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포숯불갈비>
오랜 동네 맛집이 새 단장을 하고 손님을 맞는다. 인테리어만 업그레이드 된 것이 아니다. 음식도 업그레이드, 가격은 그대로인 거 같다. 고맙게도. 푸진 나물 찬이 어디에나 나온다. 이건 서울식이 아니다. 김치 깎두기만 나오는 서울식이 아닌 푸진 지방식 찬이다. 그것도 다 수준 이상으로 맛있는. 고마운 동네밥집, 이제 실내 분위기까지 깔끔하고 멋있는 곳이 되어 외식 분위기가 확실히 난다.
1. 식당얼개
상호 : 마포숯불갈비
주소 : 경기 군포시 고산로 529(산본동 1147)
전화 :
주요음식 : 숯불갈비, 갈치조림
2.
먹은날 : 2024.6.21.점심
먹은음식 : 갈치조림 13,000원
3. 먹은 후
갈치조림이 나물 비빔밥 상차림같다. 갖가지 나물이 집반찬의 구멍을 메워준다. 이 더운 날에 이렇게 많은 찬을 집에서 해먹을 수 있는 사람이 얼마나 될까. 인근 사람들은 날마다 와도 물리지 않고 풍성한 영양식이 가능할 거 같다.
인테리어 이전에는 확실히 숯불구이 전문집 같았는데, 이후에는 약간 주메뉴를 이동한 거 같은 분위기가 난다. 고기구이는 여전하지만, 갈치조림, 비빔밥등의 메뉴가 부상하고 반찬도 이에 따라 강화되고 증가되었다. 지금 이대로의 찬으로도 진한 된장조림만 있으면 비빔밥이 가능하다.
식재료의 산지도 영양도 골고루다. 갈치조림, 풀이, 김무침, 호박볶음, 열무김치, 무식초채, 오이무침, 고추잎무침. 해물이 주메뉴까지 세 개가 되어 '해군' 동원이 찬란해졌다. 거기다 해물은 모두 손이 많이 간 찬들이다. 요새같이 김값 상승기에 김무침은 사치스럽기까지 하다. 거기다 고추풀치조림은 또 어떻고? 식재료가 고가에 손이 많이 가는 음식이 둘이나 나오니 횡재한 느낌의 식사가 더 즐겁다.
갈치조림. 무와 졸였다. 개운하고 푸짐하다. 간혹 설탕을 넣은 집들도 있는데, 무와 갈치로만 맛을 내서 무맛도 갈치 맛도 이의 조합맛도 개운하다. 고춧가루도 많이 맵지 않다. 편하게 개운하게 먹을 수 있다. 전통의 맛이 그대로 느껴진다. 갈치도 제법 두툼하여 오진 밥상 받은 거 같다.
김무침. 호복히 많이도 나왔다. 까만 빛깔이 신선함을 말해준다. 잘깃한 식감도 좋다. 약간 간간하여 밥도둑이 되었다.
풀치고추조림. 전라도식 찬이다. 갈치 새끼를 말하는 풀치는 보통 반건조하여 조림으로 먹는다. 성어 갈치를 먹어야 하는데, 풀치에 맛들인 사람들 덕분에 풀치에 몰입하게 되면 갈치 성어 수확이 줄어들고 어장이 황폐화될 것을 염려해야 될 정도로 갈치와 다른 풍미를 가진 풀치는 전라도를 중심으로 인기가 높다.
쫀득하고 꾸덕한 식감에 함께 졸인 고추의 매콤한 맛이 배여 개운하고 좋다. 한 밥상에 같은 어종이 둘이 된 것은 조금 부담스럽지만 갈치전문 밥상인가 하는 전문성 쪽에 초점을 맞추면 그 또한 괜찮은 상차림이라 하겠다. 갈치와 풀치를 다 만나는 밥상, 둘 다 괜찮은 맛으로 상을 온전하게 하는 조리법이 좋다.
