얼마 전 제가 배움터 식구들에게 드렸던 문제제기에 대한, 저의 답글을 올려야 한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한 매듭을 짓고 방학을 맞이하여 더 깊은 숨을 들이마시며 걷겠다는 마음으로 아주 짧은 동화 하나 지어 보았습니다.
''용성이의 미사 이야기"
올해 삼월 서울에서 순천으로 이사온 용성이는 항암치료를 받고 있는 엄마와 단 둘이 조그만 아파트에 살아요.
“우리 동네 이름은 연향동이고 우리 아파트 이름은 우미이에요~~” 노래도 불러보지요.
연향은 연꽃 향기 같고 우미는 우리 아름다움 같아요. 엄마는 용성이와 함께 아파트 현관에 1002호라는 이름 대신 ‘사랑의 집’이라는 문패를 만들어 붙여 놓았죠.
사랑의 집에 사는 용성이는 또 ‘사랑어린학교’에 다녀요. 사랑어린학교의 교문 입구에는 ‘함께 어울려 놀면서 크는 집’이라는 문패가 보이고 그곳에서 용성이는 새 흙과 물, 햇빛과 바람을 만나 이제 어디에 뿌리내릴지 살피고 느끼고 있는 중이랍니다.
용성이 엄마는 아프고 나서 새벽마다 성모님상 앞에서 묵주기도를 올리세요. 용성이가 일찍 일어나는 날이면 기도하는 엄마를 보곤 하지요. 성당에 미사 드리러 갈 때 엄마는 제일 예쁜 옷을 입고 가지만 용성이는 미사 드리러 가기보단 친구들과 놀고 싶은 날이 더 많아요. 미사 때도 마침 송가를 부를 때가 제일 좋지요. 그런데 오월부터는 첫영성체 예식을 맞이하기 위해 교리를 듣고, 기도문을 좔좔 암송하고, 으아 팔이 빠지도록 성경책을 옮겨 적어야 해요. 토요일 하루는 성당에서 보내는 날이 두 달이나 이어졌지 뭐예요...
영성체란 예수님의 몸과 피인 성체를 모시는 걸 말해요. 이 첫영성체예식을 맞이하기 위해서는 열 살이 되어야 하고 예수님의 삶과 기도를 배워야 해요.
예식을 치르기 얼마 전 용성이는 아주 특별한 미사를 드리게 되었어요.
그날 미사의 성경 말씀은 ‘하느님이 길이요, 진리요, 생명이라는 말씀’이셨는데
이 다가갈 수 없이 저 멀리 허공에 떠돌던 글자가 용성이 마음속으로 쏙 들어온 것이었지요.
그날 미사에 강론하신 분은 신부님이 아니라 주일학교 선생님이셨어요.
선생님은 하느님 얘기가 아니라 아주 아~~주 키가 작아 놀림을 받던 꼬마 아이 얘기를 꺼냈어요.
어떤 초등학교에 그 꼬마 아이가 전학을 왔어요. 그 아이는 늘 앉아만 있었고 심지어 점심 시간에 급식을 먹으러 가지도 않았어요. 왜 그랬을까요?
친구들이 자기가 얼마나 작은지 보지 못하도록 한 거죠...
그런데 며칠 뒤 그 모습을 지켜보던 한 친구가 그 꼬마 아이에게 다가가
“배고프지 않니? 나랑 급식 먹으러 가자!”하고 말을 꺼냈어요.
망설이고 있는 아이의 손을 확 잡더니 식당으로 데려가는 거예요.
배식판을 들고 나란히 서 보니 정말로 키가 작은 아이였어요.
“괜찮아. 이제부터 굶지 말고 많이 먹어. 그래야 키 크지” 이렇게 말하고 환한 미소를 짓는 그 친구의 얼굴을 본, 그 키 작은 아이는 자기의 키가 갑자기 부풀어 오르는 것을 느꼈어요.
그날 이후 그 아이는 점심을 먹으러 갔지요...
주일학교 선생님은 여기까지 말씀하시고 나서 갑자기 저희에게 하느님 얘기를 꺼냈어요. “여러분, 하느님은 어디에 계시지요?”
선생님께서 답하셨어요. “키 작은 아이의 손을 잡았던 그 친구의 마음속에 계시지요. 그 친구가 바로 하느님이고 길이요, 진리요, 생명이지요.”라고요.
맞아요. 그 친구 덕분에 점심을 먹게 되었고 사랑을 느낄 수 있게 되었고 그래서 그 친구의 키가 부풀어 오르지 않았겠어요...
미사를 드리고 집으로 돌아오는 길에 용성이는 엄마에게 이 얘기를 해 드렸어요. 엄마는 아주 많이 웃으셨어요.
엄마는 이 얘기가 용성이의 가슴 속에 살아 남아 사랑어린학교에서 진실한 친구가 되길 기도드렸어요.
그리고 용성이보다 엄마가 먼저 용성이에게 그런 친구 같은 엄마가 되게 해 달라고 기도드렸어요.
( 두더지께서 각자 할 수 있는 일들 세 가지 정도를 생각해 보자고 하신 적이 있으셨습니다. 그 때 용성이에게 간디 위인전책을 읽힌 것이 생각나 방학을 맞이해 반 친구들에게 그 책을 선물해 줄까 생각하다가 그것보다는 제가 부족하지만 아이들에게 더 가가갈 수 있는 짧은 동화를 쓰고 용성이가 그림을 그려 함께 읽어 보자는 마음이 들었습니다. 그렇게 해보기도 하고,
또 배움터 식구 모두에게 제 문제제기에 대한 답글로서 이 글을 올립니다^^)
첫댓글 흑흑 왜 내 얼굴은 웃고 있는데 눈에는 눈물이 나지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