 찾아가보라고 말씀드렸다.
이렇게 말한 데에는 그곳엔 주지스님과 더불어 다른 스님이 한 분 있는데, 당시 함께 수행했던 젊은 남자분이 폭행죄로 감옥 수감을 했다가 나왔는데 '함께 수행할 것'을 권하며 따뜻하게 대했던 것이 인상깊었기 때문이다.
애석하게도 정원스님은 다른 곳에 머물다가 나중엔 허름한 여관에 거쳐하셨다.
이후 소신공양으로 입적하시고, 벽제 화장터에서 화장하던 날 어떤 스님 한 분이 열심히 염불을 하고 계셨다.
무심코 스님의 얼굴을 뵙는데 깜짝 놀라고 말았다. 그 스님은 바로 남양주 그 절에서 차를 마시며 얘기를 나누던 스님이었기 때문이다. 서로가 놀랐다. '어떻게 정원스님을 아느냐'고 둘 다 놀란 것이다. 이야기를 들어보니 정원스님과 그 스님은 수행 동기셨다. 같은 해에 스님이 되어 젊은 날 동고동락했던 사이였다. 이 스님도 민중운동을 했던 분이시고... 정원스님과 소식이 끊어진지 오래되었는데 뉴스에서 소신공양 소식을 듣고 찾아왔다고 하셨다.
한참동안 얘기를 나누며 정원스님의 젊은 날을 들을 수 있었다. 나는 그 스님에게 '제가 정원스님에게 남양주 절에 가보라고 말씀을 드렸었는데 갔었더라면 스님을 뵐 수 있었겠네요. 그러면 수행동지를 만나 좋았을텐데..' 아쉬움을 얘기했다.
정원스님은 당시 내가 추천드린 그 절을 차마 가지 못했다고 했다. 워낙 절에서 쫓겨나고 거부당한 기억들이 많아 선뜻 용기를 낼 수 없었다고 말씀하셨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