유태인은 한 밥상에 동종 식품을 올리지 않는다 한다. 예를 들면 닭고기와 계란을 함께 먹지 않는다는 것이다. 배경은 알기 어려우나 영양의 동질성을 피하고, 식재료 개체의 보존성을 위해서는 타당한 금기라고 할 수 있다. 이것은 갈치 전문 상차림은 아니니 다양화하는 것이 어떨까 싶기도 하다.
오이무침. 오이의 싱싱함을 그대로 머금고 조리의 손맛도 맛깔나게 담겼다.
오늘 메뉴 중 가장 섭섭한 것이 바로 이 밥. 푸석하고 양도 적다. 밥솥에서 바로 푼 것이 아니라 밥통에서 푼 밥, 끈기도 윤기도 없다. 그러나 찬이 훌륭하여 이 정도의 약점은 그냥 묻힌다.
고춧잎나물. 고추는 버릴 게 없는 채소다. 파란색 고추부터 빨갛게 익은 가을 고추까지 모조리 좋은 식재료가 되는데, 열매 아닌 잎과 대롱도 먹을 수 있다. 어린순과 부드러운 가지순을 데쳐서 이렇게 조몰조몰 참기름에 무쳐내면 푸른 채소 나물이 된다.
한국은 지형의 다양성 때문에 기본적으로 식재료가 다양하고 풍성한데, 식재료 본체를 넘어 주변 부재도 모두 식재료로 삼는다는 특색이 있어서 더 용이하게 식재료를 다양하게 할 수 있다. 호박도 호박은 물론 호박잎도 줄기도 먹는다. 부드러운 호박잎을 쪄서 된장에 싸먹으면 여름에 입맛을 돋구는 훌륭한 채소가 된다. 이것은 다른 어느 나라가 따라가지 못하는 식재료 확장방식이다.
고추, 호박잎, 들깨, 고구마 등이 모두 그러한 채소들이다. 일본과 중국에서 이러한 식재료를 본 적이 없다. 비행기와 책상만 빼고 다 먹는다는 중국의 어디를 가서도 만나지 못했다. 프랑스 음식이 유명한 것은 태반이 식재료 확장의 우수성 덕분이다. 하지만 거기서도 만나지 못했다.
한국 음식의 대단함은 이와같은 식재료의 확장에서도 드러난다. 음식의 특성에 건강한 민중성을 담고 있다는 것, 프랑스 음식이 귀족음식의 하향화가 특색이라면 한국 음식의 특색은 이와 대척적인면이 있는 것이다. 대중성이 있어야 음식은 확장성을 갖는다. 많은 사람이 먹어야 유명해지고, 반복적 구매가 일어나서 식재료가 신선해지고, 가격이 내려가고 그러면서 더 많은 고객이 확보되는 선순환을 하는데, 한국음식이 이게 가능하다는 것을 고춧잎나물을 통해 살표볼 수 있다.
고춧잎은 고추가 주목적이어서 가격도 매우 싸다. 특정 철에만 먹을 수 있다는 것이 한계이긴 하지만 말이다. 서민음식으로 우리 전통음식의 한켠을 차지하는 고춧잎나물, 많은 문화적 요소를 함유하고 있다.
이처럼 채소의 모든 부위를 식재료로 삼는 특성은 외국으로 이동한 한국인의 음식에도 그대로 따라간다. 고구마순 요리는 중국음식에서는 볼 수 없다. 아래 사진은 상해 한국인 반찬방에 올라온 고구마순볶음
*상해 반찬방 고구마순볶음. (2024.6.21일자)
4. 먹은 후
동네 산책 : 새마을커피점
100미터쯤 거리에 잇는 공공 커피점이다. 자원봉사자들의 도움으로 운영되는 커피점이 새마을 회관 1층에 있다. 커피값도 2천원~2500원 정도. 무인점포로 운영되는데, 커피 맛이 최고는 아니어도 먹을 만하다. 공간이 넓고 쾌적한 것은 어떤 사설 커피숍도 가지지 못하는 장점이다.
점심 먹고 싸드락싸드락 걸어 와 이용할 만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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